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천재’ 근대5종 정진화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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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천재’ 정진화 근대5종 선수 인터뷰
-도쿄올림픽 근대5종 4위 소감 “시원, 후련해”
-10년 인연…“웅태와 껴안고 서로 고생했다고”
-“승마는 말과 교감하고 최대한 말을 도와줘야”
-중학교 시절 감독 권유로 근대5종 접해
-부모님 반대에도 설득…“감사해”
-진천선수촌 승마장 없어 국군체육부대서 훈련
-“근대5종 선수들, 선수촌 밥 먹고 싶다고”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다독여주며 훈련
-‘운동 천재’들의 종목…“마음에 드는 표현”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2일(목)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국가대표 근대5종 정진화 선수
조혜진: 안녕하세요, 올림픽에서 모든 경기를 마치고 결승선 통과했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나요?
정진화: 일단 그간 힘들게 했던 거를 이제야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후련하다, 시원하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조혜진: 인터뷰에서 ‘앞에 웅태 등이 있어 다행이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그때 결승선 밖에서도 두 분이 굉장히 뜨겁게 안으면서 그 순간의 감정을 나눴던 것 같은데 경기 끝나고 어떤 말씀을 하셨어요?
정진화: 일단 너무 오랜 시간 같이 훈련을 해왔고 서로 힘들었던 걸 다 아니까 제일 먼저 안아주면서 했던 말이 ‘고생했다’, 그리고 저는 ‘축하한다, 고생했다’ 하고 같이 수고했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웅태는 ‘형, 고생하셨어요. 죄송해요’, ‘우리 같이 고생했다’라고 하면서 계속 안고만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 감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조혜진: 두 분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되신 거예요?
정진화: 웅태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대표팀 들어올 때부터 같이 했으니까 이제 10년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조혜진: 이번 올림픽 마치고 이 근대 5종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실감하세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시고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그냥 가시거나 철인 3종이랑 많이 헷갈리셔서 말씀을 아끼시는데요. 도쿄올림픽을 갔다 오고 나서는 먼저 알아봐 주신 분들도 고맙게도 계시고요.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혹시 정진화 선수냐? 그 영상 봤다’고 하시면서 엄청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신지혜: 진짜 뿌듯하시겠네요.
정진화: 네. 행복해요, 너무 행복해요.
조혜진: 표정에서 느껴집니다. 정진화 선수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셨잖아요? 이전에 런던, 리우 올림픽하고 이 도쿄올림픽 어떤 점이 달랐는지도 궁금해요.
정진화: 런던 올림픽을 뛰었을 때는 근대 5종을 알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성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안 나와서 많이 아쉬웠고요. 근대 5종이라는 종목이 메달을 보고 간다고 해도 그만큼 힘든 종목이기 때문에 리우올림픽 때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이번만큼은 시차도 같고 환경도 비슷해서 더 결의를 많이 다지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긴장도 덜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합을 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저는 사실 리우 나가셨을 때 경기 영상을 찾아봤는데 승마할 때는 비가 오고, 지구 반대편이고, 시차는 12시간이나 차이가 나고 마음 같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경기를 보고는 ‘세 번의 경험이 다 쌓여서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정진화: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혜진: 어떻게 해서 근대 5종 선수 생활을 하시게 된 건가요?
정진화: 저는 처음부터 근대 5종을 했는데요. 중학생 때는 근대 5종을 바로 할 수 없고 그때는 3종, 그러니깐 수영, 육상, 사격으로 시작하거든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펜싱까지 하고 대학교 올라오면서 승마까지 해서 이렇게 5종 했습니다.
조혜진: 중학교 때 선생님이 정진화 선수를 발탁하신 건가요?
정진화: 네. 마침 학교에 근대5종, 근대3종부가 있어서 감독님께서 눈여겨보시다가 저한테 권유하셨는데요. 부모님이 제가 운동하는 걸 원치 않으셔서 안 한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감독님이 부모님한테도 전화도 드리고 하면서 운동을 시켜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신지혜: 감독님 그전의 대회들도 그러셨겠지만, 도쿄올림픽 끝나고는 진짜 뿌듯하셨을 것 같네요. 뭐라고 말씀해 주셨나요?
정진화: 고생했다고 하셔서 저도 이제 아무 말 없이 감사하다고 했거든요.
조혜진: 댓글로도 질문이 하나 나왔는데 가장 자신 있는 종목하고 제일 힘든 종목, 어떤 종목인가요?
