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혼돈 속 탈출행렬에 ‘폭탄테러’까지…美 “우려가 현실됐다”

입력 2021.08.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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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못박은 아프간 철군시한, 31일까지 탈출하려는 행렬이 이어지던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인은 물론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급박한 철수에 사고는 나지 않을까 내심 노심초사했던 미국의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의 바깥, 그리고 공항 인근의 호텔 인근에서 2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부 외교안보팀 최고위급들이 급히 상황실에 모였습니다. 폭발 소식이 들리자 예정됐던 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모든 언론 브리핑은 전격 취소됐습니다. 미국 정부의 상황 파악이 끝나지 않은 채 탈레반 측 발표와 외신 보도 등을 통해서만 추정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계속 늘어갔습니다.

■ “미군 12명 숨졌다...IS가 차량 폭탄테러 벌여”

폭발 소식이 들린지 6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미국 국방부가 브리핑을 가졌습니다. 중동을 관할하는 케네스 맥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이 화상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섰습니다. 맥켄지 사령관은 폭탄 테러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폭탄 공격 주체로는 이슬람국가(IS)를 지목했습니다. 정확히는 ‘IS 호라산’으로도 불리는 IS 아프간지부(IS-K)입니다. 카불 공항 출입구에 아프간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신분 확인을 위해 공항 안쪽엔 미군이, 바깥에는 탈레반이 각각 인력을 배치했는데 이 검문검색소 인근이 폭발 장소라고 밝혔습니다. 차량을 이용한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한 것 같다면서 테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리핑과 별도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성명을 냈습니다. “카불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한 동료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밝힌 오스틴 장관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 군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순간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난했습니다.

아프간 폭탄 공격과 관련해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현지 시간 26일 발표한 성명 (출처: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아프간 폭탄 공격과 관련해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현지 시간 26일 발표한 성명 (출처: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 미국이 우려한 ‘테러’ 현실로...“IS 소행 추정”

이번 테러 이전부터 미국은 IS의 테러 위협이 지속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수 차례 밝혔습니다. 현지 시간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IS의 아프간 지부로 알려진 ‘ISIS-K’를 포함한 어떤 위협도 감시하고 막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정한 31일 철군 일정까지 모든 사람이 대피할 수 있겠느냐는 미국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정을 강행하고자 한 것도 IS의 위협이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가 “미군이 아프간에 오래 머물수록 IS의 공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ISIS-K는 2014년 탈레반 내 파벌이 분열하며 떨어져나온 분파입니다. 탈레반보다 이슬람 경전 해석에 대해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있어 탈레반과 계속 대립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미군 철군 과정에서도 탈레반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대피에 협력하자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캐서린 짐머만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S는 지금 같은 상황에 놓일 경우 약한 사람들을 목표로 삼아왔다”면서 “카불 공항에 모인 군중, 즉 미국과 협력하고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따라 살지 않으면서 미국이나 서방으로 도망가려는 아프간인들을 IS는 합법적인 희생자로서 목표물로 삼을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 궁지 몰린 바이든 대통령...“대피작전 일정은 변경 없을 것”

그간 철군 과정에 대한 미국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는 “31일까지 모든 미국인들에 대한 대피를 안전하게 마칠 수 있다”고 공언하며 반박을 잠재워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인이 직접 테러의 희생자가 된 이상, 미국 정부가 무리한 철군을 감행해 미국인이 희생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대피 일정 조정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일단 대피를 예정대로 계속 한다는 입장입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테러리스트들은 우리 군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는 순간에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난하면서도, “당면한 임무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정대로 대피 작전을 계속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보다 덜한 일을 한다면, 사망·부상자들이 미국과 아프간 국민에게 다해왔던 희생과 뜻을 불명예스럽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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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혼돈 속 탈출행렬에 ‘폭탄테러’까지…美 “우려가 현실됐다”
    • 입력 2021-08-27 07:17:50
    특파원 리포트

미군이 못박은 아프간 철군시한, 31일까지 탈출하려는 행렬이 이어지던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인은 물론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급박한 철수에 사고는 나지 않을까 내심 노심초사했던 미국의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의 바깥, 그리고 공항 인근의 호텔 인근에서 2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부 외교안보팀 최고위급들이 급히 상황실에 모였습니다. 폭발 소식이 들리자 예정됐던 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모든 언론 브리핑은 전격 취소됐습니다. 미국 정부의 상황 파악이 끝나지 않은 채 탈레반 측 발표와 외신 보도 등을 통해서만 추정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계속 늘어갔습니다.

■ “미군 12명 숨졌다...IS가 차량 폭탄테러 벌여”

폭발 소식이 들린지 6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미국 국방부가 브리핑을 가졌습니다. 중동을 관할하는 케네스 맥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이 화상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섰습니다. 맥켄지 사령관은 폭탄 테러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폭탄 공격 주체로는 이슬람국가(IS)를 지목했습니다. 정확히는 ‘IS 호라산’으로도 불리는 IS 아프간지부(IS-K)입니다. 카불 공항 출입구에 아프간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신분 확인을 위해 공항 안쪽엔 미군이, 바깥에는 탈레반이 각각 인력을 배치했는데 이 검문검색소 인근이 폭발 장소라고 밝혔습니다. 차량을 이용한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한 것 같다면서 테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리핑과 별도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성명을 냈습니다. “카불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한 동료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밝힌 오스틴 장관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 군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순간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난했습니다.

아프간 폭탄 공격과 관련해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현지 시간 26일 발표한 성명 (출처: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 미국이 우려한 ‘테러’ 현실로...“IS 소행 추정”

이번 테러 이전부터 미국은 IS의 테러 위협이 지속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수 차례 밝혔습니다. 현지 시간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IS의 아프간 지부로 알려진 ‘ISIS-K’를 포함한 어떤 위협도 감시하고 막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정한 31일 철군 일정까지 모든 사람이 대피할 수 있겠느냐는 미국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정을 강행하고자 한 것도 IS의 위협이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가 “미군이 아프간에 오래 머물수록 IS의 공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ISIS-K는 2014년 탈레반 내 파벌이 분열하며 떨어져나온 분파입니다. 탈레반보다 이슬람 경전 해석에 대해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있어 탈레반과 계속 대립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미군 철군 과정에서도 탈레반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대피에 협력하자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캐서린 짐머만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S는 지금 같은 상황에 놓일 경우 약한 사람들을 목표로 삼아왔다”면서 “카불 공항에 모인 군중, 즉 미국과 협력하고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따라 살지 않으면서 미국이나 서방으로 도망가려는 아프간인들을 IS는 합법적인 희생자로서 목표물로 삼을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 궁지 몰린 바이든 대통령...“대피작전 일정은 변경 없을 것”

그간 철군 과정에 대한 미국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는 “31일까지 모든 미국인들에 대한 대피를 안전하게 마칠 수 있다”고 공언하며 반박을 잠재워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인이 직접 테러의 희생자가 된 이상, 미국 정부가 무리한 철군을 감행해 미국인이 희생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대피 일정 조정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일단 대피를 예정대로 계속 한다는 입장입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테러리스트들은 우리 군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는 순간에 그들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난하면서도, “당면한 임무를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정대로 대피 작전을 계속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보다 덜한 일을 한다면, 사망·부상자들이 미국과 아프간 국민에게 다해왔던 희생과 뜻을 불명예스럽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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