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레반이 위구르에 손 댄다면…“中, 대가 치르더라도 응징할 것”

입력 2021.08.20 (07:01) 수정 2021.09.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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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중국 전문가’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인터뷰
- “中, 아프간에 대단한 관심…보도량 이례적”
- “탈레반, 재건 위해 당분간 위구르 관여 안할 것”
- “중국, 다자 연합체 만들어 지원할 가능성”
- “탈레반과 수교 시기상조란 의견도 있어”
- “위구르, 20년 전보다 훨씬 성장…중국 긴장”
- “탈레반이 위구르 지원? 중국, 무조건 응징할 것”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9일(목)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문일현 중국정법대학 교수


신지혜> 오늘은 아프간 상황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깊이있게 알아봅니다. 중국 베이징에 계시는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문일현> 네. 안녕하십니까?

신지혜> 일단 중국이 지금 아프간 상황에 어느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문일현> 중국이 아프간에 갖는 관심은 대단합니다. 당장 어제(18일) 저녁 시진핑 국가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이 아프간에 영향력이 크다고 여겨지는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터키 4개국과 전화 회담을 하지 않았습니까? 파키스탄하고는 공동으로 대테러 훈련을 실시를 했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일반 국제 뉴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보도량이 굉장히 많고요.

신지혜> 그런가요?

문일현> 그리고 카불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럽잖아요? 중국 기자들이 직접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방송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방송사들이 현지인 리포터를 채용을 해서 카불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지금 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중국에게 아프가니스탄이 어느 정도로 중요성을 가진 나라였나요?

문일현> 우선 안보적인 측면에서 위구르족이 종교적으로 탈레반과 같은 수니파잖아요. 탈레반이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단히 위협적이라고 보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인데요.

신지혜> 지정학적으로.

문일현> 아프간은 북쪽에 러시아가 있고, 서쪽의 이란·인도로 이어지는 길의 딱 중간에 위치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뻗어가려면 반드시 아프간을 지나야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이 아프간을 통제하면서 사실 일대일로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신지혜> 가로막혀 있었던 거군요.

문일현> 그렇습니다. 중간 지점에서 딱 끊기는 거죠. 그래서 아프간이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4월 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위구르족이 중국의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하늘색 깃발은 위구르족 독립국인 동(東)투르키스탄을 상징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올해 4월 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위구르족이 중국의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하늘색 깃발은 위구르족 독립국인 동(東)투르키스탄을 상징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지혜> 중국은 지금 탈레반 쪽에 굉장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어떤 식으로 탈레반을 지원할 거로 보시나요?

문일현>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아직 나온 게 없지만, 18일 시진핑 주석과 왕이 부장이 이슬람 4개국과 통화할 때 아프간 인접국을 포함한 다자간 조정니즘을 조속히 구성하자고 얘기했거든요.

신지혜> 다자간 조정 메커니즘.

문일현> 이 말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아프간을 지원한다기보다는 여러 나라들이 다자 협의체를 만들고 이 협의체를 통해서 지원을 하겠다는 뜻 아닌가 해석이 되거든요. 조만간 아프간의 안정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아마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이라든가 일정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신지혜>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무슬림인 위구르족을 계속해서 탄압을 해왔는데 이런 면에서 볼 때 탈레반이 과연 중국과 계속해서 좀 그런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 오래 못 갈 것이다라는 관측도 나오거든요. 이 관측이 맞다고 보시나요?

문일현> 지난 달 중국이 탈레반 2인자를 톈진으로 불러서 회담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합의사항이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가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입니다. 탈레반 입장에서 보면 급선무는 경제 재건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당연히 필요하죠. 최소한 탈레반 세력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다시 말씀드리면 연착륙에 성공할 때까지는 이 합의는 유지되지 않겠느냐라고 보는 시각들이 강합니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미용실. 벽에 내걸린 여성 얼굴 사진에 검은색 스프레이가 칠해져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미용실. 벽에 내걸린 여성 얼굴 사진에 검은색 스프레이가 칠해져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지혜> 중국이 지금 탈레반을 신뢰할 수 있는 외교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문일현> 중국 학계의 반응을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탈레반 정권이 통치 세력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될 것 같다. 탈레반이 아프간 내 반(反) 탈레반 무장세력들을 제압하거나 그들과 합의해서 정국을 안정화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있고요. 또 하나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중국이 먼저 나서서 탈레반 정권과 수교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프간이 안정을 찾는지를 보고 신중하게 천천히 수교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이게 학계의 반응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 정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지금 보고 있습니다.

