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라이트’ 공군 특수부대까지 나선 ‘미라클’ 작전

입력 2021.08.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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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공정통제사 CCT (Combat Control Team). 공군의 최정예 특수부대로 전시에 적지에 가장 먼저 침투합니다. 아군에게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전달하고, 병력과 물자를 투하할 곳의 안전을 확보합니다.

이들이 전달한 좌표로 수송기가 날아오면 지상에서 주변을 경계하다 무전으로 "그린라이트"를 외칩니다. 이들의 "그린라이트"가 있어야만 수송기는 램프를 열고 공중에서 공수부대원이나 물자를 투하하거나, 지상에 착륙합니다. 은밀한 침투, 고공 강하, 사격은 물론 항공기 관제 훈련까지 받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가 작전을 유도한 뒤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우리 공군의 'first there, last out' 부대가 카불 공항에 나타났습니다.


■ 카불 공항에 내린 공군 특수부대…'완전무장'하고 떠났지만

이들의 임무는 아프간 협력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수송기에 탑승시킬 때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한 현장 경호였습니다.

카불 공항 활주로는 현재 미군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막 카불에 진입했을 당시 겁에 질린 현지인들이 활주로에까지 몰려들어, 이륙하기 위해 달리는 수송기에 매달리고, 서로 비행기에 타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가는 아수라장이 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도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하고, 위험한 사람을 결박할 케이블타이까지 방탄조끼 옆구리에 넣어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돌발 상황은 없었습니다. 탈레반의 위협을 뚫고 공항에 도착한 아이들이 총을 찬 이들에게 해맑게 다가가는 또다른 '돌발 상황'도 생겼습니다.


이번에 카불을 탈출해 한국에 온 아프간 현지인들 중엔 5살이 채 안 된 영유아 100여 명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임무'와 젖먹이 아기들을 '경호'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습니다. 현지 임무팀은 이들을 위한 분유와 젖병까지 준비해 갔습니다.


■ 중간 기착지 확보…교민들도 도와

아프간 협력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민항기 운항을 검토하던 정부는 현지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황급히 군용기를 투입하기로 방향을 바꿉니다.

문제는 현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 안전이 확보되고 중간 정비와 숙소까지 지원되는 기착지가 필요했지만 아프간 인근 국가 공항은 이미 포화상태. 정부는 파키스탄과 협의해 이슬라마바드 공항 사용을 이끌어냅니다.

파키스탄 현지 교민들은 우리 특수 임무단을 위해 코로나 사태로 이미 운영을 중단했던 숙박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기도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정기적인 항로를 오가는 민항기와 달리 긴급 투입되는 군용기는 영공 통과 허가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카불과 인천의 직선 거리는 약 5천Km지만 파키스탄에서 중간 정비를 하고, 중국을 피하고, 영공 통과를 허가한 우방국으로 돌아 가느라 비행거리는 편도 1만km에 이르렀다고 공군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1대가 파키스탄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C-130J 허큘리스 수송기 2대도 뒤를 따랐습니다.


■ 미사일 보유한 탈레반…요격까지 대비

파키스탄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 3대. 이제 여기서 카불까지는 편도 한 시간 거리. 하지만 난제가 있었습니다.

군용기는 이착륙할 때가 가장 취약합니다. 카불 공항의 군용 구역이야 미군이 통제한다고 쳐도 공항 밖은 이미 탈레반 세상.


탈레반은 이전에 전투에서 휴대용 대공 미사일 SA -7을 사용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어깨에 견착하고 발사하면 항공기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추적해 날아갑니다. 낮은 고도, 저속의 항공기는 충분히 격추할 수 있습니다. 헬기에도 치명적입니다.

가격이 싸고 운용이 쉬워 탈레반뿐만 아니라 IS와 무자헤딘 등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주로 쓰는데, 카불에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IS 등 다른 테러단체들이 공격을 계획한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그래서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직후 카불 상공에선 헬기들이 강한 열을 뿜어 열추적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불꽃, 플레어를 쏘며 비행했고 대피 작전을 펼치는 프랑스군 수송기도 카불 공항을 이륙할 때 연달아 플레어를 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탈레반은 RPG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들이 많이 써 '알라의 요술봉'이라 불리는 로켓입니다. 전차나 차량을 공격하는 무기로 유도 기능은 없지만, 낮고 느리게 날 때는 위협적입니다.


