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 언론은 내로남불

입력 2021.08.22 (22:36) 수정 2021.08.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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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희: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입니다. 오늘은 언론의 품격을 묻는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최근 수산업자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금품을 받은 언론인들이 잇달아 입건됐는데요.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를 짚어보고요.

또 잠시 후 Q플러스에서는 취재를 위해서 무단침입, 또 경찰 사칭까지 감행하는 선을 넘는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함께할 분들 소개하겠습니다. 비평의 품격을 보여주고 계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유현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솔희:처음 오시는 분입니다. 유튜브에서 빵변으로 통하는 제빵왕 이동구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이동구: 제빵왕이요?

김솔희: 어떻게 빵을 만드실 생각을 하셨어요?

이동구: 빵은 재료를 정확하게 개량해야 하고 일관된 공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법도 마찬가지거든요. 정확하게 해야 하고 또 일관되고 공정하게 적용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둘이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솔희: 이 질문을 많이 받아보신 것 같습니다.

이동구:(웃음)아닙니다.

김솔희:다음은 질문하는 기자들 Q의 진지 담당입니다. 이세중 기자 안녕하세요?

이세중: 반갑습니다. 이세중입니다.

김솔희: 그러면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코너1]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 언론은 내로남불?

김솔희: 전현직 검사, 경찰, 중앙지 언론인들이 대거 입건된 가짜 수산업자 의혹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론인이 연루된 사건을 당사자인 언론은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요? 이세중 기자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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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①] 조선일보, TV 조선, 중앙일보의‘내로남불’

수산업자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언론인은 4명.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TV조선 엄성섭 앵커와 정 모 기자, 중앙일보 이 모 논설위원입니다.

청탁금지법상 한 번에 백만 원 또는 일년에 3백만 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청탁이나 대가가 없었더라도 처벌대상, 각각 골프채와 고급 중고차, 본인 대학원 학비, 고급 차량 리스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부터 논설위원 등 각 언론사를 대표하는 중견 기자들이 경찰에 입건된 상황. 이에 TV조선은 엄 앵커가 4년 넘게 맡은 프로그램 진행자를 별다른 고지 없이 교체했고, 다른 기자들 역시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세중 기자: 언론인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까지 잇따라 입건되자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로 불리며 관련 보도는 쏟아졌습니다.

그럼 해당 기자들이 속한 언론사는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시기별로 분석해봤습니다.

가장 먼저 언론인 금품 수수 의혹이 보도된 건 6월 29일, 이후 연일 관련 보도가 수십 개씩 쏟아졌지만, TV조선과 조선일보에선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일주일여 지난 7월 7일, 처음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녹취>신동욱 앵커/ TV조선 뉴스9 (7월 7일)
"본사 기자가 경찰에 입건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당국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절차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라는 점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날 조선일보도 자사 언론인 문제를 기사에 담았습니다.

다만 박영수 특별검사도 혐의가 있다는 기사에 덧붙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뒤늦게 자사 논설위원이 입건된 사실이 알려진 중앙일보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언론, 다른 언론사 기자의 논란에 대해선 발빠르게 대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MBC 기자의 경찰 사칭 사건이 벌어지자 TV조선은 메인 뉴스로 즉각 보도했고,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언론 궤도 이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럼 입건된 기자들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을까?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어 '여권 공작설'도 제기했습니다.

녹취>이동훈/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7월13일)
"여권, 정권의 사람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Y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작입니다."

엄성섭 앵커, 경찰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엄성섭/ TV조선 앵커 (7월17일)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 오늘 충분히 설명을 했고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소명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수사상황을 저도 좀 지켜보겠습니다."

하지만 의혹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기자질문) 고급 차량 제공 받으셨다는 의혹있는데 관련 내용에 대해 해명해주실 생각 있으신가요?
"..."

기자질문) 일각에서 성접대받으셨다는 의혹도 얘기했는데 관련해 해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

나머지 두 기자도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TV조선 정 모 기자는 학비를 빌린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취재진은 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전화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남긴 문자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한편 청탁금지법이 논의되던 2015년, 중앙일보 이 모 논설위원은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자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기소가 가능해진다"며 "검경 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진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언론인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무겁습니다.

SNS에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한국일보 김희원 기자.

기자 질문) 현직에 계신 기자로서 이렇게 공개적인 글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인터뷰)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정말 이대로 그냥 넘어가는 거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언론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 그 구성원들한테 '아, 그래 돈 받아도 돼 뭐 그거 별거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예요."

언론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회사의 조치와 함께 기자 사회의 반성도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언론사 조직이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기자, 그에 소속된 기자들이라도 목소리를 내서 우리가 스스로 뭔가를 해야 된다.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좀 내서 스스로 언론이 자정을 해야 된다. 이런 거를 좀 촉구하고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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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1]취재 뒷이야기

김솔희: 자사 언론인이 연루된 사안에 대해서 언론사들이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국민들의 실망감이 참 클 것 같은데요. 이세중 기자가 해당 언론사들이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보도한 양을 전수조사를 해봤다고요. 어떻습니까?

이세중: 조선일보와 TV조선, 중앙일보 세 매체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6주간 양을 분석했는데요. 조선일보가 22건, TV조선이 각각 18건씩 보도했는데 대부분 박영수 특별검사나 현직 경찰, 검찰의 혐의를 집중한 기사였고요. 언론인 다룬 보도는 4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보면 언론인의 혐의보다는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제기한 공작설에 초점을 맞춘 기사였거든요.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훨씬 많은 46건을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나 TV조선의 경우인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나 엄성섭 앵커의 혐의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가짜 수산업자를 알게 됐는지에 대해선 다뤘습니다. 다만, 자사 논설위원이 입건된 데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김솔희: 그런데 지금 입건된 언론인들이 모두 현직이거나 아니면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이라는 걸로 밝혀졌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해당 언론사들은 어떤 입장입니까?

이세중: 그래서 회사에서는 어떤 입장인지 저희가 공식 공문을 보내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퇴사한 이후에 불거진 데다가 본인은 위법 사항은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때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전해왔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해당 논설위원의 경우 입건이 확인되자마자 직무 정지시켰고 판결이 나오면 그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 라고 말했는데요. 마지막 TV조선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보내오지 않고 있습니다.

