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천재’ 근대5종 정진화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입력 2021.08.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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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운동 천재’ 정진화 근대5종 선수 인터뷰

-도쿄올림픽 근대5종 4위 소감 “시원, 후련해”
-10년 인연…“웅태와 껴안고 서로 고생했다고”
-“승마는 말과 교감하고 최대한 말을 도와줘야”
-중학교 시절 감독 권유로 근대5종 접해
-부모님 반대에도 설득…“감사해”
-진천선수촌 승마장 없어 국군체육부대서 훈련
-“근대5종 선수들, 선수촌 밥 먹고 싶다고”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다독여주며 훈련
-‘운동 천재’들의 종목…“마음에 드는 표현”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2일(목)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국가대표 근대5종 정진화 선수

조혜진: 안녕하세요, 올림픽에서 모든 경기를 마치고 결승선 통과했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나요?

정진화: 일단 그간 힘들게 했던 거를 이제야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후련하다, 시원하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조혜진: 인터뷰에서 ‘앞에 웅태 등이 있어 다행이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그때 결승선 밖에서도 두 분이 굉장히 뜨겁게 안으면서 그 순간의 감정을 나눴던 것 같은데 경기 끝나고 어떤 말씀을 하셨어요?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를 마친 뒤 전웅태 선수와 포옹하는 정진화 선수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를 마친 뒤 전웅태 선수와 포옹하는 정진화 선수

정진화: 일단 너무 오랜 시간 같이 훈련을 해왔고 서로 힘들었던 걸 다 아니까 제일 먼저 안아주면서 했던 말이 ‘고생했다’, 그리고 저는 ‘축하한다, 고생했다’ 하고 같이 수고했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웅태는 ‘형, 고생하셨어요. 죄송해요’, ‘우리 같이 고생했다’라고 하면서 계속 안고만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 감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조혜진: 두 분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되신 거예요?

정진화: 웅태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대표팀 들어올 때부터 같이 했으니까 이제 10년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조혜진: 이번 올림픽 마치고 이 근대 5종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실감하세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시고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그냥 가시거나 철인 3종이랑 많이 헷갈리셔서 말씀을 아끼시는데요. 도쿄올림픽을 갔다 오고 나서는 먼저 알아봐 주신 분들도 고맙게도 계시고요.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혹시 정진화 선수냐? 그 영상 봤다’고 하시면서 엄청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신지혜: 진짜 뿌듯하시겠네요.

정진화: 네. 행복해요, 너무 행복해요.

조혜진: 표정에서 느껴집니다. 정진화 선수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셨잖아요? 이전에 런던, 리우 올림픽하고 이 도쿄올림픽 어떤 점이 달랐는지도 궁금해요.

정진화: 런던 올림픽을 뛰었을 때는 근대 5종을 알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성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안 나와서 많이 아쉬웠고요. 근대 5종이라는 종목이 메달을 보고 간다고 해도 그만큼 힘든 종목이기 때문에 리우올림픽 때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이번만큼은 시차도 같고 환경도 비슷해서 더 결의를 많이 다지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긴장도 덜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합을 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대5종 펜싱 경기 중인 정진화 선수근대5종 펜싱 경기 중인 정진화 선수

신지혜: 저는 사실 리우 나가셨을 때 경기 영상을 찾아봤는데 승마할 때는 비가 오고, 지구 반대편이고, 시차는 12시간이나 차이가 나고 마음 같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경기를 보고는 ‘세 번의 경험이 다 쌓여서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정진화: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혜진: 어떻게 해서 근대 5종 선수 생활을 하시게 된 건가요?

정진화: 저는 처음부터 근대 5종을 했는데요. 중학생 때는 근대 5종을 바로 할 수 없고 그때는 3종, 그러니깐 수영, 육상, 사격으로 시작하거든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펜싱까지 하고 대학교 올라오면서 승마까지 해서 이렇게 5종 했습니다.

조혜진: 중학교 때 선생님이 정진화 선수를 발탁하신 건가요?

