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합법화 기로에 선 독일

입력 2021.08.28 (22:14) 수정 2021.08.2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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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독일을 안정적으로 통치해 온 메르켈 총리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번 선거는 메르켈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기호용 대마 합법화 문제가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는데요,

베를린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독일 총선, 한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요,

메르켈의 후임, 누가 유력한가요?

[기자]

네. 지금 상황으로는 누가 총리가 될 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은 다수당에서 총리를 배출합니다.

그런데 현재 여론조사에서 확실히 앞선 정당이 없이 주요 정당들 모두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현 집권당인 기민-기사 연합과, 연정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 야당인 녹색당이 각각 20% 안팎의 지지율로 비슷합니다.

이들 중 만약 녹색당이 제1당이 된다면 40살 베아복 공동대표가 메르켈에 이어 연속으로 여성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총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거리나 공원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5살에서 64살 사이 독일인 10명 중 3명은 적어도 한 번 이상 대마초를 피워봤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독일의 뜨거운 감자, 대마초 합법화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오후 베를린 시내 한 공원.

시민들이 벤치에서, 풀밭에서 햇살 속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원 한 켠에 경찰차가 서 있습니다.

공원 담장 바로 밖에도 무장을 하고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이 눈에 띕니다.

경찰이 공원을 순찰하는 사이, 바로 옆 벤치에선 여성들이 무언가를 말아 피웁니다.

담배 연기와는 다른 냄새...

대마촙니다.

멀리 구석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마약상들입니다.

베를린에서 마약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이 공원입니다.

누군가 경찰에 검문을 받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경찰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마약 단속 경찰 : "이 공원에서 마약 범죄의 기소, 마약 범죄의 수는 판매와 물론 소비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우리는 마약 거래가 많은 지역에 있는 겁니다."]

베를린 경찰이 공원 안에 설치한 마약 예방센텁니다.

사탕 이름이 새겨진 엑스터시 등 마약 실물을 전시합니다.

카나비스, 즉 대마초도 마약류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기호용 대마초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습니다.

규제물질법 상 소지, 재배, 거래는 불법이지만 대마를 피우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특히 개인적 소비를 위한 소량 재배는 기소를 자제하라고 법령에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6그램 이하를 소지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개인이 대마초를 피우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 건강의 침해를 법으로 규제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잖습니다.

올해 스물인 미셸.

17살때부터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부터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셸 얀케 : "저는 쾌락을 위해 대마초를 피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생리통으로 아랫배가 아프면 대마초가 딱입니다. 통증도 완화되고 잠 드는데에도 도움됩니다. 쾌락을 위해서 그리고 통증이 있을 때에도 피웁니다."]

대마초를 피우며 해방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암시장에서 50그램에 350유로, 약 48만원에 구매합니다.

미셸은 자기 또래의 60% 정도가 대마를 피운다며, 네덜란드처럼 독일도 기호용 대마 소지 제한량인 6g을 풀어 완전히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셸 얀케 : "(불법인 상황에서는)여전히 깨끗하지 못한 대마를 이용하게 될 수 있습니다. 대마가 합법화되면 (네덜란드처럼 대마를 피울 수 있는) 커피숍을 열 수 있고, 모든 사람이 깨끗한 대마를 피울 수 있을 겁니다."]

베를린 시 외곽의 '그로우 숍'이란 가게를 취재팀이 찾았습니다.

대마를 파는 곳은 아니지만 집에서 재배할 수 있는 설비 등을 합법적으로 판매합니다.

대마보다 10배 정도 효과가 강한 해시시라는 마약을 농축하는 장비도 있습니다.

["(이게 다 해시시인가요?) 모두 다 해시시입니다."]

이 곳은 일종의 전시장, 판매는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집니다.

운영자는 한 달에 평균 만 2천 유로, 약 1,600만 원 어치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기호용 대마는 당연히 합법화돼야 하고, 그게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로우숍 사장 : "대마 합법화는 이미 시기를 놓쳤습니다. 청소년 보호만 봐도 그렇습니다. 길거리 마약상들은 청소년 보호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5살, 10살, 11살에게도 대마를 팝니다. 마약상은 나이 따위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마 이용자들이 더 큰 쾌락을 찾아 훨씬 강력한 마약에 손 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대마 합법화는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마약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또 약물 사용을 국가가 규제해야지, 사용을 촉진해선 안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겔리카 보데/간호사 : "(의료용이 아닌)오락의 목적으로, 약간의 기쁨을 얻기 위해 대마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직업이 간호사입니다."]

기호용 대마 합법화는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논란이 비등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녹색당이 낸 법안은 부결됐습니다.

[키어스텐 카페어트 곤터/독일 녹색당 의원/지난해 10월 : "대마초 금지는 불균형할 뿐만 아니라 위험합니다. 오늘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후임자들이 그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계속 지켜볼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등도 합법화를 하자는 게 당론입니다.

오랜 시간 독일 사회의 논쟁 거리가 돼 온 기호용 대마 합법화, 총선 이후 정치권이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관심사입니다.