김솔희: 그렇군요. 언론사들의 입장 어떻게 보셨어요?

유현재: 저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요. 이런 일이 터지면 사실 내부나 혹은 동료 언론인들한테 명시적 메시지가 있고 암시적 메시지가 있잖아요. 제가 찾아보니까 조선일보에서도 나왔더라고요. 7월 9일자 사보였던 거 같은데 내부 구성원들에게 굉장히 공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 사소한 선물이라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게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암시적 메시지예요. 여기 보시면 아까 이세중 기자님이 말씀하셨습니다만 다루지 않아요. 다뤄도 계속 쉬쉬하고 약간 물타기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러면 이게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내부 인력들한테...

암시적이지만 굉장히 강력한 메시지, 혹시 걸려도 실드 쳐준다는 말과 똑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어떤 원인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거는 개인의 일탈인가? 어쩌면 시스템이나 구조적인 일탈일 수도 있겠다 해서 조금 엄격하게 봐야 될 것 같아요.

김솔희: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 게요. 언론사가 참 스스로에게 유리한 정보는 잘 보도하면서 불리한 정보는 작게 보도하거나 잘 보도하지 않거나 아까 유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내로남불 행태라는 걸 부인할 수가 없네요.

유현재: 그 용어는 외신에도 보도가 됐어요.

김솔희: 거의 사자성어로 자리를 잡은 말이에요.

유현재: 내로남불 이렇게 되더라고요. 이거와 관련해서 의견 기사가 있을까 했는데 한겨레 경향 관련해서
서너 건 정도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이제 동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찝찝하니까 이해는 조금 갑니다만 어쨌든 이렇게 주저주저하고 쉬쉬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약간 조금, 조금씩 언론과 관련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 같아요. 안타까워요, 그게. SNS는 속보, 이런 것들은 SNS에 지고, 재미는 유튜브에 지고. 이제 기성언론이 그래도 신뢰는 남아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게 조금, 조금씩 약해지면 저도 뭐 연구자로서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토크2] 99만 원에 맞추면 OK?

김솔희: 지금 입건된 4명의 언론인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요. 청탁금지법 위반입니다. 청탁금지법, 다 잘
아시겠지만 짧게 짚어보면요. 상한선을 규정해놨죠. 식사 등 음식물 3만 원, 경조사비 5만 원, 선물 5만
원 그리고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 초과 시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그런 즉, 지금 입건된 4명의 언론인은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경찰이 판단하고 있는 거죠?

이동구: 골프채가 시가가 얼마가 될 것이냐, 이런 것들이 이제 다툼이 있겠죠. 법정으로 가면. 원래는 이렇게 공직자 또는 공직자로 준하는 그런 사람이 금품을 수수하게 되면 뇌물죄, 또는 이제 사인 간에 거래에 있어서는 배임수재죄로 엄하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형법상의 죄는 직무상의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대가 관계가 입증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대가 관계를 입증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이 나온 거거든요.

일종의 법의 빈틈을 메운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금액을 과연 어떻게 계산할 것이냐, 이거까지 법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김솔희: 청탁금지법을 이렇게 잘 빠져나가는 경우도 되게 많잖아요.

이동구: 굉장히 많습니다.

김솔희: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정도 빈틈이 좀 있으니까요.

이동구: 가장 대표적인 게 최근에 2019년 7월 18일이었죠. 검사 세 분하고 청담동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게 이제 이분들이 11시 넘어까지 술을 마셨는데 11시에 검사 두 분은 집으로 갔어요. 그러니까 11시 이후에 접객원하고 밴드가 들어온 것으로 계산해서 원래는 접객원하고 밴드까지 계산을 다 하면
536만 원인데.

이 두 사람은 11시 이후에 온 것으로 계산해서 481만 원만 다섯 명이 나눠 가졌다, 해서 418 나누기 5를 하니까 96만 2000원이 됐습니다. 3만 8000원 차이로 청탁금지법 적용에서 이제 배제가 된 거죠. 그리고 11시 이후까지 있었던 검사 한 명만 이제 처벌을 받게 된 거죠.

김솔희: 그래서 당시에도 엄청 조롱이 많이 나왔어요.‘검사님을 위한 99만 원 불기소 세트’ 이런 댓글도 봤었는데요. 무슨 홈쇼핑인 줄 알았어요 다 9자로 끝나잖아요. 어떻게 맞췄을까요?

이동구: 이거는 누가 봐도 그거는 숫자를 맞추기를 한 거고 누가 봐도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법 기술자라고 하죠. 그래서 이제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게 틀림없습니다.

유현재: 국민의 1인으로서 말씀을 좀 드리면 이게 99만 원 세트가 아니라 전 국민 고혈압 유발 세트입니다. 저도 고혈압 있습니다만...언론인이 이야기하면 이동훈 씨도 그래요. 아이언 세트만 빌렸대요. 아이언 세트만 빌렸다고 이야기하는 거는 웨지랑 드라이버 세트 합치면 몇 백만 원 넘을 것 같으니까 김영란법 생각한 거 아니냐 이렇게 의심이 들어가는 거예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까 법이 평등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이게 보면 법망을 싹싹 빠져나가고 보자보자하니까 국민들을 보자기로 보나 하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참 답답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거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 같다.

이세중: 아직 우리 언론인이 청렴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려면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됐는데 과연 언론인들이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은 건수가 몇 건 정도가 될지 궁금하더라고요.

김솔희: 5년 동안.

이세중: 몇 건 정도 되실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유현재 0이라고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겠죠.

김솔희: 0까지는 아니겠죠, 설마. 몇 개는 있었겠죠.

이세중: 제가 조사를 해봤는데 지난 5년간 청탁금지법 관련 판결이 난 게 공개된 것만 52건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언론인이 연관된 사건이 12건이었거든요. 그러니까 1년에 두세 건 꼴이었던 셈입니다.