정진화: 네. 마침 학교에 근대5종, 근대3종부가 있어서 감독님께서 눈여겨보시다가 저한테 권유하셨는데요. 부모님이 제가 운동하는 걸 원치 않으셔서 안 한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감독님이 부모님한테도 전화도 드리고 하면서 운동을 시켜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신지혜: 감독님 그전의 대회들도 그러셨겠지만, 도쿄올림픽 끝나고는 진짜 뿌듯하셨을 것 같네요. 뭐라고 말씀해 주셨나요?

정진화: 고생했다고 하셔서 저도 이제 아무 말 없이 감사하다고 했거든요.

조혜진: 댓글로도 질문이 하나 나왔는데 가장 자신 있는 종목하고 제일 힘든 종목, 어떤 종목인가요?

정진화: 아무래도 승마가 말이랑 교감하는 것도 재미있고 하다 보니까 승마가 가장 자신 있고 재미있는 종목이고요. 힘든 종목은 아무래도 체력 종목인 육상이 가장 좀 힘들다고 생각해요.

신지혜: 레이저런이죠, 그러면 훈련 때 가장 공들이시는 종목도 레이저런이었나요?

정진화: 네. 일단 부족한 종목이기도 하고요. 외국 선수들이랑 웅태 선수랑 같이 견주려면 레이저런을 많이 보강해야 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레이저런 종목입니다.

근대5종 승마 경기에 나선 정진화 선수근대5종 승마 경기에 나선 정진화 선수

신지혜: 근대 5종에서 특이한 점이 승마에서 말을 무작위로 선택하잖아요. 그 변수를 어떻게 통제하시면서 자신의 강점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 처음 만나는 말을 통제하는 정진화 선수만의 비법, 기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진화: 일단 시합 전에 말이 주어지면 20분간 말이랑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때 동안 최대한 말이랑 교감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성격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말도 성격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말 성격을 빨리 파악하려고 많은 시도를 해보는 편입니다. 입이 센지, 몸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이런 부분을 빨리 판단해서 거기에 맞춰 말이 장애물을 편하게 넘게끔 제가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신지혜: 이번에 도쿄에서 만난 말하고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는 평가도 조금 있었는데 어떠셨나요?

정진화: 생각보다 말이 너무 힘이 없고 무거워서 조금 당황했어요. 말을 배정받고 20분 동안 연습하면서 처음에 당황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걸 빨리 찾아서 다행히 본 경기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렇군요. 역시 베테랑 선수답습니다.

조혜진: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셨으니까 때로는 슬럼프도 있고 힘든 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때는 좀 어떻게 스스로 좀 다독이시고 극복을 하셨나요?

정진화: 일단 슬럼프 같은 경우는 다른 종목들,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근대 5종 선수 같은 경우는 종목이 많다 보니까 슬럼프 같은 게 좀 자주 온다고 볼 수 있거든요. 수영, 육상이 잘 됐을 때는 또 펜싱 뭐 승마가 안 되고 펜싱, 승마가 잘 될 때는 또 육상, 수영이 안 되는 경우 굉장히 또 좀 자존감도 떨어지고 그런 부분이 많아요.

신지혜: 그럴 때는 어떻게 좀 극복하셨나요?

정진화: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요. 웅태 같은 경우는 ‘형, 형은 정말 최고예요. 승마 엄청 잘해. 형 맨날 보고 배워요.’라고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웅태한테 ‘수영을 어떻게 하면 잘하냐? 알려줘라.’라고 하면서 계속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신지혜: 이번 도쿄 올림픽의 그 포옹 장면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거예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반복 하셨을텐데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으신가요?

정진화: 힘든 경기 큰 경기를 준비하면서 특히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제가 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버텨주라’라고 하면서 조금만 더 버티고 참으면 결실의 열매가 열리니까 그것만 기다리면서 조금만 참아달라는 말을 저 자신한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종아리에 여러 겹의 테이핑을 한 상태로 경기에 임한 정진화 선수종아리에 여러 겹의 테이핑을 한 상태로 경기에 임한 정진화 선수

신지혜: 그렇게 스스로를 격려하고 독려하셨던 거군요. 그런데 이번에 진통제 투혼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몸 상태가 어떠셨던 거예요? 지금은 괜찮으신 건가요?