■ 험난했던 카불행 도맡은 허큘리스

결국 시그너스는 파키스탄에서 대기하고 카불까지는 허큘리스만 투입됐습니다. 둘 다 군용기이기 때문에 미사일 경보, 회피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시그너스는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항기를 기반으로 한 제트기 시그너스에 비해 허큘리스는 더 짧고 험한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저속의 낮은 고도에선 혹시 모를 공격이 가해져도 전후좌우로 경로를 바꾸거나 고각 상승, 급강하 등을 하는 전술 기동까지 염두에 뒀습니다. 이 경우 탑승한 아프간인들의 안전을 위해 스트랩 벨트를 기내에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허큘리스는 프로펠러 엔진 4개라 제트엔진 2개를 단 시그너스에 비해 엔진 일부가 손상돼도 비행 유지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렇듯 혹시 모를 탈레반의 요격까지 대비했는데 다행이 이착륙시 공격 징후가 없어 전술비행을 하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카불 공항의 관제 인력이 모두 자리를 이탈해 이착륙시 정상적 관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각종 유도장치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공항을 눈으로만 보고 뜨고 내려야 하는 상황. 하지만 공군 조종사들은 평소에 생지(生地) 비행 훈련을 받습니다.

F-16 조종사 출신인 예비역 문희찬 대령은 "이번에 투입된 조종사들도 카불 공항에 계기 비행 장치가 없었다면 위성사진 등을 받아서 시계 비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지점들을 미리 연구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착륙에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허큘리스 1대가 24일 1차로 26명의 아프간인들을 태워 카불과 파키스탄을 왕복했습니다.

이튿날에도 2대가 카불로 날아가 1호기에 아프간인 190명, 2호기에 175명을 분산 탑승시킨 후 모두 365명이 같은 날 오후 안전 지대인 이슬라마바드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한 차례 더 신원 확인을 거쳐 모두 한국에 무사히 도착하면서 '미라클'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연관기사] 긴박했던 ‘미라클’ 작전…탈레반 요격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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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라이트’ 공군 특수부대까지 나선 ‘미라클’ 작전
    • 입력 2021-08-27 07:02:40
    취재K

공군 공정통제사 CCT (Combat Control Team). 공군의 최정예 특수부대로 전시에 적지에 가장 먼저 침투합니다. 아군에게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전달하고, 병력과 물자를 투하할 곳의 안전을 확보합니다.

이들이 전달한 좌표로 수송기가 날아오면 지상에서 주변을 경계하다 무전으로 "그린라이트"를 외칩니다. 이들의 "그린라이트"가 있어야만 수송기는 램프를 열고 공중에서 공수부대원이나 물자를 투하하거나, 지상에 착륙합니다. 은밀한 침투, 고공 강하, 사격은 물론 항공기 관제 훈련까지 받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가 작전을 유도한 뒤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우리 공군의 'first there, last out' 부대가 카불 공항에 나타났습니다.


■ 카불 공항에 내린 공군 특수부대…'완전무장'하고 떠났지만

이들의 임무는 아프간 협력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수송기에 탑승시킬 때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한 현장 경호였습니다.

카불 공항 활주로는 현재 미군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막 카불에 진입했을 당시 겁에 질린 현지인들이 활주로에까지 몰려들어, 이륙하기 위해 달리는 수송기에 매달리고, 서로 비행기에 타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가는 아수라장이 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도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하고, 위험한 사람을 결박할 케이블타이까지 방탄조끼 옆구리에 넣어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돌발 상황은 없었습니다. 탈레반의 위협을 뚫고 공항에 도착한 아이들이 총을 찬 이들에게 해맑게 다가가는 또다른 '돌발 상황'도 생겼습니다.


이번에 카불을 탈출해 한국에 온 아프간 현지인들 중엔 5살이 채 안 된 영유아 100여 명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임무'와 젖먹이 아기들을 '경호'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습니다. 현지 임무팀은 이들을 위한 분유와 젖병까지 준비해 갔습니다.


■ 중간 기착지 확보…교민들도 도와

아프간 협력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민항기 운항을 검토하던 정부는 현지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황급히 군용기를 투입하기로 방향을 바꿉니다.

