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열 받은 지구…기후천사가 나섰다

입력 2021.08.31 (19:40) 수정 2021.08.3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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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가을장마로 오락가락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의 끝자락.

올 여름은, 최악의 더위였다는 2018년에 견줄 만큼 무더웠습니다.

[최락민/전주시 우아동 : "지금 말복도 지난 지 꽤 됐고 여전히 낮에는 더운 것 같고 아침저녁으로는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그래도 온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죠."]

전주의 최고기온이 31도로 예보된 날, 전주시 효자동의 한 거리에서 측정한 실제 기온은 34도까지 올랐습니다.

도시는 왜 이렇게 뜨거워진 걸까.

열 받은 전주를 식히기 위해 미래세대가 나섰습니다.

["진짜로 너무 덥네."]

중학교 2학년 이윤후 군은 차량 이동이 많고 건물로 빽빽이 둘러싸인 도시 한복판에 있습니다.

같은 시간 동갑내기 박건욱 군은 공원 바로 옆 골목길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조금 그나마 낫네."]

이 아이들은 전주시내 거리 백여 곳의 온도를 재고 도시의 기후변화를 점검하고 있는 기후천사들.

[이윤후/전주 온빛중학교 2학년 : "지금 온도 측정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온도를 측정하러 이렇게 각자 맡은 장소에 나와서 온도를 측정해요."]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백50여 명의 청소년들이 기후천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날 오후 2시.

삼천동 공원 근처에서 박건욱 군이 잰 도시의 기온은 32도.

이윤후 군의 온도계는 35도를 가리켜 같은 날 같은 시간인데도 3도 차이가 납니다.

["학교도 있고 여기 앞에 아파트들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이곳이 다른 곳보다 더운 건 아닌가."]

도시의 온도를 재는 단순한 일 같지만, 환경에 무심했던 우리의 생활습관이 지금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이윤후/전주 온빛중학교 2학년 : "온도 학교 같은 데서 자전거를 타서 수박주스를 만들어 보고 그런 것을 하면서 기후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게 됐어요."]

[박건욱/전주 서신중학교 2학년 : "기후 일이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까운 곳에서 뭐부터 할 수 있는지 생각 하다 보니까 기후천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이 모여 어느새 6년간 쌓인 자료들.

["8월 정기측정 여기 보면 나와있어요. (32도라고 되어 있어요.) 만성초도 되게 높게 나오는 거네."]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의 기록들을 모아 전주시 열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 앱 클릭 한번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기온을 따로 재서 지도까지 만드는 이유가 뭘까.

[장진호/활동가/전북환경운동연합 : "기상청에서 측정하는 장비들은 자동측정장비들을 활용해 가지고 산중턱에 복사열이나 직사광선의 영향이 없는 곳에서 측정을 하게 되는데요. 실제 우리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그런 것들이 모두 영향이 있고 기상청에서 측정한 것보다 훨씬 뜨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내가 사는 동네의 온도들이 어떠한지 직접 곳곳에서 측정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의 기록만 보더라도 아이들이 측정한 전주의 온도는 기상청보다 평균 2도에서 3도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와 에어컨 실외기 열기, 바람 길을 막고 서있는 높은 건물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데요.

유독 뜨겁게 달궈진 장소들의 기온을 낮추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봅니다.

[김하은/전주 기전중학교 1학년 : "저는 옥상을 활용해서 옥상에 식물을 심어 옥상정원을 만들면 온도가 좀 더 낮아질 것 같아요."]

[박건욱/전주 서신중학교 2학년 : "나무가 열을 흡수한다고 온도를 낮춰준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나무를 많이 심거나 아까 말 했듯이 옥상이나 벽 같은데 식물을 좀 심어두면 좀 나아질 것 같아요."]

나무와 숲이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있는 곳. 서신동 주민센터 주변입니다.

차량 이동이 많고 건물들로 빽빽한 도시 한복판이지만 나무로 가득한 공원이 바로 옆에 있어 건지산 편백숲, 전주천 둔치 등과 함께 온도가 낮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장진호/활동가/전북환경운동연합 : "기온을 측정하면서 자료를 쌓아가는 활동이지만 그 활동들이 모여서 앞으로 전주시 도시계획을 한다거나 새로운 재개발을 한다거나, 도시를 만들어갈 때 녹지의 비율을 높일 수 있고 그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 쓸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이 되게 중요하고 앞으로 미래에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후위기를 막는데 큰 힘이 될 수 있고."]

올 여름, 지구 반대편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신음했고 우리에게도 예측 불가능한 기후는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기후천사들은 말합니다.

[박건욱/전주 서신중학교 2학년 :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고 작지만 에어컨 온도를 높이거나 그런 걸로 저도 실천을 하기 시작하게 됐어요."]

[김하은/전주 기전중학교 1학년 : "책이나 영화에서 다뤄왔던 기후문제들을 제가 측정하면서 더 체감할 수 있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분리배출이나 일회용품 사용줄이기 등 여러 가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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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K] 열 받은 지구…기후천사가 나섰다
    • 입력 2021-08-31 19:40:09
    • 수정2021-08-31 19:50:31
    뉴스7(전주)
예상치 못한 가을장마로 오락가락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의 끝자락.

