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은 왜 연예인을 살해하나…“이슬람법엔 근거 없어”

입력 2021.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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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의해 피살당한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좌),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우)탈레반에 의해 피살당한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좌),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우)

"2021년의 탈레반은 폭압적인 2001년의 탈레반과 똑같다"

국제앰네스티의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탈레반의 통치에 대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국제사회도 앞다퉈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자회견까지 열며 '변화'를 약속했던 탈레반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 탈레반이 쏜 총에 목숨 잃은 아프간 민요 가수

카불에서 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바글란주 안다라비 밸리에서 지난 27일 탈레반 대원들이 쏜 총탄에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안다라비는 깃작(ghichak)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조국인 아프간과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 노래를 불러왔습니다.

그의 아들인 자와드 안다라비는 이전에도 탈레반이 집을 수색하고 마시는 차 종류까지 확인했다면서 "아버지는 무고하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데, 그들은 농장에서 아버지의 머리에 총탄을 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AP통신에 이번 살인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르와르 다니시 아프가니스탄 제2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의 초상화사르와르 다니시 아프가니스탄 제2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의 초상화

■ 아프간 재장악 전에도 코미디언 납치 후 살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아프간의 유명 코미디언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가 남부 칸다하르주의 자택에서 탈레반 조직원에 의해 끌려나간 뒤 피살됐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습니다.

카샤가 탈레반에 납치된 상태에서 모욕을 당한 장면이 영상으로 찍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카샤는 이 영상에서 손이 뒤로 묶인 채 뭐라고 설명하려다가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는데, 이 상황에서 웃는 탈레반 조직원의 모습이 함께 담겼습니다.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점을 인정하고 살해 과정에 대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반복되는 연예인 피살…"이슬람법엔 근거 조항 없어"

탈레반은 두 연예인 피살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뚜렷한 목적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기 때문에 피살된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탈레반은 과거에 집권했을 때도 자신들이 해석한 이슬람법에 근거해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습니다. 특히 음악과 TV 등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매체를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박 교수는 탈레반이 과거에도 예술인과 연예인을 탄압했지만, "이슬람법에는 음악이나 TV를 금지한다는 명문화된 조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예인을 피살해야 한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이슬람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법과 다릅니다. 각 조항이 상세히 적힌 문서가 없고 법학자들의 법학 해석서만 있는 추상적인 형태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박 교수는 "이슬람법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있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탈레반이 이를 악용해 본인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이슬람법에 근거해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탈레반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유화책을 펴지 않을 것이며 공포 정치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그들이 법을 해석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이슬람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탈레반.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으로 아프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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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은 왜 연예인을 살해하나…“이슬람법엔 근거 없어”
    • 입력 2021-08-31 07:00:42
    취재K
탈레반에 의해 피살당한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좌),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우)
"2021년의 탈레반은 폭압적인 2001년의 탈레반과 똑같다"

국제앰네스티의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탈레반의 통치에 대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국제사회도 앞다퉈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자회견까지 열며 '변화'를 약속했던 탈레반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 탈레반이 쏜 총에 목숨 잃은 아프간 민요 가수

카불에서 북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바글란주 안다라비 밸리에서 지난 27일 탈레반 대원들이 쏜 총탄에 가수 파와드 안다라비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안다라비는 깃작(ghichak)이라는 현악기를 연주하면서 조국인 아프간과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 노래를 불러왔습니다.

그의 아들인 자와드 안다라비는 이전에도 탈레반이 집을 수색하고 마시는 차 종류까지 확인했다면서 "아버지는 무고하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일 뿐인데, 그들은 농장에서 아버지의 머리에 총탄을 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AP통신에 이번 살인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르와르 다니시 아프가니스탄 제2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코미디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의 초상화
■ 아프간 재장악 전에도 코미디언 납치 후 살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아프간의 유명 코미디언인 나자르 모함마드 카샤가 남부 칸다하르주의 자택에서 탈레반 조직원에 의해 끌려나간 뒤 피살됐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습니다.

카샤가 탈레반에 납치된 상태에서 모욕을 당한 장면이 영상으로 찍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카샤는 이 영상에서 손이 뒤로 묶인 채 뭐라고 설명하려다가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는데, 이 상황에서 웃는 탈레반 조직원의 모습이 함께 담겼습니다.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점을 인정하고 살해 과정에 대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반복되는 연예인 피살…"이슬람법엔 근거 조항 없어"

탈레반은 두 연예인 피살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뚜렷한 목적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기 때문에 피살된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탈레반은 과거에 집권했을 때도 자신들이 해석한 이슬람법에 근거해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습니다. 특히 음악과 TV 등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매체를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박 교수는 탈레반이 과거에도 예술인과 연예인을 탄압했지만, "이슬람법에는 음악이나 TV를 금지한다는 명문화된 조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예인을 피살해야 한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이슬람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법과 다릅니다. 각 조항이 상세히 적힌 문서가 없고 법학자들의 법학 해석서만 있는 추상적인 형태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박 교수는 "이슬람법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있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탈레반이 이를 악용해 본인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이슬람법에 근거해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탈레반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유화책을 펴지 않을 것이며 공포 정치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그들이 법을 해석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이슬람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탈레반.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으로 아프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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