정진화: 아무래도 승마가 말이랑 교감하는 것도 재미있고 하다 보니까 승마가 가장 자신 있고 재미있는 종목이고요. 힘든 종목은 아무래도 체력 종목인 육상이 가장 좀 힘들다고 생각해요.
신지혜: 레이저런이죠, 그러면 훈련 때 가장 공들이시는 종목도 레이저런이었나요?
정진화: 네. 일단 부족한 종목이기도 하고요. 외국 선수들이랑 웅태 선수랑 같이 견주려면 레이저런을 많이 보강해야 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레이저런 종목입니다.
신지혜: 근대 5종에서 특이한 점이 승마에서 말을 무작위로 선택하잖아요. 그 변수를 어떻게 통제하시면서 자신의 강점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 처음 만나는 말을 통제하는 정진화 선수만의 비법, 기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진화: 일단 시합 전에 말이 주어지면 20분간 말이랑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때 동안 최대한 말이랑 교감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성격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말도 성격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말 성격을 빨리 파악하려고 많은 시도를 해보는 편입니다. 입이 센지, 몸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이런 부분을 빨리 판단해서 거기에 맞춰 말이 장애물을 편하게 넘게끔 제가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신지혜: 이번에 도쿄에서 만난 말하고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는 평가도 조금 있었는데 어떠셨나요?
정진화: 생각보다 말이 너무 힘이 없고 무거워서 조금 당황했어요. 말을 배정받고 20분 동안 연습하면서 처음에 당황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걸 빨리 찾아서 다행히 본 경기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렇군요. 역시 베테랑 선수답습니다.
조혜진: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셨으니까 때로는 슬럼프도 있고 힘든 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때는 좀 어떻게 스스로 좀 다독이시고 극복을 하셨나요?
정진화: 일단 슬럼프 같은 경우는 다른 종목들,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근대 5종 선수 같은 경우는 종목이 많다 보니까 슬럼프 같은 게 좀 자주 온다고 볼 수 있거든요. 수영, 육상이 잘 됐을 때는 또 펜싱 뭐 승마가 안 되고 펜싱, 승마가 잘 될 때는 또 육상, 수영이 안 되는 경우 굉장히 또 좀 자존감도 떨어지고 그런 부분이 많아요.
신지혜: 그럴 때는 어떻게 좀 극복하셨나요?
정진화: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요. 웅태 같은 경우는 ‘형, 형은 정말 최고예요. 승마 엄청 잘해. 형 맨날 보고 배워요.’라고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웅태한테 ‘수영을 어떻게 하면 잘하냐? 알려줘라.’라고 하면서 계속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신지혜: 이번 도쿄 올림픽의 그 포옹 장면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거예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반복 하셨을텐데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으신가요?
정진화: 힘든 경기 큰 경기를 준비하면서 특히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제가 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버텨주라’라고 하면서 조금만 더 버티고 참으면 결실의 열매가 열리니까 그것만 기다리면서 조금만 참아달라는 말을 저 자신한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렇게 스스로를 격려하고 독려하셨던 거군요. 그런데 이번에 진통제 투혼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몸 상태가 어떠셨던 거예요? 지금은 괜찮으신 건가요?
정진화: 지금은 시합이 끝났기 때문에 회복하고 있고요. 또, 치료도 하면서 관리하고 있긴 한데요. 시합 때는 아킬레스건도 조금 아프고 정강이 쪽이 골절이 조금 있어서 연습하는 내내 힘들어서 연습도 제대로 소화 못 하고 다리가 붓는 경우 굉장히 아파서 좀 힘들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시합 때 진통 주사 맞고 진통약 계속 먹으면서 고통을 잊으면서 뛰었습니다.
신지혜: 근대 5종 협회 들어가 보니까 한 선수가 체력, 지능, 체격 조건, 기술 요건이 전혀 다른 다섯 가지 경기 종목을 섭렵한다는 게 정말 뛰어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KBS 스포츠 기자 한 명은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운동 천재’들이 하는 종목이다. 이 표현에 동의하시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진화: 너무 마음에 듭니다.
신지혜: 마음에 드세요? 제가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진화: 네, 앞으로 제가 써도 될까요?
신지혜: 운동 천재 근대 5종의 정진화 선수 이렇게 표현하셔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진화: 감사합니다.
조혜진: 우리나라 근대 5종 등록 선수가 어느 정도이고, 훈련 여건은 어떤지 질문이 들어왔어요.
