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교과서에서 봤던 작품 눈 앞에서 보니…”

입력 2021.08.16 (08:00) 수정 2021.08.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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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세기의 컬렉션’이 최근 몇달 동안 국내 미술계에서 화제입니다. 지난 10일 오전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았습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 중인 미술관은 10시가 되자 30명 안팎의 관람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을 선보입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주축으로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용과 변화>인데요. 학예사님과 함께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백남순의 작품 ‘낙원’이 반겼습니다.

백남순(1904-1994),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백남순(1904-1994),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20세기 초반에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전통의 동양화와 서양의 기법인 유화가 혼재된 작품들이 탄생했던 시기.

서양화를 공부한 1세대 한국 화가가 어떻게 소재나 기법 면에서 동서양의 전통을 융합하고 변형할 것 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 작품 중 유일한 현존 작입니다.

김은주 학예사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기획할 때 입구에 걸릴 첫 작품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고, 또 그만큼 공들여 선정한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백남순의 ‘낙원’의 건너편에 자리 잡은 이상범의 ‘무릉도원’. 두 작품을 서로 마주보게 배치를 해놨습니다. '낙원'에서는 매체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면, '무릉도원'에서는 전통적인 한국화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일점투시도의 형식으로 표현됐습니다.

이상범(1897-1972),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이상범(1897-1972),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

다점투시가 들어간 동양화의 특징이라기보다는 그림의 왼편부터 오른편까지 원근이 쭉 보이는 일점투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화에서 근대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개성의 발현>입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격동의 시기에도 작가들은 작업을 멈추지 않고 전시를 열고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김환기(1913-1974),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김환기(1913-1974),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전시 한쪽 벽면을 크게 자리하고 있는 김환기의 작품은 벽화용 주문 제작 작품입니다. 1950년대에 조선 방직을 인수해 국내 최대 방직재벌 기업가가 된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에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 그림을 주문한 것인데요.

파스텔톤의 색 면 배경 위에 양식화된 인물과 사물, 동물 등이 정면과 정 측면에 배열되어 있습니다. 김환기 작가가 즐겨 사용했던 모티브인 달항아리,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여인의 얼굴, 자화상을 표현한 사슴이 등장합니다. 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이 작품은 미술시장에 나왔고 이후 이건희 컬렉션으로 소장된 듯 합니다.

우리에게 교과서 그림으로 매우 친숙한 이중섭의 황소도 인기였습니다.

이중섭(1916-1956),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이중섭(1916-1956),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

'황소'는 이중섭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입니다.

작품을 감상중이던 관람객 박소연씨는 “학생 때 교과서에서만 봤던 그림을 성인이 되어서 실제로 보니까 감명 깊어요. 확실히 사진으로 보는 거랑 실물로 보는 거랑 와 닿는 색채와 느낌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마지막은 정착과 모색입니다. 전후 복구 시기에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차츰 정착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했습니다.

박생광(1904-1985), 무녀, 1980, 종이에 채색, 136x140cm.박생광(1904-1985), 무녀, 1980, 종이에 채색, 136x140cm.

박생광의 '무녀'는 조형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미술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는데요.

한국적 채색화 양식을 정립해간 1980년도에 그러진 작품입니다. 색동옷과 단청에서 영감받은 특유의 민속적이고, 원색적인 색감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면서 평면성이 강조됐던 기존의 작품과는 달리 대상을 묘사하는 정도와 크기를 다르게 하면서 화면의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현대와 근대를 관통하는 시대적 역사가 담긴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회차당 30명씩 1시간 관람이 가능하며, 매일(월요일 휴관) 총 8회차(수·토요일은 총 11회차)를 운영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회차당 20명씩 30분 간격으로, 매일 총 15회차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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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교과서에서 봤던 작품 눈 앞에서 보니…”
    • 입력 2021-08-16 08:00:20
    • 수정2021-08-17 09:04:05
    취재K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세기의 컬렉션’이 최근 몇달 동안 국내 미술계에서 화제입니다. 지난 10일 오전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았습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 중인 미술관은 10시가 되자 30명 안팎의 관람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을 선보입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주축으로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용과 변화>인데요. 학예사님과 함께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백남순의 작품 ‘낙원’이 반겼습니다.

백남순(1904-1994),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20세기 초반에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전통의 동양화와 서양의 기법인 유화가 혼재된 작품들이 탄생했던 시기.

서양화를 공부한 1세대 한국 화가가 어떻게 소재나 기법 면에서 동서양의 전통을 융합하고 변형할 것 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 작품 중 유일한 현존 작입니다.

김은주 학예사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기획할 때 입구에 걸릴 첫 작품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고, 또 그만큼 공들여 선정한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백남순의 ‘낙원’의 건너편에 자리 잡은 이상범의 ‘무릉도원’. 두 작품을 서로 마주보게 배치를 해놨습니다. '낙원'에서는 매체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면, '무릉도원'에서는 전통적인 한국화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일점투시도의 형식으로 표현됐습니다.

이상범(1897-1972),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
다점투시가 들어간 동양화의 특징이라기보다는 그림의 왼편부터 오른편까지 원근이 쭉 보이는 일점투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화에서 근대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개성의 발현>입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격동의 시기에도 작가들은 작업을 멈추지 않고 전시를 열고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김환기(1913-1974),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전시 한쪽 벽면을 크게 자리하고 있는 김환기의 작품은 벽화용 주문 제작 작품입니다. 1950년대에 조선 방직을 인수해 국내 최대 방직재벌 기업가가 된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에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 그림을 주문한 것인데요.

파스텔톤의 색 면 배경 위에 양식화된 인물과 사물, 동물 등이 정면과 정 측면에 배열되어 있습니다. 김환기 작가가 즐겨 사용했던 모티브인 달항아리,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여인의 얼굴, 자화상을 표현한 사슴이 등장합니다. 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이 작품은 미술시장에 나왔고 이후 이건희 컬렉션으로 소장된 듯 합니다.

우리에게 교과서 그림으로 매우 친숙한 이중섭의 황소도 인기였습니다.

이중섭(1916-1956),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
'황소'는 이중섭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입니다.

작품을 감상중이던 관람객 박소연씨는 “학생 때 교과서에서만 봤던 그림을 성인이 되어서 실제로 보니까 감명 깊어요. 확실히 사진으로 보는 거랑 실물로 보는 거랑 와 닿는 색채와 느낌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마지막은 정착과 모색입니다. 전후 복구 시기에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차츰 정착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했습니다.

박생광(1904-1985), 무녀, 1980, 종이에 채색, 136x140cm.
박생광의 '무녀'는 조형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미술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는데요.

한국적 채색화 양식을 정립해간 1980년도에 그러진 작품입니다. 색동옷과 단청에서 영감받은 특유의 민속적이고, 원색적인 색감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면서 평면성이 강조됐던 기존의 작품과는 달리 대상을 묘사하는 정도와 크기를 다르게 하면서 화면의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현대와 근대를 관통하는 시대적 역사가 담긴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회차당 30명씩 1시간 관람이 가능하며, 매일(월요일 휴관) 총 8회차(수·토요일은 총 11회차)를 운영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회차당 20명씩 30분 간격으로, 매일 총 15회차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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