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서 봉쇄 겪어보니…” 한 교민의 생생 경험담
입력 2021.08.12 (08:00)
수정 2021.08.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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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바로 생각했죠. 그래서 '(건물을) 봉쇄하겠구나'하는 생각에 직원들과 내부를 정리하고 저녁까지 기다렸어요."
우리 교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의 한 건물에 확진자가 들렀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8월 4일 오전 10시쯤.
중국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자영업자 A 씨는 입주민 단체 문자 방에서 공지를 확인하자마자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건물 전체는 바로 '봉쇄'에 들어갔는데요.
8월 4일 봉쇄된 베이징시 왕징의 한 건물 입구에 의료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윤재구 KBS 촬영기자)
중국에서 봉쇄는 그야말로 건물이나 단지를 오가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출입 통제'를 의미합니다.
당장 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언제 건물 밖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몰라 A 씨는 애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 뒤, 봉쇄된 건물 밖으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에서 A 씨는 핵산 검사를 받고 몇 시간을 더 건물에 갇혀 있었던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이죠.
건물을 나갈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A 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또 한 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봉쇄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단지 입주민 외 출입 금지’ 표지판이 내걸렸다. (윤재구 KBS 촬영기자)
A씨가 사는 곳 단지 정문에 '입주민 외 들어올 수 없음'이라는 표지판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A씨가 사는 아파트도 봉쇄, 한번 들어가면 격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50대 중국인 확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A 씨의 아파트 단지와 내부 통로로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A 씨 아파트 단지 전체도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영업장이 있는 회사에서 가까스로 나왔더니 엎친 데 덮친 격, 집이 봉쇄된 것입니다.
A 씨를 포함해 두 아파트 단지 2,400여 가구가 하루아침에 단지 안에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특히 봉쇄된 아파트 단지 안에는 최소 12가구 이상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봉쇄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핵산검사를 위해 줄을 선 모습 (촬영: 교민 A 씨)
격리 기간은 21일, 기존 14일 격리에서 일주일이 더 늘었습니다.
수천여 명 입주인 전원이 3일에 한 번씩 핵산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현재까지 두 번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은 7월 20일 중국 난징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한 봉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진단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봉쇄된 단지 내서 입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핵산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촬영: 교민 A 씨)
단지 내부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모든 일상이 정지됐습니다.
A 씨는 배달 음식이나 식재료, 택배 등은 경비가 확인하고 전달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됐지만 먹는 것은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역 당국의 '배려'일까요?
봉쇄된 아파트 단지 입구가 배달된 택배로 가득 찼다.
하지만 A 씨를 비롯해 많은 사람은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갇혀있는 동안 일할 수 없다는 점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A 씨처럼 자영업을 하는 교민들은 21일 동안 꼼짝없이 영업장을 닫아야 합니다.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영업 이익이 없다고 직원들 급여를 안 줄수도 없어서 고민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 A 씨는 "제일 큰 문제는 영업을 못 하는 것"이라며 "격리하고 있는 직원들 월급, 월세 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고 왕징에 계신 교민분들 다 답답하시죠. 장사하시는 분들도 장사에 대한 영향도 당연히 크겠고요." (중국 교민 A씨) |
A 씨는 그래도 단지 내 격리 중인 다른 교민들과 보쌈과 채소 등을 나누면서 함께 버텨보겠다 다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격리 기간'은 14일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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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리포트] “中서 봉쇄 겪어보니…” 한 교민의 생생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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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8-12 08:00:26
- 수정2021-08-12 14:08:06
"'큰일이다.' 바로 생각했죠. 그래서 '(건물을) 봉쇄하겠구나'하는 생각에 직원들과 내부를 정리하고 저녁까지 기다렸어요."
우리 교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의 한 건물에 확진자가 들렀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8월 4일 오전 10시쯤.
중국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자영업자 A 씨는 입주민 단체 문자 방에서 공지를 확인하자마자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건물 전체는 바로 '봉쇄'에 들어갔는데요.
중국에서 봉쇄는 그야말로 건물이나 단지를 오가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출입 통제'를 의미합니다.
당장 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언제 건물 밖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몰라 A 씨는 애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 뒤, 봉쇄된 건물 밖으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에서 A 씨는 핵산 검사를 받고 몇 시간을 더 건물에 갇혀 있었던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이죠.
건물을 나갈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잠시, A 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또 한 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A씨가 사는 곳 단지 정문에 '입주민 외 들어올 수 없음'이라는 표지판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A씨가 사는 아파트도 봉쇄, 한번 들어가면 격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50대 중국인 확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A 씨의 아파트 단지와 내부 통로로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A 씨 아파트 단지 전체도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영업장이 있는 회사에서 가까스로 나왔더니 엎친 데 덮친 격, 집이 봉쇄된 것입니다.
A 씨를 포함해 두 아파트 단지 2,400여 가구가 하루아침에 단지 안에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특히 봉쇄된 아파트 단지 안에는 최소 12가구 이상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격리 기간은 21일, 기존 14일 격리에서 일주일이 더 늘었습니다.
수천여 명 입주인 전원이 3일에 한 번씩 핵산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현재까지 두 번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은 7월 20일 중국 난징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한 봉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진단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단지 내부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모든 일상이 정지됐습니다.
A 씨는 배달 음식이나 식재료, 택배 등은 경비가 확인하고 전달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됐지만 먹는 것은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역 당국의 '배려'일까요?
하지만 A 씨를 비롯해 많은 사람은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갇혀있는 동안 일할 수 없다는 점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A 씨처럼 자영업을 하는 교민들은 21일 동안 꼼짝없이 영업장을 닫아야 합니다.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영업 이익이 없다고 직원들 급여를 안 줄수도 없어서 고민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 A 씨는 "제일 큰 문제는 영업을 못 하는 것"이라며 "격리하고 있는 직원들 월급, 월세 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고 왕징에 계신 교민분들 다 답답하시죠. 장사하시는 분들도 장사에 대한 영향도 당연히 크겠고요." (중국 교민 A씨) |
A 씨는 그래도 단지 내 격리 중인 다른 교민들과 보쌈과 채소 등을 나누면서 함께 버텨보겠다 다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격리 기간'은 14일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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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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