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5개월째 의견 수렴 중인 국토부…부동산중개수수료는 어디로
입력 2021.08.14 (08:03)
수정 2021.08.1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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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중개보수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 가격 구간에 따라 상한선(상한요율)만 정해뒀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2,500만 원으로 9억 이상 주택 가격에 적용되는 0.9%를 지급하게 되면 최대 920만 원을 내야 합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말부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으로 TF를 구성해 중개보수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당초 늦어도 지난달까지는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기한을 넘겼습니다.
이달 중으로 열리는 토론회 직전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국토부는 그럼 참여 주체들의 목소리 잘 듣고 있는걸까요?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입니다. 본인을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생애 첫 부동산 매매 거래를 하면서 계약서 작성 당시 중개수수료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계약서에 이미 상한선인 0.9%가 적혀 있었고, 공인중개사도 단 한 푼도 깎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의 불통도 꼬집었습니다. "국토부에서는 6~7월 도입이라는 발표뿐 진행 상황에 대한 공유가 없다"며 "이 기간 동안 청원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의 열악한 서비스와 비현실적인 중개수수료율, 무례한 중개인들의 태도를 경험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공인중개사와 매도·매수인 간에 원활하게 협의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잔금날 중개보수를 알게 됐다는 얘기부터 '겨우 사정해서 깎았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습니다.
■ 업계·소비자 고정요율 원하는데…상한요율 고수
의견 차가 클 수밖에 없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소비자단체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바로 고정요율을 도입하자는 겁니다. 공인중개사와 매도·매수인 간 갈등 상황을 피하고, 지출과 수입 규모가 예측이 된다는 점에서 양쪽의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개보수 개편안은 상한요율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정요율제가 가격경쟁을 없애 "담합의 효과를 초래한다"고 답변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협의권,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건데 위 청원글에서 보듯이 매도인과 매수인이 중개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보수 요율을 정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도 고정요율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 0.4% 이내 가닥…6억~9억 현행이냐, 낮추냐
TF에서 논의된 4가지 안 가운데 쟁점은 6억에서 9억 미만 주택입니다. 매매 중개수수료가 현재 0.5%로 돼 있는데 이 구간의 수수료를 그대로 둘 지, 아니면 0.4%로 낮출 지에 대해 국토부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업계와 소비자단체 측의 입장 차가 뚜렷하기 때문인데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서울 지역 주택 가격이 대부분 10억 원을 넘어 중개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게 논의의 시발점"이었다고 짚었습니다. 고가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한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수수료까지 낮추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9억 원 이하의 중개 수수료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입니다.
다만 중개수수료 부담이 대폭 높아진 고가주택의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더 높이고, 0.9% 상한선도 낮추는 점은 조정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단체는 반대로 전국적으로 2억 이상 9억 미만의 거래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개편안 논의가 고가 구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게끔 9억 원 이하 주택 중개 수수료도 같이 낮추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전월세 중개수수료는 매매 중개수수료 확정안에서 0.1%포인트를 낮추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 흐지부지된 중개서비스 향상 논의
TF 논의 초기에는 부동산 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그러나 주택 가격 구간이나 그에 따른 상한요율을 정하는 내용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 도입, 인테리어와 세무상담 등 중개서비스 개발 내용 등은 사실상 흐지부지됐습니다.
현재 개인 공인중개사의 경우 1억 원 한도에서만 가능한 책임 보증 범위를 상향하고,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이 소비자 및 중개업계 등에 민감한 사안"이라고 강조해 왔는데요. 이제는 이미 결과까지 받아든 부동산 중개수수료 실태 조사와 연구 용역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토론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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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8-14 08:03:04
- 수정2021-08-15 14:47:47

주택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중개보수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 가격 구간에 따라 상한선(상한요율)만 정해뒀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2,500만 원으로 9억 이상 주택 가격에 적용되는 0.9%를 지급하게 되면 최대 920만 원을 내야 합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말부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으로 TF를 구성해 중개보수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당초 늦어도 지난달까지는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기한을 넘겼습니다.
이달 중으로 열리는 토론회 직전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국토부는 그럼 참여 주체들의 목소리 잘 듣고 있는걸까요?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입니다. 본인을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생애 첫 부동산 매매 거래를 하면서 계약서 작성 당시 중개수수료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계약서에 이미 상한선인 0.9%가 적혀 있었고, 공인중개사도 단 한 푼도 깎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의 불통도 꼬집었습니다. "국토부에서는 6~7월 도입이라는 발표뿐 진행 상황에 대한 공유가 없다"며 "이 기간 동안 청원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의 열악한 서비스와 비현실적인 중개수수료율, 무례한 중개인들의 태도를 경험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공인중개사와 매도·매수인 간에 원활하게 협의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잔금날 중개보수를 알게 됐다는 얘기부터 '겨우 사정해서 깎았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습니다.
■ 업계·소비자 고정요율 원하는데…상한요율 고수
의견 차가 클 수밖에 없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소비자단체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바로 고정요율을 도입하자는 겁니다. 공인중개사와 매도·매수인 간 갈등 상황을 피하고, 지출과 수입 규모가 예측이 된다는 점에서 양쪽의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개보수 개편안은 상한요율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정요율제가 가격경쟁을 없애 "담합의 효과를 초래한다"고 답변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협의권,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건데 위 청원글에서 보듯이 매도인과 매수인이 중개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보수 요율을 정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도 고정요율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 0.4% 이내 가닥…6억~9억 현행이냐, 낮추냐
TF에서 논의된 4가지 안 가운데 쟁점은 6억에서 9억 미만 주택입니다. 매매 중개수수료가 현재 0.5%로 돼 있는데 이 구간의 수수료를 그대로 둘 지, 아니면 0.4%로 낮출 지에 대해 국토부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업계와 소비자단체 측의 입장 차가 뚜렷하기 때문인데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서울 지역 주택 가격이 대부분 10억 원을 넘어 중개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게 논의의 시발점"이었다고 짚었습니다. 고가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한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수수료까지 낮추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9억 원 이하의 중개 수수료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입니다.
다만 중개수수료 부담이 대폭 높아진 고가주택의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더 높이고, 0.9% 상한선도 낮추는 점은 조정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단체는 반대로 전국적으로 2억 이상 9억 미만의 거래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개편안 논의가 고가 구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게끔 9억 원 이하 주택 중개 수수료도 같이 낮추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전월세 중개수수료는 매매 중개수수료 확정안에서 0.1%포인트를 낮추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 흐지부지된 중개서비스 향상 논의
TF 논의 초기에는 부동산 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그러나 주택 가격 구간이나 그에 따른 상한요율을 정하는 내용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 도입, 인테리어와 세무상담 등 중개서비스 개발 내용 등은 사실상 흐지부지됐습니다.
현재 개인 공인중개사의 경우 1억 원 한도에서만 가능한 책임 보증 범위를 상향하고,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이 소비자 및 중개업계 등에 민감한 사안"이라고 강조해 왔는데요. 이제는 이미 결과까지 받아든 부동산 중개수수료 실태 조사와 연구 용역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토론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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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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