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살인범 4년전 “용서 구한다” 기고

입력 2021.08.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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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훼손·살인범 강 모 씨가 법무부 교정 홍보물 ‘새길’ 2017년 여름호에 기고한 글전자발찌 훼손·살인범 강 모 씨가 법무부 교정 홍보물 ‘새길’ 2017년 여름호에 기고한 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 모 씨가 4년 전 교정 홍보 책자에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국 교정기관에 배포되는 교정 홍보물 '새길' 2017년 여름호에는 '용서를 구할 수 없어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강 씨 글이 실렸습니다.


■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 다짐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글 기고

2005년 강도와 절도,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2년째 복역 중이던 강 씨는 기고 글에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할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썼습니다.

강 씨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 8년 전부터 검찰청 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매월 1만~12만 원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며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은 가해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고도 썼습니다.

그러면서 강 씨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눈물을 닦고 일과로 돌아가야 하는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머리 조아려 사죄한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강 씨는 출소 뒤에도 위법 행위를 반복했고, 참혹한 범행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 출소 직후 '외출 제한' 조치 어겨 …"하루 이틀만 풀어 달라" 요구도

강 씨는 천안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전자발찌를 찬 한 달 뒤쯤인 지난 6월 초 야간 외출제한 조치를 위반해 보호관찰소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강 씨는 당시 5년간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주거지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외출제한과 피해자 접근금지 조치 등을 준수사항으로 부과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강 씨는 이어 같은 달 말에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외출 제한 조치를 하루에서 이틀 정도 풀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살인을 저지른 직후인 지난 27일 오전 0시 14분 두 번째로 외출제한 조치를 위반했고 20분 만인 0시 34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강 씨 집으로 출동하며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구했지만 "배가 아파서 편의점에 다녀왔다"며 강 씨가 거부하자 추후 소환조사를 할 거라고 고지한 뒤 돌아갔습니다.

강 씨는 당일 오전 10시쯤 보호관찰소에 전화를 걸어 "외출제한 명령 위반을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보호관찰소 측은 이를 거부하고 "30일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 씨는 이날 오후 5시 31분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습니다.


■ 체포영장 신청하러 갔더니… "긴급 사안 아냐" 돌려보낸 검찰

첫 번째 살인과 두 번째 살인 사이에는 이틀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사이에 강 씨를 붙잡았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보호관찰소와 검찰의 대응은 안이했습니다.

경찰과 함께 강 씨 검거에 나선 보호관찰소 측은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은 당일 밤 11시 30분쯤 체포영장을 신청하고자 서울동부지검을 방문했으나 검찰로부터 '긴급한 사안이 아니니 다음날 오라'는 취지의 안내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검찰 당직수사관이 급한 영장인지 검토 후, 야간이므로 신청서를 접수하더라도 다음 날 오전에 청구 여부가 결정되므로, 신청서를 두고 가거나 다음날 오전 다시 접수할 것을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보호관찰소 측은 다음 날인 28일 오전 9시 20분쯤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같은 날 오후 2시쯤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강 씨는 체포영장 발부 전에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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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발찌 훼손·살인범 4년전 “용서 구한다” 기고
    • 입력 2021-08-31 17:48:17
    취재K
전자발찌 훼손·살인범 강 모 씨가 법무부 교정 홍보물 ‘새길’ 2017년 여름호에 기고한 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 모 씨가 4년 전 교정 홍보 책자에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국 교정기관에 배포되는 교정 홍보물 '새길' 2017년 여름호에는 '용서를 구할 수 없어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강 씨 글이 실렸습니다.


■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 다짐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글 기고

2005년 강도와 절도,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2년째 복역 중이던 강 씨는 기고 글에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할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썼습니다.

강 씨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 8년 전부터 검찰청 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매월 1만~12만 원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며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은 가해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고도 썼습니다.

그러면서 강 씨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눈물을 닦고 일과로 돌아가야 하는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머리 조아려 사죄한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강 씨는 출소 뒤에도 위법 행위를 반복했고, 참혹한 범행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 출소 직후 '외출 제한' 조치 어겨 …"하루 이틀만 풀어 달라" 요구도

강 씨는 천안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전자발찌를 찬 한 달 뒤쯤인 지난 6월 초 야간 외출제한 조치를 위반해 보호관찰소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강 씨는 당시 5년간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주거지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외출제한과 피해자 접근금지 조치 등을 준수사항으로 부과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강 씨는 이어 같은 달 말에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해 외출 제한 조치를 하루에서 이틀 정도 풀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살인을 저지른 직후인 지난 27일 오전 0시 14분 두 번째로 외출제한 조치를 위반했고 20분 만인 0시 34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강 씨 집으로 출동하며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구했지만 "배가 아파서 편의점에 다녀왔다"며 강 씨가 거부하자 추후 소환조사를 할 거라고 고지한 뒤 돌아갔습니다.

강 씨는 당일 오전 10시쯤 보호관찰소에 전화를 걸어 "외출제한 명령 위반을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보호관찰소 측은 이를 거부하고 "30일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 씨는 이날 오후 5시 31분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습니다.


■ 체포영장 신청하러 갔더니… "긴급 사안 아냐" 돌려보낸 검찰

첫 번째 살인과 두 번째 살인 사이에는 이틀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사이에 강 씨를 붙잡았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보호관찰소와 검찰의 대응은 안이했습니다.

경찰과 함께 강 씨 검거에 나선 보호관찰소 측은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은 당일 밤 11시 30분쯤 체포영장을 신청하고자 서울동부지검을 방문했으나 검찰로부터 '긴급한 사안이 아니니 다음날 오라'는 취지의 안내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검찰 당직수사관이 급한 영장인지 검토 후, 야간이므로 신청서를 접수하더라도 다음 날 오전에 청구 여부가 결정되므로, 신청서를 두고 가거나 다음날 오전 다시 접수할 것을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보호관찰소 측은 다음 날인 28일 오전 9시 20분쯤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같은 날 오후 2시쯤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강 씨는 체포영장 발부 전에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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