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들에게 힘 되고 싶었다”…구청장 아들 회사 대표가 구청 고문 변호사

입력 2021.08.30 (14:17) 수정 2021.08.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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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청.부산 서구청.

각종 소송과 법률 자문 등을 받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별로 '고문 변호사'를 위촉합니다. 고문 변호사는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당사자인 구청으로부터 받는 비난이나 불만이 일반 사건에 비해 적습니다. 부담이 덜합니다. 특히 변호사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자리입니다.

■구청장 아들 소속 법무법인 대표가 구청 고문 변호사

최근 솔깃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공한수 부산 서구청장의 아들이 변호사로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가 서구청 고문 변호사로 위촉돼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 구청장의 아들은 지난해 4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아들이 해당 법무법인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해 7월, 대표 변호사는 서구청 고문 변호사로 위촉됐습니다.

고문 변호사에게는 한 달 16만 원가량의 자문료가 지급됩니다. 여기에다 이 고문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서구청과 관련된 사건 14건을 맡았습니다. 착수금과 승소 사례금 등으로 3천2백만 원가량을 받았습니다. 공 구청장의 아들도 일부 사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 "고문 변호사 위촉 과정에 개입한 바가 없다"던 공 구청장은 취재가 시작된 직후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뒤늦게 말을 바꾼 겁니다.

공한수 서구청장 아들이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사무실.공한수 서구청장 아들이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사무실.

■구청 내부서도 "아들 회사 대표 위촉…개입 안했을 수 있나"

보도 이후 서구청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고문 변호사 위촉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공 구청장의 첫 해명을 들은 일부 직원들은 "아들이 다니는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가 구청 고문 변호사에 위촉된 상황인데 개입하지 않았다는게 말이 되냐. 아들이 이 법무법인에 다니는 걸 몰랐다는 말이냐"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구의회에서도 고문 변호사 위촉 문제는 논란이 됐습니다. 황정재 부산 서구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선출직 공무원은 도덕적인 부분을 많이 본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아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의 대표 변호사를 우리 구의 법률 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어느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서구청은 지난달 고문 변호사 위촉 기간을 1년 더 연장했지만, 논란이 일자 같은 달 13일 고문 변호사직에서 해촉했습니다.

고문 변호사는 대부분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위촉하고 있습니다. 위촉 과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구청장입니다. 서구청과 비슷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고문 변호사 자격 요건을 조례 등을 통해 꼼꼼하게 마련하고 위촉 과정도 투명하게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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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아들에게 힘 되고 싶었다”…구청장 아들 회사 대표가 구청 고문 변호사
    • 입력 2021-08-30 14:17:07
    • 수정2021-08-30 14:17:17
    취재후·사건후
부산 서구청.
각종 소송과 법률 자문 등을 받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별로 '고문 변호사'를 위촉합니다. 고문 변호사는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당사자인 구청으로부터 받는 비난이나 불만이 일반 사건에 비해 적습니다. 부담이 덜합니다. 특히 변호사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자리입니다.

■구청장 아들 소속 법무법인 대표가 구청 고문 변호사

최근 솔깃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공한수 부산 서구청장의 아들이 변호사로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가 서구청 고문 변호사로 위촉돼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 구청장의 아들은 지난해 4월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아들이 해당 법무법인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해 7월, 대표 변호사는 서구청 고문 변호사로 위촉됐습니다.

고문 변호사에게는 한 달 16만 원가량의 자문료가 지급됩니다. 여기에다 이 고문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서구청과 관련된 사건 14건을 맡았습니다. 착수금과 승소 사례금 등으로 3천2백만 원가량을 받았습니다. 공 구청장의 아들도 일부 사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 "고문 변호사 위촉 과정에 개입한 바가 없다"던 공 구청장은 취재가 시작된 직후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뒤늦게 말을 바꾼 겁니다.

공한수 서구청장 아들이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사무실.
■구청 내부서도 "아들 회사 대표 위촉…개입 안했을 수 있나"

보도 이후 서구청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고문 변호사 위촉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공 구청장의 첫 해명을 들은 일부 직원들은 "아들이 다니는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가 구청 고문 변호사에 위촉된 상황인데 개입하지 않았다는게 말이 되냐. 아들이 이 법무법인에 다니는 걸 몰랐다는 말이냐"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구의회에서도 고문 변호사 위촉 문제는 논란이 됐습니다. 황정재 부산 서구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선출직 공무원은 도덕적인 부분을 많이 본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아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의 대표 변호사를 우리 구의 법률 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어느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서구청은 지난달 고문 변호사 위촉 기간을 1년 더 연장했지만, 논란이 일자 같은 달 13일 고문 변호사직에서 해촉했습니다.

고문 변호사는 대부분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위촉하고 있습니다. 위촉 과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구청장입니다. 서구청과 비슷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고문 변호사 자격 요건을 조례 등을 통해 꼼꼼하게 마련하고 위촉 과정도 투명하게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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