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코로나 신용사면’, 빚 잘 갚으면 호구?

입력 2021.08.13 (08:00) 수정 2021.08.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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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빚 갚는 사람만 호구?

"또 죽어라 상환하고 있는 사람만 허탈해지네... "
그제(11일)자 '코로나19 신용 사면 추진' 뉴스에 달린 댓글입니다. 공감 수도 가장 많았습니다.

나는 뼈 빠지게 빚 갚고 있는데, 안 갚고 연체한 사람은 기록을 지워준다고?
사실이라면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틀린 말입니다.
이번 '신용 사면'의 대상은 '연체된 금액을 모두 갚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연관기사] [뉴스9] 10월초 ‘코로나 신용사면’ 추진…대상자 2~3백만 명 될듯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54098

사면(赦免)

"국가원수의 특권. 범죄인의 형벌권을 면제하고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행위"

■ 신용 사면, 도대체 그게 뭔데?

사실 '신용 사면'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법률용어인 사면을 '신용'에다 적용한 셈인데요,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않은 '연체 기록', 이 기록을 최장 5년간은 안고 가야 하니까
신용 측면에서 보자면 일종의 낙인입니다.

금융권에선 30만 원 이상·1개월 이상 연체를 '단기 연체'로, 100만 원 이상·3개월 이상 연체를 '장기 연체'로 봅니다.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들은 다른 금융사에서 생긴 연체 기록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이는 신규 대출을 거절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용평가사도 이 연체 기록을 신용등급(신용평가점수)을 평가할 때 반영합니다.
코로나 시기 불가피하게 발생한 이러한 낙인을 지워주자는 게 금융당국의 의도입니다.


■ 금융당국도 걱정하는 '도덕적 해이' 논란

금융당국 역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우려합니다. 또 빚을 제때 갚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역차별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걱정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연체 금액을 모두 갚은 사람'에 한정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이번 '신용 사면' 대상자가 약 23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 '관치 논란'에 대해서는 이번 신용회복지원이 '금융업권의 자율적 결정'으로 비춰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신용 대사면'은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며 채무 상환 과정에서 연체가 발생한 분들 가운데 그동안 성실하게 상환해온 분들에 대해서는 신용회복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남은 논란과 쟁점은?

금융기관들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미 이자 상환 유예 조치로 연체율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 사면'까지 진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입니다.

빚을 제때 갚은 사람이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이 금융에서는 상식인데, 이런 원칙이 흔들리면 금융 전반의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하게 연체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사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위해 빚을 냈다가 연체한 경우도 '신용 대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코로나 신용 사면'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간 사람들의 부도율이 높아지면, 같은 신용등급에 있는 다른 고객들의 대출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신용 사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 때도 소액연체자에 대해 비슷한 조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바람대로 이번 '신용 대사면'을 통해, 코로나19로 생채기가 생긴 사람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그 전처럼 아무 일 없듯이 피해를 회복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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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코로나 신용사면’, 빚 잘 갚으면 호구?
    • 입력 2021-08-13 08:00:25
    • 수정2021-08-13 12:56:26
    취재후·사건후

■ 열심히 빚 갚는 사람만 호구?

"또 죽어라 상환하고 있는 사람만 허탈해지네... "
그제(11일)자 '코로나19 신용 사면 추진' 뉴스에 달린 댓글입니다. 공감 수도 가장 많았습니다.

나는 뼈 빠지게 빚 갚고 있는데, 안 갚고 연체한 사람은 기록을 지워준다고?
사실이라면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틀린 말입니다.
이번 '신용 사면'의 대상은 '연체된 금액을 모두 갚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연관기사] [뉴스9] 10월초 ‘코로나 신용사면’ 추진…대상자 2~3백만 명 될듯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54098

사면(赦免)

"국가원수의 특권. 범죄인의 형벌권을 면제하고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행위"

■ 신용 사면, 도대체 그게 뭔데?

사실 '신용 사면'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법률용어인 사면을 '신용'에다 적용한 셈인데요,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않은 '연체 기록', 이 기록을 최장 5년간은 안고 가야 하니까
신용 측면에서 보자면 일종의 낙인입니다.

금융권에선 30만 원 이상·1개월 이상 연체를 '단기 연체'로, 100만 원 이상·3개월 이상 연체를 '장기 연체'로 봅니다.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들은 다른 금융사에서 생긴 연체 기록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이는 신규 대출을 거절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용평가사도 이 연체 기록을 신용등급(신용평가점수)을 평가할 때 반영합니다.
코로나 시기 불가피하게 발생한 이러한 낙인을 지워주자는 게 금융당국의 의도입니다.


■ 금융당국도 걱정하는 '도덕적 해이' 논란

금융당국 역시 '도덕적 해이' 논란을 우려합니다. 또 빚을 제때 갚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역차별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걱정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연체 금액을 모두 갚은 사람'에 한정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이번 '신용 사면' 대상자가 약 23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 '관치 논란'에 대해서는 이번 신용회복지원이 '금융업권의 자율적 결정'으로 비춰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신용 대사면'은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며 채무 상환 과정에서 연체가 발생한 분들 가운데 그동안 성실하게 상환해온 분들에 대해서는 신용회복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남은 논란과 쟁점은?

금융기관들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미 이자 상환 유예 조치로 연체율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 사면'까지 진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입니다.

빚을 제때 갚은 사람이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이 금융에서는 상식인데, 이런 원칙이 흔들리면 금융 전반의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하게 연체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사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위해 빚을 냈다가 연체한 경우도 '신용 대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코로나 신용 사면'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간 사람들의 부도율이 높아지면, 같은 신용등급에 있는 다른 고객들의 대출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신용 사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 때도 소액연체자에 대해 비슷한 조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바람대로 이번 '신용 대사면'을 통해, 코로나19로 생채기가 생긴 사람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그 전처럼 아무 일 없듯이 피해를 회복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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