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변화 약속했지만…도시 곳곳에서 총격과 유혈 사태

입력 2021.08.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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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탈레반의 첫 기자회견. 그들은 '변화'를 약속했습니다.

20년 전 집권 시절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여성 억압과 이슬람법에 따른 엄격한 사회 통제를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회생하고 번영이 도래하도록 다른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쟁은 끝났다며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화와 경제 번영을 강조한 탈레반. 하지만 도시 곳곳에선 폭력과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진이 훼손된 카불의 한 미용실여성의 사진이 훼손된 카불의 한 미용실

■ 여성 인권 존중 약속했지만…부르카로 몸 가리지 않았다고 총살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했습니다.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가 아닌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여성 혼자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이 약속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은 채 거리에 나왔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폭스뉴스가 공개한 사진 속 여성은 종아리를 덮는 긴 원피스를 입고 숨져 있었으며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시신을 부둥켜 안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런가하면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국을 장악한 탈레반이 주요 도시에서 각 집을 방문하며 일터로 나가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서부 헤라트에서는 무장한 탈레반이 시민의 집을 찾아가 월급, 업무 내용 등을 물은 뒤 출근 재개를 지시하는 등 시민들의 생활을 옥죄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모인 시민들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모인 시민들

■ 카불 공항 '필사의 탈출' 막아선 탈레반…시위대에도 총격

아프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서도 유혈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공항은 탈레반에 포위되긴 했지만, 아직 미군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메일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카불 공항 인근에 모여있던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고 17일 보도했습니다.

탈레반은 채찍과 곤봉도 사용했으며 여성과 어린이도 폭행했습니다.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한 위협 총격도 있었으며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시민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EFE 통신은 현지 파지호크 아프간 뉴스를 인용해 탈레반이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인 잘랄라바드에서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고 18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 발포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위대는 탈레반이 최근 기존 정부의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한 것에 항의하며 원복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탈레반 고위급 "이슬람법으로 통치"… 공포 정치로 회귀하나

탈레반 한 고위급 인사가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며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레반 의사결정에 접근할 수 있는 와히둘라 하시미는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탈레반 지도부회의가 아프간을 통치하고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전체 지도자로 남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슬람 율법 학자가 여성의 역할과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여성이 히잡을 쓸지 부르카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에 베일을 착용할지 그런 것은 율법 학자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996∼2001년 집권한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는데, 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으며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습니다.

이슬람법으로 통치하겠다는 말에 아프간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예전처럼 여성을 탄압하고 나라 전체가 공포 정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탈레반 정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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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변화 약속했지만…도시 곳곳에서 총격과 유혈 사태
    • 입력 2021-08-19 16:30:07
    취재K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탈레반의 첫 기자회견. 그들은 '변화'를 약속했습니다.

20년 전 집권 시절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여성 억압과 이슬람법에 따른 엄격한 사회 통제를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회생하고 번영이 도래하도록 다른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쟁은 끝났다며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화와 경제 번영을 강조한 탈레반. 하지만 도시 곳곳에선 폭력과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사진이 훼손된 카불의 한 미용실
■ 여성 인권 존중 약속했지만…부르카로 몸 가리지 않았다고 총살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했습니다.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가 아닌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여성 혼자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이 약속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은 채 거리에 나왔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폭스뉴스가 공개한 사진 속 여성은 종아리를 덮는 긴 원피스를 입고 숨져 있었으며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시신을 부둥켜 안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런가하면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국을 장악한 탈레반이 주요 도시에서 각 집을 방문하며 일터로 나가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서부 헤라트에서는 무장한 탈레반이 시민의 집을 찾아가 월급, 업무 내용 등을 물은 뒤 출근 재개를 지시하는 등 시민들의 생활을 옥죄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모인 시민들
■ 카불 공항 '필사의 탈출' 막아선 탈레반…시위대에도 총격

아프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서도 유혈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공항은 탈레반에 포위되긴 했지만, 아직 미군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메일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카불 공항 인근에 모여있던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고 17일 보도했습니다.

탈레반은 채찍과 곤봉도 사용했으며 여성과 어린이도 폭행했습니다.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한 위협 총격도 있었으며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시민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EFE 통신은 현지 파지호크 아프간 뉴스를 인용해 탈레반이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인 잘랄라바드에서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고 18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 발포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위대는 탈레반이 최근 기존 정부의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한 것에 항의하며 원복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탈레반 고위급 "이슬람법으로 통치"… 공포 정치로 회귀하나

탈레반 한 고위급 인사가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며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레반 의사결정에 접근할 수 있는 와히둘라 하시미는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탈레반 지도부회의가 아프간을 통치하고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전체 지도자로 남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슬람 율법 학자가 여성의 역할과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여성이 히잡을 쓸지 부르카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에 베일을 착용할지 그런 것은 율법 학자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996∼2001년 집권한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는데, 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으며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습니다.

이슬람법으로 통치하겠다는 말에 아프간 국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예전처럼 여성을 탄압하고 나라 전체가 공포 정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탈레반 정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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