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라이브] 이희수 교수 “탈레반, 나쁜 정권임엔 틀림없지만 나쁜 정권을 좋은 정권으로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

입력 2021.08.3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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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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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20년 동안 탈레반 제대로 파악 못한 듯...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충분한 사전 준비 하지 않고 나온 것이 더 큰 재앙 불러일으켜
- 미국이 떠나면서 탈레반에 대테러 전쟁의 무기 상당부분 넘겨준 것은 평화 협상의 조건이었을 가능성 커, 테러를 제거하기 위해 탈레반과 미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 전쟁 6개월도 되지 않은 2001년에 이미 미국은 승리할 수 없다는 것 알아, 빠져야 됐을 첫 번째 명분... 두 번째는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처형 이후지만 10년 동안 무리한 전쟁 이끌어왔던 게 패착
- 탈레반, 나쁜 정권임엔 틀림없지만 나쁜 정권을 좋은 정권으로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
- 탈레반의 변화는 생존의 문제, 국제사회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후 복구와 경제 지원 하면서 여성 인권 향상이나 민주화 이행과 연계하는 것 반드시 필요
- 의식주 해결과 치안이 아프간의 당면 과제, 이것이 해결돼야 민주주의가 빛을 볼 수 있는 열약한 상황
- 20년 동안 있었던 아프간 시민들의 무고한 죽음,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제 미국이 다른 지역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교훈 삼아야
- 이슬람 난민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57개 이슬람 국가의 다양한 스펙트럼 있는데 일탈된 모습을 보편화해서 적대적 이해당사자로 만들어 놓고 공격하는 것이 오류의 핵심
- 미국이 중동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에서 방향 바꾼 이유? 더 이상 국익을 위해 중동지역 석유 수입할 필요 없기 때문
- 미국 떠나면 테러 줄어들 것, 주 타깃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인 없으면 공격할 대상 사라지는 것이 역설

■ 프로그램명 :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 코너명 : <훅 인터뷰>
■ 방송시간 : 8월 31일 (화) 18:00~18:20 KBS1R FM 97.3 MHz
■ 출연자 :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



◇주진우: 모두를 위한 모두를 향한 모두의 궁금증 <훅인터뷰>.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입니다. 쌍둥이 빌딩이 그리고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비행기가 돌진해서 폭발합니다. 자살 폭탄 테러, 비행기 테러로 건물이 무너지고 사상자가 참 많이도 나왔는데요. 그러고 나서 전쟁이 시작됩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20년 동안 계속된 전쟁. 미국은 왜 전쟁을 시작했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요? 살펴보겠습니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 안녕하세요?

◆이희수: 안녕하세요?

◇주진우: 오늘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완료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났습니다. 20년 전쟁입니다. 17만 명이 희생됐는데 전쟁을 미국이 시작했지 않습니까?

◆이희수: 네.

◇주진우: 왜 했어요?

◆이희수: 9.11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전쟁 시작했죠.

◇주진우: 그런데 9.11테러의 근거지가, 테러범들의 근거지가 아프가니스탄이었습니까?

◆이희수: 19명의 테러범 중에서 16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 수괴였던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해 줬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서 20년 전쟁한 겁니다.

◇주진우: 아프가니스탄이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해 준 적은 있죠?

◆이희수: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구소련을 막아내기 위해서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의 전신인 무자헤딘이 미국과 협력해서 함께 싸웠던 동지였기 때문에 배반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진우: 예전에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도와줬는데, 도와줬는데 나중에 "어? 테러범이었어?" 그래 가지고 이제 테러범을 치러 또 오사마 빈 라덴을 잡으러 아프가니스탄에 간 거군요.

◆이희수: 처음에 탈레반이 오사마 빈 라덴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 달라. 그리고 미국에 직접 신병 인도를 하지 않고 3국에 보내겠다는 제의를 했지만 끝까지 미국이 그건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신병 인도를 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해서 공격이 시작된 겁니다.

◇주진우: 그래서 20년 전에 공격이 시작됐습니까? 20년 전쟁이 시작됐습니까? 지금 전쟁은 끝났는데요. 전쟁은 끝났는데 미국이 철군을 하면서 너무 무리하게 서둘러서 나온 것 같아요. 그런 비판 계속 있습니다.

◆이희수: 뭐 20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전쟁 빠져야 되는데 탈레반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잘 못 했던 것 같고요.

◇주진우: 20년 동안도 안 됐습니까, 그게?

◆이희수: 그렇습니다.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길 수 없는 전쟁. 2,600조를 쏟아붓고도 희망이 안 보이는 전쟁을 더 이상 할 나라는 없죠. 그래서 빠지면서도 이제 진절머리가 나니까 빨리 빠지고 싶었는데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나왔던 게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켜 왔던 거죠.

◇주진우: 지금 이제 미국이 철군했습니다. 철수했는데 그러면 아프간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탈레반이 지배하는 그런 나라가 됩니까?

