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기적’…아프간 390명 긴박했던 이송 과정…향후 절차는?

입력 2021.08.25 (17:41) 수정 2021.08.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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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작전명 ‘미라클’(Miracle)의 유래는?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조력자’들이 사선을 넘어서 목숨을 담보한 상태에서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희망주기 위해 ‘기적’이라는 표현 사용.

정부 입장에선 아프간 9천킬로미터 이상의 거리라서 왕복하면 2만킬로미터가 되는데, 이렇게 장거리 떨어진 곳에서 작전 해본 적 없어서 성공적 성과를기원하는 의미에서 명칭을 정했다는 설명


'성공적으로 임무 완수....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
(작전명 '미라클'을 통해 무사히 카불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의 전언)

한국 정부에 협력해온 아프간인들은 현지시간으로 23일과 24일 천신만고 끝에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들어선 뒤 "미션 (임무) 완수"라는 감격의 한마디를 문자와 SNS 를 통해 보내왔습니다.

우리 정부를 위해 일해온 통역인 등 아프간인 391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극적으로 이송되는지, 내일(2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체류 자격 등 향후 절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작전명 '미라클(기적)'같은 이송 과정...긴박했던 순간들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은 현지에서 빠져나올 때 한 발만 늦었어도 탈출이 어려운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간인 390여 명을 위해 정부는 23일 군 수송기 3대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보냈습니다.

이 수송기는 24일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 이송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한창 이송작업이 진행되던 과정에 탈레반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방 국가에 협력한 이들 등 아프간인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라면서 "아프간인은 그 길로 공항에 갈 수 없고 외국인만 공항에 가는 것이 허용된다"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습니다.

한마디로 아프간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는 것이 불쾌하다라는 입장이었는데, 만약 이 발표가 하루나 이틀 전에 나왔다면 한국 정부 협력자들은 공항 근처에서 발이 묶일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발표 전에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피란민이 몰리면서 국제공항으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혼란에 빠진 현지 카불 공항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이송 과정 자체가 '군사 작전'으로 수행할수 밖에 없었다는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군용기가 아프간 영공에 진입하면, 이슬람 무장세력 등의 지대공 미사일이 가장 큰 위협으로 대두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대공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한 C-130J 수송기를 아프가니스탄에 진입시키기로 했고, 쉽지 않은 '탈출 임무'가 성사된 것입니다.

■"보복 위험 처했다" SOS, 이송되는 협력자들 어떤 사람?

구체적인 사례를 밝히긴 이르지만, 이송중인 아프간인들은 한국 정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2001년 테러와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의 지원 요청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했습니다.

군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지만, 정부는 최근 정권이 탈레반에 넘어가기 전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재건을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현지인을 다수 고용했습니다.

특히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재건팀(PRT)을 보내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하면서 다수 현지인과 협력했습니다.


이들은 미군의 철수 과정을 지켜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과거 한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며 우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바그람한국병원에서 한때 통역으로 근무했던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40)는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한국 언론사에 "(탈출 과정에)금방 공항 안으로 들어섰다"며 한국 정부 등에 정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외교부 최종문 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90여 명의 국내이송을 추진해왔다"며 이번에 입국하는 현지인들은 수 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391명 중에는 다섯 살 이하 어린이도 100여 명 포함됐습니다.

앞서 정부는 8월 중순 국내 이송을 결정한 이후 이들과 피라미드식 연락체계로 100% 가깝게 보안 상태에서 소통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난민 인정 준하는 '체류자격' 전망...취업 허용 가능성↓

내일(26일) 인천공항을 통해 도착하는 아프간인 391명은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체류자격과 처우를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법무부는 아프간 협력자들이 국내에 입국하면 우선 최장 90일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단기비자(C-3)를 발급하고, 이후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전환할 예정입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들이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입국한다며 "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법적인 지위는 달라도 이들에게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체류자격과 각종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사를 통과해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장기체류가 가능한 거주비자(F-2)를 받는데, 이 경우 취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회보장, 교육-직업훈련, 생계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송되는 아프간 협력자들은 이 같은 난민 인정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발급할 장기체류 비자 종류와 취업 허용 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일(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직후 입국 절차를 마친 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할 예정입니다.

