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양식 피해 복구비용…“죽이는 게 더 이익”

입력 2021.08.31 (13:17) 수정 2021.08.3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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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고수온으로 부산 기장군 일대 양식장에서 폐사가 잇따랐다. 어민들이 피해 조사 전 폐사한 넙치를 노란 바구니에 담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올해 여름 고수온으로 부산 기장군 일대 양식장에서 폐사가 잇따랐다. 어민들이 피해 조사 전 폐사한 넙치를 노란 바구니에 담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 올해 고수온 특보 43일 지속 최장기 기록...양식장 물고기 폐사 잇따라

올해 이른 폭염에 고수온 특보가 예년보다 빨리 발령됐습니다. 올해 고수온 특보 발령 기간은 7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43일간입니다. 고수온 피해가 가장 컸던 2018년과 같은 일수 입니다. 2018년 전국적으로 600억 원가량의 고수온 피해가 발생했는데 올해도 비슷하거나 더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고수온 특보 기간 중 피해신고는 8월 24일을 기준으로 7개 시·도에서 260건이 있었습니다. 폐사원인은 관계기관 합동조사 중에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고수온 특보 해제 이후에도 10일간 고수온 피해 신고를 추가로 접수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새로 고시한 복구비 산정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자연재난 복구비용 일부 어종 지난해보다 13배 뛰어...양식 어민들조차 황당해해

해양수산부는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을 정해 피해 보상을 해주는데, 지난해 9월 14일 새로 기준을 만들어 고시했습니다. 그런데 새 기준이 황당합니다. 2019년 고시 때 넙치 작은 고기(5~7cm 기준)는 보상 단가가 마리당 521원이었는데 새 기준에는 4,566원으로 8배 넘게 뛰었습니다. 강도다리는 540원에서 7,121원으로 13배나 올랐습니다. 실제 작은 고기가 현재 천 원 안팎에 거래된다는 점에서 복구 비용이 턱없이 많은 겁니다.

이 단가면 기르는 것보다 방치해 죽이는 게 더 이익인 셈이어서 어민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부산의 한 양식어민은 자신이 20년 넘게 양식업을 해오지만 그런 치어(작은 고기)값은 본 적이 없다며 말이 안 된다고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5~7센티미터의 작은 고기가 40센티미터 이상의 큰 고기보다 보상 비용이 더 많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기준이지만 해양수산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해양수산부, "지자체로부터 조회하고 관련 부처 협의 끝낸 사안... 문제없다."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 강희정 서기관은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1년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지자체로부터 실거래가를 받아요. 그 실거래가로 협의하는데 저희가 실거래가 조회를 했을 때 넙치와 강도다리 가격이 그 가격으로 들어온 거거든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실거래가를 받은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어종 복구 비용 단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데 왜 넙치와 강도다리만 그렇게 많이 올랐냐는 질문에는 지자체가 그렇게 보내왔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어린 고기가 큰 고기 보다 더 복구 비용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큰 고기는 작은 고기와는 달리 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어민들이 보험 가입을 꺼려 정책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실거래가의 50%만 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즉 큰 고기는 곱하기를 2를 해야 실거래가가 되는 것이고 그러면 작은 고기보다 비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해수부가 고시한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 기준(단가)'을 보면 넙치와 강도다리를 제외한 모든 어종이 큰 고기가 작은 고기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적게는 네 배에서 많게는 스무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유독 넙치와 강도다리만 가격 역전 현상이 생긴 이유에 관해 묻자 역시 지자체 핑계만 됐습니다. 결국, 현장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복구 비용 단가를 해수부가 고시했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올해 양식 어류가 폐사한 양식장에서 부산시와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등 공무원들이 피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올해 양식 어류가 폐사한 양식장에서 부산시와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등 공무원들이 피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 황당한 복구 비용...지방자치단체에 부담

지연재난 피해 복구 비용은 보통 국비 50%, 광역단체 25%, 지자체 25% 비율로 배정합니다. 이 때문에 1년 새 13배씩 뛴 복구비용을 주려면 예산이 빠듯한 지자체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도 문제지만 고수온으로 인한 물고기 폐사를 막기 위해 지자체 지도에 따라 양식장에서 24시간 대기하며 산소를 공급하며 애쓴 어민보다 방치해 죽인 어민들이 더 큰 이익을 보게 돼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윤병문 부산시 기장군 해양수산과장은 실질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단가에 비해서 금액 자체가 너무 상향이 되다보니까 복구 비용 자체가 사실 너무 많이 나가는 게 됐다며 걱정했습니다.

