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각 구성중인 탈레반…그들은 어떤 국가 세울까

입력 2021.08.31 (18:51) 수정 2021.09.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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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화상연결
- "철수 앞당긴 미국, 조바심 있어 보였다"
- "탈레반, 객관적으론 정국 안정 능력 없다"
- "미국 체제 없애고 이슬람식 국가 구축"
- "내각에 소수민족·여성 끌어들일지 고민할듯"
- "예술인 탄압은 서구 문화 없애려는 목적"
- "美, 제재 이용해 탈레반과 협상할 수도"
- "전쟁은 끝났지만 내전 가능성 높다"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31일(화)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김민지 기자
■ 인터뷰 :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신지혜> 교수님. 현지시간으로 8월 31일 대피를 완료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철군이 생각보다 좀 빨랐어요. 일단 20년간의 아프간 전쟁,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상률> 앞으로 내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전쟁이 끝났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미국과 아프간과의 전쟁은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지혜> 철군을 하루를 앞당긴 겁니다. 그만큼 현지 상황이 미군이 보기에도 워낙 불안정하고 안 좋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정상률> 두 가지로 볼 수 있죠. 물론 테러 위협, 실제로 IS-K(호라산)이 테러를 했고, 어제도 한 다섯 발의 포탄이 날아왔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테러 위협이 굉장히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하나는 바이든 정부가 굉장히 조바심이 지금 있는 것 같아요. 빨리빨리 피해야겠다는 조바심, 이런 것들이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카불 AFP=연합뉴스) 미국 공군 항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카불 AFP=연합뉴스) 미국 공군 항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신지혜> 워낙 현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니까 좀 빨리 빼고 싶었다. 지금 탈레반은 미국 철수를 자축하면서 자체 정부를 꾸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상 국가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거죠. 이른바 '탈레반 정부'는 어느 정도까지 꾸려진 상태인가요?

정상률> 며칠 전 "한 2주 내에 정권을 구성하겠다"고 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자기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 구성이 돼 있다고 보고요. 그런데 국가를 새로 건설하는 거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잖아요. 기존에 미국이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를 구상했었는데 다시 정치경제 체제가 바뀌는 거거든요.

신지혜> 네. 완전히 바뀌는 거죠.

정상률> 완전히 바뀌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탈레반이 이슬람법, 즉 샤리아에 기반한 국가를 건설하고 그다음에 정부를 구성한다는 얘기는 사실 어떤 형태의 정부를 구성할 것인지를 관심있게 보야 합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같은 나라들은 슈라위원회*를 만들거든요.

신지혜> 슈라위원회.

정상률> 네. 슈라위원회가 내각인 경우도 있고 나라마다 다르지만 국회 역할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샤리아 기반의 정부를 구성한다는 얘기는, 제가 보기에 슈라위원회 형태로 구성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샤리아 법원'을 만들 겁니다. 이슬람 법원이죠. 종교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슬람법으로 재판을하는 샤리아법을 만들 겁니다.

신지혜> 네.

정상률> 탈레반은 계속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라고 공언해왔거든요. 파슈툰족뿐만 아니고 여러 민족을 포함하는 정부를 구성하겠다. 또 관심 가져야 하는 게 여성이 혹시 내각에 혹시 한 명이라도 들어갈지입니다. 그래서 결국 (탈레반이) 지금 여러 민족 대표 중 몇 명에게 어느 역할을 맡길 것인가, 여성을 내각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걸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불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대원들이 3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주기된 자국군 항공기의 조종석에 앉아 있다. 전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완료한 이후 탈레반은 이 공항을 완전히 장악했다.(카불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대원들이 3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주기된 자국군 항공기의 조종석에 앉아 있다. 전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완료한 이후 탈레반은 이 공항을 완전히 장악했다.

신지혜> 어쨌든 정국을 빨리 안정시키고 싶어하는 거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탈레반에게 아프간의 정세를 안정시킬 능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정상률> 능력이 없죠. 객관적으로 봐서는 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잠시 동안, 얼마 동안일지 모르지만, 공포정치를 통해서 안정화시키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사실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여기저기서 저항세력이 부상하면 불안정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내전 가능성까지도 예측을 하고 이렇게 봐야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신지혜> 탈레반이 가수나 코미디언을 처형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는 걸 보면 과연 정국 안정을 도모를 하려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드는데요. 문화예술인을 박해, 또는 탄압하는 이유는 뭔가요?

정상률> 그동안 서구 문화가 잠시 들어왔었기 때문에 그것을 빨리 없애려고 하는 거고요. 국가의 모든 부분을 이슬람법에 근거하려다 보니까 서구화된 음악이나 예술을 탄압하려는 게 아닌가 합니다.

