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치명률 0.05%인데도…싱가포르 30분 격리 위반에 3주 징역형

입력 2021.08.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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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영주권자인 수레쉬(왼쪽)와 바라티(오른쪽). 싱가포르 입국 뒤 자가격리 호텔에서 30분 정도 방을 이탈해 이야기를 나눴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3주를 선고했다. 사진 싱가포르 투데이싱가포르 영주권자인 수레쉬(왼쪽)와 바라티(오른쪽). 싱가포르 입국 뒤 자가격리 호텔에서 30분 정도 방을 이탈해 이야기를 나눴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3주를 선고했다. 사진 싱가포르 투데이

지난 일주일간 싱가포로의 코로나 사망자는 2명이다. 하루 평균 확진자는 54명이다. 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갈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방역 규제는 여전히 엄격하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처럼 어기면 바로 처벌로 이어진다. 싱가포르에서는 강력한 방역과 새로운 일상에 대한 시험이 진행중이다.


■ '30분 수다에 징역 3주'

싱가포르 창이공항으로 입국한 인도인 수레쉬(Bojanki Suresh Naidu)와 바라티 (Bharati Tulshiram Choudhari)는 시내 한 격리 호텔로 이동 중에 처음 만났다. 우연히 같은 층에 묵게 된 두사람은 전화로 방 번호를 확인했다.

자가격리에 지친 수레쉬가 낮 12시쯤 바라티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바라티의 방에서 과자를 함께 나누며 30분 정도 머물렀다. 하지만 수레쉬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을 때 호텔 방문은 잠겨있었다.

수레쉬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호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방에만 있다보니 호흡곤란이 왔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위해 복도로 나섰다가 방문이 잠겼다"고 설명했다. 바라티도 같은 진술을 했다.

하지만 복도의 CCTV는 수레쉬가 방문을 나서자마자 바라티가 방문을 열어주는 장면을 저장하고 있었다. 호텔측은 이들을 즉시 방역당국(ICA)에 신고했다.

법원은 방역법 위반으로 두사람에게 최소 3주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수레쉬는 9월 14일부터, 바라티는 8월 31일부터 구금된다.

싱가포르는 규제가 무서운 나라다. 특히 방역법위반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1만 싱가포르달러(870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입국후 자가격리를 어긴 간호사에게 7주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나흘간 자가격리를 한 20대 청년은 30분 미리 외출했다는 이유로 벌금 1500 싱가포르달러(130만원)를 선고받았다.


■ 독감보다 낮은 치명률 0.05%...새로운 일상(뉴노멀)의 시작

싱가포르 정부는 8월 10일부터 방역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

'위드 코로나(with covid) '로 명명된 이 정책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5인 이상 모임을 허용하고, 백신을 맞고 현장 검사를 받으면 500인 이상의 종교 체육 문화행사도 허용했다.

50명까지 모임은 검사를 받지 않고도 가능해진다. 증상이 가벼우면 원칙적으로 집에서 치료한다. 확진자에 대한 대규모 추적 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이 모든 게 가능해 진 것은 뚝 떨어진 '치명률' 때문이다. 지난 1주일간 싱가포르에서는 코로나로 단 2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0.05%. 보통 0.1% 정도인 독감보다 낮다.

모든 게 백신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570만 국민의 77%가 이미 2차 접종을 마쳤다.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자 치명률이 뚝뚝 떨어졌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선 독감으로 800여 명이 죽었는데, 올해 코로나 사망자는 모두 44명이다. 그러니 백신만 맞는다면 더 이상 문을 꽁꽁 닫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제 학교문도 열고 가게문도 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코로나와 함께...

싱가포르 정부는 8월 10일부터 ‘새로룬 일상(new normal)’을 선언했다. 코로나 종식 대신 코로나와의 일상(with covid)을 선택했다. 사진 로이터싱가포르 정부는 8월 10일부터 ‘새로룬 일상(new normal)’을 선언했다. 코로나 종식 대신 코로나와의 일상(with covid)을 선택했다. 사진 로이터

■ "생명과 일상의 저울질"

싱가포르와 영국은 사실상 코로나와의 전쟁 중단을 선포했다.

