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치면 무조건 대피”…‘1억 볼트’ 전압의 공포

입력 2021.08.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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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벼락 맞을 확률, 얼마나 될까요? 흔히 '비행기가 떨어질 확률', '로또 맞을 확률'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드물다는 건데요.

최근 강원도에선 전신주에 벼락이 떨어져 정전이 되기도 하고, 관광객이 벼락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지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강원 춘천 도심 전신주에…평창 대관령에선 관광객에 벼락 '쾅'


이달(8월)들어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의 모습입니다. 저녁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전신주에 번개가 내리쳤습니다. 무언가가 터지듯 섬광이 일었는데요. 이 섬광 이후 정전이 시작돼 이 일대 300여 가구가 30분 동안 정전 피해를 겪었습니다.

번개를 맞아 심정지 상태인 환자에게 119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다.번개를 맞아 심정지 상태인 환자에게 119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날, 대관령에선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양떼목장에 관광을 왔던 30대 남성이 벼락을 맞았습니다.

사고 이후 119에 신고를 한 정기철 씨는 "그 전까지는 비가 안 오더니 사고가 일어난 오후 1시쯤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굉음이 들려서 주저앉았다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2~3m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서 돌아봤더니 남자가 엎드려 있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씨는 또 "뛰어가서 보니까 찢어져 나간 옷들이 주위에 막 흩어져 있어 '아 이거 번개 맞았구나' 싶어 아들과 딸에게 '빨리 와서 좀 도와달라' 하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남성은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양떼목장 내 사고가 일어났던 현장양떼목장 내 사고가 일어났던 현장

신고 이후 정 씨와 목장 직원들은 이 남성에게 심폐 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이윽고 119구급대가 도착한 뒤, 구급대원들은 이 남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계속 심폐 소생술을 이어갔습니다. 다행히 이 남성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의식을 회복했고, 현재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경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남성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머리에 탄 흔적이 있어 번개를 직접 맞은 걸로 추정한다"라며 "사고 당시 비가 내려 환자의 몸에 물기가 일부 묻어 있어, 번개가 몸 내부를 통과하지 않고 밖으로 흘러 빠져나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주변에 있던 신고자나 직원, 구급대원들이 빠르게 조치를 한 덕"이라며 "번개를 직접 맞는 것도 흔하지 않지만 생존한 경우는 더 희박한 사례"라고 덧붙였습니다.

■ 연평균 벼락 12만 회…7월과 8월에 60% 이상 집중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기상청이 관측한 낙뢰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엔 연평균 낙뢰 11만 7천여 회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낙뢰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 피해도 연평균 40건 씩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낙뢰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3년인데, 22만 6천여 회가 관측됐습니다. 다만, 매년 발생하는 낙뢰 횟수는 편차가 심해 증감 등 추이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월별로 보면 특성이 드러납니다. 최근 10년간 발생 현황을 보면,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과 8월에 발생한 낙뢰는7만 7천여 회입니다. 이는 전체의 65.9%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 "번개 치면 일단 대피해야…우산·골프채 등은 위험"

통상 낙뢰가 칠 때 전압은 약 1억 볼트 정도로, 집에서 쓰는 전기의 50만 배에 이릅니다. 또, 섬광이 지나가는 곳의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4배나 뜨거운 2만 7천도입니다.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 주변에 '번개 폭풍'이 일어나 물건이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번개가 칠 때는 우선 대피하는 게 최선이라는 조언입니다.

박현웅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과장은 "번개가 치기 시작하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야외에 있을 경우 자동차나 건물 안, 지하 등으로 대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주변에 큰 나무나 바위 등 지대가 높은 곳도 피해야 하고, 물기가 없는 낮고 움푹 파인 곳도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우산이나 낚싯대, 지팡이나 골프채 등 금속성이거나 길고 뾰족한 물건은 몸에서 멀리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경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관령의 사례처럼 주변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번개가 한 번만 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환자를 데리고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만약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심장이 멎거나 호흡이 없는 사람보다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먼저 살리는 게 원칙인데, 그렇지 않고 1명이 번개를 맞은 상황이라면 심폐소생술을 바로 실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화면 제공: 시청자/강원도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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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개 치면 무조건 대피”…‘1억 볼트’ 전압의 공포
    • 입력 2021-08-15 08:00:11
    취재K
벼락 맞을 확률, 얼마나 될까요? 흔히 '비행기가 떨어질 확률', '로또 맞을 확률'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드물다는 건데요.<br /><br />최근 강원도에선 전신주에 벼락이 떨어져 정전이 되기도 하고, 관광객이 벼락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지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강원 춘천 도심 전신주에…평창 대관령에선 관광객에 벼락 '쾅'