올 여름은, 최악의 더위였다는 2018년에 견줄 만큼 무더웠습니다.

[최락민/전주시 우아동 : "지금 말복도 지난 지 꽤 됐고 여전히 낮에는 더운 것 같고 아침저녁으로는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그래도 온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죠."]

전주의 최고기온이 31도로 예보된 날, 전주시 효자동의 한 거리에서 측정한 실제 기온은 34도까지 올랐습니다.

도시는 왜 이렇게 뜨거워진 걸까.

열 받은 전주를 식히기 위해 미래세대가 나섰습니다.

["진짜로 너무 덥네."]

중학교 2학년 이윤후 군은 차량 이동이 많고 건물로 빽빽이 둘러싸인 도시 한복판에 있습니다.

같은 시간 동갑내기 박건욱 군은 공원 바로 옆 골목길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조금 그나마 낫네."]

이 아이들은 전주시내 거리 백여 곳의 온도를 재고 도시의 기후변화를 점검하고 있는 기후천사들.

[이윤후/전주 온빛중학교 2학년 : "지금 온도 측정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온도를 측정하러 이렇게 각자 맡은 장소에 나와서 온도를 측정해요."]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백50여 명의 청소년들이 기후천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날 오후 2시.

삼천동 공원 근처에서 박건욱 군이 잰 도시의 기온은 32도.

이윤후 군의 온도계는 35도를 가리켜 같은 날 같은 시간인데도 3도 차이가 납니다.

["학교도 있고 여기 앞에 아파트들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이곳이 다른 곳보다 더운 건 아닌가."]

도시의 온도를 재는 단순한 일 같지만, 환경에 무심했던 우리의 생활습관이 지금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이윤후/전주 온빛중학교 2학년 : "온도 학교 같은 데서 자전거를 타서 수박주스를 만들어 보고 그런 것을 하면서 기후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게 됐어요."]

[박건욱/전주 서신중학교 2학년 : "기후 일이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까운 곳에서 뭐부터 할 수 있는지 생각 하다 보니까 기후천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이 모여 어느새 6년간 쌓인 자료들.

["8월 정기측정 여기 보면 나와있어요. (32도라고 되어 있어요.) 만성초도 되게 높게 나오는 거네."]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의 기록들을 모아 전주시 열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 앱 클릭 한번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기온을 따로 재서 지도까지 만드는 이유가 뭘까.

[장진호/활동가/전북환경운동연합 : "기상청에서 측정하는 장비들은 자동측정장비들을 활용해 가지고 산중턱에 복사열이나 직사광선의 영향이 없는 곳에서 측정을 하게 되는데요. 실제 우리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그런 것들이 모두 영향이 있고 기상청에서 측정한 것보다 훨씬 뜨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내가 사는 동네의 온도들이 어떠한지 직접 곳곳에서 측정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의 기록만 보더라도 아이들이 측정한 전주의 온도는 기상청보다 평균 2도에서 3도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와 에어컨 실외기 열기, 바람 길을 막고 서있는 높은 건물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데요.

유독 뜨겁게 달궈진 장소들의 기온을 낮추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봅니다.

[김하은/전주 기전중학교 1학년 : "저는 옥상을 활용해서 옥상에 식물을 심어 옥상정원을 만들면 온도가 좀 더 낮아질 것 같아요."]

[박건욱/전주 서신중학교 2학년 : "나무가 열을 흡수한다고 온도를 낮춰준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나무를 많이 심거나 아까 말 했듯이 옥상이나 벽 같은데 식물을 좀 심어두면 좀 나아질 것 같아요."]

나무와 숲이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있는 곳. 서신동 주민센터 주변입니다.

차량 이동이 많고 건물들로 빽빽한 도시 한복판이지만 나무로 가득한 공원이 바로 옆에 있어 건지산 편백숲, 전주천 둔치 등과 함께 온도가 낮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장진호/활동가/전북환경운동연합 : "기온을 측정하면서 자료를 쌓아가는 활동이지만 그 활동들이 모여서 앞으로 전주시 도시계획을 한다거나 새로운 재개발을 한다거나, 도시를 만들어갈 때 녹지의 비율을 높일 수 있고 그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 쓸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이 되게 중요하고 앞으로 미래에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후위기를 막는데 큰 힘이 될 수 있고."]

올 여름, 지구 반대편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신음했고 우리에게도 예측 불가능한 기후는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기후천사들은 말합니다.

[박건욱/전주 서신중학교 2학년 :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고 작지만 에어컨 온도를 높이거나 그런 걸로 저도 실천을 하기 시작하게 됐어요."]

[김하은/전주 기전중학교 1학년 : "책이나 영화에서 다뤄왔던 기후문제들을 제가 측정하면서 더 체감할 수 있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분리배출이나 일회용품 사용줄이기 등 여러 가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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