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가방 기부”…‘착한 소비’ 이끄는 제리백 디자이너 겸 대표
입력 2021.08.21 (08: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리백(JerryBag)은 소비자가 가방 하나를 사면,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 우간다 아동들에게 가방 하나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하나 사면 하나가 기부되는 (BUY 1 GIVE 1) 혹은 이른바 원포원(one for one) 방식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인데, 박중열 대표가 2014년 설립 초창기부터 가방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학에선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고, 핀란드로 유학을 가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프로젝트 수행 차원에서 우간다에 갔다가 아이들이 생활에 필수적인 물을 떠나르는 이른바 제리 캔(물통)을 가방에 담아 편리하게 옮길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지요. 키도 작은 아이들이 어렵게 물통을 옮기는 것을 보고 이런 결심했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고 하면서 창업까지 한 것이지요. "
초기에는 우간다에서 생산한 가방을 한국에서도 팔기도 했지만. 이젠 현지 스튜디오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마친 우간다 여성들이 만든 완제품은 현지 기부용으로 쓰인다고.
박 대표는 2014년 기업 초창기에 만든 가방들은 다 회수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면서, 디자인 측면이나 제품의 마감 등 질적인 면에서 그 당시에는 매우 열악했던 상황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요즘 가장 좋은 소식은 '글로리아'란 우간다 20대 여성이 있는데, 현지 제리백 스튜디오에서 일하다가 아예 창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봉제 기술 교육생 시절부터 일을 정말 잘 했던 분인데 한달 월급이 15만원 수준이면 일을 잘해서 가장 고액을 받아가던 분이었지요. 그런 사람이 창업해서 자신의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를 갖게 됐다는 것이 너무 기쁜 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소비와 외부 활동이 줄면 사회적 기업의 매출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
이 때문에 사회적 기업 8년 차를 맞은 제리백은 새로운 판로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의 전시회에도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난 8일~11일 뉴욕 한 전시장에서 개최된 '2021 NY NOW 전시회'에 가방 등을 전시했고, 현지 판매처들과 계약까지 체결된 것.

이에 따라 'K-패션잡화' 유망 기업의 하나로 조만간 뉴욕 패션 매장들에도 진출해 소비자들을 만날수 있게 됐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제리백에 요청해서 현재까지 판매된 가방과 기부된 가방의 통계를 받아본 결과 판매 가방보다 기부된 가방이 더 많았습니다.
2020년 말까지 판매된 가방은 2만 321개, 기부된 것은 1만 1,490개인데, 기부용 가방만 후원해 주는 기업들도 있어서 기부된 가방의 숫자가 더 많을 수 있는 것. 여하튼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를 하면, 그만큼 기부가 된다는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제리백은 비영리 단체들을 통해 그들이 관리하는 지역의 아동들에게도 가방 등 제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협업하는 단체는 월드비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뿐만 아니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호이 '(Hope is Education)와 함께하면서 가방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역의 작은 학교로도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방은 삶에 필수적인 물을 옮기는 것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등교용 가방, 집안 일을 돕는 짐 운송용 가방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요즘 우간다에서 가방 기부 뿐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제품을 기획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제리백의 변신인 셈인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우간다에 아동용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현지 생산 시설을 통해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제작한 것.
결국 지난해까지 8400개의 마스크를 만들어 모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대표와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희망은 무엇일까?
"현지 여성 공동체로 구성된 우간다 스튜디오를 멈추지 않고 계속 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간다에 일감이 끊이지 말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일이지요. 지금은 가방이나 다른 안전용 제품 기부로 현지 아이들을 돕는 것이 목표이지만, 더 큰 물통을 나르는 청소년과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다 마친 뒤 조만간 우간다로 출장을 갈 예정입니다."
가방과 함께 '감동적인 스토리'를 판매하는 제리백은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이미 사회적 기업 제품이라고 소비자들이 억지로 사주던 시절은 지났고, 업체 간 경쟁도 서로의 제품을 불법적으로 '복제'할 정도로 험악해지고 있다고 박 대표는 하소연했습니다.
제리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박중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 후배들에게는 힘든 길이라 함부로 권하진 못하겠다며 "큰 결정을 하기 전에 신중하게 자신이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을 성찰 할 것"을 마지막으로 조언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아프리카에 가방 기부”…‘착한 소비’ 이끄는 제리백 디자이너 겸 대표
-
- 입력 2021-08-21 08:02:45