신지혜> 반 탈레반 투쟁을 하겠다는 정치세력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데, 만약 내전 같은 게 벌어진다면 중국은 오히려 한 발 뺄 수도 있는 상황이겠네요.

문일현> 그렇습니다. 중국이 굳이 먼저 나서서 탈레반 정권과 수교를 한다거나 외교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그런 일은 아마 빠른 시일 내에는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신지혜> 가정이지만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지금 탈레반이 위구르족을 지원하는 걸 중국이 가장 경계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까요? 군사적 위기까지 갈 수 있을까요?

문일현> 만약 탈레반 정권이 중국 정부와 했던 합의를 깨고 신장위구르 내에 있는 독립세력을 지원한다거나, 아프간 내에 그들의 거점을 마련해주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아마 중국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응징을 할 것입니다.

신지혜> 군사적으로도요?

문일현> 그렇습니다. 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이고, 핵심 국가이익은 반드시 수호한다는 게 중국의 일관된 원칙입니다. 그래서 아마 그런 상황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28일 탈레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 톈진을 방문해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합의 내용을 다시 언급하며 “약속을 철저히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올해 7월 28일 탈레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 톈진을 방문해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합의 내용을 다시 언급하며 “약속을 철저히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지혜> 그런데 탈레반은 20년 전에도 집권을 했었단 말이에요. 그때에 비해서 중국이 지금의 탈레반을 더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일현> 약간 설명이 필요한데요. 사실 20년 전에는 신장위구르 내 독립 세력들의 활동은 크게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9.11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들의 활동이 부쩍 증가한 거거든요. 잘 아시다시피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 신장위구르에 대규모 소요가 일어나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그런 상황도 벌어진 일이 있잖습니까?

신지혜> 맞습니다.

문일현> 당시 보도를 보면 대규모 소요 사태의 배후에 아프간을 포함한 외국 무장 단체 지원이 있었다고 중국 정부는 의심을 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냐,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신장 독립주의 세력들에 대한 외부 지원이 더 은밀해지고 규모도 커졌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긴장을 하고 있고요. 하나는 실질적인 위협인데요. ISIS라고 하는 이슬람국가가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신지혜> 네.

문일현> 이때 위구르족들이 국경을 몰래 넘어가서 그들에 합류했습니다. 실제 전투에 참가하고 IS가 거의 망하기 직전에 다시 돌아왔는데요. 중국 입장에선 옛날에는 기껏해야 뭐 사제폭탄 정도 터트리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IS에 참가하면서 중무기도 갖고 있고 실전 전투 경험까지 갖춰있기 때문에 더 위협적으로 된 겁니다. 이 사람들이.

신지혜> 그렇군요.

문일현> 아프간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금 탈레반이 위구르 독립 세력과 손을 잡고 만일 중국 국내에서 이른바 테러활동 등을 지원하게 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이들을 대처하기가, 옛날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그 점이 중국 정부로서는 가장 큰 걱정일 겁니다.

신지혜> 20년 사이에 위구르족 독립운동이 성장했기 때문에 탈레반의 존재 역시 그에 비례해서 중국에게 더 위협적이 된 거군요. 중국 관영매체들은 당연히 보도를 안 하겠지만, 신장 위구르 지역이 아프간 정세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교수님은 접해보셨나요?

문일현> 신장위구르의 반응은 지금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오래전부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신장위구르에 들어가는 외부인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는 중국인이라 하더라도 신장위구르에 적을 두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2019년 3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탈레반이 마주앉은 모습. (촬영날짜 미상) 외신은 같은해 2월 25일부터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에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군 철수 시점에 상당한 의견차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2019년 3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탈레반이 마주앉은 모습. (촬영날짜 미상) 외신은 같은해 2월 25일부터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에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군 철수 시점에 상당한 의견차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지혜> 탈레반의 아프간 집권이 중국의 미국 견제에 힘을 보탤 거라고 보세요? 아니면 위구르 문제에 힘을 더 써야 하기 때문에 대미 견제에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될 거러 보시나요?