이달(8월)들어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의 모습입니다. 저녁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전신주에 번개가 내리쳤습니다. 무언가가 터지듯 섬광이 일었는데요. 이 섬광 이후 정전이 시작돼 이 일대 300여 가구가 30분 동안 정전 피해를 겪었습니다.

번개를 맞아 심정지 상태인 환자에게 119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날, 대관령에선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양떼목장에 관광을 왔던 30대 남성이 벼락을 맞았습니다.

사고 이후 119에 신고를 한 정기철 씨는 "그 전까지는 비가 안 오더니 사고가 일어난 오후 1시쯤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굉음이 들려서 주저앉았다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2~3m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서 돌아봤더니 남자가 엎드려 있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씨는 또 "뛰어가서 보니까 찢어져 나간 옷들이 주위에 막 흩어져 있어 '아 이거 번개 맞았구나' 싶어 아들과 딸에게 '빨리 와서 좀 도와달라' 하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남성은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양떼목장 내 사고가 일어났던 현장
신고 이후 정 씨와 목장 직원들은 이 남성에게 심폐 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이윽고 119구급대가 도착한 뒤, 구급대원들은 이 남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계속 심폐 소생술을 이어갔습니다. 다행히 이 남성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의식을 회복했고, 현재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경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남성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머리에 탄 흔적이 있어 번개를 직접 맞은 걸로 추정한다"라며 "사고 당시 비가 내려 환자의 몸에 물기가 일부 묻어 있어, 번개가 몸 내부를 통과하지 않고 밖으로 흘러 빠져나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주변에 있던 신고자나 직원, 구급대원들이 빠르게 조치를 한 덕"이라며 "번개를 직접 맞는 것도 흔하지 않지만 생존한 경우는 더 희박한 사례"라고 덧붙였습니다.

■ 연평균 벼락 12만 회…7월과 8월에 60% 이상 집중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기상청이 관측한 낙뢰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엔 연평균 낙뢰 11만 7천여 회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낙뢰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 피해도 연평균 40건 씩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낙뢰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3년인데, 22만 6천여 회가 관측됐습니다. 다만, 매년 발생하는 낙뢰 횟수는 편차가 심해 증감 등 추이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월별로 보면 특성이 드러납니다. 최근 10년간 발생 현황을 보면,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과 8월에 발생한 낙뢰는7만 7천여 회입니다. 이는 전체의 65.9%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 "번개 치면 일단 대피해야…우산·골프채 등은 위험"

통상 낙뢰가 칠 때 전압은 약 1억 볼트 정도로, 집에서 쓰는 전기의 50만 배에 이릅니다. 또, 섬광이 지나가는 곳의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4배나 뜨거운 2만 7천도입니다.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 주변에 '번개 폭풍'이 일어나 물건이 날아가는 경우가 많아,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번개가 칠 때는 우선 대피하는 게 최선이라는 조언입니다.

박현웅 행정안전부 기후재난대응과장은 "번개가 치기 시작하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야외에 있을 경우 자동차나 건물 안, 지하 등으로 대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주변에 큰 나무나 바위 등 지대가 높은 곳도 피해야 하고, 물기가 없는 낮고 움푹 파인 곳도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우산이나 낚싯대, 지팡이나 골프채 등 금속성이거나 길고 뾰족한 물건은 몸에서 멀리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경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관령의 사례처럼 주변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번개가 한 번만 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환자를 데리고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만약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심장이 멎거나 호흡이 없는 사람보다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먼저 살리는 게 원칙인데, 그렇지 않고 1명이 번개를 맞은 상황이라면 심폐소생술을 바로 실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화면 제공: 시청자/강원도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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