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아프간 난민’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유럽의 문제

입력 2021.08.25 (10:54) 수정 2021.08.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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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0만 명 아프간 난민, 2015년 ‘시리아 난민’ 위기 재연될까

■ 갈곳 잃은 아프간 난민 결국 유럽행 관측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피난길에 오른 난민이 이미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자, 유럽 각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난민 1백만 명이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발생했던 난민 위기가 다시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간 난민들은 주로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이란, 타지키스탄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먹고 살 방법을 찾기 위해 결국은 이들 중 일부는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이미 터키와의 국경 40킬로미터에 장벽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난민 유입을 철저히 막겠다고 밝혔고,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으로 향하는 통로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총리까지 나서 아프간 난민에 대한 추가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 나라들은 유럽연합 EU 차원의 난민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 EU, 터키와 이란, 파키스탄에 읍소해야 할 판

유럽은 지난 2015년 백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면서 오랫동안 홍역을 치렀다.

각 나라가 난민 수용인원 문제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며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 사회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인종 갈등이 벌어지고 곳곳에서 끔찍한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이 힘을 얻으면서 전통적인 정당들의 인기는 쪼그라들기도 했다. 영국의 EU 탈퇴의 배경에도 난민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코로나 19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은 유럽 각국은 재정난에 봉착했고, 주요국에서 국민들의 집권 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EU의 중심국가인 독일은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있고, 프랑스는 내년 봄 대선이다. 코로나에 이은 아프간 난민 문제는 이렇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집권당들에게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유럽은 아프간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지 않도록 터키와 이란, 파키스탄이 이들을 최대한 수용해주도록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지난 2016년 EU는 터키가 시리아 난민을 최대한 수용하는 댓가로 8조 원의 재정지원을 하는 협상을 맺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은 ‘유럽을 위해 단 한 명의 아프간 난민도 떠안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 상황이 힘든 이란이 유럽을 위해 난민을 떠안아 줄 가능성도 없다.


■ 미국 따라 아프간전 참전 유럽...자성론 고개

미국과 서방은 동맹군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의 일부를 자국으로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고작해야 몇만 명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많은 아프간 난민들은 동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유럽으로 향할 것이고, 유럽의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 목숨을 건 불법 이민과 그로 인한 비극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서양 너머의 미국은 선별적으로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육로로 이어진 유럽은 크든 작든 아프간 난민들의 유입을 완전히 틀어 막기는 힘들 것이다.

유럽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와 그에 동조하는 이슬람 이민사회는 미국을 따라 아프간 전쟁에 참여한 NATO 회원국들에 도덕적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이 아프간 난민 문제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건데 일부 외교·국방 전문가들과 인권 단체들 사이에선 미국 중심의 NATO 체제를 언제까지 계속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회의와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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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아프간 난민’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유럽의 문제
    • 입력 2021-08-25 10:54:29
    • 수정2021-08-25 11:15:35
    특파원 리포트
200만 명 아프간 난민, 2015년 ‘시리아 난민’ 위기 재연될까
■ 갈곳 잃은 아프간 난민 결국 유럽행 관측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피난길에 오른 난민이 이미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자, 유럽 각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난민 1백만 명이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발생했던 난민 위기가 다시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간 난민들은 주로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이란, 타지키스탄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먹고 살 방법을 찾기 위해 결국은 이들 중 일부는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이미 터키와의 국경 40킬로미터에 장벽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난민 유입을 철저히 막겠다고 밝혔고,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으로 향하는 통로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총리까지 나서 아프간 난민에 대한 추가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 나라들은 유럽연합 EU 차원의 난민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 EU, 터키와 이란, 파키스탄에 읍소해야 할 판

유럽은 지난 2015년 백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면서 오랫동안 홍역을 치렀다.

각 나라가 난민 수용인원 문제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며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 사회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인종 갈등이 벌어지고 곳곳에서 끔찍한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이 힘을 얻으면서 전통적인 정당들의 인기는 쪼그라들기도 했다. 영국의 EU 탈퇴의 배경에도 난민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코로나 19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은 유럽 각국은 재정난에 봉착했고, 주요국에서 국민들의 집권 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EU의 중심국가인 독일은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있고, 프랑스는 내년 봄 대선이다. 코로나에 이은 아프간 난민 문제는 이렇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집권당들에게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유럽은 아프간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지 않도록 터키와 이란, 파키스탄이 이들을 최대한 수용해주도록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지난 2016년 EU는 터키가 시리아 난민을 최대한 수용하는 댓가로 8조 원의 재정지원을 하는 협상을 맺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은 ‘유럽을 위해 단 한 명의 아프간 난민도 떠안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 상황이 힘든 이란이 유럽을 위해 난민을 떠안아 줄 가능성도 없다.


■ 미국 따라 아프간전 참전 유럽...자성론 고개

미국과 서방은 동맹군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들의 일부를 자국으로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고작해야 몇만 명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많은 아프간 난민들은 동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유럽으로 향할 것이고, 유럽의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 목숨을 건 불법 이민과 그로 인한 비극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서양 너머의 미국은 선별적으로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육로로 이어진 유럽은 크든 작든 아프간 난민들의 유입을 완전히 틀어 막기는 힘들 것이다.

유럽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와 그에 동조하는 이슬람 이민사회는 미국을 따라 아프간 전쟁에 참여한 NATO 회원국들에 도덕적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이 아프간 난민 문제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건데 일부 외교·국방 전문가들과 인권 단체들 사이에선 미국 중심의 NATO 체제를 언제까지 계속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회의와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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