문일현>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과 탈레반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이 되느냐입니다. 현재 미국은 탈레반 정권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고 아직은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카타르에서 미국 대표단하고 협상도 하고 있고.

신지혜> 네.

문일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아마 미국의 태도가 결정이 될 텐데 그때까지는 긴밀하게 관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지금 아프간 상황이 대만부터 중국, 인도, 미국 등 국제 정세에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오늘 중국 상황을 굉장히 심도깊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문일현>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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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탈레반이 위구르에 손 댄다면…“中, 대가 치르더라도 응징할 것”
    • 입력 2021-08-20 07:01:01
    • 수정2021-09-09 09: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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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9일(목)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문일현 중국정법대학 교수


신지혜> 오늘은 아프간 상황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깊이있게 알아봅니다. 중국 베이징에 계시는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문일현> 네. 안녕하십니까?

신지혜> 일단 중국이 지금 아프간 상황에 어느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문일현> 중국이 아프간에 갖는 관심은 대단합니다. 당장 어제(18일) 저녁 시진핑 국가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이 아프간에 영향력이 크다고 여겨지는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터키 4개국과 전화 회담을 하지 않았습니까? 파키스탄하고는 공동으로 대테러 훈련을 실시를 했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일반 국제 뉴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보도량이 굉장히 많고요.

신지혜> 그런가요?

문일현> 그리고 카불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럽잖아요? 중국 기자들이 직접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방송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방송사들이 현지인 리포터를 채용을 해서 카불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지금 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중국에게 아프가니스탄이 어느 정도로 중요성을 가진 나라였나요?

문일현> 우선 안보적인 측면에서 위구르족이 종교적으로 탈레반과 같은 수니파잖아요. 탈레반이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단히 위협적이라고 보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인데요.

신지혜> 지정학적으로.

문일현> 아프간은 북쪽에 러시아가 있고, 서쪽의 이란·인도로 이어지는 길의 딱 중간에 위치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뻗어가려면 반드시 아프간을 지나야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이 아프간을 통제하면서 사실 일대일로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신지혜> 가로막혀 있었던 거군요.

문일현> 그렇습니다. 중간 지점에서 딱 끊기는 거죠. 그래서 아프간이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4월 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위구르족이 중국의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하늘색 깃발은 위구르족 독립국인 동(東)투르키스탄을 상징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지혜> 중국은 지금 탈레반 쪽에 굉장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어떤 식으로 탈레반을 지원할 거로 보시나요?

문일현>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아직 나온 게 없지만, 18일 시진핑 주석과 왕이 부장이 이슬람 4개국과 통화할 때 아프간 인접국을 포함한 다자간 조정니즘을 조속히 구성하자고 얘기했거든요.

신지혜> 다자간 조정 메커니즘.

문일현> 이 말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아프간을 지원한다기보다는 여러 나라들이 다자 협의체를 만들고 이 협의체를 통해서 지원을 하겠다는 뜻 아닌가 해석이 되거든요. 조만간 아프간의 안정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아마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이라든가 일정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신지혜>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무슬림인 위구르족을 계속해서 탄압을 해왔는데 이런 면에서 볼 때 탈레반이 과연 중국과 계속해서 좀 그런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 오래 못 갈 것이다라는 관측도 나오거든요. 이 관측이 맞다고 보시나요?

문일현> 지난 달 중국이 탈레반 2인자를 톈진으로 불러서 회담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합의사항이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가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입니다. 탈레반 입장에서 보면 급선무는 경제 재건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당연히 필요하죠. 최소한 탈레반 세력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다시 말씀드리면 연착륙에 성공할 때까지는 이 합의는 유지되지 않겠느냐라고 보는 시각들이 강합니다.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미용실. 벽에 내걸린 여성 얼굴 사진에 검은색 스프레이가 칠해져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지혜> 중국이 지금 탈레반을 신뢰할 수 있는 외교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습니까?

문일현> 중국 학계의 반응을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탈레반 정권이 통치 세력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될 것 같다. 탈레반이 아프간 내 반(反) 탈레반 무장세력들을 제압하거나 그들과 합의해서 정국을 안정화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있고요. 또 하나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중국이 먼저 나서서 탈레반 정권과 수교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프간이 안정을 찾는지를 보고 신중하게 천천히 수교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이게 학계의 반응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 정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지금 보고 있습니다.

