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은 왜 IS의 테러를 불러왔나

입력 2021.08.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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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현지시간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닷새 남기고 결국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8월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났습니다.

폭탄테러는 2차례 일어났고, 테러 직후 이슬람국가, IS는 자신들이 테러를 일으켰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탈레반은 IS의 테러가 반인륜적이라며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슬람국가, IS는 탈레반처럼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장하는 극단주의 집단으로 탈레반보다 더 강경한 이슬람 노선을 주장하며 2014년 탈레반으로부터 갈라져나왔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같은 종교와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한 걸까요?

이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서부터 예상된 연쇄 작용, 혹은 풍선 효과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군 철군으로 공식화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거는 이슬람 지역의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알카에다와 IS입니다.


■탈레반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끈끈한 알카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발표하며 "우리의 목표는 9.11을 일으킨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것이었고, 알카에다는 궤멸됐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은 2001년 이후 알카에다가 미국과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것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으며 탈레반의 점령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처음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할 때 9.11 테러를 모의한 알카에다( 우리에게 오사마 빈 라덴이 수장으로 잘 알려진) 무장 세력에게 은신처를 제공했습니다.

미국이 아프간에 20년 간 군대를 주둔시키고,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진압해온 대상이 바로 알카에다입니다. 당시 미국에게 알카에다는 탈레반과 동일시됐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경제대 교수는 20년 간의 대테러 작전 끝에 붕괴되긴 했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뼈대가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아프간 15개 주에 주둔하고 있고, 조직원이 수십 명에서 500명 사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8월 23일 사우디 알 하다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아프간에 주둔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사이에 '가족간의 유대'가 있을 수 있지만(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수장은 서로 사돈 사이었습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엔보고서는 알카에다는 탈레반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종교적인 가치의 동일성, 혼인을 통한 인맥을 통해 두 집단의 동질성이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당장 알카에다와 관계를 드러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두 집단의 끈끈함이 유지된 덕에 오히려 알카에다는 탈레반의 통제가 먹히는 편입니다. 문제는 IS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슬람국가(IS)는 어떤 존재인가?

8월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한 IS는 탈레반의 가장 큰 골칫거립니다.

공격을 주도한 IS-K는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대피 임무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었던 단체입니다.

IS-K는 201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시작했다고 미국 국제 전략문제연구소 CSIS는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2014년 탈레반에서 갈라져나온 IS는 파키스탄 무장세력의 소규모 집합으로, 일부는 탈레반에서 갈라져나왔지만, 파키스탄 북부와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방의 극단주의 단체 회원들이 규합되며 IS-K(코라산)으로 불려집니다.

이들이 탈레반과 다른 점은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샤리아 율법에 따른 통일국가를 세우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IS는 시리아, 이라크에서처럼 이슬람 전역에서 일체된 강력한 종교 국가를 세우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감행하고, 표적을 삼아 특히 잔인하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IS가 지나간 자리...참혹하게 민간인을 살해하는 IS (출처:AP)IS가 지나간 자리...참혹하게 민간인을 살해하는 IS (출처:AP)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2019년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영토를 잃은 뒤 아프간 내 최고 그룹이 테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수억 달러에 접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IS-K가 아프가니스탄의 영토를 성공적으로 점령한 적은 없습니다. 대신 이슬람 사원, 학교, 결혼식과 같은 민간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IS는 올해에만 77건의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지난 5월 카불의 한 여학교 폭탄 테러로 85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대부분 희생자는 학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이슬람 국가인 코라산(IS-K)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탈레반이 권력을 강화하려 할 때 이슬람 국가 역시 미군의 철군으로 생긴 안보 공백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탈레반의 승리는 극단주의 단체들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마이클 쿠겔만 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부국장은 아프간의 IS 세력에 대해 "확실히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8월 23일 CNN에서 IS 공격 가능성에 대해 "위협은 현실적이고 날카롭고 집요하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일부 현지 소식통은 탈레반이 미국과의 협상에 온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 많은 극단적 탈레반 조직원들이 IS로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아프간에서 극단주의 단체 조직원 사이에 '흥분한 듯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아랍 국가의 정보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점거 이후 지하드 통신이 급증하고 있다"며 "많은 지하드들이 시리아나 이라크 대신 지금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탈레반이 IS의 공세를 좌시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쿠겔만 부국장은 탈레반은 IS를 공격하기 위해 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야 서방 세계의 시각에서 탈레반이 달라졌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 구성이라는 당면 과제에 매달려 안보상의 허점을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가 시리아, 이라크처럼 오랫동안 미국을 공격해온 지하세력들을 규합하는 데 변곡점이 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부 칼레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알카에다 투사는 탈레반의 승리를 극단주의 단체들의 전환점으로 환영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신의 뜻대로 탈레반의 성공이 알카에다와 다에시(IS) 같은 무자헤딘들을 통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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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은 왜 IS의 테러를 불러왔나
    • 입력 2021-08-27 10:31:39
    특파원 리포트
현지시간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닷새 남기고 결국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8월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났습니다.

