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데리러 오겠다” 거짓말처럼 약속 지킨 김일응 외교관

입력 2021.08.26 (15:53) 수정 2021.08.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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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어제(25일) 한국 정부를 도운 아프간인들과 가족 390여 명의 국내 이송을 알리며 사진 몇 장을 공개했습니다. 탈레반의 위협 속에 목숨을 걸고 가족을 이끌고 카불 공항에 도착한 아프간인들과 이들을 애타게 찾아헤매는 우리 대사관 관계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습니다.

이들 사진 속 감격의 포옹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위 사진). 사진 속 주인공은 주아프간 대사관의 김일응 공사참사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부둥켜 안은 사람은 대사관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아프간 현지인 직원이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들은 뜨겁게 부둥켜 안은 걸까요?

시간은 일주일 전 8월 17일로 되돌아갑니다. 탈레반의 예상치 못한 빠른 카불 진격에 한국의 외교부 본부는 카불 주재 대사관에 긴급 철수를 지시했습니다.

대사관에서 차로 불과 20분 거리까지 탈레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대사관 직원들은 미리 정해진 매뉴얼대로 긴급하게 철수작업을 마친 뒤 카불 공항으로 이동해 미군 수송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와 함께 마지막 교민 탈출을 안전하게 도운 뒤에 미군 비행기에 올라 카타르로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프간 현지 직원들은 이 비행기에 함께 타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인 지난 22일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다른 대사관 직원 3명과 함께 다시 카불 공항에 나타났습니다. 한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그의 말은 이번 작전명 '기적(miracle)'처럼 현실로 이뤄졌고 아프간인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낸 것입니다.

탈레반이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한 이들에게 보복을 가하리라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가족들과 함께 목숨 건 탈출을 결행한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작전에 나선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카불 공항에서 뜨거운 재회의 포옹을 나눴습니다.

김 공사참사관은 외교부 직원들의 단체 메신저방에 "경황없이 (카불을) 떠났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그게 제일 기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공군 제공]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공군 제공]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26일) 기자들에게 " 아주 소수의 아프간 주재 우리 대사관 직원들이 오늘 도착하는 대부분의 이송 대상자 분들과 함께 타고 들어온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당초 주 아프간 대사관 직원들은 임무가 종료되면 전원 카타르로 복귀할 계획이었지만 현장에서 아프간인들이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의지하고 지지받을 대상에 대한 수요가 분명해 보였는데, 마침 외교관 가운데 그런 역할을 해줄 만한 분이 계셨다"고 말했습니다.

실명과 직급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국자가 언급한 외교관은 김일응 공사참사관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공사참사관을 '중동과장 시절 차분하고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던 이'라고 떠올렸습니다.

인 교수는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다시 카불로 달려가라는 미션을 받아 수행했다. 그의 품성을 아는 이들은 저 포옹이 어떤 마음이 담긴 것인지 안다. 그가 영웅이라는 게 아니다. 그저 외무공무원의 할 바와 도리를 다 하는 것, 당연한 일을 한 것이지만 마음과 정성을 다했으리라는 것을 안다. 오늘은 동료인 그가 그저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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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데리러 오겠다” 거짓말처럼 약속 지킨 김일응 외교관
    • 입력 2021-08-26 15:53:21
    • 수정2021-08-26 21:29:21
    취재K

외교부는 어제(25일) 한국 정부를 도운 아프간인들과 가족 390여 명의 국내 이송을 알리며 사진 몇 장을 공개했습니다. 탈레반의 위협 속에 목숨을 걸고 가족을 이끌고 카불 공항에 도착한 아프간인들과 이들을 애타게 찾아헤매는 우리 대사관 관계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습니다.

이들 사진 속 감격의 포옹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위 사진). 사진 속 주인공은 주아프간 대사관의 김일응 공사참사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부둥켜 안은 사람은 대사관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아프간 현지인 직원이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들은 뜨겁게 부둥켜 안은 걸까요?

시간은 일주일 전 8월 17일로 되돌아갑니다. 탈레반의 예상치 못한 빠른 카불 진격에 한국의 외교부 본부는 카불 주재 대사관에 긴급 철수를 지시했습니다.

대사관에서 차로 불과 20분 거리까지 탈레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대사관 직원들은 미리 정해진 매뉴얼대로 긴급하게 철수작업을 마친 뒤 카불 공항으로 이동해 미군 수송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와 함께 마지막 교민 탈출을 안전하게 도운 뒤에 미군 비행기에 올라 카타르로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프간 현지 직원들은 이 비행기에 함께 타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인 지난 22일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다른 대사관 직원 3명과 함께 다시 카불 공항에 나타났습니다. 한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그의 말은 이번 작전명 '기적(miracle)'처럼 현실로 이뤄졌고 아프간인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낸 것입니다.

탈레반이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한 이들에게 보복을 가하리라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 가족들과 함께 목숨 건 탈출을 결행한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작전에 나선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카불 공항에서 뜨거운 재회의 포옹을 나눴습니다.

김 공사참사관은 외교부 직원들의 단체 메신저방에 "경황없이 (카불을) 떠났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그게 제일 기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해 있다. [사진=공군 제공]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26일) 기자들에게 " 아주 소수의 아프간 주재 우리 대사관 직원들이 오늘 도착하는 대부분의 이송 대상자 분들과 함께 타고 들어온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당초 주 아프간 대사관 직원들은 임무가 종료되면 전원 카타르로 복귀할 계획이었지만 현장에서 아프간인들이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의지하고 지지받을 대상에 대한 수요가 분명해 보였는데, 마침 외교관 가운데 그런 역할을 해줄 만한 분이 계셨다"고 말했습니다.

실명과 직급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국자가 언급한 외교관은 김일응 공사참사관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공사참사관을 '중동과장 시절 차분하고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던 이'라고 떠올렸습니다.

인 교수는 "김일응 공사참사관은 다시 카불로 달려가라는 미션을 받아 수행했다. 그의 품성을 아는 이들은 저 포옹이 어떤 마음이 담긴 것인지 안다. 그가 영웅이라는 게 아니다. 그저 외무공무원의 할 바와 도리를 다 하는 것, 당연한 일을 한 것이지만 마음과 정성을 다했으리라는 것을 안다. 오늘은 동료인 그가 그저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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