◆이희수: 탈레반이 가장 유력한 세력으로 이미 집권했고요. 문제는 지속 가능하게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탈레반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인구가 42%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50% 이상의 반대 부족을 끌어안아야 오랫동안 정부를 유지할 수 있는데 탈레반만 가지고는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협상을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주진우: 그렇습니까? 블랙호크 헬기를 운전하는 탈레반 이런 영상을 봤는데요. 무기를 많이 남겨놓고 와서 아프간에서 무장 충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아프간 국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섭니다.

◆이희수: 이거는 미국과의 협상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이제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게 2018년 10월부터 2년 10개월간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아닌 미국과 탈레반이 직접 평화 협상을 해 왔습니다. 평화 협상의 결과 미국이 철군을 이제 약속했던 거고요. 그 대신 탈레반에게 약속 하나를 받아냈습니다. 테러 분자들과 관계를 끊어라. 다시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의 온상으로 가는 것을 미국이 용납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현재는 탈레반과 미국이 협력해서 테러를 궤멸하는 그런 형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미국이 떠나면서 대테러 전쟁의 무기로 상당 부분 탈레반에게 넘겨주기로 한 것을.

◇주진우: 준 거예요?

◆이희수: 네. 평화 협상의 하나의 조건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체적인 뚜껑은 열리지 않았지만요.

◇주진우: 탈레반이 테러의 온상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탈레반하고 미국하고 함께 테러범들을 잡겠다고요?

◆이희수: 지금은 그렇게 돼버렸습니다. 이게 국제정치의 추악한 이면입니다. 원래도 미국과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은 한 편이 돼서 구소련과 전쟁했고 그러고 나중에 관계가 틀어져서 이제 9.11테러 이후에 미국이 탈레반을 공격함으로써 20년간 적이 됐고 다시 이제 미국이 떠나는 순간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밖에 맡길 세력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테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탈레반과 미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오늘의 현실입니다.

◇주진우: 2583님께서 "궁금한 게 있는데요, 교수님.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을 때 전쟁을 시작한 목적이 끝났으니까 그때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오사마 빈 라덴 아프간에서 전쟁을 계속한 건 왜 그랬나요?" 물어봅니다. 2011년에 빈 라덴은 파키스탄에서 죽었지 않았습니까?

◆이희수: 사실 2011년이 아니고 2001년 전쟁에서 6개월도 되지 않아서. 미군은 다 알았습니다.

◇주진우: 아프가니스탄에 없다.

◆이희수: 결코. 아니, 결코 미국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전문가들은 다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5,000m의 험준한 산에 탈레반들이 은거하고 있는데 탱크 한 대 진입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어떻게 승리합니까? 그게 이제 첫 번째 빠져야 됐을 명분이고 두 번째는 말씀드린 대로 좋은 지적하셨는데 오사마 빈 라덴 처형 이후에 미국이 빠졌으면 이만큼 손실도 안 봤을 텐데 여러 가지 미국이 계속적으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고 러시아나 중국의 남하를 막고 자원을 관리하고 또 군산복합체들의 산업을 위해서 10년 동안 무리한 전쟁을 이끌어왔던 게 패착이죠.

◇주진우: 그런가요? 저는 맨 마지막에 군산복합체 그 사람들의 이익, 거기에 귀가 쫑긋 세워집니다.

◆이희수: 사실은 많은 반전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지라는 압박을 했지만 소위 네오콘이라고 하는 이 극우 보수 정당들이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전략적 이익 때문에 전쟁을 계속하자고 하는 여론이 강했죠. 그래서 무모한 10년 전쟁 끝에 비굴한 패배를 안고 떠나게 되는 거죠.

◇주진우: 최근에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있었지 않습니까? 여기를 주도한 세력은 IS-K 이렇게 지목되는데 여기하고 탈레반하고 대립 관계입니까?

◆이희수: 상극 관계입니다. 아주 상극 관계고요.

◇주진우: 그래요?

◆이희수: 원래는 미국이라고 하는 외세를 몰아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연대했겠지만 마지막에 탈레반과 미국이 협상을 시작하면서 이 탈레반과 IS 세력들은 적대 관계로 돌아섰습니다, 적과 내통한다고 해서. 그래서 마지막 전쟁에서는 탈레반이 미국과 전쟁하는 것보다 IS와의 전쟁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제 IS 입장에서는 탈레반을 미국과 협력한 변절자로 보기 때문에 좀 강력한 반탈레반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미국과 탈레반이 협력해서 IS-K를 이제 공격하는 입장입니다.

◇주진우: 그러면 탈레반하고 IS하고는 적대 관계고요. 그리고 또 다른 무장 조직이 또 있습니까?

◆이희수: 원래 이제 알카에다가 온상인데요. 오사마 빈 라덴이 죽고 알카에다가 와해되면서 잔존 세력들이 이라크에서 IS를 만들었고요. 그게 이제 또 IS가 궤멸되니까 그 잔존 세력들이 자기 고향에 들어가서 지방조직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 IS-K도 IS가 만들었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의 지역 조직입니다. 현재로서는 제일 큰 세력 중의 하나죠.