김솔희: 그렇군요. 그러면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언론인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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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②] 갈 길 먼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던 청탁금지법이 시행 5년을 맞이했습니다.

저희 질문하는기자들Q 취재진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 공개된 청탁금지법 관련 판결문 중에서 언론인이 포함된 사건 11건을 확인했습니다.

이 사건들로 언론인 17명이 처벌받았는데 어떤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걸까요?

이들의 범죄 행위를 분석했습니다.

직함을 보니 대표이사부터 사회부장, 정치부장, 취재본부장까지 절반 이상이 언론사 간부였습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기사를 빌미로 금품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홍보성 기사 청탁이 6건, 반대로 불리한 기사를 쓰지 않는 대가로 받은 경우가 3건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여행을 보내주거나 선물 등의 접대였습니다.

이들이 받은 금품 어느 정도일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까지 받았는데, 집을 사는데 보태달라고 돈을 요구하거나 아예 법인카드를 받아 2년간 천 사백여 만 원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세 명은 이미 비슷한 수법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7명 중 실형을 받은 건 단 한 명.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받았습니다.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은 언론인은 KBS에서 스튜디오 카메라 업무를 맡은 A씨.

지인이 상가 분쟁 관련해 방송에 내보내달라는 부탁을 하자 '1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해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65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금원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횟수도 여러 차례"라며 "국민이 납부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언론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를 깨뜨린 범행"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다른 언론사 기자는 '공사장에서 페인트가 날린다'고 하는데 기자들이 찾아오는 걸 막아주겠다며 업체에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시세가 한 세대당 만 원이라면서 980세대니 98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아예 기자단 전체를 매수하려고 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북의 한 아파트 분양 업체는 시청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2천만 원을 건네며 기자단에 아파트 홍보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출입기자 13명과 돈을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례들은 죄질이 나빠 단순 과태료 처분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받은 경우인데요, 이렇게 정식 재판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난 5년간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아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논란은 계속돼왔습니다.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식사 제공 가능 범위는 3만 원.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장은 대변인, 기자 2명과 27만 원어치의 식사를 해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방사청은 '소규모 기자 간담회'라며 공식 업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입니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공짜취재' 연속보도.

취재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제공받는 기자들의 다양한 혜택을 취재했습니다.

인천관광공사는 영종도를 소개하기 위해 고급호텔 코스 요리와 숙박 등을, 기상청은 제주도 1박2일 현장 탐방을 기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73곳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조사했더니 취재 지원을 한다며 청탁금지법 이후에만 204건, 9억 7천만 원이 사용됐습니다.

기자 질문) 공짜 취재 연속 보도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인터뷰>홍주환/뉴스타파 기자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이제 뭐 해외 출장을 갔다 오면 그걸 언론은 엄청 비판했잖아요. 이래가지고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겠냐,라면서. (기자들은 출입처의) 돈으로 출장을 가고 편의를 제공받는다면 과연 그 사람들은 제대로 감시를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하지만 권익위원회는 공식적인 행사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여했던 기자들도 마찬가지,

기자 질문) 이렇게 취재 편의를 제공받은 기자들, 이 기자들은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인터뷰> 홍주환/뉴스타파 기자
“원래 관행대로 해왔던 거다. 그게 뭐가 문제가 되냐? 이게 뭐 법에 위반되는 거냐라는 식의 입장이죠, 대부분. 출입처에 대해서 뭘 배우려면은 이런 식의 기회가 제공돼야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죠.”

법 위반과 관계없이 출입처의 지원을 받았다면 최소한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홍주환/뉴스타파 기자
“내가 이 기사에 나온 기관 혹은 기업으로부터 취재 편의로 뭘 제공받았는지, 그리고 최소한 추상적으로나마 여기로부터 뭐 취재편의를 제공받았다라는 그런 문구, 작은 문구 하나 정도는 당연히 실어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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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3] 언론인 처벌 12건의 의미

김솔희: 고급 호텔 숙박을 받았고 또 1박 2일 제주 출장을 받았고 이런 거 다 공짜로 다녀왔는데도 또 보니까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닌 거예요. 이거 기준이 뭐에요?

이동구: 청탁금지법에 보면 제8조에 3항 6호에 보면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 이런 것들은 청탁금지법의 금지 대상이 아니다. 이런 얘긴데.

김솔희: 예외가 있네요.

이동구: 주최자가 어떤 목적으로 행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공식적인 행사의 형태를 갖추고서 거기에 기자나 공직자들을 불러서 일률적으로 아주 값비싼 음식을 제공하고 숙박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이제 청탁금지법의 예외가 된다는 거죠. 그런 게 이제 빈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현재: 어느 정도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취재 지원을 받았다고 치자고요. 그러면 깔끔하게 고지를 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이게 애드버토리얼이라고 광고형 기사도 있잖아요. 광고형 기사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이게 정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사실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게 중립적인 기사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취재 지원을 받은 기사인지 아니면 진짜 돈 받고 대놓고 작문을 한 건지 모른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게 정보 리터리시 측면에서도 깔끔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이게 뭔가 굉장히 건전한 뭔가 언론과 정보 소비자와의 티키타카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뭔가 선진적인 언론 환경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솔희: 앞서서 영상을 통해서 그동안의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언론인들의 사례를 쭉 살펴봤는데요. 이 기자가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고요.

이세중: 앞에서 분석한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 12건 중에서 2개를 제외하고 모두 지역 소재 언론사에서 적발된 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저는 언론사 숫자 같은 걸 고려해 봤을 때 아무래도 수도권 위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조금은 의외의 결과였거든요. 유 교수님, 이거는 좀 어떻게 해석해 볼 수 있을까요?

유현재: 지역이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지역이 좁을수록 뭔가 정보가 노출되는 미디어 플랫폼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뭔가 정말 대놓고 부당거래하는 거죠. 대놓고 그런 거를 요구하는 업자들은 굉장히 강력한 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보면 더이상 뭔가 내가 지불할 능력도 없고 계속해서 삥 뜯기는 느낌도 들고 그러면 자폭하는 거예요. 그러면 너 죽고 나 죽자 되는 거죠. 그런 환경이 계속해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구나. 이게 굉장히 슬픈 현실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세중: 듣고 보니까 실제로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 중의 한 명의 폭로로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김솔희: 외부 제보보다도요?