정진화: 일단 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한 400명에서 500명 정도, 초등학교 선수부터 대학 일반, 실업팀까지 해서 그 정도 선수가 되고요. 저희 근대 5종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열악해서 다섯 종목을 다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진천 선수촌에도 저희는 승마장이 없어서 거기에서 훈련을 못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하긴 하는데요. 국군 체육부대에 승마장이 있어서 거기에서 군인들과 같이 훈련을 하고는 있는데 저희도 같은 대표팀으로서 항상 선수들끼리 ‘진천 선수촌에서 나온 밥 먹고 싶다, 거기에서 훈련하고 싶다’고 해요. 다른 선수들과 같이 만나서 다른 종목 선수들과도 좀 친해지고 싶고 그런데 기회가 전혀 없거든요.
신지혜: 그러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셔야 하는데 훈련을 하기 위해서 어떤 지역을 어느 정도로까지 옮겨 다니셨던 거예요?
정진화: 국군체육부대 안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기는 한데 상황이 안 맞을 때는 서울에서 할 때도 있고 대표팀이 해산됐다가 승마 없이 각자 풀 수 있는 지역에 가서 몸을 풀다가 소집되면 모여서 하기도 하고요.
조혜진: 근대5종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정진화: 체력, 지략 다 중요하지만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멘탈이 가장 중요한데요. 다섯 가지 종목이다 보니까 수영을 조금 못했다고 해서 포기해버리면 나머지 네 종목까지 다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끝날 때까지 멘탈을 잘 잡아야 합니다.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근대 5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요.
조혜진: 댓글에서 혹시 응원하시는 분들한테 하실 말씀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 선수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빛을 보기 전까지 엄청 힘들게 달려오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간절히 응원하고 열심히 기도했거든요. 그런데 올림픽에서 좋은 기회로 사람들에게 근대 5종을 알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요. 저 같은 선수, 웅태 같은 선수들이 더 많이 있고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릴 수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계속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벌써 마지막 질문 순서가 됐는데요. 근대 5종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뭔지, 또 당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지 두 가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진화: 일단 근대 5종 선수로서 최고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니까 파리 올림픽까지 한 번 더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을 가다듬는 중이고요. 당장 있는 전국 체전도 있지만, 내년에 있는 아시안 게임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방금 보답해 드린다고 했으니까 그거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신지혜: 좋은 성적이 나오시기를 언제나 응원하고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에서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준 근대 5종의 국가대표 정진화 선수와 함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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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 천재’ 근대5종 정진화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
- 입력 2021-08-13 07:00:43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2일(목)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국가대표 근대5종 정진화 선수
조혜진: 안녕하세요, 올림픽에서 모든 경기를 마치고 결승선 통과했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나요?
정진화: 일단 그간 힘들게 했던 거를 이제야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후련하다, 시원하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조혜진: 인터뷰에서 ‘앞에 웅태 등이 있어 다행이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그때 결승선 밖에서도 두 분이 굉장히 뜨겁게 안으면서 그 순간의 감정을 나눴던 것 같은데 경기 끝나고 어떤 말씀을 하셨어요?
정진화: 일단 너무 오랜 시간 같이 훈련을 해왔고 서로 힘들었던 걸 다 아니까 제일 먼저 안아주면서 했던 말이 ‘고생했다’, 그리고 저는 ‘축하한다, 고생했다’ 하고 같이 수고했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웅태는 ‘형, 고생하셨어요. 죄송해요’, ‘우리 같이 고생했다’라고 하면서 계속 안고만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 감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조혜진: 두 분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되신 거예요?
정진화: 웅태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대표팀 들어올 때부터 같이 했으니까 이제 10년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조혜진: 이번 올림픽 마치고 이 근대 5종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실감하세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시고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그냥 가시거나 철인 3종이랑 많이 헷갈리셔서 말씀을 아끼시는데요. 도쿄올림픽을 갔다 오고 나서는 먼저 알아봐 주신 분들도 고맙게도 계시고요.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혹시 정진화 선수냐? 그 영상 봤다’고 하시면서 엄청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신지혜: 진짜 뿌듯하시겠네요.
정진화: 네. 행복해요, 너무 행복해요.
조혜진: 표정에서 느껴집니다. 정진화 선수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셨잖아요? 이전에 런던, 리우 올림픽하고 이 도쿄올림픽 어떤 점이 달랐는지도 궁금해요.