신지혜> 반 탈레반 투쟁을 하겠다는 정치세력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데, 만약 내전 같은 게 벌어진다면 중국은 오히려 한 발 뺄 수도 있는 상황이겠네요.

문일현> 그렇습니다. 중국이 굳이 먼저 나서서 탈레반 정권과 수교를 한다거나 외교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그런 일은 아마 빠른 시일 내에는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신지혜> 가정이지만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지금 탈레반이 위구르족을 지원하는 걸 중국이 가장 경계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까요? 군사적 위기까지 갈 수 있을까요?

문일현> 만약 탈레반 정권이 중국 정부와 했던 합의를 깨고 신장위구르 내에 있는 독립세력을 지원한다거나, 아프간 내에 그들의 거점을 마련해주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아마 중국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응징을 할 것입니다.

신지혜> 군사적으로도요?

문일현> 그렇습니다. 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이고, 핵심 국가이익은 반드시 수호한다는 게 중국의 일관된 원칙입니다. 그래서 아마 그런 상황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28일 탈레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 톈진을 방문해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합의 내용을 다시 언급하며 “약속을 철저히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지혜> 그런데 탈레반은 20년 전에도 집권을 했었단 말이에요. 그때에 비해서 중국이 지금의 탈레반을 더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일현> 약간 설명이 필요한데요. 사실 20년 전에는 신장위구르 내 독립 세력들의 활동은 크게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9.11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들의 활동이 부쩍 증가한 거거든요. 잘 아시다시피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 신장위구르에 대규모 소요가 일어나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그런 상황도 벌어진 일이 있잖습니까?

신지혜> 맞습니다.

문일현> 당시 보도를 보면 대규모 소요 사태의 배후에 아프간을 포함한 외국 무장 단체 지원이 있었다고 중국 정부는 의심을 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냐,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신장 독립주의 세력들에 대한 외부 지원이 더 은밀해지고 규모도 커졌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긴장을 하고 있고요. 하나는 실질적인 위협인데요. ISIS라고 하는 이슬람국가가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신지혜> 네.

문일현> 이때 위구르족들이 국경을 몰래 넘어가서 그들에 합류했습니다. 실제 전투에 참가하고 IS가 거의 망하기 직전에 다시 돌아왔는데요. 중국 입장에선 옛날에는 기껏해야 뭐 사제폭탄 정도 터트리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IS에 참가하면서 중무기도 갖고 있고 실전 전투 경험까지 갖춰있기 때문에 더 위협적으로 된 겁니다. 이 사람들이.

신지혜> 그렇군요.

문일현> 아프간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금 탈레반이 위구르 독립 세력과 손을 잡고 만일 중국 국내에서 이른바 테러활동 등을 지원하게 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이들을 대처하기가, 옛날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그 점이 중국 정부로서는 가장 큰 걱정일 겁니다.

신지혜> 20년 사이에 위구르족 독립운동이 성장했기 때문에 탈레반의 존재 역시 그에 비례해서 중국에게 더 위협적이 된 거군요. 중국 관영매체들은 당연히 보도를 안 하겠지만, 신장 위구르 지역이 아프간 정세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교수님은 접해보셨나요?

문일현> 신장위구르의 반응은 지금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오래전부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신장위구르에 들어가는 외부인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는 중국인이라 하더라도 신장위구르에 적을 두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2019년 3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탈레반이 마주앉은 모습. (촬영날짜 미상) 외신은 같은해 2월 25일부터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에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군 철수 시점에 상당한 의견차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지혜> 탈레반의 아프간 집권이 중국의 미국 견제에 힘을 보탤 거라고 보세요? 아니면 위구르 문제에 힘을 더 써야 하기 때문에 대미 견제에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될 거러 보시나요?

문일현>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과 탈레반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이 되느냐입니다. 현재 미국은 탈레반 정권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고 아직은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카타르에서 미국 대표단하고 협상도 하고 있고.

신지혜> 네.

문일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아마 미국의 태도가 결정이 될 텐데 그때까지는 긴밀하게 관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지금 아프간 상황이 대만부터 중국, 인도, 미국 등 국제 정세에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오늘 중국 상황을 굉장히 심도깊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문일현>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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