정진화: 지금은 시합이 끝났기 때문에 회복하고 있고요. 또, 치료도 하면서 관리하고 있긴 한데요. 시합 때는 아킬레스건도 조금 아프고 정강이 쪽이 골절이 조금 있어서 연습하는 내내 힘들어서 연습도 제대로 소화 못 하고 다리가 붓는 경우 굉장히 아파서 좀 힘들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시합 때 진통 주사 맞고 진통약 계속 먹으면서 고통을 잊으면서 뛰었습니다.

신지혜: 근대 5종 협회 들어가 보니까 한 선수가 체력, 지능, 체격 조건, 기술 요건이 전혀 다른 다섯 가지 경기 종목을 섭렵한다는 게 정말 뛰어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KBS 스포츠 기자 한 명은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운동 천재’들이 하는 종목이다. 이 표현에 동의하시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진화: 너무 마음에 듭니다.

신지혜: 마음에 드세요? 제가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진화: 네, 앞으로 제가 써도 될까요?

신지혜: 운동 천재 근대 5종의 정진화 선수 이렇게 표현하셔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진화: 감사합니다.

조혜진: 우리나라 근대 5종 등록 선수가 어느 정도이고, 훈련 여건은 어떤지 질문이 들어왔어요.

정진화: 일단 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한 400명에서 500명 정도, 초등학교 선수부터 대학 일반, 실업팀까지 해서 그 정도 선수가 되고요. 저희 근대 5종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열악해서 다섯 종목을 다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천 선수촌에도 저희는 승마장이 없어서 거기에서 훈련을 못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하긴 하는데요. 국군 체육부대에 승마장이 있어서 거기에서 군인들과 같이 훈련을 하고는 있는데 저희도 같은 대표팀으로서 항상 선수들끼리 ‘진천 선수촌에서 나온 밥 먹고 싶다, 거기에서 훈련하고 싶다’고 해요. 다른 선수들과 같이 만나서 다른 종목 선수들과도 좀 친해지고 싶고 그런데 기회가 전혀 없거든요.

신지혜: 그러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셔야 하는데 훈련을 하기 위해서 어떤 지역을 어느 정도로까지 옮겨 다니셨던 거예요?

정진화: 국군체육부대 안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기는 한데 상황이 안 맞을 때는 서울에서 할 때도 있고 대표팀이 해산됐다가 승마 없이 각자 풀 수 있는 지역에 가서 몸을 풀다가 소집되면 모여서 하기도 하고요.

조혜진: 근대5종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정진화: 체력, 지략 다 중요하지만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멘탈이 가장 중요한데요. 다섯 가지 종목이다 보니까 수영을 조금 못했다고 해서 포기해버리면 나머지 네 종목까지 다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끝날 때까지 멘탈을 잘 잡아야 합니다.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근대 5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요.

조혜진: 댓글에서 혹시 응원하시는 분들한테 하실 말씀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 선수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빛을 보기 전까지 엄청 힘들게 달려오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간절히 응원하고 열심히 기도했거든요. 그런데 올림픽에서 좋은 기회로 사람들에게 근대 5종을 알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요. 저 같은 선수, 웅태 같은 선수들이 더 많이 있고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릴 수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계속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벌써 마지막 질문 순서가 됐는데요. 근대 5종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뭔지, 또 당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지 두 가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진화: 일단 근대 5종 선수로서 최고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니까 파리 올림픽까지 한 번 더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을 가다듬는 중이고요. 당장 있는 전국 체전도 있지만, 내년에 있는 아시안 게임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방금 보답해 드린다고 했으니까 그거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신지혜: 좋은 성적이 나오시기를 언제나 응원하고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에서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준 근대 5종의 국가대표 정진화 선수와 함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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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천재’ 근대5종 정진화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 입력 2021-08-13 07:00:43
    취재K
<strong>‘운동 천재’ 정진화 근대5종 선수 인터뷰</strong><br /><br />-도쿄올림픽 근대5종 4위 소감 “시원, 후련해”<br />-10년 인연…“웅태와 껴안고 서로 고생했다고”<br />-“승마는 말과 교감하고 최대한 말을 도와줘야”<br />-중학교 시절 감독 권유로 근대5종 접해<br />-부모님 반대에도 설득…“감사해”<br />-진천선수촌 승마장 없어 국군체육부대서 훈련<br />-“근대5종 선수들, 선수촌 밥 먹고 싶다고”<br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다독여주며 훈련<br />-‘운동 천재’들의 종목…“마음에 드는 표현”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2일(목)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국가대표 근대5종 정진화 선수