부산뿐 아니라 경북과 포항 등 여러 자치단체에서 해수부에 잇따라 문제를 지적했지만 해수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친 사항이라며 당장 기준 개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탁상 행정도 문제지만 오류를 수정하지 않으려는 나태한 행정으로 세금이 또 허투루 쓰이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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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당한 양식 피해 복구비용…“죽이는 게 더 이익”
    • 입력 2021-08-31 13:17:51
    • 수정2021-08-31 13:31:18
    취재K
올해 여름 고수온으로 부산 기장군 일대 양식장에서 폐사가 잇따랐다. 어민들이 피해 조사 전 폐사한 넙치를 노란 바구니에 담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 올해 고수온 특보 43일 지속 최장기 기록...양식장 물고기 폐사 잇따라

올해 이른 폭염에 고수온 특보가 예년보다 빨리 발령됐습니다. 올해 고수온 특보 발령 기간은 7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43일간입니다. 고수온 피해가 가장 컸던 2018년과 같은 일수 입니다. 2018년 전국적으로 600억 원가량의 고수온 피해가 발생했는데 올해도 비슷하거나 더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고수온 특보 기간 중 피해신고는 8월 24일을 기준으로 7개 시·도에서 260건이 있었습니다. 폐사원인은 관계기관 합동조사 중에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고수온 특보 해제 이후에도 10일간 고수온 피해 신고를 추가로 접수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새로 고시한 복구비 산정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자연재난 복구비용 일부 어종 지난해보다 13배 뛰어...양식 어민들조차 황당해해

해양수산부는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을 정해 피해 보상을 해주는데, 지난해 9월 14일 새로 기준을 만들어 고시했습니다. 그런데 새 기준이 황당합니다. 2019년 고시 때 넙치 작은 고기(5~7cm 기준)는 보상 단가가 마리당 521원이었는데 새 기준에는 4,566원으로 8배 넘게 뛰었습니다. 강도다리는 540원에서 7,121원으로 13배나 올랐습니다. 실제 작은 고기가 현재 천 원 안팎에 거래된다는 점에서 복구 비용이 턱없이 많은 겁니다.

이 단가면 기르는 것보다 방치해 죽이는 게 더 이익인 셈이어서 어민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부산의 한 양식어민은 자신이 20년 넘게 양식업을 해오지만 그런 치어(작은 고기)값은 본 적이 없다며 말이 안 된다고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5~7센티미터의 작은 고기가 40센티미터 이상의 큰 고기보다 보상 비용이 더 많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기준이지만 해양수산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해양수산부, "지자체로부터 조회하고 관련 부처 협의 끝낸 사안... 문제없다."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과 강희정 서기관은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1년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지자체로부터 실거래가를 받아요. 그 실거래가로 협의하는데 저희가 실거래가 조회를 했을 때 넙치와 강도다리 가격이 그 가격으로 들어온 거거든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실거래가를 받은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어종 복구 비용 단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데 왜 넙치와 강도다리만 그렇게 많이 올랐냐는 질문에는 지자체가 그렇게 보내왔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어린 고기가 큰 고기 보다 더 복구 비용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큰 고기는 작은 고기와는 달리 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어민들이 보험 가입을 꺼려 정책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실거래가의 50%만 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즉 큰 고기는 곱하기를 2를 해야 실거래가가 되는 것이고 그러면 작은 고기보다 비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해수부가 고시한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 기준(단가)'을 보면 넙치와 강도다리를 제외한 모든 어종이 큰 고기가 작은 고기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적게는 네 배에서 많게는 스무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유독 넙치와 강도다리만 가격 역전 현상이 생긴 이유에 관해 묻자 역시 지자체 핑계만 됐습니다. 결국, 현장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복구 비용 단가를 해수부가 고시했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올해 양식 어류가 폐사한 양식장에서 부산시와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등 공무원들이 피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 황당한 복구 비용...지방자치단체에 부담

지연재난 피해 복구 비용은 보통 국비 50%, 광역단체 25%, 지자체 25% 비율로 배정합니다. 이 때문에 1년 새 13배씩 뛴 복구비용을 주려면 예산이 빠듯한 지자체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도 문제지만 고수온으로 인한 물고기 폐사를 막기 위해 지자체 지도에 따라 양식장에서 24시간 대기하며 산소를 공급하며 애쓴 어민보다 방치해 죽인 어민들이 더 큰 이익을 보게 돼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윤병문 부산시 기장군 해양수산과장은 실질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단가에 비해서 금액 자체가 너무 상향이 되다보니까 복구 비용 자체가 사실 너무 많이 나가는 게 됐다며 걱정했습니다.

부산뿐 아니라 경북과 포항 등 여러 자치단체에서 해수부에 잇따라 문제를 지적했지만 해수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친 사항이라며 당장 기준 개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탁상 행정도 문제지만 오류를 수정하지 않으려는 나태한 행정으로 세금이 또 허투루 쓰이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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