◇주진우: 그래요? 참 무기도 많고 지금까지 전쟁을 했는데 이 무장 세력 간의 충돌로 내전으로 아프간 국민들 더 피해를 보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에요.

◆이희수: 지금 IS만 효과적으로 잘 제어한다면 사실은 뭐 40년간 전쟁과 내전을 겪었기 때문에 모든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이제 전쟁 좀 그만하자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탈레반의 반대 세력들과 화합해서 어떤 포용 정부만 만들 수 있다면 40년 만에 처음으로 안정된 정권을 맞이할 희망이 있는 거고요.

◇주진우: 그렇습니다.

◆이희수: 그게 실패하면 또다시 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주진우: 지금 탈레반을 믿고 의존해야 되는 그런 상황입니까, 국제사회가?

◆이희수: 지금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40년간 전쟁했기 때문에 탈레반 이외의 정권을 맡을 수 있는 대안적 정치세력이 없습니다. 나쁜 정권임에는 틀림없지만 나쁜 정권을 좋은 정권으로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으로 남아 있는 겁니다.

◇주진우: 나쁜 정권임에는 분명하지만 믿고 좋은 정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탈레반이 정상 정부로 바로 설 수 있을까요? 국제사회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거는 같아요. 그런데.

◆이희수: 이거는 변화해야 되는 게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20년 전의 탈레반은, 20년 때 태어났던 아이들이 탈레반 전사들이 지금 20살이 됐고 탈레반의 지휘부, 핵심이 30, 40대가 핵심입니다. 이미 디지털 세대입니다. 휴대폰을 다 가지고 있고 글로벌이 이렇게 변한 걸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기를 억압하면 아무도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탈레반은 붕괴합니다. 따라서 탈레반은 싫든 좋든 간에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그것이 탈레반의 입장이고 또 국제사회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후 복구와 경제 지원을 하면서 반드시 여성 인권의 향상이나 민주화 이행과 연계해서 지원하는 또는 국제 연대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점입니다.

◇주진우: 탈레반의 폭압 속에서도 시위를 하는 여성들을 봤습니다. 그리고 시위를 하는 아프간 시민들을 봤는데 아랍의 봄처럼 민주화를 위한 열망 그런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까?

◆이희수: 참 우리가 안타까운 것은 40년 전쟁에서 183개국 중에서 169등. 가장 극빈한 지금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초토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선은 물과 빵, 전기료 공급받는 의식주 해결이 당면한 과제고요. 이 의식주 문제가 해결돼야 그다음에 우리가 어떤 민주나 인권이나 형이상학적 가치가 빛을 보는 그런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당장은 발 벗고 잘 수 있는 치안, 매일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빵이 필요한 시점이고요. 그래서 이것이 탈레반이 그걸 해 줬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또 이제 국제사회 협력해서 좋은 정권이 계속된다면 이제 잃어버렸던 가치가 요구되고 국민들의 저항이 일어나면 아프간에서도 정상 국가로 갈 가능성이 큰 거죠.

◇주진우: 그렇습니까? 아무튼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렇게 무모한 전쟁을 왜 해야 됐을까요, 미국이? 아직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쟁을 끝내고도 미국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희수: 20년 동안 사실 우리가 2,445명의 미국 전사자들을 기념하고 추모하지만.

◇주진우: 17만 명이 희생됐잖아요.

◆이희수: 그러니까 그 사람들에 의해서 죽어갔던 무고한 아프간 시민들의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는 우리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 않습니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와 분노로 남아 있겠죠. 그래서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전쟁은 해서는 안 되는 거고 또 20년 전쟁 동안에 어떤 외세도 외세를 받아들일 국민이 지금 지구상에 누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전쟁을 기회로 이제 미국이 다른 지역에 개입하지 못하는 굉장히 좋은 교훈으로 삼을 수 있으면 그게 하나의 소득이죠.

◇주진우: 조 바이든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고 있겠죠?

◆이희수: 이제 개입해서 승리한 적이 없었으니까. 베트남에서도 이라크에서도 시리아에서도 예멘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정신이 있으면 안 들어가겠죠.

◇주진우: 정신이 있으면요? 그래도 전쟁은 계속될 것 같은데요?

◆이희수: 걱정입니다.

◇주진우: 이게 돈 때문에 그런 건가요?

◆이희수: 이제 사실 우리가 첨단산업이라는 기묘한 표현으로 하지만 첨단산업의 핵심이 군사시설이고 방위산업이지 않습니까? 그걸 50% 이상 미국이 주도하기 때문에 전쟁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걱정입니다.

◇주진우: 의식주 문제를 말씀하셔서 이 얘기를 물어야 될 것 같아요. 공항에서 떠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받는데 그 남아 있는 아프가니스탄 분들은 어떻게 견뎌야 될지. 지난 20년간 막대한 아프간에 대한 지원이 있었는데 그 지원은 어떻게 됐고요. 앞으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합니까?