베를린에서 김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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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마 합법화 기로에 선 독일
    • 입력 2021-08-28 22:14:42
    • 수정2021-08-28 22: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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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독일을 안정적으로 통치해 온 메르켈 총리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번 선거는 메르켈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기호용 대마 합법화 문제가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는데요,

베를린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독일 총선, 한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요,

메르켈의 후임, 누가 유력한가요?

[기자]

네. 지금 상황으로는 누가 총리가 될 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은 다수당에서 총리를 배출합니다.

그런데 현재 여론조사에서 확실히 앞선 정당이 없이 주요 정당들 모두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현 집권당인 기민-기사 연합과, 연정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 야당인 녹색당이 각각 20% 안팎의 지지율로 비슷합니다.

이들 중 만약 녹색당이 제1당이 된다면 40살 베아복 공동대표가 메르켈에 이어 연속으로 여성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총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거리나 공원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5살에서 64살 사이 독일인 10명 중 3명은 적어도 한 번 이상 대마초를 피워봤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독일의 뜨거운 감자, 대마초 합법화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오후 베를린 시내 한 공원.

시민들이 벤치에서, 풀밭에서 햇살 속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원 한 켠에 경찰차가 서 있습니다.

공원 담장 바로 밖에도 무장을 하고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이 눈에 띕니다.

경찰이 공원을 순찰하는 사이, 바로 옆 벤치에선 여성들이 무언가를 말아 피웁니다.

담배 연기와는 다른 냄새...

대마촙니다.

멀리 구석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마약상들입니다.

베를린에서 마약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이 공원입니다.

누군가 경찰에 검문을 받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경찰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마약 단속 경찰 : "이 공원에서 마약 범죄의 기소, 마약 범죄의 수는 판매와 물론 소비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우리는 마약 거래가 많은 지역에 있는 겁니다."]

베를린 경찰이 공원 안에 설치한 마약 예방센텁니다.

사탕 이름이 새겨진 엑스터시 등 마약 실물을 전시합니다.

카나비스, 즉 대마초도 마약류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기호용 대마초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습니다.

규제물질법 상 소지, 재배, 거래는 불법이지만 대마를 피우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특히 개인적 소비를 위한 소량 재배는 기소를 자제하라고 법령에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6그램 이하를 소지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개인이 대마초를 피우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 건강의 침해를 법으로 규제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잖습니다.

올해 스물인 미셸.

17살때부터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부터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셸 얀케 : "저는 쾌락을 위해 대마초를 피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생리통으로 아랫배가 아프면 대마초가 딱입니다. 통증도 완화되고 잠 드는데에도 도움됩니다. 쾌락을 위해서 그리고 통증이 있을 때에도 피웁니다."]

대마초를 피우며 해방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암시장에서 50그램에 350유로, 약 48만원에 구매합니다.

미셸은 자기 또래의 60% 정도가 대마를 피운다며, 네덜란드처럼 독일도 기호용 대마 소지 제한량인 6g을 풀어 완전히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셸 얀케 : "(불법인 상황에서는)여전히 깨끗하지 못한 대마를 이용하게 될 수 있습니다. 대마가 합법화되면 (네덜란드처럼 대마를 피울 수 있는) 커피숍을 열 수 있고, 모든 사람이 깨끗한 대마를 피울 수 있을 겁니다."]

베를린 시 외곽의 '그로우 숍'이란 가게를 취재팀이 찾았습니다.

대마를 파는 곳은 아니지만 집에서 재배할 수 있는 설비 등을 합법적으로 판매합니다.

대마보다 10배 정도 효과가 강한 해시시라는 마약을 농축하는 장비도 있습니다.

["(이게 다 해시시인가요?) 모두 다 해시시입니다."]

이 곳은 일종의 전시장, 판매는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집니다.

운영자는 한 달에 평균 만 2천 유로, 약 1,600만 원 어치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기호용 대마는 당연히 합법화돼야 하고, 그게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로우숍 사장 : "대마 합법화는 이미 시기를 놓쳤습니다. 청소년 보호만 봐도 그렇습니다. 길거리 마약상들은 청소년 보호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5살, 10살, 11살에게도 대마를 팝니다. 마약상은 나이 따위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마 이용자들이 더 큰 쾌락을 찾아 훨씬 강력한 마약에 손 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대마 합법화는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마약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또 약물 사용을 국가가 규제해야지, 사용을 촉진해선 안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겔리카 보데/간호사 : "(의료용이 아닌)오락의 목적으로, 약간의 기쁨을 얻기 위해 대마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직업이 간호사입니다."]

기호용 대마 합법화는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논란이 비등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녹색당이 낸 법안은 부결됐습니다.

[키어스텐 카페어트 곤터/독일 녹색당 의원/지난해 10월 : "대마초 금지는 불균형할 뿐만 아니라 위험합니다. 오늘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후임자들이 그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계속 지켜볼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등도 합법화를 하자는 게 당론입니다.

오랜 시간 독일 사회의 논쟁 거리가 돼 온 기호용 대마 합법화, 총선 이후 정치권이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관심사입니다.

베를린에서 김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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