조혜진: 안녕하세요, 올림픽에서 모든 경기를 마치고 결승선 통과했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나요?

정진화: 일단 그간 힘들게 했던 거를 이제야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후련하다, 시원하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조혜진: 인터뷰에서 ‘앞에 웅태 등이 있어 다행이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그때 결승선 밖에서도 두 분이 굉장히 뜨겁게 안으면서 그 순간의 감정을 나눴던 것 같은데 경기 끝나고 어떤 말씀을 하셨어요?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를 마친 뒤 전웅태 선수와 포옹하는 정진화 선수
정진화: 일단 너무 오랜 시간 같이 훈련을 해왔고 서로 힘들었던 걸 다 아니까 제일 먼저 안아주면서 했던 말이 ‘고생했다’, 그리고 저는 ‘축하한다, 고생했다’ 하고 같이 수고했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웅태는 ‘형, 고생하셨어요. 죄송해요’, ‘우리 같이 고생했다’라고 하면서 계속 안고만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 감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조혜진: 두 분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되신 거예요?

정진화: 웅태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대표팀 들어올 때부터 같이 했으니까 이제 10년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조혜진: 이번 올림픽 마치고 이 근대 5종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실감하세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시고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그냥 가시거나 철인 3종이랑 많이 헷갈리셔서 말씀을 아끼시는데요. 도쿄올림픽을 갔다 오고 나서는 먼저 알아봐 주신 분들도 고맙게도 계시고요. 근대 5종 한다고 하면 ‘혹시 정진화 선수냐? 그 영상 봤다’고 하시면서 엄청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신지혜: 진짜 뿌듯하시겠네요.

정진화: 네. 행복해요, 너무 행복해요.

조혜진: 표정에서 느껴집니다. 정진화 선수는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셨잖아요? 이전에 런던, 리우 올림픽하고 이 도쿄올림픽 어떤 점이 달랐는지도 궁금해요.

정진화: 런던 올림픽을 뛰었을 때는 근대 5종을 알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성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안 나와서 많이 아쉬웠고요. 근대 5종이라는 종목이 메달을 보고 간다고 해도 그만큼 힘든 종목이기 때문에 리우올림픽 때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이번만큼은 시차도 같고 환경도 비슷해서 더 결의를 많이 다지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긴장도 덜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합을 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대5종 펜싱 경기 중인 정진화 선수
신지혜: 저는 사실 리우 나가셨을 때 경기 영상을 찾아봤는데 승마할 때는 비가 오고, 지구 반대편이고, 시차는 12시간이나 차이가 나고 마음 같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경기를 보고는 ‘세 번의 경험이 다 쌓여서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정진화: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혜진: 어떻게 해서 근대 5종 선수 생활을 하시게 된 건가요?

정진화: 저는 처음부터 근대 5종을 했는데요. 중학생 때는 근대 5종을 바로 할 수 없고 그때는 3종, 그러니깐 수영, 육상, 사격으로 시작하거든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펜싱까지 하고 대학교 올라오면서 승마까지 해서 이렇게 5종 했습니다.

조혜진: 중학교 때 선생님이 정진화 선수를 발탁하신 건가요?