◆이희수: 뚜껑을 열어보니까 그 아프가니스탄 정부라는 것은 껍데기였고 모든 군경들은 이제 다 부패해서 적이 쳐들어오는데 전쟁도 하지 않고 대통령이 도망가고 정부군이 항복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부정부패로 다 썩어빠진 독에 이제 돈을 쏟아부은 결과가 됐고요. 이제 앞으로는 국제사회가 대테러 전쟁을 했던 연대를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집중해야 하고요. 그래서 전후복구기금이나 경제원조를 하면서 인도주의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파탄된 아프가니스탄을 복원하는 것도 책임 있고 그 대신 그 정권을 책임지는 정권에게는 반드시 인권과 어떤 자유와 어떤 민주의 가치를 이룩해 나가도록 감시하면서 압박하면서 지원하는 연계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주진우: 먼 나라지만 우리하고 또 아프간과의 관계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한국을 도왔던 협력자들이 또 한국에 오셨어요. 또 잘 구출해냈죠. 그런데 구출해냈는데 너무 많이 구출했다고 또 비난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또 하나의 문제가 큰 문제가 난민 문제인데요. 이 난민 문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희수: 우리가 이웃이 어려움이 있어도 지원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또 우리도 직접 참전한 당사국으로서 우리 전쟁 때문에 일어난 난민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책임을 나누는 것은 국제 시민으로서 정당한 또 당연한 의무고요. 독일처럼 80만, 90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협력해서 한국을 좋아하고 새로운 생명의 기회로 삼았던 그 사람들은 따뜻하게 맞아줘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이게 성숙한 국민의 도의인 것 같고요. 물론 이제 우리끼리 살면 편하기는 하지만 우리끼리 살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어떤 글로벌 이슈에 동참하고 이제 국제사회 아픔에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고요. 이번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좋은 성숙된 예가 된 것 같습니다.

◇주진우: 이슬람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 혐오, 공포. 이런 게 있습니다. 이슬람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도 같은데요. 조경태 의원께서 "이슬람 문화권은 신정일치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하고 너무 다르다. 너무나 다르니까 이슬람 난민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보내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시던데.

◆이희수: 공부 좀 더 하셔야겠네요. 지금 이슬람권 인구가 퓨리서치센터 통계로 19억이 조금 넘습니다. 이슬람 국가는 57개가 있고 UN 회원국 기준으로. 19억 57개국 지구촌 1/4을 언제까지 적대적 이해당사자로 만들어놓고 편견과 오류 속에 우리가 글로벌 전략을 얘기한다는 것은 허구는 아닐까요? 물론 IS와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을 궤멸하는 데는 앞장서야겠지만 서구와 협력, 공존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건강한 주류 공동체로 우리가 끌어안아야 합니다. 57개 이슬람 국가는 57개의 다양한 이슬람의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이걸 어떤 특정 일탈된 모습을 통해서 전체 세계를 일반화, 보편화하는 것이 소위 정치 지도자들이나 저는 지식인들이 안고 있는 어떤 한계고 오류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주진우: 난민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 이것도 좀 우리가 거둬들여야겠습니다. 9909님께서 "우리도 수십 년 외국에 지원을 받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자주정신으로 견뎌냈죠." 네, 극복해냈습니다. "아프간에도 이런 자주정신 이식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의견 주셨고요. 생각해 보니 올해가 9.11테러 20년이 된 해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많은 충격을 받았는데 미국인들한테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는 것도 의미를 줄 거고요.

◆이희수: 그런데 사실 저는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에너지 패권국이 됐고요. 중동 석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석유라는 절대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무분별하게 개입했지만 석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는 미국은 이제 달라진 거죠. 그런 면에서 이라크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 철수하고 시리아 내에서는 발을 빼는 이런 형태이기 때문에 보다 또 다른 문제 이제 미-중 간의 갈등이나 또 이란 핵 문제 같은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직접 개입하는 큰 중동 정책으로부터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 시대부터 방향을 바꾼 것 같습니다.

◇주진우: 이제는 그러면 국제사회 그렇게 전쟁 이런 데 개입하는 일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습니까?

◆이희수: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을 것 같고요. 현재 국내 여론이 굉장히 나쁘고 또 중앙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제 무분별하게 개입은 미국 국내 여론이 거의 돌아섰기 때문에.

◇주진우: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중동에서 테러 일어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중동의 자생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희수: 미국이 없으면 테러는 자연적으로 없어집니다.

◇주진우: 그래요?

◆이희수: 왜냐하면 주타깃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사람이 없으면 공격할 대상이 사라지지 않습니까? 이게 역설입니다.

◇주진우: 그런데 수니, 시아 이렇게 또 갈려서 싸우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이희수: 지금 수니, 시아 종파 갈등은 이제 구시대의 하나의 패러다임이고요. 지금은 이제 냉정한 국가 이익과 왕정 이익. 또 자기가 속해 있는 부족 가치가 훨씬 상위의 개념입니다. 어떤 바보 같은 나라도 이슬람의 종교적 이념을 위해서 종파적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그런 구도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주진우: 알겠습니다. 미국이 떠나면 테러는 사라집니까?

◆이희수: 더 안전해집니다. 테러는 줄어듭니다.

