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미훈련 중단하라더니…중·러 대규모 군사훈련 이유는?

입력 2021.08.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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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군 방공대대가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국군은 레이더를 켜고 30초 이내에 10여 개 목표물을 파악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CCTV 캡처)중러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군 방공대대가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국군은 레이더를 켜고 30초 이내에 10여 개 목표물을 파악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CCTV 캡처)

중국 중북부 닝샤의 후이족 자치구의 고비사막에 요즘 포연이 자욱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부연합-2021 연습'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한참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갖춘 장갑차 200대와 각종 포 발사 시스템 100대가 연일 화염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8월 9일 시작한 이번 훈련은 13일까지 계속됩니다.

■ 한미연합훈련 반대한 중국, 러시아를 닝샤로 불러 합동 군사훈련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훈련에 동원한 병력은 10,000명이 넘습니다.

무엇보다 장갑 차량 등 중국측 무기를 러시아가 공유해 활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장갑차량 200대 등을 동원해 중국 닝샤 고비사막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CCTV 캡처)중국과 러시아가 장갑차량 200대 등을 동원해 중국 닝샤 고비사막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CCTV 캡처)

앞서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왕이 부장은 8월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건설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유로 컴퓨터 모의 실험 중심의 한미 연례 훈련에도 반대했던 중국이 러시아를 불러들여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류샤오우 중국 서부전구 부사령관은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정보와 첩보, 지휘와 물류 분야에 걸친 합동 대테러 체계를 구축해 모든 무기와 병력을 통합 운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슈에원쥔 서부전구사령부 방공대대장은 훈련 과정의 정확성과 효율성, 협업을 강조하며 "부대의 연합 작전 능력 수준을 전면적으로 연마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중러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 군인들이 포탄을 나르고 있다. (CCTV 캡처)중러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 군인들이 포탄을 나르고 있다. (CCTV 캡처)

■ 중국, '미국 보란 듯' 러시아와 공조·군사 현대화 과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준 동맹 수준'의 군사 공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물론 중러 두 나라의 역사적, 지정학적 갈등 관계를 돌아보면 아직은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 등 서방에 대응하고 역내 이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러 양국이 전략적 공조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은 이번 훈련을 최신 무기 활용과 군 현대화 과시의 기회로도 삼고 있습니다.

J-20 스텔스 전투기와 KJ-500 조기경보기 등 투입 무기의 80% 이상이 신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최신 장비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술을 훈련중입니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합동참모부의 한린 전략전투훈련국장은 이번 합동 훈련을 통해 "새로운 개념과 전술을 구현하고 있다"면서 "포화 공격, 전략 지점 고공 투하, 무인기 동시다발 공격 등을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러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국군이 공중 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CCTV 캡처)중러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국군이 공중 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CCTV 캡처)

이번 훈련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의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중앙아시아 극단주의자와 테러 세력을 억제하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탈레반이 세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인근 우즈베키스탄, 타지크스탄 등과 연합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중국도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동향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독립 움직임으로 번지지 않을까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 미국도 대규모 인도-태평양 합동 훈련 중...영국·독일도 남중국해에 군함 파견

이번 중러 합동군사훈련은 그 시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인도-태평양에서 대규모 연합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육해공군과 해병대까지 참가하고 영국, 호주, 일본 등도 동참합니다.

냉전 종식 이후 사례를 찾기 힘든 미군의 인도 태평양 지역 대규모 훈련입니다. 미국은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남중국해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해왔습니다.

미국과 호주, 일본 해군이 8월 5~8일 연합 훈련을 했다.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미국과 호주, 일본 해군이 8월 5~8일 연합 훈련을 했다.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비슷한 시기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 태평양으로 출항시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남중국해를 지나 8월말쯤 부산 해군기지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 역시 프리깃함 바이에른을 8월 2일 동아시아로 출항시켰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요청으로 19년 만에 처음으로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냈습니다.

다만 독일 정부가 이 과정에서 중국을 자극할까 우려해 바이에른을 중국 상하이에 기항시키려했지만 중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남중국해 일대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영국의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 8월 말 부산에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남중국해 일대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영국의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 8월 말 부산에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좀처럼 시선을 북녘에서 떼지 못하고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고심하는 사이, 역내 전략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동아시아 곳곳에서 강대국들의 군사 훈련이 한창입니다.