정진화: 런던 올림픽을 뛰었을 때는 근대 5종을 알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성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안 나와서 많이 아쉬웠고요. 근대 5종이라는 종목이 메달을 보고 간다고 해도 그만큼 힘든 종목이기 때문에 리우올림픽 때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이번만큼은 시차도 같고 환경도 비슷해서 더 결의를 많이 다지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긴장도 덜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합을 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저는 사실 리우 나가셨을 때 경기 영상을 찾아봤는데 승마할 때는 비가 오고, 지구 반대편이고, 시차는 12시간이나 차이가 나고 마음 같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경기를 보고는 ‘세 번의 경험이 다 쌓여서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정진화: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혜진: 어떻게 해서 근대 5종 선수 생활을 하시게 된 건가요?
정진화: 저는 처음부터 근대 5종을 했는데요. 중학생 때는 근대 5종을 바로 할 수 없고 그때는 3종, 그러니깐 수영, 육상, 사격으로 시작하거든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펜싱까지 하고 대학교 올라오면서 승마까지 해서 이렇게 5종 했습니다.
조혜진: 중학교 때 선생님이 정진화 선수를 발탁하신 건가요?
정진화: 네. 마침 학교에 근대5종, 근대3종부가 있어서 감독님께서 눈여겨보시다가 저한테 권유하셨는데요. 부모님이 제가 운동하는 걸 원치 않으셔서 안 한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감독님이 부모님한테도 전화도 드리고 하면서 운동을 시켜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신지혜: 감독님 그전의 대회들도 그러셨겠지만, 도쿄올림픽 끝나고는 진짜 뿌듯하셨을 것 같네요. 뭐라고 말씀해 주셨나요?
정진화: 고생했다고 하셔서 저도 이제 아무 말 없이 감사하다고 했거든요.
조혜진: 댓글로도 질문이 하나 나왔는데 가장 자신 있는 종목하고 제일 힘든 종목, 어떤 종목인가요?
정진화: 아무래도 승마가 말이랑 교감하는 것도 재미있고 하다 보니까 승마가 가장 자신 있고 재미있는 종목이고요. 힘든 종목은 아무래도 체력 종목인 육상이 가장 좀 힘들다고 생각해요.
신지혜: 레이저런이죠, 그러면 훈련 때 가장 공들이시는 종목도 레이저런이었나요?
정진화: 네. 일단 부족한 종목이기도 하고요. 외국 선수들이랑 웅태 선수랑 같이 견주려면 레이저런을 많이 보강해야 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레이저런 종목입니다.
신지혜: 근대 5종에서 특이한 점이 승마에서 말을 무작위로 선택하잖아요. 그 변수를 어떻게 통제하시면서 자신의 강점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 처음 만나는 말을 통제하는 정진화 선수만의 비법, 기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진화: 일단 시합 전에 말이 주어지면 20분간 말이랑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때 동안 최대한 말이랑 교감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성격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말도 성격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말 성격을 빨리 파악하려고 많은 시도를 해보는 편입니다. 입이 센지, 몸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이런 부분을 빨리 판단해서 거기에 맞춰 말이 장애물을 편하게 넘게끔 제가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신지혜: 이번에 도쿄에서 만난 말하고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는 평가도 조금 있었는데 어떠셨나요?
정진화: 생각보다 말이 너무 힘이 없고 무거워서 조금 당황했어요. 말을 배정받고 20분 동안 연습하면서 처음에 당황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걸 빨리 찾아서 다행히 본 경기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렇군요. 역시 베테랑 선수답습니다.
조혜진: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셨으니까 때로는 슬럼프도 있고 힘든 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때는 좀 어떻게 스스로 좀 다독이시고 극복을 하셨나요?
정진화: 일단 슬럼프 같은 경우는 다른 종목들,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근대 5종 선수 같은 경우는 종목이 많다 보니까 슬럼프 같은 게 좀 자주 온다고 볼 수 있거든요. 수영, 육상이 잘 됐을 때는 또 펜싱 뭐 승마가 안 되고 펜싱, 승마가 잘 될 때는 또 육상, 수영이 안 되는 경우 굉장히 또 좀 자존감도 떨어지고 그런 부분이 많아요.
신지혜: 그럴 때는 어떻게 좀 극복하셨나요?