◇주진우: 알겠습니다. 아프간 국민들이 조금 평화 속에서 좀 안정되기를 빌어봅니다. 아프간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빵이 문제라고 합니다. 물이 문제라고 합니다. 어서 아프간에도 평화가 오기를 빕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희수: 감사합니다.

◇주진우: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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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진우 라이브] 이희수 교수 “탈레반, 나쁜 정권임엔 틀림없지만 나쁜 정권을 좋은 정권으로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
    • 입력 2021-08-31 20: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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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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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20년 동안 탈레반 제대로 파악 못한 듯...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충분한 사전 준비 하지 않고 나온 것이 더 큰 재앙 불러일으켜
- 미국이 떠나면서 탈레반에 대테러 전쟁의 무기 상당부분 넘겨준 것은 평화 협상의 조건이었을 가능성 커, 테러를 제거하기 위해 탈레반과 미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 전쟁 6개월도 되지 않은 2001년에 이미 미국은 승리할 수 없다는 것 알아, 빠져야 됐을 첫 번째 명분... 두 번째는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처형 이후지만 10년 동안 무리한 전쟁 이끌어왔던 게 패착
- 탈레반, 나쁜 정권임엔 틀림없지만 나쁜 정권을 좋은 정권으로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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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난민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57개 이슬람 국가의 다양한 스펙트럼 있는데 일탈된 모습을 보편화해서 적대적 이해당사자로 만들어 놓고 공격하는 것이 오류의 핵심
- 미국이 중동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에서 방향 바꾼 이유? 더 이상 국익을 위해 중동지역 석유 수입할 필요 없기 때문
- 미국 떠나면 테러 줄어들 것, 주 타깃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인 없으면 공격할 대상 사라지는 것이 역설

■ 프로그램명 :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 코너명 : <훅 인터뷰>
■ 방송시간 : 8월 31일 (화) 18:00~18:20 KBS1R FM 97.3 MHz
■ 출연자 :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



◇주진우: 모두를 위한 모두를 향한 모두의 궁금증 <훅인터뷰>.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입니다. 쌍둥이 빌딩이 그리고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비행기가 돌진해서 폭발합니다. 자살 폭탄 테러, 비행기 테러로 건물이 무너지고 사상자가 참 많이도 나왔는데요. 그러고 나서 전쟁이 시작됩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20년 동안 계속된 전쟁. 미국은 왜 전쟁을 시작했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요? 살펴보겠습니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 안녕하세요?

◆이희수: 안녕하세요?

◇주진우: 오늘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를 완료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났습니다. 20년 전쟁입니다. 17만 명이 희생됐는데 전쟁을 미국이 시작했지 않습니까?

◆이희수: 네.

◇주진우: 왜 했어요?

◆이희수: 9.11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전쟁 시작했죠.

◇주진우: 그런데 9.11테러의 근거지가, 테러범들의 근거지가 아프가니스탄이었습니까?

◆이희수: 19명의 테러범 중에서 16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 수괴였던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해 줬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서 20년 전쟁한 겁니다.

◇주진우: 아프가니스탄이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해 준 적은 있죠?

◆이희수: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구소련을 막아내기 위해서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의 전신인 무자헤딘이 미국과 협력해서 함께 싸웠던 동지였기 때문에 배반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진우: 예전에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도와줬는데, 도와줬는데 나중에 "어? 테러범이었어?" 그래 가지고 이제 테러범을 치러 또 오사마 빈 라덴을 잡으러 아프가니스탄에 간 거군요.

◆이희수: 처음에 탈레반이 오사마 빈 라덴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 달라. 그리고 미국에 직접 신병 인도를 하지 않고 3국에 보내겠다는 제의를 했지만 끝까지 미국이 그건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신병 인도를 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해서 공격이 시작된 겁니다.

◇주진우: 그래서 20년 전에 공격이 시작됐습니까? 20년 전쟁이 시작됐습니까? 지금 전쟁은 끝났는데요. 전쟁은 끝났는데 미국이 철군을 하면서 너무 무리하게 서둘러서 나온 것 같아요. 그런 비판 계속 있습니다.

◆이희수: 뭐 20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전쟁 빠져야 되는데 탈레반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잘 못 했던 것 같고요.

◇주진우: 20년 동안도 안 됐습니까, 그게?

◆이희수: 그렇습니다.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길 수 없는 전쟁. 2,600조를 쏟아붓고도 희망이 안 보이는 전쟁을 더 이상 할 나라는 없죠. 그래서 빠지면서도 이제 진절머리가 나니까 빨리 빠지고 싶었는데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나왔던 게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켜 왔던 거죠.

◇주진우: 지금 이제 미국이 철군했습니다. 철수했는데 그러면 아프간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탈레반이 지배하는 그런 나라가 됩니까?

◆이희수: 탈레반이 가장 유력한 세력으로 이미 집권했고요. 문제는 지속 가능하게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탈레반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인구가 42%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50% 이상의 반대 부족을 끌어안아야 오랫동안 정부를 유지할 수 있는데 탈레반만 가지고는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협상을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주진우: 그렇습니까? 블랙호크 헬기를 운전하는 탈레반 이런 영상을 봤는데요. 무기를 많이 남겨놓고 와서 아프간에서 무장 충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아프간 국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섭니다.

