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재가동’ 정황에도 대화 강조한 한미…이유는?

입력 2021.08.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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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원자로에서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 등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인 영변 방사화학실험실도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가동된 정황이 있다는 내용 역시 담겼습니다. 북한이 플루토늄을 새로 추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IAEA는 북한의 핵 활동은 계속해서 "심각한 우려"를 부르는 원인이라면서,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에 대한 새로운 정황들은 "심각한 고민거리"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이번 보고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최근의 사태(developments)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IAEA 보고서 바로가기: https://www.iaea.org/sites/default/files/gc/gc65-22.pdf
▶IAEA 보고서 관련 유엔 발표 바로가기: https://news.un.org/en/story/2021/08/1098822


■ 한·미, "대화·외교" 강조하며 '신중 모드'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한·미 외교당국은 IAEA와 UN의 우려섞인 태도와는 달리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현지시간 8월 30일 KBS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이 보고서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북한 관련 사태에 대해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이 보고서는 우리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화와 외교의 긴급한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이번에 보고된 활동과 비핵화 관련 모든 사안들을 다룰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동일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역시 오늘(3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 관여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면서 "한미 간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일치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를 적극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영변의 핵 활동 동향과 관련,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핵 미사일 활동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해 왔고, 북한의 핵 활동과 미사일 동향을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와 관련해 '우려스럽다'는 일차적인 반응도 등장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주 한국에서의 협의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한·미 북핵수석도, '대화' 중심의 기존 대북 접근법을 변함없이 강조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핵수석 협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 하에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관련 활동을 지속 예의주시해 왔다"면서 영변 원자로 재가동 등의 정황을 이미 파악해 왔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어 "오늘 협의에서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외교와 대화를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데 한미간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우리는 현지 상황에 대한 관점과 함께, 가능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해 (대북) 관여를 위한 몇몇 생각과 계획들을 교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회답을 들을 수 있길 고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 "美, 태도 변화 않겠다는 것" "신중할 수밖에 없는 문제"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다분히 의도적인 노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북미 대화 교착이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을 압박하려는 계산된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미 당국이 '대화와 외교'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의 전제조건 없이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미국의 태도에 변화는 없어보인다"며 "미국은 계속 상황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IAEA 보고서 내용만으로는 한·미 당국이 현실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냉각수 방출 정황이나 방사화학연구소 열증기 부분이 플루토늄 등 핵물질 추출을 기정사실화 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라며 "방문해서 직접 보지 않으면 전혀 확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이번 보고서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미 당국도 IAEA 보고서 이상으로 확인해 줄 내용이 없고, 그래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는 게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또 "한미가 이번 보고서를 가지고 '북한이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확증하듯 접근하고 위협도가 높은 것처럼 반응하게 되면, 언론의 주목과 함께 여론이 나쁘게 흘러갈 것이고 한미당국 입장에선 협상 분위기 형성이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고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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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변 재가동’ 정황에도 대화 강조한 한미…이유는?
    • 입력 2021-08-31 17:36:30
    취재K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원자로에서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 등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인 영변 방사화학실험실도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가동된 정황이 있다는 내용 역시 담겼습니다. 북한이 플루토늄을 새로 추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IAEA는 북한의 핵 활동은 계속해서 "심각한 우려"를 부르는 원인이라면서,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가동에 대한 새로운 정황들은 "심각한 고민거리"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이번 보고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최근의 사태(developments)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IAEA 보고서 바로가기: https://www.iaea.org/sites/default/files/gc/gc65-22.pdf
▶IAEA 보고서 관련 유엔 발표 바로가기: https://news.un.org/en/story/2021/08/1098822


■ 한·미, "대화·외교" 강조하며 '신중 모드'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한·미 외교당국은 IAEA와 UN의 우려섞인 태도와는 달리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현지시간 8월 30일 KBS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이 보고서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북한 관련 사태에 대해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이 보고서는 우리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화와 외교의 긴급한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이번에 보고된 활동과 비핵화 관련 모든 사안들을 다룰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동일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역시 오늘(3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 관여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면서 "한미 간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일치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를 적극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영변의 핵 활동 동향과 관련, 우리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핵 미사일 활동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해 왔고, 북한의 핵 활동과 미사일 동향을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와 관련해 '우려스럽다'는 일차적인 반응도 등장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주 한국에서의 협의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한·미 북핵수석도, '대화' 중심의 기존 대북 접근법을 변함없이 강조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핵수석 협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 하에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관련 활동을 지속 예의주시해 왔다"면서 영변 원자로 재가동 등의 정황을 이미 파악해 왔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어 "오늘 협의에서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외교와 대화를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데 한미간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우리는 현지 상황에 대한 관점과 함께, 가능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해 (대북) 관여를 위한 몇몇 생각과 계획들을 교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회답을 들을 수 있길 고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 "美, 태도 변화 않겠다는 것" "신중할 수밖에 없는 문제"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다분히 의도적인 노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북미 대화 교착이 길어지는 가운데 미국을 압박하려는 계산된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미 당국이 '대화와 외교'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의 전제조건 없이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미국의 태도에 변화는 없어보인다"며 "미국은 계속 상황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IAEA 보고서 내용만으로는 한·미 당국이 현실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냉각수 방출 정황이나 방사화학연구소 열증기 부분이 플루토늄 등 핵물질 추출을 기정사실화 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라며 "방문해서 직접 보지 않으면 전혀 확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이번 보고서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미 당국도 IAEA 보고서 이상으로 확인해 줄 내용이 없고, 그래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는 게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또 "한미가 이번 보고서를 가지고 '북한이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확증하듯 접근하고 위협도가 높은 것처럼 반응하게 되면, 언론의 주목과 함께 여론이 나쁘게 흘러갈 것이고 한미당국 입장에선 협상 분위기 형성이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고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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