신지혜> 코란 자체에는 대중문화를 향유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조항은 없지만, 그걸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결론이 난 거로 보이는데. 탈레반이 과거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했었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정상률> 지금도 사실은 사우디나 이란 같은 데 가서 TV 보면 계속 코란 틀어주고.

신지혜> 아, 코란을 계속 틀어주고 있고요?

정상률> 모스크에서 열리는 이슬람 종교 행사나 이맘(이슬람지도자) 설교를 계속 틀어주거든요. 탈레반도 아마 그럴겁니다. 그다음에 코란 같은 경우는 610년에서 632년에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것을 나중에 집대성해서 그것을 코란이다, 신의 말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의 상황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신지혜> 현실적이지 않게 되는 거죠, 그 결과가.

정상률> 현실적이지 않고. 특히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해석을 하는 거거든요.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거죠. 그런 세력들이 결국은 알카에다, IS, 탈레반. 하마스도 그런 쪽이고요. 그런 세력들은 사실은 자기들을 '순수주의'라고 그래요. 퓨어리즘(purism), 순수 이슬람을 지향한다고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도덕적 절대주의라고 하잖아요. 자신은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해석을 하는 거고 행동도 또 그렇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문화 유산을 파괴하긴 하되, 간접적으로 하지 않을까? 조금 온건화된 방식으로.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으려고 하다 보면 온건화될 수밖에 없거든요.

(카불 AFP=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가운데)이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카불 AFP=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가운데)이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신지혜> 교수님, 지금 질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미국이 20년 동안 몇천 조를 들였는데 그 지원을 받은 아프간 정부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냐는 겁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탈레반조차도 아프간 정부가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부정부패 때문인가요? 그렇더라도 너무 빨리 무너진 게 아닌가요?

정상률> 부정부패, 기본적으로 많이 쌓여있는 것이죠. 탈레반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자기들이 투쟁을 해가지고 정권을 얻은 세력이고, 이번에 도망간 가니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아프간 정부는 미군이 들어와서 만들어준 거거든요. 사실은 (권력이) 주어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국가를 잘 해봐야겠다 이런 것들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지금 미국과 서방국이 아프간에 경제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하겠죠. 그런데 그 경제 제재를 하면 아프간 재건이 좀 더 어려워지니까, 탈레반을 그냥 인정하고 가는 것이 아프간과 중동 정세의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 그래도 제재를 해야 한다, 여러 관측이 나옵니다. 이 두 가지 길에서 어떤 쪽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상률> 바둑에서 꽃놀이패라고 하거든요.

신지혜> 꽃놀이패.

정상률> 꽃놀이패는 이쪽에도 저쪽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경제 제재도 그렇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탈레반 정권이 지금 어디로 갈 것인가를 잘 가늠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중국과의 관계 속에선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좀 두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계속 경제 제재를 통해서 어떻게 보면 혼란도 시키려고 하는, 결국 내전까지도 예측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걸 통해서 좀 온건화돼라, 서방으로 와라, 그러면 지원해 주겠다. 이런 신호도 보내는 것 같고. 양날의 칼인 것 같습니다.

신지혜> 그걸로 외교적인 협상을 좀 할 수도 있겠네요.

정상률> 그렇죠, 우선 당장은 제재를 통해서 압력을 가하고 상황에 따라서 외교적으로 할 수도 있죠.

(판지시르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주에서 30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저항하는 정부군과 민병대가 통나무를 들고 물을 건너는 훈련을 하고 있다.(판지시르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주에서 30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저항하는 정부군과 민병대가 통나무를 들고 물을 건너는 훈련을 하고 있다.

신지혜> 마지막으로, 내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도 보시나요?

