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장비 부실 관리]① 너도나도 ‘기상 장비’…반경 2km 안에 5대

입력 2021.08.30 (19:14) 수정 2021.08.3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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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자연재해를 막겠다며 너도나도 기상장비 확충에 나서면서 이런 장비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도 수백 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비들을 제대로 활용하느냐입니다.

그래서, KBS는 한 달여에 걸쳐, 기상장비 현황과 활용실태를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오늘부터 연속으로 전해드립니다.

먼저, 첫 순서로 장비의 중복 설치 실태를 고발합니다.

이청초 기자입니다.

[리포트]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기고, 산이 무너져 내립니다.

우리 동네엔 폭염이, 바로 옆 동네엔 폭우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피해 예방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정확한 기상 관측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건 바로 자동기상관측장비입니다.

영어로 'AWS'라고 부르는 기계입니다.

기계에 따라, 이런 강수량계만 달린 것도 있고, 온도계나 풍속계 같은 게 더 달린 것도 있습니다.

KBS는 각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강원도에 이런 AWS가 도대체 몇 대나 있는지 조사해 봤습니다.

지도에 점이 이렇게 촘촘하게 찍혀있는데요.

파란색은 기상청이 설치한 기계, 주황색은 강원도 내 18개 시군이 설치한 기곕니다.

이 밖에도 산림청에 환경부까지, KBS의 확인 결과, 강원도에 AWS를 보유한 공공기관은 27개, 대수는 608대에 이릅니다.

이걸 지도에 다 찍고 보니, 아주 촘촘하게 점이 찍힌 곳이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이 가운데 몇 곳을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먼저, 화천으로 갑니다.

화천군청 옥상입니다.

강수량계가 있습니다.

군청 옥상 아래로 보이는 주차장.

똑같은 기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는 화천군이, 다른 하나는 한강홍수통제소가 설치했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는 불과 50미터.

사실상 같은 곳에 똑같이 강수량을 재는데, 관측 결과는 두 기관에 따로 보냅니다.

[화천군 안전건설과 관계자/음성변조 : "환경 거기서 따로 하는 거고, 저희는 저희대로 따로 하고 있고, 그게 또 위치가 다를 거예요."]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음성변조 : "지자체 강수량은 재난 목적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목적 자체가 다르고. 다 다르더라고요. 운영 방식. 저희는 그쪽 자료를 이용할 수는 없는 거고."]

이번엔 거리를 좀 더 넓혀봤습니다.

화천군청에서 반경 2Km 안쪽에 있는 장비만 5대.

각각 기상청, 한국수력원자력, 농촌진흥청이 설치한 것들입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인제군 남면행정복지센터 옥상입니다.

여기 바닥에는 강수량계가 설치돼 있는데요.

이 부근에 다른 기상장비는 더 없는지 항공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서 있을 곳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강수량계가 각각 1개씩 2개 더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또 다른 기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기계들 사이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Km 안쪽입니다.

장비는 모두 넉 대.

인제군, 수자원공사, 한강홍수통제소, 기상청이 각각 따로따로 장비를 세운 결과입니다.

KBS가 파악한 강원도 내 기상장비 600여 대의 거리를 조사해 봤습니다.

기상청 장비를 기준으로, 1km 안에 설치된 기계가 55대였습니다.

전체 장비 10대 가운데 1대 정도에 해당합니다.

가깝게는 거리가 50미터도 안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중복 설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수진/한국기후변화연구원 공학박사 : "같은 구역 내에 중첩되어 있으면 일단 장비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다음으로 예산 낭비라고 들 수 있습니다."]

KBS는 편의상 기상청 장비를 기준으로 장비간 거리를 측정해 중복 설치율을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행정구역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장비들도 여럿 있어, 실제로 중복 설치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박영웅/그래픽: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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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장비 부실 관리]① 너도나도 ‘기상 장비’…반경 2km 안에 5대
    • 입력 2021-08-30 19:14:03
    • 수정2021-08-30 22:35:29
    뉴스7(춘천)
[앵커]

요즘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자연재해를 막겠다며 너도나도 기상장비 확충에 나서면서 이런 장비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도 수백 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비들을 제대로 활용하느냐입니다.

그래서, KBS는 한 달여에 걸쳐, 기상장비 현황과 활용실태를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오늘부터 연속으로 전해드립니다.

먼저, 첫 순서로 장비의 중복 설치 실태를 고발합니다.

이청초 기자입니다.

[리포트]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기고, 산이 무너져 내립니다.

우리 동네엔 폭염이, 바로 옆 동네엔 폭우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피해 예방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정확한 기상 관측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건 바로 자동기상관측장비입니다.

영어로 'AWS'라고 부르는 기계입니다.

기계에 따라, 이런 강수량계만 달린 것도 있고, 온도계나 풍속계 같은 게 더 달린 것도 있습니다.

KBS는 각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강원도에 이런 AWS가 도대체 몇 대나 있는지 조사해 봤습니다.

지도에 점이 이렇게 촘촘하게 찍혀있는데요.

파란색은 기상청이 설치한 기계, 주황색은 강원도 내 18개 시군이 설치한 기곕니다.

이 밖에도 산림청에 환경부까지, KBS의 확인 결과, 강원도에 AWS를 보유한 공공기관은 27개, 대수는 608대에 이릅니다.

이걸 지도에 다 찍고 보니, 아주 촘촘하게 점이 찍힌 곳이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이 가운데 몇 곳을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먼저, 화천으로 갑니다.

화천군청 옥상입니다.

강수량계가 있습니다.

군청 옥상 아래로 보이는 주차장.

똑같은 기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는 화천군이, 다른 하나는 한강홍수통제소가 설치했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는 불과 50미터.

사실상 같은 곳에 똑같이 강수량을 재는데, 관측 결과는 두 기관에 따로 보냅니다.

[화천군 안전건설과 관계자/음성변조 : "환경 거기서 따로 하는 거고, 저희는 저희대로 따로 하고 있고, 그게 또 위치가 다를 거예요."]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음성변조 : "지자체 강수량은 재난 목적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목적 자체가 다르고. 다 다르더라고요. 운영 방식. 저희는 그쪽 자료를 이용할 수는 없는 거고."]

이번엔 거리를 좀 더 넓혀봤습니다.

화천군청에서 반경 2Km 안쪽에 있는 장비만 5대.

각각 기상청, 한국수력원자력, 농촌진흥청이 설치한 것들입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인제군 남면행정복지센터 옥상입니다.

여기 바닥에는 강수량계가 설치돼 있는데요.

이 부근에 다른 기상장비는 더 없는지 항공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서 있을 곳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강수량계가 각각 1개씩 2개 더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또 다른 기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기계들 사이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Km 안쪽입니다.

장비는 모두 넉 대.

인제군, 수자원공사, 한강홍수통제소, 기상청이 각각 따로따로 장비를 세운 결과입니다.

KBS가 파악한 강원도 내 기상장비 600여 대의 거리를 조사해 봤습니다.

기상청 장비를 기준으로, 1km 안에 설치된 기계가 55대였습니다.

전체 장비 10대 가운데 1대 정도에 해당합니다.

가깝게는 거리가 50미터도 안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중복 설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수진/한국기후변화연구원 공학박사 : "같은 구역 내에 중첩되어 있으면 일단 장비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다음으로 예산 낭비라고 들 수 있습니다."]

KBS는 편의상 기상청 장비를 기준으로 장비간 거리를 측정해 중복 설치율을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행정구역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장비들도 여럿 있어, 실제로 중복 설치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박영웅/그래픽: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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