폭탄테러는 2차례 일어났고, 테러 직후 이슬람국가, IS는 자신들이 테러를 일으켰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탈레반은 IS의 테러가 반인륜적이라며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슬람국가, IS는 탈레반처럼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장하는 극단주의 집단으로 탈레반보다 더 강경한 이슬람 노선을 주장하며 2014년 탈레반으로부터 갈라져나왔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같은 종교와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한 걸까요?

이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서부터 예상된 연쇄 작용, 혹은 풍선 효과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군 철군으로 공식화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거는 이슬람 지역의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알카에다와 IS입니다.


■탈레반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끈끈한 알카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발표하며 "우리의 목표는 9.11을 일으킨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것이었고, 알카에다는 궤멸됐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은 2001년 이후 알카에다가 미국과 동맹국들을 공격하는 것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으며 탈레반의 점령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처음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할 때 9.11 테러를 모의한 알카에다( 우리에게 오사마 빈 라덴이 수장으로 잘 알려진) 무장 세력에게 은신처를 제공했습니다.

미국이 아프간에 20년 간 군대를 주둔시키고,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진압해온 대상이 바로 알카에다입니다. 당시 미국에게 알카에다는 탈레반과 동일시됐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경제대 교수는 20년 간의 대테러 작전 끝에 붕괴되긴 했지만, 알카에다는 여전히 뼈대가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아프간 15개 주에 주둔하고 있고, 조직원이 수십 명에서 500명 사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8월 23일 사우디 알 하다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아프간에 주둔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사이에 '가족간의 유대'가 있을 수 있지만(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수장은 서로 사돈 사이었습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엔보고서는 알카에다는 탈레반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종교적인 가치의 동일성, 혼인을 통한 인맥을 통해 두 집단의 동질성이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당장 알카에다와 관계를 드러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두 집단의 끈끈함이 유지된 덕에 오히려 알카에다는 탈레반의 통제가 먹히는 편입니다. 문제는 IS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슬람국가(IS)는 어떤 존재인가?

8월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한 IS는 탈레반의 가장 큰 골칫거립니다.

공격을 주도한 IS-K는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대피 임무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었던 단체입니다.

IS-K는 201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시작했다고 미국 국제 전략문제연구소 CSIS는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2014년 탈레반에서 갈라져나온 IS는 파키스탄 무장세력의 소규모 집합으로, 일부는 탈레반에서 갈라져나왔지만, 파키스탄 북부와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방의 극단주의 단체 회원들이 규합되며 IS-K(코라산)으로 불려집니다.

이들이 탈레반과 다른 점은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샤리아 율법에 따른 통일국가를 세우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IS는 시리아, 이라크에서처럼 이슬람 전역에서 일체된 강력한 종교 국가를 세우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감행하고, 표적을 삼아 특히 잔인하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IS가 지나간 자리...참혹하게 민간인을 살해하는 IS (출처:AP)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2019년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영토를 잃은 뒤 아프간 내 최고 그룹이 테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수억 달러에 접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IS-K가 아프가니스탄의 영토를 성공적으로 점령한 적은 없습니다. 대신 이슬람 사원, 학교, 결혼식과 같은 민간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IS는 올해에만 77건의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지난 5월 카불의 한 여학교 폭탄 테러로 85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대부분 희생자는 학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이슬람 국가인 코라산(IS-K)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탈레반이 권력을 강화하려 할 때 이슬람 국가 역시 미군의 철군으로 생긴 안보 공백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탈레반의 승리는 극단주의 단체들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마이클 쿠겔만 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부국장은 아프간의 IS 세력에 대해 "확실히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8월 23일 CNN에서 IS 공격 가능성에 대해 "위협은 현실적이고 날카롭고 집요하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일부 현지 소식통은 탈레반이 미국과의 협상에 온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 많은 극단적 탈레반 조직원들이 IS로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아프간에서 극단주의 단체 조직원 사이에 '흥분한 듯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아랍 국가의 정보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점거 이후 지하드 통신이 급증하고 있다"며 "많은 지하드들이 시리아나 이라크 대신 지금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탈레반이 IS의 공세를 좌시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쿠겔만 부국장은 탈레반은 IS를 공격하기 위해 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야 서방 세계의 시각에서 탈레반이 달라졌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 구성이라는 당면 과제에 매달려 안보상의 허점을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가 시리아, 이라크처럼 오랫동안 미국을 공격해온 지하세력들을 규합하는 데 변곡점이 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부 칼레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알카에다 투사는 탈레반의 승리를 극단주의 단체들의 전환점으로 환영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신의 뜻대로 탈레반의 성공이 알카에다와 다에시(IS) 같은 무자헤딘들을 통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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