중앙아시아,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다툼의 양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물론 일촉즉발의 충돌 양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전례가 드문 무력 시위를 이어가며 경쟁국들이 서로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 중국, 중러 합동군사훈련에 각별한 의미 부여하며 전략적 공조 확대 기대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러시아와의 합동 훈련를 영상, 사진과 함께 적극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 군대와의 첫 합동 훈련이자 러시아군을 내륙 오지 닝샤로 불러 함께 훈련하는 첫 사례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번 합동 훈련과 맞물려 러시아와의 전략적 공조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중국 내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8월 12일자 사설에서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에 대해 러시아와 손잡고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투아니아가 타이완 대표처를 설립하려고 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된다며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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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한미훈련 중단하라더니…중·러 대규모 군사훈련 이유는?
    • 입력 2021-08-12 15:54:46
    특파원 리포트
중러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군 방공대대가 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국군은 레이더를 켜고 30초 이내에 10여 개 목표물을 파악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CCTV 캡처)
중국 중북부 닝샤의 후이족 자치구의 고비사막에 요즘 포연이 자욱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부연합-2021 연습'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한참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갖춘 장갑차 200대와 각종 포 발사 시스템 100대가 연일 화염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8월 9일 시작한 이번 훈련은 13일까지 계속됩니다.

■ 한미연합훈련 반대한 중국, 러시아를 닝샤로 불러 합동 군사훈련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훈련에 동원한 병력은 10,000명이 넘습니다.

무엇보다 장갑 차량 등 중국측 무기를 러시아가 공유해 활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장갑차량 200대 등을 동원해 중국 닝샤 고비사막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CCTV 캡처)
앞서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왕이 부장은 8월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건설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유로 컴퓨터 모의 실험 중심의 한미 연례 훈련에도 반대했던 중국이 러시아를 불러들여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류샤오우 중국 서부전구 부사령관은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정보와 첩보, 지휘와 물류 분야에 걸친 합동 대테러 체계를 구축해 모든 무기와 병력을 통합 운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슈에원쥔 서부전구사령부 방공대대장은 훈련 과정의 정확성과 효율성, 협업을 강조하며 "부대의 연합 작전 능력 수준을 전면적으로 연마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중러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 군인들이 포탄을 나르고 있다. (CCTV 캡처)
■ 중국, '미국 보란 듯' 러시아와 공조·군사 현대화 과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준 동맹 수준'의 군사 공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물론 중러 두 나라의 역사적, 지정학적 갈등 관계를 돌아보면 아직은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 등 서방에 대응하고 역내 이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러 양국이 전략적 공조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은 이번 훈련을 최신 무기 활용과 군 현대화 과시의 기회로도 삼고 있습니다.

J-20 스텔스 전투기와 KJ-500 조기경보기 등 투입 무기의 80% 이상이 신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최신 장비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술을 훈련중입니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합동참모부의 한린 전략전투훈련국장은 이번 합동 훈련을 통해 "새로운 개념과 전술을 구현하고 있다"면서 "포화 공격, 전략 지점 고공 투하, 무인기 동시다발 공격 등을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러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국군이 공중 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CCTV 캡처)
이번 훈련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의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중앙아시아 극단주의자와 테러 세력을 억제하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탈레반이 세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인근 우즈베키스탄, 타지크스탄 등과 연합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중국도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동향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독립 움직임으로 번지지 않을까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 미국도 대규모 인도-태평양 합동 훈련 중...영국·독일도 남중국해에 군함 파견

이번 중러 합동군사훈련은 그 시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인도-태평양에서 대규모 연합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육해공군과 해병대까지 참가하고 영국, 호주, 일본 등도 동참합니다.

냉전 종식 이후 사례를 찾기 힘든 미군의 인도 태평양 지역 대규모 훈련입니다. 미국은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남중국해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해왔습니다.

미국과 호주, 일본 해군이 8월 5~8일 연합 훈련을 했다.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비슷한 시기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 태평양으로 출항시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남중국해를 지나 8월말쯤 부산 해군기지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 역시 프리깃함 바이에른을 8월 2일 동아시아로 출항시켰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요청으로 19년 만에 처음으로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냈습니다.

다만 독일 정부가 이 과정에서 중국을 자극할까 우려해 바이에른을 중국 상하이에 기항시키려했지만 중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남중국해 일대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영국의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 8월 말 부산에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좀처럼 시선을 북녘에서 떼지 못하고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고심하는 사이, 역내 전략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동아시아 곳곳에서 강대국들의 군사 훈련이 한창입니다.

중앙아시아,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다툼의 양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물론 일촉즉발의 충돌 양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전례가 드문 무력 시위를 이어가며 경쟁국들이 서로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 중국, 중러 합동군사훈련에 각별한 의미 부여하며 전략적 공조 확대 기대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러시아와의 합동 훈련를 영상, 사진과 함께 적극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 군대와의 첫 합동 훈련이자 러시아군을 내륙 오지 닝샤로 불러 함께 훈련하는 첫 사례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번 합동 훈련과 맞물려 러시아와의 전략적 공조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중국 내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8월 12일자 사설에서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에 대해 러시아와 손잡고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투아니아가 타이완 대표처를 설립하려고 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된다며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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