정진화: 네. 마침 학교에 근대5종, 근대3종부가 있어서 감독님께서 눈여겨보시다가 저한테 권유하셨는데요. 부모님이 제가 운동하는 걸 원치 않으셔서 안 한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감독님이 부모님한테도 전화도 드리고 하면서 운동을 시켜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신지혜: 감독님 그전의 대회들도 그러셨겠지만, 도쿄올림픽 끝나고는 진짜 뿌듯하셨을 것 같네요. 뭐라고 말씀해 주셨나요?

정진화: 고생했다고 하셔서 저도 이제 아무 말 없이 감사하다고 했거든요.

조혜진: 댓글로도 질문이 하나 나왔는데 가장 자신 있는 종목하고 제일 힘든 종목, 어떤 종목인가요?

정진화: 아무래도 승마가 말이랑 교감하는 것도 재미있고 하다 보니까 승마가 가장 자신 있고 재미있는 종목이고요. 힘든 종목은 아무래도 체력 종목인 육상이 가장 좀 힘들다고 생각해요.

신지혜: 레이저런이죠, 그러면 훈련 때 가장 공들이시는 종목도 레이저런이었나요?

정진화: 네. 일단 부족한 종목이기도 하고요. 외국 선수들이랑 웅태 선수랑 같이 견주려면 레이저런을 많이 보강해야 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레이저런 종목입니다.

근대5종 승마 경기에 나선 정진화 선수
신지혜: 근대 5종에서 특이한 점이 승마에서 말을 무작위로 선택하잖아요. 그 변수를 어떻게 통제하시면서 자신의 강점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 처음 만나는 말을 통제하는 정진화 선수만의 비법, 기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진화: 일단 시합 전에 말이 주어지면 20분간 말이랑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때 동안 최대한 말이랑 교감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성격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말도 성격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말 성격을 빨리 파악하려고 많은 시도를 해보는 편입니다. 입이 센지, 몸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이런 부분을 빨리 판단해서 거기에 맞춰 말이 장애물을 편하게 넘게끔 제가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신지혜: 이번에 도쿄에서 만난 말하고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는 평가도 조금 있었는데 어떠셨나요?

정진화: 생각보다 말이 너무 힘이 없고 무거워서 조금 당황했어요. 말을 배정받고 20분 동안 연습하면서 처음에 당황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걸 빨리 찾아서 다행히 본 경기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혜: 그렇군요. 역시 베테랑 선수답습니다.

조혜진: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셨으니까 때로는 슬럼프도 있고 힘든 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때는 좀 어떻게 스스로 좀 다독이시고 극복을 하셨나요?

정진화: 일단 슬럼프 같은 경우는 다른 종목들,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근대 5종 선수 같은 경우는 종목이 많다 보니까 슬럼프 같은 게 좀 자주 온다고 볼 수 있거든요. 수영, 육상이 잘 됐을 때는 또 펜싱 뭐 승마가 안 되고 펜싱, 승마가 잘 될 때는 또 육상, 수영이 안 되는 경우 굉장히 또 좀 자존감도 떨어지고 그런 부분이 많아요.

신지혜: 그럴 때는 어떻게 좀 극복하셨나요?

정진화: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요. 웅태 같은 경우는 ‘형, 형은 정말 최고예요. 승마 엄청 잘해. 형 맨날 보고 배워요.’라고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웅태한테 ‘수영을 어떻게 하면 잘하냐? 알려줘라.’라고 하면서 계속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신지혜: 이번 도쿄 올림픽의 그 포옹 장면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거예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반복 하셨을텐데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으신가요?

정진화: 힘든 경기 큰 경기를 준비하면서 특히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제가 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버텨주라’라고 하면서 조금만 더 버티고 참으면 결실의 열매가 열리니까 그것만 기다리면서 조금만 참아달라는 말을 저 자신한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종아리에 여러 겹의 테이핑을 한 상태로 경기에 임한 정진화 선수
신지혜: 그렇게 스스로를 격려하고 독려하셨던 거군요. 그런데 이번에 진통제 투혼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몸 상태가 어떠셨던 거예요? 지금은 괜찮으신 건가요?