제리백(JerryBag)은 소비자가 가방 하나를 사면,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 우간다 아동들에게 가방 하나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하나 사면 하나가 기부되는 (BUY 1 GIVE 1) 혹은 이른바 원포원(one for one) 방식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인데, 박중열 대표가 2014년 설립 초창기부터 가방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학에선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고, 핀란드로 유학을 가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프로젝트 수행 차원에서 우간다에 갔다가 아이들이 생활에 필수적인 물을 떠나르는 이른바 제리 캔(물통)을 가방에 담아 편리하게 옮길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지요. 키도 작은 아이들이 어렵게 물통을 옮기는 것을 보고 이런 결심했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고 하면서 창업까지 한 것이지요. "
초기에는 우간다에서 생산한 가방을 한국에서도 팔기도 했지만. 이젠 현지 스튜디오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마친 우간다 여성들이 만든 완제품은 현지 기부용으로 쓰인다고.
박 대표는 2014년 기업 초창기에 만든 가방들은 다 회수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면서, 디자인 측면이나 제품의 마감 등 질적인 면에서 그 당시에는 매우 열악했던 상황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요즘 가장 좋은 소식은 '글로리아'란 우간다 20대 여성이 있는데, 현지 제리백 스튜디오에서 일하다가 아예 창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봉제 기술 교육생 시절부터 일을 정말 잘 했던 분인데 한달 월급이 15만원 수준이면 일을 잘해서 가장 고액을 받아가던 분이었지요. 그런 사람이 창업해서 자신의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를 갖게 됐다는 것이 너무 기쁜 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소비와 외부 활동이 줄면 사회적 기업의 매출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
이 때문에 사회적 기업 8년 차를 맞은 제리백은 새로운 판로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의 전시회에도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난 8일~11일 뉴욕 한 전시장에서 개최된 '2021 NY NOW 전시회'에 가방 등을 전시했고, 현지 판매처들과 계약까지 체결된 것.

이에 따라 'K-패션잡화' 유망 기업의 하나로 조만간 뉴욕 패션 매장들에도 진출해 소비자들을 만날수 있게 됐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제리백에 요청해서 현재까지 판매된 가방과 기부된 가방의 통계를 받아본 결과 판매 가방보다 기부된 가방이 더 많았습니다.
2020년 말까지 판매된 가방은 2만 321개, 기부된 것은 1만 1,490개인데, 기부용 가방만 후원해 주는 기업들도 있어서 기부된 가방의 숫자가 더 많을 수 있는 것. 여하튼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를 하면, 그만큼 기부가 된다는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제리백은 비영리 단체들을 통해 그들이 관리하는 지역의 아동들에게도 가방 등 제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협업하는 단체는 월드비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뿐만 아니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호이 '(Hope is Education)와 함께하면서 가방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역의 작은 학교로도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방은 삶에 필수적인 물을 옮기는 것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등교용 가방, 집안 일을 돕는 짐 운송용 가방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요즘 우간다에서 가방 기부 뿐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제품을 기획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제리백의 변신인 셈인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우간다에 아동용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현지 생산 시설을 통해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제작한 것.
결국 지난해까지 8400개의 마스크를 만들어 모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대표와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희망은 무엇일까?
"현지 여성 공동체로 구성된 우간다 스튜디오를 멈추지 않고 계속 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간다에 일감이 끊이지 말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일이지요. 지금은 가방이나 다른 안전용 제품 기부로 현지 아이들을 돕는 것이 목표이지만, 더 큰 물통을 나르는 청소년과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다 마친 뒤 조만간 우간다로 출장을 갈 예정입니다."
가방과 함께 '감동적인 스토리'를 판매하는 제리백은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이미 사회적 기업 제품이라고 소비자들이 억지로 사주던 시절은 지났고, 업체 간 경쟁도 서로의 제품을 불법적으로 '복제'할 정도로 험악해지고 있다고 박 대표는 하소연했습니다.
제리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박중열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 후배들에게는 힘든 길이라 함부로 권하진 못하겠다며 "큰 결정을 하기 전에 신중하게 자신이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을 성찰 할 것"을 마지막으로 조언했습니다.
-
-
김종수 기자 sweeper@kbs.co.kr
김종수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