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청탁에 ‘하이·미들·로우’ 나눠 대응한 LG전자

입력 2021.08.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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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LG전자, 청탁받은 사람 GD(관리대상)리스트 만들어 관리
신입사원 채용 청탁, '청탁자'나 '관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



■ 채용 청탁받은 LG 임직원 유죄 판결

LG전자의 이른바 'GD 리스트' 사건이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GD가 뭘까요? 관리대상이라는 말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D 리스트에 들어있는 사람을 신입사원 선발 과정 등에서 청탁을 받아 합격을 시키는 등 특별 대우를 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오늘(26일), LG전자 본사 인사담당 예전 책임자(전무)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관계자 7명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관리대상자(GD 리스트)'에 해당하는 응시자 2명이 각각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에 불합격하자 결과를 합격으로 바꾼 혐의를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 합격조치는 본사에서 이들을 관리대상자로 결정하고 영업본부에 통보한 것이 유일한 이유가 돼 재검토된 것으로 보일 뿐, 실질적으로 정성적 평가나 전반적 재평가가 이뤄진 정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채용 청탁을 받아 수행한 사실도 적시됐습니다. 판결문에는 2013년 작성된 'LG전자 채용청탁프로세스 개선안'이라는 문건이 등장합니다. LG전자 사내 6개 사업부에 하달됐다는 문건입니다.


<채용청탁프로세스 개선안> ( 출처: 판결문 재구성)

@ 내용
- 채용청탁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선별 수용

@ 가이드라인
- 배경: 외부 청탁이 증가했지만 심의 기준 없어
- 청탁자(지위, 영향력 등)나 응시자와 청탁자의 관계(친밀도 등)에 따라 선별 대응

하이(High): 청탁 수용 논의
미들(Middle): 청탁 수용 논의
로우(Low): 채용기준 준수(해석: 청탁 안 받음)

@ 심의 프로세스
- 청탁접수 및 1차 검토 → 부서장이 HR(인사 담당) 임원급에게 전달 → 수용 조직과 본사 HR(인사 담당)이 최종 검토
- 품의 양식에 청탁 배경과 필요성, 원 요청자, 사내 요청자, 학력, 고려 수준, 현재 상태 난이 있음

다만, 문건에는 청탁의 확대를 제한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 기회만 부여하고 이후 철저한 본인 실력 면접에서 결정", "절대 면접관에게 공유 금지"등이 적혀 있다고 판결문도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문구들이 본질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이런저런 제한 조건들이 채용 청탁을 최소화하는 면도 있기는 하지만, 채용 청탁을 청탁자의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하고 응시자와 청탁자 사이의 친밀도 등을 고려하여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LG의 지침이 청탁자의 등급이나 고려 수준에 따라 서류전형 합격부터 최종 합격까지 청탁 수용의 여지를 두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 재판부 "정도 경영, 인간존중 경영 표방한 LG전자가…."

재판부는 LG전자 채용 공고를 본 응시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공고된 대로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신뢰하리라 판단했습니다. 또, '정도 경영'과 '인간 존중 경영' 등을 표방한 LG전자가 견지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고인들의 채용 청탁 수용이 이런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LG전자는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회의 인식 변화, 높아진 잣대에 맞춰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LG그룹 공채 폐지…"공채 폐지는 이번 사건과 무관"

LG그룹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뒤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채용 청탁을 문제 삼지 못하게 하려고 아예 공채를 없앤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LG 측은 "공채 폐지는 오래 전부터 검토해왔던 사안"이라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LG 입장처럼 회사 전략을 위해 공채를 폐지한 것이라고더라도, 수시 채용 제도 아래에서도 채용 청탁 등 부정행위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채용청탁을 청탁자 등급을 나눠서 들어준다면 회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손상될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주주의 이익을 해치고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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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청탁에 ‘하이·미들·로우’ 나눠 대응한 LG전자
    • 입력 2021-08-26 18:03:39
    취재K
LG전자, 청탁받은 사람 GD(관리대상)리스트 만들어 관리<br />신입사원 채용 청탁, '청탁자'나 '관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br />


■ 채용 청탁받은 LG 임직원 유죄 판결

LG전자의 이른바 'GD 리스트' 사건이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GD가 뭘까요? 관리대상이라는 말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D 리스트에 들어있는 사람을 신입사원 선발 과정 등에서 청탁을 받아 합격을 시키는 등 특별 대우를 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오늘(26일), LG전자 본사 인사담당 예전 책임자(전무)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관계자 7명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관리대상자(GD 리스트)'에 해당하는 응시자 2명이 각각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에 불합격하자 결과를 합격으로 바꾼 혐의를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 합격조치는 본사에서 이들을 관리대상자로 결정하고 영업본부에 통보한 것이 유일한 이유가 돼 재검토된 것으로 보일 뿐, 실질적으로 정성적 평가나 전반적 재평가가 이뤄진 정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채용 청탁을 받아 수행한 사실도 적시됐습니다. 판결문에는 2013년 작성된 'LG전자 채용청탁프로세스 개선안'이라는 문건이 등장합니다. LG전자 사내 6개 사업부에 하달됐다는 문건입니다.


<채용청탁프로세스 개선안> ( 출처: 판결문 재구성)

@ 내용
- 채용청탁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선별 수용

@ 가이드라인
- 배경: 외부 청탁이 증가했지만 심의 기준 없어
- 청탁자(지위, 영향력 등)나 응시자와 청탁자의 관계(친밀도 등)에 따라 선별 대응

하이(High): 청탁 수용 논의
미들(Middle): 청탁 수용 논의
로우(Low): 채용기준 준수(해석: 청탁 안 받음)

@ 심의 프로세스
- 청탁접수 및 1차 검토 → 부서장이 HR(인사 담당) 임원급에게 전달 → 수용 조직과 본사 HR(인사 담당)이 최종 검토
- 품의 양식에 청탁 배경과 필요성, 원 요청자, 사내 요청자, 학력, 고려 수준, 현재 상태 난이 있음

다만, 문건에는 청탁의 확대를 제한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 기회만 부여하고 이후 철저한 본인 실력 면접에서 결정", "절대 면접관에게 공유 금지"등이 적혀 있다고 판결문도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문구들이 본질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이런저런 제한 조건들이 채용 청탁을 최소화하는 면도 있기는 하지만, 채용 청탁을 청탁자의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하고 응시자와 청탁자 사이의 친밀도 등을 고려하여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LG의 지침이 청탁자의 등급이나 고려 수준에 따라 서류전형 합격부터 최종 합격까지 청탁 수용의 여지를 두고 있었다고 봤습니다.


■ 재판부 "정도 경영, 인간존중 경영 표방한 LG전자가…."

재판부는 LG전자 채용 공고를 본 응시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공고된 대로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신뢰하리라 판단했습니다. 또, '정도 경영'과 '인간 존중 경영' 등을 표방한 LG전자가 견지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고인들의 채용 청탁 수용이 이런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LG전자는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회의 인식 변화, 높아진 잣대에 맞춰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 LG그룹 공채 폐지…"공채 폐지는 이번 사건과 무관"

LG그룹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뒤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채용 청탁을 문제 삼지 못하게 하려고 아예 공채를 없앤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LG 측은 "공채 폐지는 오래 전부터 검토해왔던 사안"이라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LG 입장처럼 회사 전략을 위해 공채를 폐지한 것이라고더라도, 수시 채용 제도 아래에서도 채용 청탁 등 부정행위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채용청탁을 청탁자 등급을 나눠서 들어준다면 회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손상될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주주의 이익을 해치고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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