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속 DNA로 잡은 20년 전 성폭행범 실형…“평생 참회하며 살라”

입력 2021.08.26 (12:17) 수정 2021.08.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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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뭉치 속 유전자 분석으로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50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검찰이 제출한 휴지 뭉치 5점에 대한 압수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감정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6일 주거 침입 성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모(56)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 씨에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10년간의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한 씨는 2001년 3월 제주 도내 모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씨는 공소시효 하루 전인 지난 3월 2일 재판에 넘겨졌다.


■ 20년 전 휴지 뭉치에서 발견된 유전자 ‘한 씨와 일치’

한 씨의 범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미제 사건 현장의 유전자 분석에서 꼬리를 잡혔다.

20년 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휴지 뭉치 유전자와 한 씨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씨는 그동안 21차례에 걸쳐 피해자 22명을 대상으로 특수강도와 성폭행 등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168회에 걸쳐 금품 갈취 등의 범행을 저질러 2009년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한 씨는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제주도교도소로 이감돼 수사를 받아왔다.

자료화면자료화면

■ 법원, 수사기관 채택 증거·증언 토대로 “증거 능력 인정”

한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휴지 뭉치 5점은 당시 압수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감정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도 있다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뒤 버리고 간 휴지 뭉치는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유류품으로 볼 수 있고, 일부 압수절차 조서 등이 없다고 해도 관련 판례에 따라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 씨 측이 제기한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감정관과 경찰의 감정의뢰 경위 절차 등에 대한 법적 증언 등을 고려했을 때 오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증명력이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한 판단이라며 한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전자 감정 기법과 통계학적으로 분석했을 때에도 한 씨의 유전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 “평생 참회하고 후회하며 살라”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극도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진술 등을 판단한 결과 혐의 일부가 미수에 이른 부분을 참작했고, 범행 당시 양형기준과 그 간의 성범죄에 대한 양형의 변화,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해 형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검찰은 한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선고를 마친 장찬수 판사는 한 씨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냐고 물었지만 한 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장 판사는 “당신의 범행 때문에 여러 사람이 불행 속에 살고 있다”며 “평생 참회하고 후회하며 살라”고 말했다. 한 씨는 조용히 “네”라고 말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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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 속 DNA로 잡은 20년 전 성폭행범 실형…“평생 참회하며 살라”
    • 입력 2021-08-26 12:17:51
    • 수정2021-08-26 12:18:24
    취재K

휴지 뭉치 속 유전자 분석으로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50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검찰이 제출한 휴지 뭉치 5점에 대한 압수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감정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6일 주거 침입 성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모(56)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 씨에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10년간의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한 씨는 2001년 3월 제주 도내 모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씨는 공소시효 하루 전인 지난 3월 2일 재판에 넘겨졌다.


■ 20년 전 휴지 뭉치에서 발견된 유전자 ‘한 씨와 일치’

한 씨의 범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미제 사건 현장의 유전자 분석에서 꼬리를 잡혔다.

20년 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휴지 뭉치 유전자와 한 씨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씨는 그동안 21차례에 걸쳐 피해자 22명을 대상으로 특수강도와 성폭행 등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168회에 걸쳐 금품 갈취 등의 범행을 저질러 2009년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한 씨는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제주도교도소로 이감돼 수사를 받아왔다.

자료화면
■ 법원, 수사기관 채택 증거·증언 토대로 “증거 능력 인정”

한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휴지 뭉치 5점은 당시 압수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감정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도 있다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뒤 버리고 간 휴지 뭉치는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유류품으로 볼 수 있고, 일부 압수절차 조서 등이 없다고 해도 관련 판례에 따라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 씨 측이 제기한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감정관과 경찰의 감정의뢰 경위 절차 등에 대한 법적 증언 등을 고려했을 때 오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증명력이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한 판단이라며 한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전자 감정 기법과 통계학적으로 분석했을 때에도 한 씨의 유전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 “평생 참회하고 후회하며 살라”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극도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진술 등을 판단한 결과 혐의 일부가 미수에 이른 부분을 참작했고, 범행 당시 양형기준과 그 간의 성범죄에 대한 양형의 변화,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해 형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검찰은 한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선고를 마친 장찬수 판사는 한 씨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냐고 물었지만 한 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장 판사는 “당신의 범행 때문에 여러 사람이 불행 속에 살고 있다”며 “평생 참회하고 후회하며 살라”고 말했다. 한 씨는 조용히 “네”라고 말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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