문제는 현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 안전이 확보되고 중간 정비와 숙소까지 지원되는 기착지가 필요했지만 아프간 인근 국가 공항은 이미 포화상태. 정부는 파키스탄과 협의해 이슬라마바드 공항 사용을 이끌어냅니다.

파키스탄 현지 교민들은 우리 특수 임무단을 위해 코로나 사태로 이미 운영을 중단했던 숙박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기도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정기적인 항로를 오가는 민항기와 달리 긴급 투입되는 군용기는 영공 통과 허가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카불과 인천의 직선 거리는 약 5천Km지만 파키스탄에서 중간 정비를 하고, 중국을 피하고, 영공 통과를 허가한 우방국으로 돌아 가느라 비행거리는 편도 1만km에 이르렀다고 공군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1대가 파키스탄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C-130J 허큘리스 수송기 2대도 뒤를 따랐습니다.


■ 미사일 보유한 탈레반…요격까지 대비

파키스탄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 3대. 이제 여기서 카불까지는 편도 한 시간 거리. 하지만 난제가 있었습니다.

군용기는 이착륙할 때가 가장 취약합니다. 카불 공항의 군용 구역이야 미군이 통제한다고 쳐도 공항 밖은 이미 탈레반 세상.


탈레반은 이전에 전투에서 휴대용 대공 미사일 SA -7을 사용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어깨에 견착하고 발사하면 항공기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추적해 날아갑니다. 낮은 고도, 저속의 항공기는 충분히 격추할 수 있습니다. 헬기에도 치명적입니다.

가격이 싸고 운용이 쉬워 탈레반뿐만 아니라 IS와 무자헤딘 등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주로 쓰는데, 카불에는 탈레반뿐만 아니라 IS 등 다른 테러단체들이 공격을 계획한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그래서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직후 카불 상공에선 헬기들이 강한 열을 뿜어 열추적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불꽃, 플레어를 쏘며 비행했고 대피 작전을 펼치는 프랑스군 수송기도 카불 공항을 이륙할 때 연달아 플레어를 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탈레반은 RPG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들이 많이 써 '알라의 요술봉'이라 불리는 로켓입니다. 전차나 차량을 공격하는 무기로 유도 기능은 없지만, 낮고 느리게 날 때는 위협적입니다.


■ 험난했던 카불행 도맡은 허큘리스

결국 시그너스는 파키스탄에서 대기하고 카불까지는 허큘리스만 투입됐습니다. 둘 다 군용기이기 때문에 미사일 경보, 회피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시그너스는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항기를 기반으로 한 제트기 시그너스에 비해 허큘리스는 더 짧고 험한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저속의 낮은 고도에선 혹시 모를 공격이 가해져도 전후좌우로 경로를 바꾸거나 고각 상승, 급강하 등을 하는 전술 기동까지 염두에 뒀습니다. 이 경우 탑승한 아프간인들의 안전을 위해 스트랩 벨트를 기내에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허큘리스는 프로펠러 엔진 4개라 제트엔진 2개를 단 시그너스에 비해 엔진 일부가 손상돼도 비행 유지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렇듯 혹시 모를 탈레반의 요격까지 대비했는데 다행이 이착륙시 공격 징후가 없어 전술비행을 하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카불 공항의 관제 인력이 모두 자리를 이탈해 이착륙시 정상적 관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각종 유도장치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공항을 눈으로만 보고 뜨고 내려야 하는 상황. 하지만 공군 조종사들은 평소에 생지(生地) 비행 훈련을 받습니다.

F-16 조종사 출신인 예비역 문희찬 대령은 "이번에 투입된 조종사들도 카불 공항에 계기 비행 장치가 없었다면 위성사진 등을 받아서 시계 비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지점들을 미리 연구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착륙에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허큘리스 1대가 24일 1차로 26명의 아프간인들을 태워 카불과 파키스탄을 왕복했습니다.

이튿날에도 2대가 카불로 날아가 1호기에 아프간인 190명, 2호기에 175명을 분산 탑승시킨 후 모두 365명이 같은 날 오후 안전 지대인 이슬라마바드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한 차례 더 신원 확인을 거쳐 모두 한국에 무사히 도착하면서 '미라클'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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