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인터뷰”…22년 전 살인 교사 피의자 검거

입력 2021.08.20 (15:48) 수정 2021.08.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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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 A 씨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 A 씨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검사 출신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캄보디아에서 송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오늘(20일) 살인 교사 혐의로 A(55) 씨를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21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제주지역 모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A 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국제형사기구 인터폴에 A 씨에 대해 적색수배를 요청했는데, A 씨는 지난 6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검거된 상태였다.

경찰은 현지법에 따라 추방된 A 씨를 국내로 송환해 체포하고 지난 18일 제주로 데려왔다.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 검사 출신 변호사의 죽음…진실 밝혀질까

당시 44살이던 이승용 변호사는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삼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서 운전대에 고개를 숙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차량과 도로 곳곳에서는 많은 혈흔이 발견됐는데, 이 씨의 가슴과 배는 예리한 흉기에 수차례 찔렸고, 왼쪽 팔꿈치도 관통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돈과 소지품은 차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이에 따라 계획 살인에 무게가 실렸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살해당했다는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적으로도 큰 이목이 쏠렸다. 이 씨는 사법연수원 14기로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동기다.

경찰은 인근 지구대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1만 장의 전단지를 배포한 데 이어 현상금까지 내걸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당시 용의 선상에 오른 인원만 60여 명에 달했다.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하지만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면서 수사본부는 해체됐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은 지난 2014년 11월 5일 자정을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전의 살인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완전히 폐지된다.


■ 공소시효 만료됐는데…어떻게 체포했나?

경찰은 당초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밝혔지만, A 씨가 2014년 공소시효 만료 이전에 수십 차례 해외를 드나들어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253조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동안 공소시효를 정지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출입국 여부를 수사해 이 같이 판단했다.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A 씨는 지난해 한 방송에 나와 조직폭력배 후배에게 이 변호사를 위협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직접 그렸고, 이동 동선과 골목길에 가로등이 꺼진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재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A 씨가 인터뷰한 이유에 대해 "본인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이 변호사의 관련 인물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면 유족으로부터 사례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결국,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 나섰다가 22년 전 범행에 꼬리를 잡힌 것이다. 경찰은 A 씨에게 범행을 시킨 윗선이 누구인지 등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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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인터뷰”…22년 전 살인 교사 피의자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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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8-20 16:01:16
    취재K
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 A 씨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검사 출신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캄보디아에서 송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오늘(20일) 살인 교사 혐의로 A(55) 씨를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21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제주지역 모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A 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국제형사기구 인터폴에 A 씨에 대해 적색수배를 요청했는데, A 씨는 지난 6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검거된 상태였다.

경찰은 현지법에 따라 추방된 A 씨를 국내로 송환해 체포하고 지난 18일 제주로 데려왔다.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 검사 출신 변호사의 죽음…진실 밝혀질까

당시 44살이던 이승용 변호사는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삼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서 운전대에 고개를 숙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차량과 도로 곳곳에서는 많은 혈흔이 발견됐는데, 이 씨의 가슴과 배는 예리한 흉기에 수차례 찔렸고, 왼쪽 팔꿈치도 관통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돈과 소지품은 차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이에 따라 계획 살인에 무게가 실렸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살해당했다는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적으로도 큰 이목이 쏠렸다. 이 씨는 사법연수원 14기로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동기다.

경찰은 인근 지구대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1만 장의 전단지를 배포한 데 이어 현상금까지 내걸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당시 용의 선상에 오른 인원만 60여 명에 달했다.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하지만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면서 수사본부는 해체됐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은 지난 2014년 11월 5일 자정을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전의 살인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완전히 폐지된다.


■ 공소시효 만료됐는데…어떻게 체포했나?

경찰은 당초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밝혔지만, A 씨가 2014년 공소시효 만료 이전에 수십 차례 해외를 드나들어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253조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동안 공소시효를 정지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출입국 여부를 수사해 이 같이 판단했다.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A 씨는 지난해 한 방송에 나와 조직폭력배 후배에게 이 변호사를 위협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직접 그렸고, 이동 동선과 골목길에 가로등이 꺼진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재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A 씨가 인터뷰한 이유에 대해 "본인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이 변호사의 관련 인물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면 유족으로부터 사례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결국,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 나섰다가 22년 전 범행에 꼬리를 잡힌 것이다. 경찰은 A 씨에게 범행을 시킨 윗선이 누구인지 등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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