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된 학대”…조카 살해로 끝난 비극

입력 2021.08.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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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물 학대`로 조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0년형이 선고된 이모 A씨`욕조 물 학대`로 조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0년형이 선고된 이모 A씨

이른바 `욕조 물 학대`로 10살 조카를 숨지게 해 어제(13일)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이모 A씨.
A씨는 2019년 `군산 아내 살인 사건`으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B 씨의 딸입니다.

당시 숨진 아내는 B 씨와 재혼한 관계로 A 씨의 친어머니는 아니었습니다.

A씨는 2019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산 아내 살인 사건 피의자 딸입니다. 저희 아버지의 살인을 밝혀 응당한 벌을 받게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한 방송사 인터뷰에 출연해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 만에 A 씨는 법정에서 고개를 숙인 채, 중형을 선고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수원지방법원수원지방법원

■ 재판부 "학대 대물림하는 잘못 저지르지 말았어야"

수원지법 형사15부는 A 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물림된 학대`에 대해서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아동에게는 학대행위를 대물림하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말았어야 함을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피해 아동을 학대하는 외에 살인 범행을 주도하였고, 사망의 결과에 결정적인 행위 기여를 했으므로 책임의 정도가 더 무겁다"라고 판단했습니다.

A 씨는 올해 2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아파트에서 조카를 3시간에 걸쳐 폭행하고, 손발을 묶은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조카가 숨지기 전까지 폭행을 비롯해 14차례에 걸쳐 학대했는데, 이 중에는 자신들이 키우는 개의 대변을 강제로 핥게 한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언니 처벌 원하지 않는다며 합의…"참작 요소 아냐"

아이의 친모인 A 씨의 동생 C 씨는 언니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합의서를 냈습니다.

A 씨는 동생이 사정이 어렵다며 잠시 조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 용인의 자택에서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조카를 맡아 키워왔습니다.

A 씨는 직업이 무속인이었는데, "조카가 귀신에 들렸다"며 C 씨와 자주 대화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C 씨는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는 복숭아 나뭇가지를 사서 언니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조카를 때리는 범행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검찰은 친모 C 씨를 아동학대 방조와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긴 상태입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선고를 내리면서 "피해 아동이 장기간 학대 행위에 방치 돼 보호되지 못한 사정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처벌 불원 의사는 양형에 참작할 요소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학대가 벌어진 A 씨 집 앞에 붙은 폴리스라인학대가 벌어진 A 씨 집 앞에 붙은 폴리스라인

■ 가해자 절반 이상이 학대 경험…비극으로 끝난 `폭력의 역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2019년)를 보면 가정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2,153명 중 52.8%가 아동기와 성인기 때 모두 피해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6.7%는 아동기에 학대 등 피해를 겪었고, 생애 과정을 통틀어 피해 경험이 없는데도 가정폭력을 저지른 경우는 9.1%에 불과했습니다.

어쩌면 A 씨의 아버지에서 시작된 `폭력의 역사`는 예견된 것이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A 씨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 나와 "과거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카 학대 범행을 저지르기 전, A 씨에게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어땠을까요.

A 씨 가족에게 일어났던 `학대 대물림`이 다른 어떤 가정에서 또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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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물림된 학대”…조카 살해로 끝난 비극
    • 입력 2021-08-14 07:00:57
    취재K
`욕조 물 학대`로 조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0년형이 선고된 이모 A씨
이른바 `욕조 물 학대`로 10살 조카를 숨지게 해 어제(13일)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이모 A씨.
A씨는 2019년 `군산 아내 살인 사건`으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B 씨의 딸입니다.

당시 숨진 아내는 B 씨와 재혼한 관계로 A 씨의 친어머니는 아니었습니다.

A씨는 2019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산 아내 살인 사건 피의자 딸입니다. 저희 아버지의 살인을 밝혀 응당한 벌을 받게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한 방송사 인터뷰에 출연해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 만에 A 씨는 법정에서 고개를 숙인 채, 중형을 선고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수원지방법원
■ 재판부 "학대 대물림하는 잘못 저지르지 말았어야"

수원지법 형사15부는 A 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물림된 학대`에 대해서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아동에게는 학대행위를 대물림하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말았어야 함을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피해 아동을 학대하는 외에 살인 범행을 주도하였고, 사망의 결과에 결정적인 행위 기여를 했으므로 책임의 정도가 더 무겁다"라고 판단했습니다.

A 씨는 올해 2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아파트에서 조카를 3시간에 걸쳐 폭행하고, 손발을 묶은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조카가 숨지기 전까지 폭행을 비롯해 14차례에 걸쳐 학대했는데, 이 중에는 자신들이 키우는 개의 대변을 강제로 핥게 한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언니 처벌 원하지 않는다며 합의…"참작 요소 아냐"

아이의 친모인 A 씨의 동생 C 씨는 언니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합의서를 냈습니다.

A 씨는 동생이 사정이 어렵다며 잠시 조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 용인의 자택에서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조카를 맡아 키워왔습니다.

A 씨는 직업이 무속인이었는데, "조카가 귀신에 들렸다"며 C 씨와 자주 대화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C 씨는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는 복숭아 나뭇가지를 사서 언니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조카를 때리는 범행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검찰은 친모 C 씨를 아동학대 방조와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긴 상태입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선고를 내리면서 "피해 아동이 장기간 학대 행위에 방치 돼 보호되지 못한 사정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처벌 불원 의사는 양형에 참작할 요소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학대가 벌어진 A 씨 집 앞에 붙은 폴리스라인
■ 가해자 절반 이상이 학대 경험…비극으로 끝난 `폭력의 역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2019년)를 보면 가정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2,153명 중 52.8%가 아동기와 성인기 때 모두 피해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6.7%는 아동기에 학대 등 피해를 겪었고, 생애 과정을 통틀어 피해 경험이 없는데도 가정폭력을 저지른 경우는 9.1%에 불과했습니다.

어쩌면 A 씨의 아버지에서 시작된 `폭력의 역사`는 예견된 것이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A 씨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 나와 "과거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조카 학대 범행을 저지르기 전, A 씨에게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어땠을까요.

A 씨 가족에게 일어났던 `학대 대물림`이 다른 어떤 가정에서 또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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