정진화: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요. 웅태 같은 경우는 ‘형, 형은 정말 최고예요. 승마 엄청 잘해. 형 맨날 보고 배워요.’라고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웅태한테 ‘수영을 어떻게 하면 잘하냐? 알려줘라.’라고 하면서 계속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신지혜: 이번 도쿄 올림픽의 그 포옹 장면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거예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반복 하셨을텐데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으신가요?
정진화: 힘든 경기 큰 경기를 준비하면서 특히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제가 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버텨주라’라고 하면서 조금만 더 버티고 참으면 결실의 열매가 열리니까 그것만 기다리면서 조금만 참아달라는 말을 저 자신한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렇게 스스로를 격려하고 독려하셨던 거군요. 그런데 이번에 진통제 투혼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몸 상태가 어떠셨던 거예요? 지금은 괜찮으신 건가요?
정진화: 지금은 시합이 끝났기 때문에 회복하고 있고요. 또, 치료도 하면서 관리하고 있긴 한데요. 시합 때는 아킬레스건도 조금 아프고 정강이 쪽이 골절이 조금 있어서 연습하는 내내 힘들어서 연습도 제대로 소화 못 하고 다리가 붓는 경우 굉장히 아파서 좀 힘들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시합 때 진통 주사 맞고 진통약 계속 먹으면서 고통을 잊으면서 뛰었습니다.
신지혜: 근대 5종 협회 들어가 보니까 한 선수가 체력, 지능, 체격 조건, 기술 요건이 전혀 다른 다섯 가지 경기 종목을 섭렵한다는 게 정말 뛰어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KBS 스포츠 기자 한 명은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운동 천재’들이 하는 종목이다. 이 표현에 동의하시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진화: 너무 마음에 듭니다.
신지혜: 마음에 드세요? 제가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진화: 네, 앞으로 제가 써도 될까요?
신지혜: 운동 천재 근대 5종의 정진화 선수 이렇게 표현하셔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진화: 감사합니다.
조혜진: 우리나라 근대 5종 등록 선수가 어느 정도이고, 훈련 여건은 어떤지 질문이 들어왔어요.
정진화: 일단 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한 400명에서 500명 정도, 초등학교 선수부터 대학 일반, 실업팀까지 해서 그 정도 선수가 되고요. 저희 근대 5종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열악해서 다섯 종목을 다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진천 선수촌에도 저희는 승마장이 없어서 거기에서 훈련을 못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하긴 하는데요. 국군 체육부대에 승마장이 있어서 거기에서 군인들과 같이 훈련을 하고는 있는데 저희도 같은 대표팀으로서 항상 선수들끼리 ‘진천 선수촌에서 나온 밥 먹고 싶다, 거기에서 훈련하고 싶다’고 해요. 다른 선수들과 같이 만나서 다른 종목 선수들과도 좀 친해지고 싶고 그런데 기회가 전혀 없거든요.
신지혜: 그러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셔야 하는데 훈련을 하기 위해서 어떤 지역을 어느 정도로까지 옮겨 다니셨던 거예요?
정진화: 국군체육부대 안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기는 한데 상황이 안 맞을 때는 서울에서 할 때도 있고 대표팀이 해산됐다가 승마 없이 각자 풀 수 있는 지역에 가서 몸을 풀다가 소집되면 모여서 하기도 하고요.
조혜진: 근대5종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정진화: 체력, 지략 다 중요하지만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멘탈이 가장 중요한데요. 다섯 가지 종목이다 보니까 수영을 조금 못했다고 해서 포기해버리면 나머지 네 종목까지 다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끝날 때까지 멘탈을 잘 잡아야 합니다.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근대 5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요.
조혜진: 댓글에서 혹시 응원하시는 분들한테 하실 말씀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 선수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빛을 보기 전까지 엄청 힘들게 달려오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간절히 응원하고 열심히 기도했거든요. 그런데 올림픽에서 좋은 기회로 사람들에게 근대 5종을 알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요. 저 같은 선수, 웅태 같은 선수들이 더 많이 있고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릴 수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계속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벌써 마지막 질문 순서가 됐는데요. 근대 5종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뭔지, 또 당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지 두 가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진화: 일단 근대 5종 선수로서 최고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니까 파리 올림픽까지 한 번 더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을 가다듬는 중이고요. 당장 있는 전국 체전도 있지만, 내년에 있는 아시안 게임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방금 보답해 드린다고 했으니까 그거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신지혜: 좋은 성적이 나오시기를 언제나 응원하고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에서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준 근대 5종의 국가대표 정진화 선수와 함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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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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