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서 아들 때려 숨지게 한 어머니 징역 7년…사건은 미궁

입력 2021.08.21 (06:01) 수정 2021.08.21 (06: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60대 어머니의 매질에 숨진 30대 아들

지난해 8월 28일, 경북 청도의 한 사찰에서 양봉이나 운전, 잡일을 거들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 씨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숨졌습니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턱과 등, 엉덩이와 하반신에서 광범위한 피하출혈이 관찰됐습니다. 그리고 폭력을 휘두른 사람은 다름 아닌 64살의 어머니였습니다.

절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폭행은 2시간 30분 가량 지속됐습니다. 도구는 대나무 막대기였습니다. 길이 6-70센티미터의 작은 나무 막대기로 체중 80킬로그램의 건장했던 남성이 사망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공무원 시험에 여러 차례 떨어지고, 절에서 행실도 좋지 않은 점에 화가 나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경찰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넘긴 A씨 사건을 다시 수사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미필적 고의, 즉 이렇게 때리면 아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어머니가 인식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습니다.


■ 법원은 '살인의 고의성' 인정하지 않아...징역 7년 선고

법원은 하지만 이 어머니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숨질 수도 있다고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는 혐의가 합리적으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아들이 장시간 폭행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다 숨진 것으로 보여 결과가 중하고 죄책이 무거운데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엄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점, 평생 아들을 잃은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상해치사. 죽이려는 고의가 없었고, 숨질 가능성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의 뜻을 밝혔습니다.


■ 풀리지 않는 의문..억울함을 호소한 주지의 사망

숨진 A씨의 아버지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번 사건이 우발적 사건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주지 스님과 신도 2명은 폭행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A씨가 숨진 후 운전자보험금 5천만 원은 절에 지급됐습니다.

주지 스님은 A씨가 신용불량자인데다 절에서 이러저러한 일을 돌보는 것과 관련해 기본 보험을 들어준 것일 뿐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러 소문이 돌자 주지 스님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처럼 어머니의 행위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은 내려졌지만, A씨가 맞으면서도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들은 보면서도 왜 말리지 않았는지, 주지스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 잇따르며 이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갇혀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찰서 아들 때려 숨지게 한 어머니 징역 7년…사건은 미궁
    • 입력 2021-08-21 06:01:36
    • 수정2021-08-21 06:05:46
    취재K

■ 60대 어머니의 매질에 숨진 30대 아들

지난해 8월 28일, 경북 청도의 한 사찰에서 양봉이나 운전, 잡일을 거들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 씨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숨졌습니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턱과 등, 엉덩이와 하반신에서 광범위한 피하출혈이 관찰됐습니다. 그리고 폭력을 휘두른 사람은 다름 아닌 64살의 어머니였습니다.

절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폭행은 2시간 30분 가량 지속됐습니다. 도구는 대나무 막대기였습니다. 길이 6-70센티미터의 작은 나무 막대기로 체중 80킬로그램의 건장했던 남성이 사망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공무원 시험에 여러 차례 떨어지고, 절에서 행실도 좋지 않은 점에 화가 나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경찰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넘긴 A씨 사건을 다시 수사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미필적 고의, 즉 이렇게 때리면 아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어머니가 인식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습니다.


■ 법원은 '살인의 고의성' 인정하지 않아...징역 7년 선고

법원은 하지만 이 어머니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숨질 수도 있다고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는 혐의가 합리적으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아들이 장시간 폭행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다 숨진 것으로 보여 결과가 중하고 죄책이 무거운데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엄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점, 평생 아들을 잃은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상해치사. 죽이려는 고의가 없었고, 숨질 가능성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의 뜻을 밝혔습니다.


■ 풀리지 않는 의문..억울함을 호소한 주지의 사망

숨진 A씨의 아버지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번 사건이 우발적 사건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주지 스님과 신도 2명은 폭행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A씨가 숨진 후 운전자보험금 5천만 원은 절에 지급됐습니다.

주지 스님은 A씨가 신용불량자인데다 절에서 이러저러한 일을 돌보는 것과 관련해 기본 보험을 들어준 것일 뿐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러 소문이 돌자 주지 스님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처럼 어머니의 행위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은 내려졌지만, A씨가 맞으면서도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들은 보면서도 왜 말리지 않았는지, 주지스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 잇따르며 이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갇혀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