◆이희수: 이거는 미국과의 협상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이제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게 2018년 10월부터 2년 10개월간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아닌 미국과 탈레반이 직접 평화 협상을 해 왔습니다. 평화 협상의 결과 미국이 철군을 이제 약속했던 거고요. 그 대신 탈레반에게 약속 하나를 받아냈습니다. 테러 분자들과 관계를 끊어라. 다시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의 온상으로 가는 것을 미국이 용납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현재는 탈레반과 미국이 협력해서 테러를 궤멸하는 그런 형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미국이 떠나면서 대테러 전쟁의 무기로 상당 부분 탈레반에게 넘겨주기로 한 것을.

◇주진우: 준 거예요?

◆이희수: 네. 평화 협상의 하나의 조건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체적인 뚜껑은 열리지 않았지만요.

◇주진우: 탈레반이 테러의 온상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탈레반하고 미국하고 함께 테러범들을 잡겠다고요?

◆이희수: 지금은 그렇게 돼버렸습니다. 이게 국제정치의 추악한 이면입니다. 원래도 미국과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은 한 편이 돼서 구소련과 전쟁했고 그러고 나중에 관계가 틀어져서 이제 9.11테러 이후에 미국이 탈레반을 공격함으로써 20년간 적이 됐고 다시 이제 미국이 떠나는 순간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밖에 맡길 세력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테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탈레반과 미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오늘의 현실입니다.

◇주진우: 2583님께서 "궁금한 게 있는데요, 교수님.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을 때 전쟁을 시작한 목적이 끝났으니까 그때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오사마 빈 라덴 아프간에서 전쟁을 계속한 건 왜 그랬나요?" 물어봅니다. 2011년에 빈 라덴은 파키스탄에서 죽었지 않았습니까?

◆이희수: 사실 2011년이 아니고 2001년 전쟁에서 6개월도 되지 않아서. 미군은 다 알았습니다.

◇주진우: 아프가니스탄에 없다.

◆이희수: 결코. 아니, 결코 미국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전문가들은 다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5,000m의 험준한 산에 탈레반들이 은거하고 있는데 탱크 한 대 진입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어떻게 승리합니까? 그게 이제 첫 번째 빠져야 됐을 명분이고 두 번째는 말씀드린 대로 좋은 지적하셨는데 오사마 빈 라덴 처형 이후에 미국이 빠졌으면 이만큼 손실도 안 봤을 텐데 여러 가지 미국이 계속적으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고 러시아나 중국의 남하를 막고 자원을 관리하고 또 군산복합체들의 산업을 위해서 10년 동안 무리한 전쟁을 이끌어왔던 게 패착이죠.

◇주진우: 그런가요? 저는 맨 마지막에 군산복합체 그 사람들의 이익, 거기에 귀가 쫑긋 세워집니다.

◆이희수: 사실은 많은 반전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지라는 압박을 했지만 소위 네오콘이라고 하는 이 극우 보수 정당들이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전략적 이익 때문에 전쟁을 계속하자고 하는 여론이 강했죠. 그래서 무모한 10년 전쟁 끝에 비굴한 패배를 안고 떠나게 되는 거죠.

◇주진우: 최근에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 있었지 않습니까? 여기를 주도한 세력은 IS-K 이렇게 지목되는데 여기하고 탈레반하고 대립 관계입니까?

◆이희수: 상극 관계입니다. 아주 상극 관계고요.

◇주진우: 그래요?

◆이희수: 원래는 미국이라고 하는 외세를 몰아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연대했겠지만 마지막에 탈레반과 미국이 협상을 시작하면서 이 탈레반과 IS 세력들은 적대 관계로 돌아섰습니다, 적과 내통한다고 해서. 그래서 마지막 전쟁에서는 탈레반이 미국과 전쟁하는 것보다 IS와의 전쟁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제 IS 입장에서는 탈레반을 미국과 협력한 변절자로 보기 때문에 좀 강력한 반탈레반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미국과 탈레반이 협력해서 IS-K를 이제 공격하는 입장입니다.

◇주진우: 그러면 탈레반하고 IS하고는 적대 관계고요. 그리고 또 다른 무장 조직이 또 있습니까?

◆이희수: 원래 이제 알카에다가 온상인데요. 오사마 빈 라덴이 죽고 알카에다가 와해되면서 잔존 세력들이 이라크에서 IS를 만들었고요. 그게 이제 또 IS가 궤멸되니까 그 잔존 세력들이 자기 고향에 들어가서 지방조직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 IS-K도 IS가 만들었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의 지역 조직입니다. 현재로서는 제일 큰 세력 중의 하나죠.

◇주진우: 그래요? 참 무기도 많고 지금까지 전쟁을 했는데 이 무장 세력 간의 충돌로 내전으로 아프간 국민들 더 피해를 보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에요.

