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스가 총리의 물 건너간 ‘연임’ 전략…다음 시나리오는?

입력 2021.08.22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긴급사태 연장 및 적용 지역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 AP = 연합뉴스1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긴급사태 연장 및 적용 지역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 AP =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임기가 9월 만료됩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지금의 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데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9월 30일 끝나는 것이죠.


다수의 역대 총리가 그랬듯이 그 역시 연임을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난한 연임을 전망하기엔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8일 도쿄올림픽 폐회식이 열리는 주경기장 상공을 축하 불꽃이 환하게 수놓고 있다.  도쿄 로이터 = 연합뉴스지난 8일 도쿄올림픽 폐회식이 열리는 주경기장 상공을 축하 불꽃이 환하게 수놓고 있다. 도쿄 로이터 = 연합뉴스

스가 연임 시나리오는?

스가 총리의 원래 청사진을 볼까요.


우선 도쿄올림픽(7.23~8.8)과 패럴림픽(8.24~9.5)을 무난히 치릅니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가며 코로나19 방역에 선방합니다. 그러고 나면 9월 중 (임기가 끝나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곧이어 치르는 중의원 선거(총선)를 승리로 이끕니다.


여기까지 했으면 당내에서 그와 대적할 라이벌은 없겠죠. 그러면 총재 선거에 단독 출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투표 당선!

2020년 9월 16일 일본 중의원에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의원들의 박수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 AP = 연합뉴스2020년 9월 16일 일본 중의원에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의원들의 박수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 AP = 연합뉴스

■ 하지만 현실은…

스가 총리에겐 상상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겠지만 현실은 냉혹할만큼 반대로 흘러갔습니다. 일단 도쿄올림픽을 거치면서 코로나19 감염은 전례 없는 폭증으로 치달았습니다.


7월 23일 도쿄올림픽이 개회했고,

▲7월 29일 첫 1만 명대 확진자

▲8월 8일 폐회 거친 뒤

▲8월 13일 첫 2만 명대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긴급사태 발령 지역을 늘리고(6개→13개 광역자치단체지역), 기간도 8월 31일에서 9월 12일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이로써 '9월 중의원 해산→총선 승리→연임' 카드는 사실상 꺼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긴급사태가 9월 12일 끝난다는 보장도 없고요.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에 국민이 표를 많이 줄리 만무하니까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설문 일부 내용을 빼먹고 엉터리로 읽은 것에 대해 나중에 사과했다.    히로시마 로이터/교도=연합뉴스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설문 일부 내용을 빼먹고 엉터리로 읽은 것에 대해 나중에 사과했다. 히로시마 로이터/교도=연합뉴스

■ 日기업 58% "연임 안했으면"

여기에 스가 총리는 최근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 행사에서 연설 내용 일부를 빼먹은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척한 얼굴과 맥 없는 모습이 TV에 자주 비춰지며 건강 이상설까지 불거져 나왔습니다. 올림픽 개최 완주도 본인의 지지율 상승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폐회 후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20%대로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 250개 기업 중에 58%는 스가 연임을 바라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로이터).


스가 총리에겐 갈수록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14일 자민당 총재 경선이 끝난 뒤 손을 맞잡은 기시다 후미오(왼쪽부터) 정무조사회장, 아베 신조 당시 총리, 스가 신임 총재,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도쿄 교도 = 연합뉴스2020년 9월 14일 자민당 총재 경선이 끝난 뒤 손을 맞잡은 기시다 후미오(왼쪽부터) 정무조사회장, 아베 신조 당시 총리, 스가 신임 총재,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도쿄 교도 = 연합뉴스

■ '누구 얼굴'로 선거 치를까


총재 선출을 먼저 한 뒤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민당 내에선 총재에 입후보하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스가 총리의 인기가 없다 보니, '내가 당의 얼굴이 돼서 총선을 이겨 보겠다'는 도전장을 던지는 셈이죠. 자민당 내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고요. 당 3역 가운데 하나인 시모무라 하쿠분 정무조사회장도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적합도 1위를 달리는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도 당내 젊은 의원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스가 당시 관방장관과 총리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이번에 또 나올지도 관심사입니다.