이세중: 이번 금품수수 의혹의 경우에도 가짜 수산업자의 폭로로 시작된 거였고.

김솔희: 그렇죠.

이세중: 앞서 분석한 12건 중의 하나가 KBS의 사례였는데, 그 KBS 직원의 경우에도 돈을 건넨 사람이 KBS 직원을 폭로해서 발각이 된 경우였거든요. 그러니까 확실히 내부자 간의 폭로가 아니면 아무래도 드러나기 쉽지 않은 그런 특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솔희: 이렇게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수틀리면 폭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

이동구: 폭로하는 경우보다 우리가 남이가, 해서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렇게 하는 사례가 아마 더 많을 거예요.

김솔희: 그렇겠죠.

이동구: 심지어는 이제 접대받은 공무원들을 위해서 기자단에서 탄원서를 쓰자고 그렇게 했던 그런 사례도 있고. 그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서약서 쓰자, 우리가 서로 책임진다는 서약서 쓰고 같이 한번 나눠서 쓰자, 이런 사례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세중: 어떻게 보면 기자들보다 더 피부에 와닿을 분들 중 하나가 이제 기자를 상대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홍보 담당자들인데요. 제가 몇 분에게 물어봤더니 기자들의 접대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어진 거냐? 그렇지는 않다. 청탁금지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상황들이 좀 연출된다고 하던데요. 어떤 상황인지 먼저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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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③] 정부 부처 대변인실 관계자 녹취
"기계적으로 딱 3만 원을 지켜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많이 있었어요. n분의 일을 기계적으로 하자고 했을 때 그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 때문에 지키는 게 좀 어려운 상황이 현실적으로 존재했었던 겁니다. 한도액을 넘는 선에서 제 사부담을 한 적도 있고, 참석한 사람 숫자를 늘려서 계산하는 방법도 있었고 또 다음 날 가서 또 나머지 부분을 계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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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한 홈쇼핑 홍보 회사 담당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적당한 가격대의 식사도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3만 원이 기준이 되어버렸다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예전에는 점심 같은 경우에는 그냥 가볍게 먹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기자들의 기대가 3만 원 식사, 이렇게 상한선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솔희: 그렇군요.

유현재: 나를 뭐로 보고 1만 원짜리를 먹여?

이세중: 3만 원이 되지 않으면 약간 서운한. 그런 것을 요구하는 기자들이 많다.

토크 4> 청탁금지법, 왜 필요한가?

김솔희: 청탁금지법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2019년에 언론진흥재단이 언론인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요. 접대 관행이 줄었다는 응답이 83.7%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청탁금지법이 특정 계층에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법이라면, 그렇다면 이 법이 존재하는 의미가 뭔지 좀 의구심이나 회의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교수님, 이런 분들에게 그럼에도 청탁금지법 필요하다, 왜 필요한가, 말씀을 좀 해주시죠.

유현재: 그 이야기 많이 들었죠. 김영란법이 이제는 뭔가 이렇게 피해가는 방법도 많고 사법화한 거 아닌가라고도 하고.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고요. 굉장히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한국형 사법 유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다른 게 아니라 예방 효과입니다.

잠깐 제 말씀을 드리면 제가 미국 유학할 때 이런 경험이 하나 있었어요. 한국이 참 다르구나 생각을 했었던 게 유학을 하니까 피곤하니까 집에 가는데 차를 몰고 가고 있었어요. 깜깜하죠. 그런데 빨리 가고 싶어서 조금 속도를 올렸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뒤에 있지도 않았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갑자기 경광등이 퍽하고 터지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사이렌이 막 울리면서 저를 잡은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티켓 끊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티켓 값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미국은 경고하고 그다음에 지켜보다가 걸리면 큰일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거 일벌백계, 일벌천계, 일벌만계가 돼요. 그런데 한국은 조금 달라요. 김영란법 같은 경우에는 내가 너 보고 있어. 검찰차들도 전부 다 경광등 켜고 있잖아요. 예방인 거예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하지마, 내가 보고 있어, 이런 것들. 사실 김영란 위원장도 옛날에 말씀하셨던 거로 기억하는데 복잡한 게 아니에요. 딱 3개예요. 더치페이, 내돈내밥, 내돈내술. 끝이에요. 그러니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정교하게 이루어지면. 될 때가 됐죠. 만 5년이 됐으니까. 그런 걸 바라봅니다.

김솔희: 이동구 변호사님께서는?

이동구: 많은 분이 김영란법이 유명무실하다. 허점이 너무 많다. 굉장히 불편하다. 불편하기만 하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많은 법들 중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언급하는 법들을 따져보면 김영란법이 굉장히 상위에 있을 거예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공적인 거래나 사적인 거래를 할 때 이거 김영란법에 걸리는 거 아니야? 농담이라도 얘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그 법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법의 내용에 대해서 최소한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이것에 대해서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이 비합리적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것은 말하자면 이해 관계가 걸린 사람들의 주장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반 시민들에 있어서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에 대해서 이걸 비웃거나 조롱하는 사람들은 청탁을 받고 싶어 하거나 금품을 수수하고 싶어하는, 또는 그러했던 문화 속에 있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저는 감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솔희: 모든 일의 시작은 밥 한 끼다. 이게 비밀의 숲이라는 몇 년 전에 나왔던 드라마 대사였습니다. 밥 한 끼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관계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공과 사가 섞이게 된다는 그런 점들을 담고 있는 말일 텐데요. 특별히 이번 회차를 취재하면서 이세중 기자가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이세중: 이번 아이템을 취재하면서 사실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언론인들의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또 같은 기자로서 반성을 하게 하는 측면도 있었는데요. 저도 그렇고 우리 언론인들이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좀 들었습니다.

김솔희: 알겠습니다. 이세중 기자 수고했습니다.

