우편함 인쇄물 함부로 건드렸다가…‘문서은닉’ 유죄

입력 2021.08.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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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만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등 구성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가운데 하나가 세대마다 설치된 우편함인데요.

자신을 비방하는 인쇄물이 각 세대 우편함에 배포되자 주민들이 읽지 못하도록 회수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게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 우편함에서 인쇄물 회수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문서은닉죄’ 적용

충남 논산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60대 안 모 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인쇄물이 아파트 1층에 설치된 각 세대 우편함에 배포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모임의 회장이 배포한 것이었는데요.

“안 씨가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로 각 세대에 나온 보상금을 임의로 제3자 명의의 계좌로 이체했고 동대표회의 과정에서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 안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관리소장과 직원에게 지시해 우편함에서 인쇄물을 모두 회수했습니다.

검찰은 이런 안 씨에게 문서은닉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 “아파트 주민 소유 문서의 효용 해쳐”...1·2심 모두 유죄 인정

1심 법원은 안 씨가 아파트 주민들 소유인 문서의 효용을 해쳤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안 씨는 “허위 사실이 기재된 불법 유인물이 아파트 단지에 무단 배포됐고 회수해달라는 주민 요청에 따라 회수한 것”이라며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366조의 문서은닉죄

타인 소유 문서의 소재를 불명하게 함으로써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하게 함으로써 성립하고, 별도로 영득의 의사는 요하지 아니하며, 문서소유자로 하여금 그 소재를 알지 못하게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에 대하여 문서은닉죄가 성립한다.

설령 정당한 목적을 위해 문서를 옮긴다고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범행의 동기에 해당할 뿐이고, 문서은닉의 범의 자체가 없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될 수는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 제366조를 들어 안 씨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문서를 옮긴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범행 동기에 해당할 뿐 문서은닉죄는 인정된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한 서신”...“회수 요청했다면 해당 세대 인쇄물만 회수했어야”

항소심 재판부는 안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아파트에 무단 배포된 불법 유인물을 회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해당 인쇄물은 아파트 주민들의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알리는 서신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광고물을 아파트 우편함에 무단 배포하는 경우 불법이고 아파트 관리 주체가 이를 회수하는 행위 역시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있지만, 배포된 인쇄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쇄물을 회수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주민 요청이 만약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인쇄물이 우편함에 투입된 뒤에는 해당 세대 주민의 소유물이 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세대의 인쇄물까지 회수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허위 비방에 대한 법적 처벌도 잇따라...공론화 과정 가볍게 생각해선 안 돼

반면 허위 비방에 대한 법적 처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광주지법은 최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주민 A 씨에게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가 지난해 6월 아파트 입주민 60여 명이 참여한 SNS 대화방에서 입주자 대표와 관리소장이 인근에 들어서는 건물의 건설사와 주민 몰래 합의하고 코로나19 방역을 하지 않았다는 허위 글을 올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이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는 발생하는 문제에도 그만큼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의 공론화 과정 역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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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편함 인쇄물 함부로 건드렸다가…‘문서은닉’ 유죄
    • 입력 2021-08-12 07:00:40
    취재K

아파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만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등 구성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가운데 하나가 세대마다 설치된 우편함인데요.

자신을 비방하는 인쇄물이 각 세대 우편함에 배포되자 주민들이 읽지 못하도록 회수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게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 우편함에서 인쇄물 회수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문서은닉죄’ 적용

충남 논산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60대 안 모 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인쇄물이 아파트 1층에 설치된 각 세대 우편함에 배포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모임의 회장이 배포한 것이었는데요.

“안 씨가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로 각 세대에 나온 보상금을 임의로 제3자 명의의 계좌로 이체했고 동대표회의 과정에서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 안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관리소장과 직원에게 지시해 우편함에서 인쇄물을 모두 회수했습니다.

검찰은 이런 안 씨에게 문서은닉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 “아파트 주민 소유 문서의 효용 해쳐”...1·2심 모두 유죄 인정

1심 법원은 안 씨가 아파트 주민들 소유인 문서의 효용을 해쳤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안 씨는 “허위 사실이 기재된 불법 유인물이 아파트 단지에 무단 배포됐고 회수해달라는 주민 요청에 따라 회수한 것”이라며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366조의 문서은닉죄

타인 소유 문서의 소재를 불명하게 함으로써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하게 함으로써 성립하고, 별도로 영득의 의사는 요하지 아니하며, 문서소유자로 하여금 그 소재를 알지 못하게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자에 대하여 문서은닉죄가 성립한다.

설령 정당한 목적을 위해 문서를 옮긴다고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범행의 동기에 해당할 뿐이고, 문서은닉의 범의 자체가 없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될 수는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 제366조를 들어 안 씨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문서를 옮긴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범행 동기에 해당할 뿐 문서은닉죄는 인정된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한 서신”...“회수 요청했다면 해당 세대 인쇄물만 회수했어야”

항소심 재판부는 안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아파트에 무단 배포된 불법 유인물을 회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해당 인쇄물은 아파트 주민들의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알리는 서신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광고물을 아파트 우편함에 무단 배포하는 경우 불법이고 아파트 관리 주체가 이를 회수하는 행위 역시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있지만, 배포된 인쇄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쇄물을 회수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주민 요청이 만약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인쇄물이 우편함에 투입된 뒤에는 해당 세대 주민의 소유물이 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세대의 인쇄물까지 회수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허위 비방에 대한 법적 처벌도 잇따라...공론화 과정 가볍게 생각해선 안 돼

반면 허위 비방에 대한 법적 처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광주지법은 최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주민 A 씨에게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가 지난해 6월 아파트 입주민 60여 명이 참여한 SNS 대화방에서 입주자 대표와 관리소장이 인근에 들어서는 건물의 건설사와 주민 몰래 합의하고 코로나19 방역을 하지 않았다는 허위 글을 올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이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는 발생하는 문제에도 그만큼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의 공론화 과정 역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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