◆이희수: 지금 IS만 효과적으로 잘 제어한다면 사실은 뭐 40년간 전쟁과 내전을 겪었기 때문에 모든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이제 전쟁 좀 그만하자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탈레반의 반대 세력들과 화합해서 어떤 포용 정부만 만들 수 있다면 40년 만에 처음으로 안정된 정권을 맞이할 희망이 있는 거고요.

◇주진우: 그렇습니다.

◆이희수: 그게 실패하면 또다시 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주진우: 지금 탈레반을 믿고 의존해야 되는 그런 상황입니까, 국제사회가?

◆이희수: 지금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40년간 전쟁했기 때문에 탈레반 이외의 정권을 맡을 수 있는 대안적 정치세력이 없습니다. 나쁜 정권임에는 틀림없지만 나쁜 정권을 좋은 정권으로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으로 남아 있는 겁니다.

◇주진우: 나쁜 정권임에는 분명하지만 믿고 좋은 정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탈레반이 정상 정부로 바로 설 수 있을까요? 국제사회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거는 같아요. 그런데.

◆이희수: 이거는 변화해야 되는 게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20년 전의 탈레반은, 20년 때 태어났던 아이들이 탈레반 전사들이 지금 20살이 됐고 탈레반의 지휘부, 핵심이 30, 40대가 핵심입니다. 이미 디지털 세대입니다. 휴대폰을 다 가지고 있고 글로벌이 이렇게 변한 걸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기를 억압하면 아무도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탈레반은 붕괴합니다. 따라서 탈레반은 싫든 좋든 간에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그것이 탈레반의 입장이고 또 국제사회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후 복구와 경제 지원을 하면서 반드시 여성 인권의 향상이나 민주화 이행과 연계해서 지원하는 또는 국제 연대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점입니다.

◇주진우: 탈레반의 폭압 속에서도 시위를 하는 여성들을 봤습니다. 그리고 시위를 하는 아프간 시민들을 봤는데 아랍의 봄처럼 민주화를 위한 열망 그런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까?

◆이희수: 참 우리가 안타까운 것은 40년 전쟁에서 183개국 중에서 169등. 가장 극빈한 지금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초토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선은 물과 빵, 전기료 공급받는 의식주 해결이 당면한 과제고요. 이 의식주 문제가 해결돼야 그다음에 우리가 어떤 민주나 인권이나 형이상학적 가치가 빛을 보는 그런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당장은 발 벗고 잘 수 있는 치안, 매일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빵이 필요한 시점이고요. 그래서 이것이 탈레반이 그걸 해 줬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또 이제 국제사회 협력해서 좋은 정권이 계속된다면 이제 잃어버렸던 가치가 요구되고 국민들의 저항이 일어나면 아프간에서도 정상 국가로 갈 가능성이 큰 거죠.

◇주진우: 그렇습니까? 아무튼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렇게 무모한 전쟁을 왜 해야 됐을까요, 미국이? 아직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쟁을 끝내고도 미국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희수: 20년 동안 사실 우리가 2,445명의 미국 전사자들을 기념하고 추모하지만.

◇주진우: 17만 명이 희생됐잖아요.

◆이희수: 그러니까 그 사람들에 의해서 죽어갔던 무고한 아프간 시민들의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는 우리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 않습니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와 분노로 남아 있겠죠. 그래서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전쟁은 해서는 안 되는 거고 또 20년 전쟁 동안에 어떤 외세도 외세를 받아들일 국민이 지금 지구상에 누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전쟁을 기회로 이제 미국이 다른 지역에 개입하지 못하는 굉장히 좋은 교훈으로 삼을 수 있으면 그게 하나의 소득이죠.

◇주진우: 조 바이든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고 있겠죠?

◆이희수: 이제 개입해서 승리한 적이 없었으니까. 베트남에서도 이라크에서도 시리아에서도 예멘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정신이 있으면 안 들어가겠죠.

◇주진우: 정신이 있으면요? 그래도 전쟁은 계속될 것 같은데요?

◆이희수: 걱정입니다.

◇주진우: 이게 돈 때문에 그런 건가요?

◆이희수: 이제 사실 우리가 첨단산업이라는 기묘한 표현으로 하지만 첨단산업의 핵심이 군사시설이고 방위산업이지 않습니까? 그걸 50% 이상 미국이 주도하기 때문에 전쟁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걱정입니다.

◇주진우: 의식주 문제를 말씀하셔서 이 얘기를 물어야 될 것 같아요. 공항에서 떠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받는데 그 남아 있는 아프가니스탄 분들은 어떻게 견뎌야 될지. 지난 20년간 막대한 아프간에 대한 지원이 있었는데 그 지원은 어떻게 됐고요. 앞으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합니까?