하지만 단번에 마스크를 벗은 영국과는 전혀 다르다. 싱가포르는 매우 신중하고 점진적이다.

옹 예 쿵 신임 보건부 장관은 "그것은 생명과 일상을 저울질 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싱가포르에 입국하려면 코로나 검사서를 갖춰야 하고 10일간의 자가격리도 해야한다. 여럿이 친구집에 모여서 술이라도 한잔 하면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마스크도 계속 착용해야 한다.

8월 18일에는 상습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영국인 벤저민 글린(40)에게 징역 6주가 선고됐다.

아직 백신을 안맞고 버티는 국민은 여전히 3인 이상 식사자리에 갈 수 없다. 그야말로 생명과 일상의 저울질이 계속된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국민들에게 계속 백신을 들이민다 (70대 이상 인구중 20%가 여전히 미접종자다). 백신 부작용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부작용에 대한 보상도 강화했다.

며칠 전에는 백신을 맞고 심장마비를 일으킨 16살 소년의 가족에게 22만5천 싱가포르 달러(1억 9천만원)가 지급됐다.

새로운 일상으로 가는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With Covid) 정책'은 3명의 장관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에서 이뤄졌다.

옹 예 쿵 보건부 장관과 간 킴 용 산업통상부 장관, 로렌스 윙 재무장관이 주인공이다.
사실상 보건팀이 아니라 경제팀이다( 옹 예 쿵 보건부장관도 의사가 아닌 경제학 전공자다).

누가 봐도 방역보다 경제 회복에 방점이 찍혀있다.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5인 이하 식사를 허용했다. 500인 이상 종교 체육 문화행사도 허용된다. 하나씩 점진적으로 규제를 풀고 ‘새로운 일상’을 찾기로 했다.  사진 로이터싱가포르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5인 이하 식사를 허용했다. 500인 이상 종교 체육 문화행사도 허용된다. 하나씩 점진적으로 규제를 풀고 ‘새로운 일상’을 찾기로 했다. 사진 로이터

코로나로 일상이 얽매인지 1년 6개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몇가지는 명확해졌다.

지금으로서는 백신이 답이고, 그럼에도 코로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증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방역의 고삐는 느슨하지도 팽팽하지도 않게 조여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나쁜 소식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상을 함께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물론 다른 나라도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어느 시점에는 결국 싱가포르 모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는 인류의 도박이 아니고, 인류의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시민들은 방역 원칙을 지키며, 가게문을 열고,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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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치명률 0.05%인데도…싱가포르 30분 격리 위반에 3주 징역형
    • 입력 2021-08-21 07:01:18
    특파원 리포트
싱가포르 영주권자인 수레쉬(왼쪽)와 바라티(오른쪽). 싱가포르 입국 뒤 자가격리 호텔에서 30분 정도 방을 이탈해 이야기를 나눴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3주를 선고했다. 사진 싱가포르 투데이
지난 일주일간 싱가포로의 코로나 사망자는 2명이다. 하루 평균 확진자는 54명이다. 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갈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방역 규제는 여전히 엄격하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처럼 어기면 바로 처벌로 이어진다. 싱가포르에서는 강력한 방역과 새로운 일상에 대한 시험이 진행중이다.


■ '30분 수다에 징역 3주'

싱가포르 창이공항으로 입국한 인도인 수레쉬(Bojanki Suresh Naidu)와 바라티 (Bharati Tulshiram Choudhari)는 시내 한 격리 호텔로 이동 중에 처음 만났다. 우연히 같은 층에 묵게 된 두사람은 전화로 방 번호를 확인했다.

자가격리에 지친 수레쉬가 낮 12시쯤 바라티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바라티의 방에서 과자를 함께 나누며 30분 정도 머물렀다. 하지만 수레쉬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을 때 호텔 방문은 잠겨있었다.

수레쉬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호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방에만 있다보니 호흡곤란이 왔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위해 복도로 나섰다가 방문이 잠겼다"고 설명했다. 바라티도 같은 진술을 했다.

하지만 복도의 CCTV는 수레쉬가 방문을 나서자마자 바라티가 방문을 열어주는 장면을 저장하고 있었다. 호텔측은 이들을 즉시 방역당국(ICA)에 신고했다.

