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내 한류 인기, 다시 가능할까?…수교 29주년, 갈 길 먼 한·중 관계

입력 2021.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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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부임한 해외 특파원들은 1년에 한 번 비자를 새로 받아야 합니다.

이때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면담을 하는 것이 하나의 과정인데요.

최근 만난 외교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반중국 감정이 심한 것 같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말문이 살짝 막혔습니다.

2016년 사드 배치 논의가 나오면서부터 중국은 사실상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연합)2016년 사드 배치 논의가 나오면서부터 중국은 사실상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연합)

중국에서는 2017년부터 사실상 한류가 금지된 상태입니다. 2016년 11월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기 시작한 뒤부터입니다.

2016년 6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마지막으로, 잘 나가던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대중가요가 하루 아침에 중국 시장에서 퇴출 됐습니다.

중국 한족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은 여성들 (출처: 바이두)중국 한족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은 여성들 (출처: 바이두)

지난해에는 중국 SNS 웨이보의 유명 인사가 한복이 중국 한족의 전통 의상인 '한푸(漢服)'를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또 중국 매체들이 파오차이(중국식 절임 배추 음식) 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획득해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해 김치 종주국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중국 유튜버 리쯔치가 배추김치를 담그면서 ‘중국음식’이라 설명해 공분을 샀다. (출처: 리쯔치 유튜브 )중국 유튜버 리쯔치가 배추김치를 담그면서 ‘중국음식’이라 설명해 공분을 샀다. (출처: 리쯔치 유튜브 )

올해 초에는 중국 유튜버가 김장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중국 음식'(#ChineseFood)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아 한국 네티즌들이 발칵 뒤집힌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한층 더 끓어올랐습니다. 분노의 중심에는 중국의 억지와 무례함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중국이 우리 것을 뺏으려 한다'는 인식입니다.

실제 지난 4월 7일 미국 싱크탱크인 '시카고 카운슬'이 공개한 한국인 대상 인식 조사를 보면 이런 사실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조사에 응한 한국인 60%가 중국을 경제적 위협 국가로 봤고, 83%는 중국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0을 ‘매우 비호감’, 10을 ‘매우 호감’으로 표현했을 때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호감도는 3.6이었습니다. 일본(3.7)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내년 수교 30주년…우리가 중국과 미래 관계 논하는 이유

반중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얼어붙은 채로 유지해야 할까요?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뒤 29년 동안 두 나라 교역 규모는 약 38배 커졌습니다. 이제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입니다.

인적 교류는 약 30배 가량 늘었습니다. 양국 관계 역시 적대국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바뀌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도 중국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미·중 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우방국인 미국과 이웃 나라 중국 사이 적절한 외교 전략도 찾아야 합니다.

중국이라는 경제 '혜택(benefit)'과 '비용(cost)'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우리에게는 매우 큰 과제인 셈이죠.

"우리는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과거의 성과와 경험을 되짚어보고, 오늘날의 도전과 기회 요인을 식별하면서, 미래의 발전상을 그려야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축사 중에서)

그래서 한국 각 분야 전문가들이 중국 전문가들과 두 나라의 미래 관계를 놓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8월 24일, 수교 29주년을 맞는 날이었습니다.

8월 24일 수교 29주년 일에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겸 첫 전체 회의 (제공: 외교부)8월 24일 수교 29주년 일에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겸 첫 전체 회의 (제공: 외교부)

두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 전문가들은 모임을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로 이름 붙였습니다.

한·중 관계가 나갈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고안해서 내년 수교 30주년 전까지 양국 정부에 제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침 올해와 내년은 '한중 문화교류의 해'입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문화 행사 일정도 아직 발표 전입니다. 국내 반중 정서, 중국 내 한한령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한·중 관계 앞으로의 30년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댔습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참아야 하는 관계가 아닌 건강한 관계를 만들자는 논의입니다. 이제 첫걸음을 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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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내 한류 인기, 다시 가능할까?…수교 29주년, 갈 길 먼 한·중 관계
    • 입력 2021-08-25 07:00:05
    특파원 리포트

중국에 부임한 해외 특파원들은 1년에 한 번 비자를 새로 받아야 합니다.

이때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면담을 하는 것이 하나의 과정인데요.

최근 만난 외교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반중국 감정이 심한 것 같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말문이 살짝 막혔습니다.

2016년 사드 배치 논의가 나오면서부터 중국은 사실상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연합)
중국에서는 2017년부터 사실상 한류가 금지된 상태입니다. 2016년 11월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기 시작한 뒤부터입니다.

2016년 6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마지막으로, 잘 나가던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대중가요가 하루 아침에 중국 시장에서 퇴출 됐습니다.

중국 한족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은 여성들 (출처: 바이두)
지난해에는 중국 SNS 웨이보의 유명 인사가 한복이 중국 한족의 전통 의상인 '한푸(漢服)'를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또 중국 매체들이 파오차이(중국식 절임 배추 음식) 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획득해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해 김치 종주국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중국 유튜버 리쯔치가 배추김치를 담그면서 ‘중국음식’이라 설명해 공분을 샀다. (출처: 리쯔치 유튜브 )
올해 초에는 중국 유튜버가 김장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중국 음식'(#ChineseFood)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아 한국 네티즌들이 발칵 뒤집힌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한층 더 끓어올랐습니다. 분노의 중심에는 중국의 억지와 무례함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중국이 우리 것을 뺏으려 한다'는 인식입니다.

실제 지난 4월 7일 미국 싱크탱크인 '시카고 카운슬'이 공개한 한국인 대상 인식 조사를 보면 이런 사실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조사에 응한 한국인 60%가 중국을 경제적 위협 국가로 봤고, 83%는 중국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0을 ‘매우 비호감’, 10을 ‘매우 호감’으로 표현했을 때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호감도는 3.6이었습니다. 일본(3.7)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내년 수교 30주년…우리가 중국과 미래 관계 논하는 이유

반중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얼어붙은 채로 유지해야 할까요?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뒤 29년 동안 두 나라 교역 규모는 약 38배 커졌습니다. 이제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입니다.

인적 교류는 약 30배 가량 늘었습니다. 양국 관계 역시 적대국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바뀌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도 중국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미·중 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우방국인 미국과 이웃 나라 중국 사이 적절한 외교 전략도 찾아야 합니다.

중국이라는 경제 '혜택(benefit)'과 '비용(cost)'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우리에게는 매우 큰 과제인 셈이죠.

"우리는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과거의 성과와 경험을 되짚어보고, 오늘날의 도전과 기회 요인을 식별하면서, 미래의 발전상을 그려야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축사 중에서)

그래서 한국 각 분야 전문가들이 중국 전문가들과 두 나라의 미래 관계를 놓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8월 24일, 수교 29주년을 맞는 날이었습니다.

8월 24일 수교 29주년 일에 열린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출범식 겸 첫 전체 회의 (제공: 외교부)
두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 전문가들은 모임을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로 이름 붙였습니다.

한·중 관계가 나갈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고안해서 내년 수교 30주년 전까지 양국 정부에 제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침 올해와 내년은 '한중 문화교류의 해'입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문화 행사 일정도 아직 발표 전입니다. 국내 반중 정서, 중국 내 한한령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한·중 관계 앞으로의 30년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댔습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참아야 하는 관계가 아닌 건강한 관계를 만들자는 논의입니다. 이제 첫걸음을 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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