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구입 권총 들고 찾아간 곳은?…국가 시스템 무시한 ‘중범죄’

입력 2021.08.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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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애인과 다툼 끝에 헤어진다면 상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건 용납될 수 없겠죠.

결혼을 꿈꾸며 애인에게 2억 원이 넘는 돈을 주기도 했던 한 남성이 있었는데요. 다툼 끝에 헤어진 뒤 요트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다 증오심이 커지자 해외에서 산 권총을 국내로 몰래 가지고 들어와 옛 애인 가족에게 겨눴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자수했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이 남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2억 4천여만 원 뜯겨"...옛 애인 김 씨와 김 씨 언니에게 앙심

지난 2019년 3월, 40대 한 모 씨는 소개팅 앱으로 40대 여성 김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곧 두 사람은 관계가 깊어져 결혼을 전제로 사귀며 동거를 하게 됐는데요.

한 씨의 여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고 결국, 만난 지 다섯 달 만에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교제하면서 2억 4천여만 원을 김 씨에게 주기도 했는데요. 큰 돈을 날렸다는 것과 김 씨 언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됐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게 됐습니다.

헤어진 뒤 세종시에 있는 김 씨 언니 집에 찾아갔다가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고 현관문 앞에 20여 분 동안 앉아서 일종의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 헤어진 뒤 요트 타고 세계 여행...복수할 마음에 권총과 실탄 구매

여기까지였다면 어느 정도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 씨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헤어진 지 넉 달쯤 뒤인 2019년 12월, 한 씨는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나가 15 톤짜리 요트를 사서 세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튀니지, 스페인, 하와이 등 곳곳을 항해했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해외에 있으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이 속칭 꽃뱀에게 속았다며 김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자신이 줬던 돈을 돌려달라며 김 씨 언니에게 협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여행 도중, 이런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증오심이 커졌고, 급기야 복수할 마음을 품고 지난해 9월 해외의 모 해역에서 9mm 반자동 권총과 총알 100발을 500달러에 구매했습니다.


■ 권총과 실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밀입국...옛 애인 언니 집에 침입해 총 겨눠

한 씨는 권총을 사고 보름 뒤에 입국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추돌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수의 한 선착장에 요트를 정박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나서 요트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사흘 뒤 새벽을 틈타 권총과 실탄을 넣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당국의 눈을 피해 입국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뒤 곧장 택시를 타고 김 씨 언니의 자택인 세종시의 한 아파트로 왔고 현관문 근처 비상계단에서 실탄 17발을 권총에 장착한 채 침입할 기회를 엿봤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김 씨 언니 자녀의 과외교사가 방문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을 노려 집 안으로 들어가 김 씨 언니에게 권총을 겨눴습니다.

헤어진 김 씨는 당시 병원에 있었습니다. 한 씨는 호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꺼내 김 씨 언니 가슴에 겨눴고 "죽이겠다"는 말을 하며 심지어 머리에도 총을 가져다 댔습니다.

이에 김 씨 언니는 대화를 시도했고 오랜 시간 설득 끝에 겨우 한 씨를 돌려보냈습니다. 한 씨는 몇 시간 뒤 경찰서에 찾아가 스스로 자수했습니다.

검찰은 한 씨에 대해 주거침입, 살인미수, 살인예비, 출입국관리법 위반, 선박안전법 위반 등 무려 11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 "권총 산 건 해적 퇴치하려고"..."살해하기 위한 준비 행위"

법정에 선 한 씨는 황당하게도 권총을 구매한 건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 씨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김 씨 언니를 찾아간 것이고, 권총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겨눈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한 씨가 해외에서 권총을 구매한 다음 날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적은 점, 해적 퇴치용이라고 진술한 권총을, 여행을 시작할 때가 아닌 입국 보름 전 구매한 점 등을 근거로 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권총을 구매한 것은 김 씨 언니를 살해하기 위한 준비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또 병원에 있는 김 씨에게 직접 권총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김 씨 역시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예비죄도 적용했습니다.



■ 1심 재판부 징역 5년 선고..."국가 시스템 무시한 중범죄"

대전지법 형사11부는 최근 한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습니다. 또 권총과 탄알 60여 발을 몰수했습니다.

재판부는 한 씨가 범행 이후 곧바로 자수한 점, 또 범행에 사용한 권총과 실탄을 버린 장소를 수사기관에 알려 회수하도록 한 점 등을 참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씨의 행위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받은 충격이나 공포심이 이루 말할 수 없고, 지금까지도 당시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씨의 범행은 총기 규제와 입국 관리, 세관 업무 등 국가 시스템을 무시한 것으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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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구입 권총 들고 찾아간 곳은?…국가 시스템 무시한 ‘중범죄’
    • 입력 2021-08-26 07:01:19
    취재K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애인과 다툼 끝에 헤어진다면 상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건 용납될 수 없겠죠.