*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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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 언론은 내로남불
    • 입력 2021-08-22 22:36:57
    • 수정2021-08-22 23:32:03
    질문하는 기자들Q
김솔희: 미디어의 본질을 묻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입니다. 오늘은 언론의 품격을 묻는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최근 수산업자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금품을 받은 언론인들이 잇달아 입건됐는데요.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를 짚어보고요.

또 잠시 후 Q플러스에서는 취재를 위해서 무단침입, 또 경찰 사칭까지 감행하는 선을 넘는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함께할 분들 소개하겠습니다. 비평의 품격을 보여주고 계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유현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솔희:처음 오시는 분입니다. 유튜브에서 빵변으로 통하는 제빵왕 이동구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이동구: 제빵왕이요?

김솔희: 어떻게 빵을 만드실 생각을 하셨어요?

이동구: 빵은 재료를 정확하게 개량해야 하고 일관된 공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법도 마찬가지거든요. 정확하게 해야 하고 또 일관되고 공정하게 적용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둘이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솔희: 이 질문을 많이 받아보신 것 같습니다.

이동구:(웃음)아닙니다.

김솔희:다음은 질문하는 기자들 Q의 진지 담당입니다. 이세중 기자 안녕하세요?

이세중: 반갑습니다. 이세중입니다.

김솔희: 그러면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코너1]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 언론은 내로남불?

김솔희: 전현직 검사, 경찰, 중앙지 언론인들이 대거 입건된 가짜 수산업자 의혹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론인이 연루된 사건을 당사자인 언론은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요? 이세중 기자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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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①] 조선일보, TV 조선, 중앙일보의‘내로남불’

수산업자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언론인은 4명.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TV조선 엄성섭 앵커와 정 모 기자, 중앙일보 이 모 논설위원입니다.

청탁금지법상 한 번에 백만 원 또는 일년에 3백만 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청탁이나 대가가 없었더라도 처벌대상, 각각 골프채와 고급 중고차, 본인 대학원 학비, 고급 차량 리스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부터 논설위원 등 각 언론사를 대표하는 중견 기자들이 경찰에 입건된 상황. 이에 TV조선은 엄 앵커가 4년 넘게 맡은 프로그램 진행자를 별다른 고지 없이 교체했고, 다른 기자들 역시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세중 기자: 언론인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까지 잇따라 입건되자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로 불리며 관련 보도는 쏟아졌습니다.

그럼 해당 기자들이 속한 언론사는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시기별로 분석해봤습니다.

가장 먼저 언론인 금품 수수 의혹이 보도된 건 6월 29일, 이후 연일 관련 보도가 수십 개씩 쏟아졌지만, TV조선과 조선일보에선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일주일여 지난 7월 7일, 처음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녹취>신동욱 앵커/ TV조선 뉴스9 (7월 7일)
"본사 기자가 경찰에 입건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당국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절차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라는 점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날 조선일보도 자사 언론인 문제를 기사에 담았습니다.

다만 박영수 특별검사도 혐의가 있다는 기사에 덧붙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뒤늦게 자사 논설위원이 입건된 사실이 알려진 중앙일보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언론, 다른 언론사 기자의 논란에 대해선 발빠르게 대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MBC 기자의 경찰 사칭 사건이 벌어지자 TV조선은 메인 뉴스로 즉각 보도했고,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언론 궤도 이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럼 입건된 기자들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을까?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어 '여권 공작설'도 제기했습니다.

녹취>이동훈/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7월13일)
"여권, 정권의 사람이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Y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작입니다."

엄성섭 앵커, 경찰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엄성섭/ TV조선 앵커 (7월17일)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 오늘 충분히 설명을 했고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소명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수사상황을 저도 좀 지켜보겠습니다."

하지만 의혹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기자질문) 고급 차량 제공 받으셨다는 의혹있는데 관련 내용에 대해 해명해주실 생각 있으신가요?
"..."

기자질문) 일각에서 성접대받으셨다는 의혹도 얘기했는데 관련해 해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

나머지 두 기자도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TV조선 정 모 기자는 학비를 빌린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취재진은 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전화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남긴 문자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한편 청탁금지법이 논의되던 2015년, 중앙일보 이 모 논설위원은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되자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기소가 가능해진다"며 "검경 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진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언론인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무겁습니다.

SNS에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한국일보 김희원 기자.

기자 질문) 현직에 계신 기자로서 이렇게 공개적인 글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인터뷰)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정말 이대로 그냥 넘어가는 거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언론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 그 구성원들한테 '아, 그래 돈 받아도 돼 뭐 그거 별거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예요."

언론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회사의 조치와 함께 기자 사회의 반성도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언론사 조직이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기자, 그에 소속된 기자들이라도 목소리를 내서 우리가 스스로 뭔가를 해야 된다.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좀 내서 스스로 언론이 자정을 해야 된다. 이런 거를 좀 촉구하고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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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1]취재 뒷이야기

김솔희: 자사 언론인이 연루된 사안에 대해서 언론사들이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국민들의 실망감이 참 클 것 같은데요. 이세중 기자가 해당 언론사들이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보도한 양을 전수조사를 해봤다고요. 어떻습니까?

이세중: 조선일보와 TV조선, 중앙일보 세 매체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6주간 양을 분석했는데요. 조선일보가 22건, TV조선이 각각 18건씩 보도했는데 대부분 박영수 특별검사나 현직 경찰, 검찰의 혐의를 집중한 기사였고요. 언론인 다룬 보도는 4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보면 언론인의 혐의보다는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제기한 공작설에 초점을 맞춘 기사였거든요.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훨씬 많은 46건을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나 TV조선의 경우인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나 엄성섭 앵커의 혐의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가짜 수산업자를 알게 됐는지에 대해선 다뤘습니다. 다만, 자사 논설위원이 입건된 데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김솔희: 그런데 지금 입건된 언론인들이 모두 현직이거나 아니면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이라는 걸로 밝혀졌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해당 언론사들은 어떤 입장입니까?