법원은 방역법 위반으로 두사람에게 최소 3주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수레쉬는 9월 14일부터, 바라티는 8월 31일부터 구금된다.

싱가포르는 규제가 무서운 나라다. 특히 방역법위반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1만 싱가포르달러(870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입국후 자가격리를 어긴 간호사에게 7주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나흘간 자가격리를 한 20대 청년은 30분 미리 외출했다는 이유로 벌금 1500 싱가포르달러(130만원)를 선고받았다.


■ 독감보다 낮은 치명률 0.05%...새로운 일상(뉴노멀)의 시작

싱가포르 정부는 8월 10일부터 방역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

'위드 코로나(with covid) '로 명명된 이 정책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5인 이상 모임을 허용하고, 백신을 맞고 현장 검사를 받으면 500인 이상의 종교 체육 문화행사도 허용했다.

50명까지 모임은 검사를 받지 않고도 가능해진다. 증상이 가벼우면 원칙적으로 집에서 치료한다. 확진자에 대한 대규모 추적 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이 모든 게 가능해 진 것은 뚝 떨어진 '치명률' 때문이다. 지난 1주일간 싱가포르에서는 코로나로 단 2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0.05%. 보통 0.1% 정도인 독감보다 낮다.

모든 게 백신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570만 국민의 77%가 이미 2차 접종을 마쳤다.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자 치명률이 뚝뚝 떨어졌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선 독감으로 800여 명이 죽었는데, 올해 코로나 사망자는 모두 44명이다. 그러니 백신만 맞는다면 더 이상 문을 꽁꽁 닫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제 학교문도 열고 가게문도 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코로나와 함께...

싱가포르 정부는 8월 10일부터 ‘새로룬 일상(new normal)’을 선언했다. 코로나 종식 대신 코로나와의 일상(with covid)을 선택했다. 사진 로이터
■ "생명과 일상의 저울질"

싱가포르와 영국은 사실상 코로나와의 전쟁 중단을 선포했다.

하지만 단번에 마스크를 벗은 영국과는 전혀 다르다. 싱가포르는 매우 신중하고 점진적이다.

옹 예 쿵 신임 보건부 장관은 "그것은 생명과 일상을 저울질 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싱가포르에 입국하려면 코로나 검사서를 갖춰야 하고 10일간의 자가격리도 해야한다. 여럿이 친구집에 모여서 술이라도 한잔 하면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마스크도 계속 착용해야 한다.

8월 18일에는 상습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영국인 벤저민 글린(40)에게 징역 6주가 선고됐다.

아직 백신을 안맞고 버티는 국민은 여전히 3인 이상 식사자리에 갈 수 없다. 그야말로 생명과 일상의 저울질이 계속된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국민들에게 계속 백신을 들이민다 (70대 이상 인구중 20%가 여전히 미접종자다). 백신 부작용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부작용에 대한 보상도 강화했다.

며칠 전에는 백신을 맞고 심장마비를 일으킨 16살 소년의 가족에게 22만5천 싱가포르 달러(1억 9천만원)가 지급됐다.

새로운 일상으로 가는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With Covid) 정책'은 3명의 장관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에서 이뤄졌다.

옹 예 쿵 보건부 장관과 간 킴 용 산업통상부 장관, 로렌스 윙 재무장관이 주인공이다.
사실상 보건팀이 아니라 경제팀이다( 옹 예 쿵 보건부장관도 의사가 아닌 경제학 전공자다).

누가 봐도 방역보다 경제 회복에 방점이 찍혀있다.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5인 이하 식사를 허용했다. 500인 이상 종교 체육 문화행사도 허용된다. 하나씩 점진적으로 규제를 풀고 ‘새로운 일상’을 찾기로 했다.  사진 로이터
코로나로 일상이 얽매인지 1년 6개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몇가지는 명확해졌다.

지금으로서는 백신이 답이고, 그럼에도 코로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증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방역의 고삐는 느슨하지도 팽팽하지도 않게 조여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나쁜 소식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일상을 함께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물론 다른 나라도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어느 시점에는 결국 싱가포르 모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의 '위드 코로나'는 인류의 도박이 아니고, 인류의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시민들은 방역 원칙을 지키며, 가게문을 열고,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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