다만, 아베 신조나 아소 다로 같은 전직 총리 출신 거물 정치인들이 스가 지지에 여전히 힘을 싣고 있어 총재 연임 가능성 만큼은 여전히 높아보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총재선거관리위원회가 8월 26일 회의를 열어 선거 일정을 결정하고 9월 17일 고시를 거쳐 29일 투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지금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얼굴의 '포스트 스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지, 또 누가 되든간에 총선에선 어떤 결과를 낼지, 일본 정치 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스가 총리의 물 건너간 ‘연임’ 전략…다음 시나리오는?
    • 입력 2021-08-22 07:00:04
    특파원 리포트
1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긴급사태 연장 및 적용 지역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 AP =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임기가 9월 만료됩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지금의 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데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9월 30일 끝나는 것이죠.


다수의 역대 총리가 그랬듯이 그 역시 연임을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난한 연임을 전망하기엔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8일 도쿄올림픽 폐회식이 열리는 주경기장 상공을 축하 불꽃이 환하게 수놓고 있다.  도쿄 로이터 = 연합뉴스
스가 연임 시나리오는?

스가 총리의 원래 청사진을 볼까요.


우선 도쿄올림픽(7.23~8.8)과 패럴림픽(8.24~9.5)을 무난히 치릅니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가며 코로나19 방역에 선방합니다. 그러고 나면 9월 중 (임기가 끝나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곧이어 치르는 중의원 선거(총선)를 승리로 이끕니다.


여기까지 했으면 당내에서 그와 대적할 라이벌은 없겠죠. 그러면 총재 선거에 단독 출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투표 당선!

2020년 9월 16일 일본 중의원에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의원들의 박수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 AP = 연합뉴스
■ 하지만 현실은…

스가 총리에겐 상상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겠지만 현실은 냉혹할만큼 반대로 흘러갔습니다. 일단 도쿄올림픽을 거치면서 코로나19 감염은 전례 없는 폭증으로 치달았습니다.


7월 23일 도쿄올림픽이 개회했고,

▲7월 29일 첫 1만 명대 확진자

▲8월 8일 폐회 거친 뒤

▲8월 13일 첫 2만 명대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긴급사태 발령 지역을 늘리고(6개→13개 광역자치단체지역), 기간도 8월 31일에서 9월 12일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이로써 '9월 중의원 해산→총선 승리→연임' 카드는 사실상 꺼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긴급사태가 9월 12일 끝난다는 보장도 없고요.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에 국민이 표를 많이 줄리 만무하니까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설문 일부 내용을 빼먹고 엉터리로 읽은 것에 대해 나중에 사과했다.    히로시마 로이터/교도=연합뉴스
■ 日기업 58% "연임 안했으면"

여기에 스가 총리는 최근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 행사에서 연설 내용 일부를 빼먹은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척한 얼굴과 맥 없는 모습이 TV에 자주 비춰지며 건강 이상설까지 불거져 나왔습니다. 올림픽 개최 완주도 본인의 지지율 상승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폐회 후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20%대로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 250개 기업 중에 58%는 스가 연임을 바라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로이터).


스가 총리에겐 갈수록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14일 자민당 총재 경선이 끝난 뒤 손을 맞잡은 기시다 후미오(왼쪽부터) 정무조사회장, 아베 신조 당시 총리, 스가 신임 총재,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도쿄 교도 = 연합뉴스
■ '누구 얼굴'로 선거 치를까


총재 선출을 먼저 한 뒤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민당 내에선 총재에 입후보하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스가 총리의 인기가 없다 보니, '내가 당의 얼굴이 돼서 총선을 이겨 보겠다'는 도전장을 던지는 셈이죠. 자민당 내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고요. 당 3역 가운데 하나인 시모무라 하쿠분 정무조사회장도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적합도 1위를 달리는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도 당내 젊은 의원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스가 당시 관방장관과 총리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이번에 또 나올지도 관심사입니다.


다만, 아베 신조나 아소 다로 같은 전직 총리 출신 거물 정치인들이 스가 지지에 여전히 힘을 싣고 있어 총재 연임 가능성 만큼은 여전히 높아보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총재선거관리위원회가 8월 26일 회의를 열어 선거 일정을 결정하고 9월 17일 고시를 거쳐 29일 투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지금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얼굴의 '포스트 스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지, 또 누가 되든간에 총선에선 어떤 결과를 낼지, 일본 정치 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