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점수 부족해서…” 매뉴얼만 따르다 숨진 日신생아

입력 2021.08.20 (17:33) 수정 2021.08.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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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최다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갱신되는 일본에서, 8월 17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30대 임신부가 집에서 출산했는데, 신생아가 사망했습니다.

이 여성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은 8월 11일, 당시 여성의 상태는 경증으로 판정됐습니다. 그러나 14일부터는 기침이 심해지고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아지는 등 증상이 악화했습니다.

여성의 주치의와 관할 자치단체인 지바시가 코로나19 중증 환자로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병상이 부족해 입원할 곳을 찾지 못했고, 결국 여성은 '자택 요양’을 계속 합니다.

17일 아침부터는 복부 통증을 느꼈고, 이번엔 '임신부'의 자격으로 갈 수 있는 병원을 뒤졌습니다. 그러나 역시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여러 곳에서 입원을 거부당했습니다.

이 여성에게는 17일 오후 출혈이 있었고, 집에서 출산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남자 아이는 119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이송된 대학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성은 그제서야 코로나 중증환자로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 '남자'가 코로나에 걸리면 +1점? 입원 우선순위 정하는 '점수표'

지바현의 코로나19 병상 사용률은 70%가 넘었고, 신규 확진자도 많아 입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그래서 지바현은 ‘입원 우선도 판단 스코어’(入院優先度判断スコア)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기저질환의 유무, 산소포화도 등으로 점수를 매겨 입원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입원우선도 판단스코어(지바현)입원우선도 판단스코어(지바현)

물론 임신부는 가점 대상입니다. 그런데 지바현의 경우, 36주 이후 부터만 인정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임신 29주차였던 이 여성은 4점의 추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임신부로 인정이 됐다면, 코로나19 중증으로 받을 수 있는 점수까지 계산해 입원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5점이 안되는 경우에도 의사가 입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입원이 가능하다'는 별도 조항이 있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중증 병상 사용률이 포화상태로 치닫다보니,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이런 점수표를 만들고 있습니다.자치단체마다 각각 만들다보니, 항목별로 점수도 같을 리가 없습니다.

36주차 임신부는 지바현에서는 가점 4점을 받지만, 가나가와현에서는 37주차부터 5점을 받습니다.

남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가나가와현에서는 1점을 더 받을 수 있고, 무증상이거나 백신을 두 번 맞고 14일이 지났으면 1점이 감점 됩니다.

입원우선도 판단스코어(가나가와현)입원우선도 판단스코어(가나가와현)

■ '매뉴얼' 있었다면?

해당 여성은 코 로나19 중증에 조산까지 겹친 누가 봐도 더 위급한 상황임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만들어놓은 점수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점수를 매기다 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매뉴얼을 만들고 따르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만큼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겁니다.

아마도 많은 병원들이 이 임신부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코로나19 확진자 출산 매뉴얼' 같은 게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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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점수 부족해서…” 매뉴얼만 따르다 숨진 日신생아
    • 입력 2021-08-20 17:33:51
    • 수정2021-08-20 17:36:07
    특파원 리포트

코로나19 최다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갱신되는 일본에서, 8월 17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30대 임신부가 집에서 출산했는데, 신생아가 사망했습니다.

이 여성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은 8월 11일, 당시 여성의 상태는 경증으로 판정됐습니다. 그러나 14일부터는 기침이 심해지고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아지는 등 증상이 악화했습니다.

여성의 주치의와 관할 자치단체인 지바시가 코로나19 중증 환자로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병상이 부족해 입원할 곳을 찾지 못했고, 결국 여성은 '자택 요양’을 계속 합니다.

17일 아침부터는 복부 통증을 느꼈고, 이번엔 '임신부'의 자격으로 갈 수 있는 병원을 뒤졌습니다. 그러나 역시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여러 곳에서 입원을 거부당했습니다.

이 여성에게는 17일 오후 출혈이 있었고, 집에서 출산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남자 아이는 119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이송된 대학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성은 그제서야 코로나 중증환자로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 '남자'가 코로나에 걸리면 +1점? 입원 우선순위 정하는 '점수표'

지바현의 코로나19 병상 사용률은 70%가 넘었고, 신규 확진자도 많아 입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그래서 지바현은 ‘입원 우선도 판단 스코어’(入院優先度判断スコア)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기저질환의 유무, 산소포화도 등으로 점수를 매겨 입원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입원우선도 판단스코어(지바현)
물론 임신부는 가점 대상입니다. 그런데 지바현의 경우, 36주 이후 부터만 인정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임신 29주차였던 이 여성은 4점의 추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임신부로 인정이 됐다면, 코로나19 중증으로 받을 수 있는 점수까지 계산해 입원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5점이 안되는 경우에도 의사가 입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입원이 가능하다'는 별도 조항이 있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중증 병상 사용률이 포화상태로 치닫다보니,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이런 점수표를 만들고 있습니다.자치단체마다 각각 만들다보니, 항목별로 점수도 같을 리가 없습니다.

36주차 임신부는 지바현에서는 가점 4점을 받지만, 가나가와현에서는 37주차부터 5점을 받습니다.

남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가나가와현에서는 1점을 더 받을 수 있고, 무증상이거나 백신을 두 번 맞고 14일이 지났으면 1점이 감점 됩니다.

입원우선도 판단스코어(가나가와현)
■ '매뉴얼' 있었다면?

해당 여성은 코 로나19 중증에 조산까지 겹친 누가 봐도 더 위급한 상황임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만들어놓은 점수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점수를 매기다 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매뉴얼을 만들고 따르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만큼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겁니다.

아마도 많은 병원들이 이 임신부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코로나19 확진자 출산 매뉴얼' 같은 게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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