법무부는 아프간인들에 대해 난민 인정자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 원만히 정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적응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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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전명 ‘기적’…아프간 390명 긴박했던 이송 과정…향후 절차는?
    • 입력 2021-08-25 17:41:12
    • 수정2021-08-25 20:04:34
    취재K
<em>작전명 ‘미라클’(Miracle)의 유래는?<br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조력자’들이 사선을 넘어서 목숨을 담보한 상태에서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희망주기 위해 ‘기적’이라는 표현 사용.</em><br /><em>정부 입장에선 아프간 9천킬로미터 이상의 거리라서 왕복하면 2만킬로미터가 되는데, 이렇게 장거리 떨어진 곳에서 작전 해본 적 없어서 성공적 성과를기원하는 의미에서 명칭을 정했다는 설명<br /></em>

'성공적으로 임무 완수....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
(작전명 '미라클'을 통해 무사히 카불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의 전언)

한국 정부에 협력해온 아프간인들은 현지시간으로 23일과 24일 천신만고 끝에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들어선 뒤 "미션 (임무) 완수"라는 감격의 한마디를 문자와 SNS 를 통해 보내왔습니다.

우리 정부를 위해 일해온 통역인 등 아프간인 391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극적으로 이송되는지, 내일(2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체류 자격 등 향후 절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작전명 '미라클(기적)'같은 이송 과정...긴박했던 순간들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은 현지에서 빠져나올 때 한 발만 늦었어도 탈출이 어려운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간인 390여 명을 위해 정부는 23일 군 수송기 3대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보냈습니다.

이 수송기는 24일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 이송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한창 이송작업이 진행되던 과정에 탈레반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방 국가에 협력한 이들 등 아프간인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라면서 "아프간인은 그 길로 공항에 갈 수 없고 외국인만 공항에 가는 것이 허용된다"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습니다.

한마디로 아프간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는 것이 불쾌하다라는 입장이었는데, 만약 이 발표가 하루나 이틀 전에 나왔다면 한국 정부 협력자들은 공항 근처에서 발이 묶일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발표 전에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피란민이 몰리면서 국제공항으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혼란에 빠진 현지 카불 공항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이송 과정 자체가 '군사 작전'으로 수행할수 밖에 없었다는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군용기가 아프간 영공에 진입하면, 이슬람 무장세력 등의 지대공 미사일이 가장 큰 위협으로 대두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대공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한 C-130J 수송기를 아프가니스탄에 진입시키기로 했고, 쉽지 않은 '탈출 임무'가 성사된 것입니다.

■"보복 위험 처했다" SOS, 이송되는 협력자들 어떤 사람?

구체적인 사례를 밝히긴 이르지만, 이송중인 아프간인들은 한국 정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2001년 테러와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의 지원 요청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했습니다.

군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지만, 정부는 최근 정권이 탈레반에 넘어가기 전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재건을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현지인을 다수 고용했습니다.

특히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재건팀(PRT)을 보내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하면서 다수 현지인과 협력했습니다.


이들은 미군의 철수 과정을 지켜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과거 한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며 우리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바그람한국병원에서 한때 통역으로 근무했던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40)는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한국 언론사에 "(탈출 과정에)금방 공항 안으로 들어섰다"며 한국 정부 등에 정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외교부 최종문 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90여 명의 국내이송을 추진해왔다"며 이번에 입국하는 현지인들은 수 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391명 중에는 다섯 살 이하 어린이도 100여 명 포함됐습니다.

앞서 정부는 8월 중순 국내 이송을 결정한 이후 이들과 피라미드식 연락체계로 100% 가깝게 보안 상태에서 소통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난민 인정 준하는 '체류자격' 전망...취업 허용 가능성↓

내일(26일) 인천공항을 통해 도착하는 아프간인 391명은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체류자격과 처우를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법무부는 아프간 협력자들이 국내에 입국하면 우선 최장 90일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단기비자(C-3)를 발급하고, 이후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전환할 예정입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들이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입국한다며 "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법적인 지위는 달라도 이들에게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체류자격과 각종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사를 통과해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장기체류가 가능한 거주비자(F-2)를 받는데, 이 경우 취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회보장, 교육-직업훈련, 생계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송되는 아프간 협력자들은 이 같은 난민 인정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발급할 장기체류 비자 종류와 취업 허용 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일(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직후 입국 절차를 마친 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할 예정입니다.

법무부는 아프간인들에 대해 난민 인정자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 원만히 정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적응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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