정상률> 북부동맹도 있고, 아프간 정부 사람들이 소수지만 이주해서 반 탈레반 운동을 한다고 하고. 그다음 큰 세력이 IS-호라산이잖아요. IS는 시리아, 이라크 기반으로 2014년부터 성장했다가 2017년 와해돼서 흩어져있어요. 그래서 IS 호라산 쪽으로 몰리지 않을까? 그 세력은 결국 반탈레반이니까 혼란을 일으킬 거고 그러면 또 내전이 발생하는 것이죠. 자칫 이것이 잘못 확대되면 내전이 국제화되는데 그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신지혜> 앞으로도 계속 상황을 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의 정상률 교수님과 함께 아프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슈라위원회(Majlis Ash-Shura)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최고 자문기구. 정부 정책을 심의하거나 법을 만들고 고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30세 이상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이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의장 1명과 위원 150명으로 구성되며, 모두 국왕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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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내각 구성중인 탈레반…그들은 어떤 국가 세울까
    • 입력 2021-08-31 18:51:25
    • 수정2021-09-09 09: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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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화상연결</strong><br />- "철수 앞당긴 미국, 조바심 있어 보였다"<br />- "탈레반, 객관적으론 정국 안정 능력 없다"<br />- "미국 체제 없애고 이슬람식 국가 구축"<br />- "내각에 소수민족·여성 끌어들일지 고민할듯"<br />- "예술인 탄압은 서구 문화 없애려는 목적"<br />- "美, 제재 이용해 탈레반과 협상할 수도"<br />- "전쟁은 끝났지만 내전 가능성 높다"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31일(화)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김민지 기자
■ 인터뷰 :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신지혜> 교수님. 현지시간으로 8월 31일 대피를 완료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철군이 생각보다 좀 빨랐어요. 일단 20년간의 아프간 전쟁,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상률> 앞으로 내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전쟁이 끝났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미국과 아프간과의 전쟁은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지혜> 철군을 하루를 앞당긴 겁니다. 그만큼 현지 상황이 미군이 보기에도 워낙 불안정하고 안 좋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정상률> 두 가지로 볼 수 있죠. 물론 테러 위협, 실제로 IS-K(호라산)이 테러를 했고, 어제도 한 다섯 발의 포탄이 날아왔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테러 위협이 굉장히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하나는 바이든 정부가 굉장히 조바심이 지금 있는 것 같아요. 빨리빨리 피해야겠다는 조바심, 이런 것들이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카불 AFP=연합뉴스) 미국 공군 항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신지혜> 워낙 현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니까 좀 빨리 빼고 싶었다. 지금 탈레반은 미국 철수를 자축하면서 자체 정부를 꾸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상 국가로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거죠. 이른바 '탈레반 정부'는 어느 정도까지 꾸려진 상태인가요?

정상률> 며칠 전 "한 2주 내에 정권을 구성하겠다"고 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자기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 구성이 돼 있다고 보고요. 그런데 국가를 새로 건설하는 거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잖아요. 기존에 미국이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를 구상했었는데 다시 정치경제 체제가 바뀌는 거거든요.

신지혜> 네. 완전히 바뀌는 거죠.

정상률> 완전히 바뀌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탈레반이 이슬람법, 즉 샤리아에 기반한 국가를 건설하고 그다음에 정부를 구성한다는 얘기는 사실 어떤 형태의 정부를 구성할 것인지를 관심있게 보야 합니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같은 나라들은 슈라위원회*를 만들거든요.

신지혜> 슈라위원회.

정상률> 네. 슈라위원회가 내각인 경우도 있고 나라마다 다르지만 국회 역할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샤리아 기반의 정부를 구성한다는 얘기는, 제가 보기에 슈라위원회 형태로 구성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샤리아 법원'을 만들 겁니다. 이슬람 법원이죠. 종교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슬람법으로 재판을하는 샤리아법을 만들 겁니다.

신지혜> 네.

정상률> 탈레반은 계속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라고 공언해왔거든요. 파슈툰족뿐만 아니고 여러 민족을 포함하는 정부를 구성하겠다. 또 관심 가져야 하는 게 여성이 혹시 내각에 혹시 한 명이라도 들어갈지입니다. 그래서 결국 (탈레반이) 지금 여러 민족 대표 중 몇 명에게 어느 역할을 맡길 것인가, 여성을 내각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걸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불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대원들이 3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주기된 자국군 항공기의 조종석에 앉아 있다. 전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완료한 이후 탈레반은 이 공항을 완전히 장악했다.
신지혜> 어쨌든 정국을 빨리 안정시키고 싶어하는 거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탈레반에게 아프간의 정세를 안정시킬 능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정상률> 능력이 없죠. 객관적으로 봐서는 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잠시 동안, 얼마 동안일지 모르지만, 공포정치를 통해서 안정화시키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사실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여기저기서 저항세력이 부상하면 불안정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내전 가능성까지도 예측을 하고 이렇게 봐야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신지혜> 탈레반이 가수나 코미디언을 처형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는 걸 보면 과연 정국 안정을 도모를 하려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드는데요. 문화예술인을 박해, 또는 탄압하는 이유는 뭔가요?

정상률> 그동안 서구 문화가 잠시 들어왔었기 때문에 그것을 빨리 없애려고 하는 거고요. 국가의 모든 부분을 이슬람법에 근거하려다 보니까 서구화된 음악이나 예술을 탄압하려는 게 아닌가 합니다.