이세중: 그래서 회사에서는 어떤 입장인지 저희가 공식 공문을 보내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퇴사한 이후에 불거진 데다가 본인은 위법 사항은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때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전해왔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해당 논설위원의 경우 입건이 확인되자마자 직무 정지시켰고 판결이 나오면 그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 라고 말했는데요. 마지막 TV조선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보내오지 않고 있습니다.

김솔희: 그렇군요. 언론사들의 입장 어떻게 보셨어요?

유현재: 저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요. 이런 일이 터지면 사실 내부나 혹은 동료 언론인들한테 명시적 메시지가 있고 암시적 메시지가 있잖아요. 제가 찾아보니까 조선일보에서도 나왔더라고요. 7월 9일자 사보였던 거 같은데 내부 구성원들에게 굉장히 공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 사소한 선물이라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게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암시적 메시지예요. 여기 보시면 아까 이세중 기자님이 말씀하셨습니다만 다루지 않아요. 다뤄도 계속 쉬쉬하고 약간 물타기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러면 이게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내부 인력들한테...

암시적이지만 굉장히 강력한 메시지, 혹시 걸려도 실드 쳐준다는 말과 똑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어떤 원인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거는 개인의 일탈인가? 어쩌면 시스템이나 구조적인 일탈일 수도 있겠다 해서 조금 엄격하게 봐야 될 것 같아요.

김솔희: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 게요. 언론사가 참 스스로에게 유리한 정보는 잘 보도하면서 불리한 정보는 작게 보도하거나 잘 보도하지 않거나 아까 유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내로남불 행태라는 걸 부인할 수가 없네요.

유현재: 그 용어는 외신에도 보도가 됐어요.

김솔희: 거의 사자성어로 자리를 잡은 말이에요.

유현재: 내로남불 이렇게 되더라고요. 이거와 관련해서 의견 기사가 있을까 했는데 한겨레 경향 관련해서
서너 건 정도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이제 동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찝찝하니까 이해는 조금 갑니다만 어쨌든 이렇게 주저주저하고 쉬쉬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약간 조금, 조금씩 언론과 관련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 같아요. 안타까워요, 그게. SNS는 속보, 이런 것들은 SNS에 지고, 재미는 유튜브에 지고. 이제 기성언론이 그래도 신뢰는 남아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게 조금, 조금씩 약해지면 저도 뭐 연구자로서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토크2] 99만 원에 맞추면 OK?

김솔희: 지금 입건된 4명의 언론인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요. 청탁금지법 위반입니다. 청탁금지법, 다 잘
아시겠지만 짧게 짚어보면요. 상한선을 규정해놨죠. 식사 등 음식물 3만 원, 경조사비 5만 원, 선물 5만
원 그리고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 초과 시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그런 즉, 지금 입건된 4명의 언론인은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경찰이 판단하고 있는 거죠?

이동구: 골프채가 시가가 얼마가 될 것이냐, 이런 것들이 이제 다툼이 있겠죠. 법정으로 가면. 원래는 이렇게 공직자 또는 공직자로 준하는 그런 사람이 금품을 수수하게 되면 뇌물죄, 또는 이제 사인 간에 거래에 있어서는 배임수재죄로 엄하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형법상의 죄는 직무상의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대가 관계가 입증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대가 관계를 입증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률이 나온 거거든요.

일종의 법의 빈틈을 메운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금액을 과연 어떻게 계산할 것이냐, 이거까지 법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김솔희: 청탁금지법을 이렇게 잘 빠져나가는 경우도 되게 많잖아요.

이동구: 굉장히 많습니다.

김솔희: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정도 빈틈이 좀 있으니까요.

이동구: 가장 대표적인 게 최근에 2019년 7월 18일이었죠. 검사 세 분하고 청담동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게 이제 이분들이 11시 넘어까지 술을 마셨는데 11시에 검사 두 분은 집으로 갔어요. 그러니까 11시 이후에 접객원하고 밴드가 들어온 것으로 계산해서 원래는 접객원하고 밴드까지 계산을 다 하면
536만 원인데.

이 두 사람은 11시 이후에 온 것으로 계산해서 481만 원만 다섯 명이 나눠 가졌다, 해서 418 나누기 5를 하니까 96만 2000원이 됐습니다. 3만 8000원 차이로 청탁금지법 적용에서 이제 배제가 된 거죠. 그리고 11시 이후까지 있었던 검사 한 명만 이제 처벌을 받게 된 거죠.

김솔희: 그래서 당시에도 엄청 조롱이 많이 나왔어요.‘검사님을 위한 99만 원 불기소 세트’ 이런 댓글도 봤었는데요. 무슨 홈쇼핑인 줄 알았어요 다 9자로 끝나잖아요. 어떻게 맞췄을까요?

이동구: 이거는 누가 봐도 그거는 숫자를 맞추기를 한 거고 누가 봐도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법 기술자라고 하죠. 그래서 이제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게 틀림없습니다.

유현재: 국민의 1인으로서 말씀을 좀 드리면 이게 99만 원 세트가 아니라 전 국민 고혈압 유발 세트입니다. 저도 고혈압 있습니다만...언론인이 이야기하면 이동훈 씨도 그래요. 아이언 세트만 빌렸대요. 아이언 세트만 빌렸다고 이야기하는 거는 웨지랑 드라이버 세트 합치면 몇 백만 원 넘을 것 같으니까 김영란법 생각한 거 아니냐 이렇게 의심이 들어가는 거예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까 법이 평등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이게 보면 법망을 싹싹 빠져나가고 보자보자하니까 국민들을 보자기로 보나 하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참 답답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거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 같다.

이세중: 아직 우리 언론인이 청렴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려면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됐는데 과연 언론인들이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은 건수가 몇 건 정도가 될지 궁금하더라고요.

김솔희: 5년 동안.

이세중: 몇 건 정도 되실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유현재 0이라고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겠죠.

김솔희: 0까지는 아니겠죠, 설마. 몇 개는 있었겠죠.

이세중: 제가 조사를 해봤는데 지난 5년간 청탁금지법 관련 판결이 난 게 공개된 것만 52건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언론인이 연관된 사건이 12건이었거든요. 그러니까 1년에 두세 건 꼴이었던 셈입니다.

