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겪는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성사될까?

입력 2021.08.21 (10:17) 수정 2021.08.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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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150m 길이의 선박 안에 하얀 포대가 가득 실려 있다. 출처 : 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지난달 20일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150m 길이의 선박 안에 하얀 포대가 가득 실려 있다. 출처 : 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맥사 테크놀로지가 최근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구글어스에 공개했습니다. 약 150m 길이의 선박에 흰색 포대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포대들은 매일 조금씩 줄어들다, 지난 8일 배가 항구를 떠날 무렵엔 적재함이 텅 비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지난 6월부터 적어도 대형 선박 5척이 물자를 싣고 남포 항에 들어와 15~20일가량 머문 뒤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짐을 가득 실은 화물선. 내용물에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식량 부족 사태에도, 외부 지원 없이 자력갱생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온 북한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식량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비료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반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평화의 쌀 나누기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평화의 쌀' 보내기 모금 운동을 본격 시작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가 최근 공동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연간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86만 톤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 가운데 쌀 부족분 53.5만 톤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구매비용인 약 3천억 원을 모금하는 게 목표입니다. 특히, 추진위 측은 추석 전에 10만 톤을 먼저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받아야 할 당사자가 '받지 않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측에 물자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통일부에서 물자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승인 신청을 할 때 필요한 게 북측에서 받은 '합의서'입니다. 북에서 물자를 받을 기관 혹은 개인이 '확인서'를 남측 상대방에게 사전에 전달해야 하는데, 이 '확인서'를 써 줄 사람이 없는 겁니다.

지난해 8월 폭우로 농경지 390㎢, 주택 만 6천여 세대가 침수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외부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 북한은 공식적으로 식량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북측 상대방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한 소식통은 심지어 중국 정부가 전달하겠다는 쌀도 북한이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쌀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이 단체들도 아직 북측에서 '확인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일단 모금을 시작하면 북측에서도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운반 수단도 문제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고, 그 뒤 북한과 중국을 잇는 열차 운행이 멈췄습니다. 대규모 지원 물자가 들어가려면 선박을 이용해야 하는데,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마저도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해, 북한 측 항구에 입항하기 전 바다 위에서 약 한 달 정도 머물게 하면서 '자연 살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리적으로 추석 전 쌀 10만 톤 전달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대적인 모금이 이뤄진 뒤 실제 지원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측의 반응도 주목됩니다. 최고지도자가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했는데도 공개적으로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는 남측의 행동이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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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1 10:17:36
    • 수정2021-08-21 16:20:13
    취재K

지난달 20일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150m 길이의 선박 안에 하얀 포대가 가득 실려 있다. 출처 : 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맥사 테크놀로지가 최근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구글어스에 공개했습니다. 약 150m 길이의 선박에 흰색 포대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포대들은 매일 조금씩 줄어들다, 지난 8일 배가 항구를 떠날 무렵엔 적재함이 텅 비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지난 6월부터 적어도 대형 선박 5척이 물자를 싣고 남포 항에 들어와 15~20일가량 머문 뒤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짐을 가득 실은 화물선. 내용물에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식량 부족 사태에도, 외부 지원 없이 자력갱생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온 북한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식량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비료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반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평화의 쌀 나누기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평화의 쌀' 보내기 모금 운동을 본격 시작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가 최근 공동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연간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86만 톤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 가운데 쌀 부족분 53.5만 톤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구매비용인 약 3천억 원을 모금하는 게 목표입니다. 특히, 추진위 측은 추석 전에 10만 톤을 먼저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받아야 할 당사자가 '받지 않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측에 물자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통일부에서 물자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승인 신청을 할 때 필요한 게 북측에서 받은 '합의서'입니다. 북에서 물자를 받을 기관 혹은 개인이 '확인서'를 남측 상대방에게 사전에 전달해야 하는데, 이 '확인서'를 써 줄 사람이 없는 겁니다.

지난해 8월 폭우로 농경지 390㎢, 주택 만 6천여 세대가 침수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외부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 북한은 공식적으로 식량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인도지원 단체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북측 상대방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한 소식통은 심지어 중국 정부가 전달하겠다는 쌀도 북한이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쌀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이 단체들도 아직 북측에서 '확인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일단 모금을 시작하면 북측에서도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운반 수단도 문제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했고, 그 뒤 북한과 중국을 잇는 열차 운행이 멈췄습니다. 대규모 지원 물자가 들어가려면 선박을 이용해야 하는데,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마저도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해, 북한 측 항구에 입항하기 전 바다 위에서 약 한 달 정도 머물게 하면서 '자연 살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리적으로 추석 전 쌀 10만 톤 전달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대대적인 모금이 이뤄진 뒤 실제 지원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측의 반응도 주목됩니다. 최고지도자가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했는데도 공개적으로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는 남측의 행동이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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