결혼을 꿈꾸며 애인에게 2억 원이 넘는 돈을 주기도 했던 한 남성이 있었는데요. 다툼 끝에 헤어진 뒤 요트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다 증오심이 커지자 해외에서 산 권총을 국내로 몰래 가지고 들어와 옛 애인 가족에게 겨눴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자수했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이 남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2억 4천여만 원 뜯겨"...옛 애인 김 씨와 김 씨 언니에게 앙심

지난 2019년 3월, 40대 한 모 씨는 소개팅 앱으로 40대 여성 김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곧 두 사람은 관계가 깊어져 결혼을 전제로 사귀며 동거를 하게 됐는데요.

한 씨의 여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고 결국, 만난 지 다섯 달 만에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교제하면서 2억 4천여만 원을 김 씨에게 주기도 했는데요. 큰 돈을 날렸다는 것과 김 씨 언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됐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게 됐습니다.

헤어진 뒤 세종시에 있는 김 씨 언니 집에 찾아갔다가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고 현관문 앞에 20여 분 동안 앉아서 일종의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 헤어진 뒤 요트 타고 세계 여행...복수할 마음에 권총과 실탄 구매

여기까지였다면 어느 정도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 씨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헤어진 지 넉 달쯤 뒤인 2019년 12월, 한 씨는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나가 15 톤짜리 요트를 사서 세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튀니지, 스페인, 하와이 등 곳곳을 항해했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해외에 있으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이 속칭 꽃뱀에게 속았다며 김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자신이 줬던 돈을 돌려달라며 김 씨 언니에게 협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여행 도중, 이런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증오심이 커졌고, 급기야 복수할 마음을 품고 지난해 9월 해외의 모 해역에서 9mm 반자동 권총과 총알 100발을 500달러에 구매했습니다.


■ 권총과 실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밀입국...옛 애인 언니 집에 침입해 총 겨눠

한 씨는 권총을 사고 보름 뒤에 입국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추돌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수의 한 선착장에 요트를 정박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나서 요트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사흘 뒤 새벽을 틈타 권총과 실탄을 넣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당국의 눈을 피해 입국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뒤 곧장 택시를 타고 김 씨 언니의 자택인 세종시의 한 아파트로 왔고 현관문 근처 비상계단에서 실탄 17발을 권총에 장착한 채 침입할 기회를 엿봤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김 씨 언니 자녀의 과외교사가 방문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을 노려 집 안으로 들어가 김 씨 언니에게 권총을 겨눴습니다.

헤어진 김 씨는 당시 병원에 있었습니다. 한 씨는 호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꺼내 김 씨 언니 가슴에 겨눴고 "죽이겠다"는 말을 하며 심지어 머리에도 총을 가져다 댔습니다.

이에 김 씨 언니는 대화를 시도했고 오랜 시간 설득 끝에 겨우 한 씨를 돌려보냈습니다. 한 씨는 몇 시간 뒤 경찰서에 찾아가 스스로 자수했습니다.

검찰은 한 씨에 대해 주거침입, 살인미수, 살인예비, 출입국관리법 위반, 선박안전법 위반 등 무려 11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 "권총 산 건 해적 퇴치하려고"..."살해하기 위한 준비 행위"

법정에 선 한 씨는 황당하게도 권총을 구매한 건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 씨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김 씨 언니를 찾아간 것이고, 권총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겨눈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한 씨가 해외에서 권총을 구매한 다음 날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적은 점, 해적 퇴치용이라고 진술한 권총을, 여행을 시작할 때가 아닌 입국 보름 전 구매한 점 등을 근거로 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권총을 구매한 것은 김 씨 언니를 살해하기 위한 준비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또 병원에 있는 김 씨에게 직접 권총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김 씨 역시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예비죄도 적용했습니다.



■ 1심 재판부 징역 5년 선고..."국가 시스템 무시한 중범죄"

대전지법 형사11부는 최근 한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습니다. 또 권총과 탄알 60여 발을 몰수했습니다.

재판부는 한 씨가 범행 이후 곧바로 자수한 점, 또 범행에 사용한 권총과 실탄을 버린 장소를 수사기관에 알려 회수하도록 한 점 등을 참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씨의 행위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받은 충격이나 공포심이 이루 말할 수 없고, 지금까지도 당시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씨의 범행은 총기 규제와 입국 관리, 세관 업무 등 국가 시스템을 무시한 것으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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