김솔희: 그렇군요. 그러면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언론인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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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②] 갈 길 먼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던 청탁금지법이 시행 5년을 맞이했습니다.

저희 질문하는기자들Q 취재진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 공개된 청탁금지법 관련 판결문 중에서 언론인이 포함된 사건 11건을 확인했습니다.

이 사건들로 언론인 17명이 처벌받았는데 어떤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걸까요?

이들의 범죄 행위를 분석했습니다.

직함을 보니 대표이사부터 사회부장, 정치부장, 취재본부장까지 절반 이상이 언론사 간부였습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기사를 빌미로 금품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홍보성 기사 청탁이 6건, 반대로 불리한 기사를 쓰지 않는 대가로 받은 경우가 3건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여행을 보내주거나 선물 등의 접대였습니다.

이들이 받은 금품 어느 정도일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까지 받았는데, 집을 사는데 보태달라고 돈을 요구하거나 아예 법인카드를 받아 2년간 천 사백여 만 원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세 명은 이미 비슷한 수법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7명 중 실형을 받은 건 단 한 명.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받았습니다.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은 언론인은 KBS에서 스튜디오 카메라 업무를 맡은 A씨.

지인이 상가 분쟁 관련해 방송에 내보내달라는 부탁을 하자 '1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해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65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금원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횟수도 여러 차례"라며 "국민이 납부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언론사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를 깨뜨린 범행"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다른 언론사 기자는 '공사장에서 페인트가 날린다'고 하는데 기자들이 찾아오는 걸 막아주겠다며 업체에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시세가 한 세대당 만 원이라면서 980세대니 98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아예 기자단 전체를 매수하려고 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북의 한 아파트 분양 업체는 시청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2천만 원을 건네며 기자단에 아파트 홍보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출입기자 13명과 돈을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례들은 죄질이 나빠 단순 과태료 처분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받은 경우인데요, 이렇게 정식 재판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난 5년간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아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논란은 계속돼왔습니다.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식사 제공 가능 범위는 3만 원.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장은 대변인, 기자 2명과 27만 원어치의 식사를 해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방사청은 '소규모 기자 간담회'라며 공식 업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입니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공짜취재' 연속보도.

취재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제공받는 기자들의 다양한 혜택을 취재했습니다.

인천관광공사는 영종도를 소개하기 위해 고급호텔 코스 요리와 숙박 등을, 기상청은 제주도 1박2일 현장 탐방을 기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73곳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조사했더니 취재 지원을 한다며 청탁금지법 이후에만 204건, 9억 7천만 원이 사용됐습니다.

기자 질문) 공짜 취재 연속 보도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인터뷰>홍주환/뉴스타파 기자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이제 뭐 해외 출장을 갔다 오면 그걸 언론은 엄청 비판했잖아요. 이래가지고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겠냐,라면서. (기자들은 출입처의) 돈으로 출장을 가고 편의를 제공받는다면 과연 그 사람들은 제대로 감시를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하지만 권익위원회는 공식적인 행사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여했던 기자들도 마찬가지,

기자 질문) 이렇게 취재 편의를 제공받은 기자들, 이 기자들은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인터뷰> 홍주환/뉴스타파 기자
“원래 관행대로 해왔던 거다. 그게 뭐가 문제가 되냐? 이게 뭐 법에 위반되는 거냐라는 식의 입장이죠, 대부분. 출입처에 대해서 뭘 배우려면은 이런 식의 기회가 제공돼야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죠.”

법 위반과 관계없이 출입처의 지원을 받았다면 최소한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홍주환/뉴스타파 기자
“내가 이 기사에 나온 기관 혹은 기업으로부터 취재 편의로 뭘 제공받았는지, 그리고 최소한 추상적으로나마 여기로부터 뭐 취재편의를 제공받았다라는 그런 문구, 작은 문구 하나 정도는 당연히 실어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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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3] 언론인 처벌 12건의 의미

김솔희: 고급 호텔 숙박을 받았고 또 1박 2일 제주 출장을 받았고 이런 거 다 공짜로 다녀왔는데도 또 보니까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닌 거예요. 이거 기준이 뭐에요?

이동구: 청탁금지법에 보면 제8조에 3항 6호에 보면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 이런 것들은 청탁금지법의 금지 대상이 아니다. 이런 얘긴데.

김솔희: 예외가 있네요.

이동구: 주최자가 어떤 목적으로 행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공식적인 행사의 형태를 갖추고서 거기에 기자나 공직자들을 불러서 일률적으로 아주 값비싼 음식을 제공하고 숙박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이제 청탁금지법의 예외가 된다는 거죠. 그런 게 이제 빈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현재: 어느 정도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취재 지원을 받았다고 치자고요. 그러면 깔끔하게 고지를 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이게 애드버토리얼이라고 광고형 기사도 있잖아요. 광고형 기사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이게 정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사실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게 중립적인 기사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취재 지원을 받은 기사인지 아니면 진짜 돈 받고 대놓고 작문을 한 건지 모른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게 정보 리터리시 측면에서도 깔끔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이게 뭔가 굉장히 건전한 뭔가 언론과 정보 소비자와의 티키타카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뭔가 선진적인 언론 환경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솔희: 앞서서 영상을 통해서 그동안의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언론인들의 사례를 쭉 살펴봤는데요. 이 기자가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고요.

이세중: 앞에서 분석한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 12건 중에서 2개를 제외하고 모두 지역 소재 언론사에서 적발된 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저는 언론사 숫자 같은 걸 고려해 봤을 때 아무래도 수도권 위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조금은 의외의 결과였거든요. 유 교수님, 이거는 좀 어떻게 해석해 볼 수 있을까요?

유현재: 지역이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지역이 좁을수록 뭔가 정보가 노출되는 미디어 플랫폼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뭔가 정말 대놓고 부당거래하는 거죠. 대놓고 그런 거를 요구하는 업자들은 굉장히 강력한 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보면 더이상 뭔가 내가 지불할 능력도 없고 계속해서 삥 뜯기는 느낌도 들고 그러면 자폭하는 거예요. 그러면 너 죽고 나 죽자 되는 거죠. 그런 환경이 계속해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구나. 이게 굉장히 슬픈 현실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세중: 듣고 보니까 실제로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 중의 한 명의 폭로로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김솔희: 외부 제보보다도요?