신지혜> 코란 자체에는 대중문화를 향유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조항은 없지만, 그걸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결론이 난 거로 보이는데. 탈레반이 과거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했었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정상률> 지금도 사실은 사우디나 이란 같은 데 가서 TV 보면 계속 코란 틀어주고.

신지혜> 아, 코란을 계속 틀어주고 있고요?

정상률> 모스크에서 열리는 이슬람 종교 행사나 이맘(이슬람지도자) 설교를 계속 틀어주거든요. 탈레반도 아마 그럴겁니다. 그다음에 코란 같은 경우는 610년에서 632년에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것을 나중에 집대성해서 그것을 코란이다, 신의 말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의 상황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신지혜> 현실적이지 않게 되는 거죠, 그 결과가.

정상률> 현실적이지 않고. 특히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해석을 하는 거거든요.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거죠. 그런 세력들이 결국은 알카에다, IS, 탈레반. 하마스도 그런 쪽이고요. 그런 세력들은 사실은 자기들을 '순수주의'라고 그래요. 퓨어리즘(purism), 순수 이슬람을 지향한다고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도덕적 절대주의라고 하잖아요. 자신은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해석을 하는 거고 행동도 또 그렇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문화 유산을 파괴하긴 하되, 간접적으로 하지 않을까? 조금 온건화된 방식으로.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으려고 하다 보면 온건화될 수밖에 없거든요.

(카불 AFP=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가운데)이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신지혜> 교수님, 지금 질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미국이 20년 동안 몇천 조를 들였는데 그 지원을 받은 아프간 정부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냐는 겁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탈레반조차도 아프간 정부가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부정부패 때문인가요? 그렇더라도 너무 빨리 무너진 게 아닌가요?

정상률> 부정부패, 기본적으로 많이 쌓여있는 것이죠. 탈레반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자기들이 투쟁을 해가지고 정권을 얻은 세력이고, 이번에 도망간 가니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아프간 정부는 미군이 들어와서 만들어준 거거든요. 사실은 (권력이) 주어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국가를 잘 해봐야겠다 이런 것들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신지혜> 지금 미국과 서방국이 아프간에 경제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하겠죠. 그런데 그 경제 제재를 하면 아프간 재건이 좀 더 어려워지니까, 탈레반을 그냥 인정하고 가는 것이 아프간과 중동 정세의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 그래도 제재를 해야 한다, 여러 관측이 나옵니다. 이 두 가지 길에서 어떤 쪽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상률> 바둑에서 꽃놀이패라고 하거든요.

신지혜> 꽃놀이패.

정상률> 꽃놀이패는 이쪽에도 저쪽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경제 제재도 그렇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탈레반 정권이 지금 어디로 갈 것인가를 잘 가늠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중국과의 관계 속에선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좀 두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계속 경제 제재를 통해서 어떻게 보면 혼란도 시키려고 하는, 결국 내전까지도 예측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걸 통해서 좀 온건화돼라, 서방으로 와라, 그러면 지원해 주겠다. 이런 신호도 보내는 것 같고. 양날의 칼인 것 같습니다.

신지혜> 그걸로 외교적인 협상을 좀 할 수도 있겠네요.

정상률> 그렇죠, 우선 당장은 제재를 통해서 압력을 가하고 상황에 따라서 외교적으로 할 수도 있죠.

(판지시르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지시르주에서 30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저항하는 정부군과 민병대가 통나무를 들고 물을 건너는 훈련을 하고 있다.
신지혜> 마지막으로, 내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도 보시나요?

정상률> 북부동맹도 있고, 아프간 정부 사람들이 소수지만 이주해서 반 탈레반 운동을 한다고 하고. 그다음 큰 세력이 IS-호라산이잖아요. IS는 시리아, 이라크 기반으로 2014년부터 성장했다가 2017년 와해돼서 흩어져있어요. 그래서 IS 호라산 쪽으로 몰리지 않을까? 그 세력은 결국 반탈레반이니까 혼란을 일으킬 거고 그러면 또 내전이 발생하는 것이죠. 자칫 이것이 잘못 확대되면 내전이 국제화되는데 그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신지혜> 앞으로도 계속 상황을 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의 정상률 교수님과 함께 아프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슈라위원회(Majlis Ash-Shura)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최고 자문기구. 정부 정책을 심의하거나 법을 만들고 고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30세 이상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이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의장 1명과 위원 150명으로 구성되며, 모두 국왕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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