정진화: 지금은 시합이 끝났기 때문에 회복하고 있고요. 또, 치료도 하면서 관리하고 있긴 한데요. 시합 때는 아킬레스건도 조금 아프고 정강이 쪽이 골절이 조금 있어서 연습하는 내내 힘들어서 연습도 제대로 소화 못 하고 다리가 붓는 경우 굉장히 아파서 좀 힘들었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시합 때 진통 주사 맞고 진통약 계속 먹으면서 고통을 잊으면서 뛰었습니다.

신지혜: 근대 5종 협회 들어가 보니까 한 선수가 체력, 지능, 체격 조건, 기술 요건이 전혀 다른 다섯 가지 경기 종목을 섭렵한다는 게 정말 뛰어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KBS 스포츠 기자 한 명은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운동 천재’들이 하는 종목이다. 이 표현에 동의하시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진화: 너무 마음에 듭니다.

신지혜: 마음에 드세요? 제가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진화: 네, 앞으로 제가 써도 될까요?

신지혜: 운동 천재 근대 5종의 정진화 선수 이렇게 표현하셔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진화: 감사합니다.

조혜진: 우리나라 근대 5종 등록 선수가 어느 정도이고, 훈련 여건은 어떤지 질문이 들어왔어요.

정진화: 일단 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한 400명에서 500명 정도, 초등학교 선수부터 대학 일반, 실업팀까지 해서 그 정도 선수가 되고요. 저희 근대 5종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열악해서 다섯 종목을 다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천 선수촌에도 저희는 승마장이 없어서 거기에서 훈련을 못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하긴 하는데요. 국군 체육부대에 승마장이 있어서 거기에서 군인들과 같이 훈련을 하고는 있는데 저희도 같은 대표팀으로서 항상 선수들끼리 ‘진천 선수촌에서 나온 밥 먹고 싶다, 거기에서 훈련하고 싶다’고 해요. 다른 선수들과 같이 만나서 다른 종목 선수들과도 좀 친해지고 싶고 그런데 기회가 전혀 없거든요.

신지혜: 그러면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셔야 하는데 훈련을 하기 위해서 어떤 지역을 어느 정도로까지 옮겨 다니셨던 거예요?

정진화: 국군체육부대 안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기는 한데 상황이 안 맞을 때는 서울에서 할 때도 있고 대표팀이 해산됐다가 승마 없이 각자 풀 수 있는 지역에 가서 몸을 풀다가 소집되면 모여서 하기도 하고요.

조혜진: 근대5종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정진화: 체력, 지략 다 중요하지만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멘탈이 가장 중요한데요. 다섯 가지 종목이다 보니까 수영을 조금 못했다고 해서 포기해버리면 나머지 네 종목까지 다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끝날 때까지 멘탈을 잘 잡아야 합니다. 훈련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근대 5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요.

조혜진: 댓글에서 혹시 응원하시는 분들한테 하실 말씀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정진화: 네. 일단 근대 5종 선수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빛을 보기 전까지 엄청 힘들게 달려오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간절히 응원하고 열심히 기도했거든요. 그런데 올림픽에서 좋은 기회로 사람들에게 근대 5종을 알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요. 저 같은 선수, 웅태 같은 선수들이 더 많이 있고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릴 수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계속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지혜: 벌써 마지막 질문 순서가 됐는데요. 근대 5종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뭔지, 또 당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지 두 가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진화: 일단 근대 5종 선수로서 최고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니까 파리 올림픽까지 한 번 더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을 가다듬는 중이고요. 당장 있는 전국 체전도 있지만, 내년에 있는 아시안 게임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방금 보답해 드린다고 했으니까 그거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신지혜: 좋은 성적이 나오시기를 언제나 응원하고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에서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준 근대 5종의 국가대표 정진화 선수와 함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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