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父 병상일기에 눈물짓던 남편에게 “찌질”…참극 부른 막말

입력 2021.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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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 부친 병상일기 보며 눈물짓던 남편에게 "찌질"…부부 갈등이 살인으로

A 씨는 2013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 B 씨와 결혼했습니다.

B 씨는 A 씨가 가족을 만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2019년 A씨가 조부 장례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B 씨의 반대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A 씨는 몰래 가족들과 연락하거나 만나야 했습니다. B 씨에게 이혼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A 씨는 십수년 전 사망한 아버지가 작성한 병상일기를 컴퓨터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A 씨가 이를 읽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자, B 씨는 이를 보고 "찌질하게 아직도 가족을 못 잊고 짜고 있냐"고 말했습니다.

심한 모욕감을 느낀 A 씨는 이혼을 재차 요구했고, B 씨는 거부했습니다. A 씨는 다음날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습니다.

A 씨는 이후 부친의 산소에서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을 털어놨고, 수사기관에 자수했습니다.


■ 법원 "부부갈등이 범행 정당화할 수 없어"…징역 10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날 피해자로부터 다소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부부갈등을 겪고 있는 일반적인 다른 부부들과 구분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부부갈등을 겪고 있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범행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자수하였으며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비난하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된 것이 촉발요인이 되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소심 역시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부모 등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각 1,000만 원을 공탁하였으나 이는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사정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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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남] 父 병상일기에 눈물짓던 남편에게 “찌질”…참극 부른 막말
    • 입력 2021-08-21 09:00:35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br /><br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 부친 병상일기 보며 눈물짓던 남편에게 "찌질"…부부 갈등이 살인으로

A 씨는 2013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 B 씨와 결혼했습니다.

B 씨는 A 씨가 가족을 만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2019년 A씨가 조부 장례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B 씨의 반대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A 씨는 몰래 가족들과 연락하거나 만나야 했습니다. B 씨에게 이혼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A 씨는 십수년 전 사망한 아버지가 작성한 병상일기를 컴퓨터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A 씨가 이를 읽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자, B 씨는 이를 보고 "찌질하게 아직도 가족을 못 잊고 짜고 있냐"고 말했습니다.

심한 모욕감을 느낀 A 씨는 이혼을 재차 요구했고, B 씨는 거부했습니다. A 씨는 다음날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습니다.

A 씨는 이후 부친의 산소에서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을 털어놨고, 수사기관에 자수했습니다.


■ 법원 "부부갈등이 범행 정당화할 수 없어"…징역 10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날 피해자로부터 다소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부부갈등을 겪고 있는 일반적인 다른 부부들과 구분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부부갈등을 겪고 있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범행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자수하였으며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비난하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된 것이 촉발요인이 되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소심 역시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부모 등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각 1,000만 원을 공탁하였으나 이는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사정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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