이세중: 이번 금품수수 의혹의 경우에도 가짜 수산업자의 폭로로 시작된 거였고.

김솔희: 그렇죠.

이세중: 앞서 분석한 12건 중의 하나가 KBS의 사례였는데, 그 KBS 직원의 경우에도 돈을 건넨 사람이 KBS 직원을 폭로해서 발각이 된 경우였거든요. 그러니까 확실히 내부자 간의 폭로가 아니면 아무래도 드러나기 쉽지 않은 그런 특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솔희: 이렇게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수틀리면 폭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

이동구: 폭로하는 경우보다 우리가 남이가, 해서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렇게 하는 사례가 아마 더 많을 거예요.

김솔희: 그렇겠죠.

이동구: 심지어는 이제 접대받은 공무원들을 위해서 기자단에서 탄원서를 쓰자고 그렇게 했던 그런 사례도 있고. 그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서약서 쓰자, 우리가 서로 책임진다는 서약서 쓰고 같이 한번 나눠서 쓰자, 이런 사례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세중: 어떻게 보면 기자들보다 더 피부에 와닿을 분들 중 하나가 이제 기자를 상대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홍보 담당자들인데요. 제가 몇 분에게 물어봤더니 기자들의 접대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어진 거냐? 그렇지는 않다. 청탁금지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상황들이 좀 연출된다고 하던데요. 어떤 상황인지 먼저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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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③] 정부 부처 대변인실 관계자 녹취
"기계적으로 딱 3만 원을 지켜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많이 있었어요. n분의 일을 기계적으로 하자고 했을 때 그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 때문에 지키는 게 좀 어려운 상황이 현실적으로 존재했었던 겁니다. 한도액을 넘는 선에서 제 사부담을 한 적도 있고, 참석한 사람 숫자를 늘려서 계산하는 방법도 있었고 또 다음 날 가서 또 나머지 부분을 계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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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한 홈쇼핑 홍보 회사 담당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적당한 가격대의 식사도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3만 원이 기준이 되어버렸다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예전에는 점심 같은 경우에는 그냥 가볍게 먹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기자들의 기대가 3만 원 식사, 이렇게 상한선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솔희: 그렇군요.

유현재: 나를 뭐로 보고 1만 원짜리를 먹여?

이세중: 3만 원이 되지 않으면 약간 서운한. 그런 것을 요구하는 기자들이 많다.

토크 4> 청탁금지법, 왜 필요한가?

김솔희: 청탁금지법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2019년에 언론진흥재단이 언론인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요. 접대 관행이 줄었다는 응답이 83.7%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청탁금지법이 특정 계층에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법이라면, 그렇다면 이 법이 존재하는 의미가 뭔지 좀 의구심이나 회의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교수님, 이런 분들에게 그럼에도 청탁금지법 필요하다, 왜 필요한가, 말씀을 좀 해주시죠.

유현재: 그 이야기 많이 들었죠. 김영란법이 이제는 뭔가 이렇게 피해가는 방법도 많고 사법화한 거 아닌가라고도 하고.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고요. 굉장히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한국형 사법 유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다른 게 아니라 예방 효과입니다.

잠깐 제 말씀을 드리면 제가 미국 유학할 때 이런 경험이 하나 있었어요. 한국이 참 다르구나 생각을 했었던 게 유학을 하니까 피곤하니까 집에 가는데 차를 몰고 가고 있었어요. 깜깜하죠. 그런데 빨리 가고 싶어서 조금 속도를 올렸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뒤에 있지도 않았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갑자기 경광등이 퍽하고 터지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사이렌이 막 울리면서 저를 잡은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티켓 끊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티켓 값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미국은 경고하고 그다음에 지켜보다가 걸리면 큰일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거 일벌백계, 일벌천계, 일벌만계가 돼요. 그런데 한국은 조금 달라요. 김영란법 같은 경우에는 내가 너 보고 있어. 검찰차들도 전부 다 경광등 켜고 있잖아요. 예방인 거예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하지마, 내가 보고 있어, 이런 것들. 사실 김영란 위원장도 옛날에 말씀하셨던 거로 기억하는데 복잡한 게 아니에요. 딱 3개예요. 더치페이, 내돈내밥, 내돈내술. 끝이에요. 그러니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정교하게 이루어지면. 될 때가 됐죠. 만 5년이 됐으니까. 그런 걸 바라봅니다.

김솔희: 이동구 변호사님께서는?

이동구: 많은 분이 김영란법이 유명무실하다. 허점이 너무 많다. 굉장히 불편하다. 불편하기만 하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많은 법들 중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언급하는 법들을 따져보면 김영란법이 굉장히 상위에 있을 거예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공적인 거래나 사적인 거래를 할 때 이거 김영란법에 걸리는 거 아니야? 농담이라도 얘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그 법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법의 내용에 대해서 최소한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이것에 대해서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이 비합리적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것은 말하자면 이해 관계가 걸린 사람들의 주장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반 시민들에 있어서 3만 원, 5만 원, 10만 원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에 대해서 이걸 비웃거나 조롱하는 사람들은 청탁을 받고 싶어 하거나 금품을 수수하고 싶어하는, 또는 그러했던 문화 속에 있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저는 감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솔희: 모든 일의 시작은 밥 한 끼다. 이게 비밀의 숲이라는 몇 년 전에 나왔던 드라마 대사였습니다. 밥 한 끼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관계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공과 사가 섞이게 된다는 그런 점들을 담고 있는 말일 텐데요. 특별히 이번 회차를 취재하면서 이세중 기자가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이세중: 이번 아이템을 취재하면서 사실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언론인들의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또 같은 기자로서 반성을 하게 하는 측면도 있었는데요. 저도 그렇고 우리 언론인들이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좀 들었습니다.

김솔희: 알겠습니다. 이세중 기자 수고했습니다.

*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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