◆이희수: 뚜껑을 열어보니까 그 아프가니스탄 정부라는 것은 껍데기였고 모든 군경들은 이제 다 부패해서 적이 쳐들어오는데 전쟁도 하지 않고 대통령이 도망가고 정부군이 항복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부정부패로 다 썩어빠진 독에 이제 돈을 쏟아부은 결과가 됐고요. 이제 앞으로는 국제사회가 대테러 전쟁을 했던 연대를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집중해야 하고요. 그래서 전후복구기금이나 경제원조를 하면서 인도주의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파탄된 아프가니스탄을 복원하는 것도 책임 있고 그 대신 그 정권을 책임지는 정권에게는 반드시 인권과 어떤 자유와 어떤 민주의 가치를 이룩해 나가도록 감시하면서 압박하면서 지원하는 연계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주진우: 먼 나라지만 우리하고 또 아프간과의 관계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한국을 도왔던 협력자들이 또 한국에 오셨어요. 또 잘 구출해냈죠. 그런데 구출해냈는데 너무 많이 구출했다고 또 비난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또 하나의 문제가 큰 문제가 난민 문제인데요. 이 난민 문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희수: 우리가 이웃이 어려움이 있어도 지원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또 우리도 직접 참전한 당사국으로서 우리 전쟁 때문에 일어난 난민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책임을 나누는 것은 국제 시민으로서 정당한 또 당연한 의무고요. 독일처럼 80만, 90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협력해서 한국을 좋아하고 새로운 생명의 기회로 삼았던 그 사람들은 따뜻하게 맞아줘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이게 성숙한 국민의 도의인 것 같고요. 물론 이제 우리끼리 살면 편하기는 하지만 우리끼리 살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어떤 글로벌 이슈에 동참하고 이제 국제사회 아픔에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고요. 이번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좋은 성숙된 예가 된 것 같습니다.

◇주진우: 이슬람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 혐오, 공포. 이런 게 있습니다. 이슬람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도 같은데요. 조경태 의원께서 "이슬람 문화권은 신정일치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하고 너무 다르다. 너무나 다르니까 이슬람 난민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보내야 된다." 이렇게 주장하시던데.

◆이희수: 공부 좀 더 하셔야겠네요. 지금 이슬람권 인구가 퓨리서치센터 통계로 19억이 조금 넘습니다. 이슬람 국가는 57개가 있고 UN 회원국 기준으로. 19억 57개국 지구촌 1/4을 언제까지 적대적 이해당사자로 만들어놓고 편견과 오류 속에 우리가 글로벌 전략을 얘기한다는 것은 허구는 아닐까요? 물론 IS와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을 궤멸하는 데는 앞장서야겠지만 서구와 협력, 공존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건강한 주류 공동체로 우리가 끌어안아야 합니다. 57개 이슬람 국가는 57개의 다양한 이슬람의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이걸 어떤 특정 일탈된 모습을 통해서 전체 세계를 일반화, 보편화하는 것이 소위 정치 지도자들이나 저는 지식인들이 안고 있는 어떤 한계고 오류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주진우: 난민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 이것도 좀 우리가 거둬들여야겠습니다. 9909님께서 "우리도 수십 년 외국에 지원을 받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자주정신으로 견뎌냈죠." 네, 극복해냈습니다. "아프간에도 이런 자주정신 이식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의견 주셨고요. 생각해 보니 올해가 9.11테러 20년이 된 해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많은 충격을 받았는데 미국인들한테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는 것도 의미를 줄 거고요.

◆이희수: 그런데 사실 저는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에너지 패권국이 됐고요. 중동 석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석유라는 절대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무분별하게 개입했지만 석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는 미국은 이제 달라진 거죠. 그런 면에서 이라크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 철수하고 시리아 내에서는 발을 빼는 이런 형태이기 때문에 보다 또 다른 문제 이제 미-중 간의 갈등이나 또 이란 핵 문제 같은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직접 개입하는 큰 중동 정책으로부터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 시대부터 방향을 바꾼 것 같습니다.

◇주진우: 이제는 그러면 국제사회 그렇게 전쟁 이런 데 개입하는 일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습니까?

◆이희수: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을 것 같고요. 현재 국내 여론이 굉장히 나쁘고 또 중앙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제 무분별하게 개입은 미국 국내 여론이 거의 돌아섰기 때문에.

◇주진우: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중동에서 테러 일어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중동의 자생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희수: 미국이 없으면 테러는 자연적으로 없어집니다.

◇주진우: 그래요?

◆이희수: 왜냐하면 주타깃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사람이 없으면 공격할 대상이 사라지지 않습니까? 이게 역설입니다.

◇주진우: 그런데 수니, 시아 이렇게 또 갈려서 싸우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이희수: 지금 수니, 시아 종파 갈등은 이제 구시대의 하나의 패러다임이고요. 지금은 이제 냉정한 국가 이익과 왕정 이익. 또 자기가 속해 있는 부족 가치가 훨씬 상위의 개념입니다. 어떤 바보 같은 나라도 이슬람의 종교적 이념을 위해서 종파적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그런 구도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주진우: 알겠습니다. 미국이 떠나면 테러는 사라집니까?

◆이희수: 더 안전해집니다. 테러는 줄어듭니다.

◇주진우: 알겠습니다. 아프간 국민들이 조금 평화 속에서 좀 안정되기를 빌어봅니다. 아프간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빵이 문제라고 합니다. 물이 문제라고 합니다. 어서 아프간에도 평화가 오기를 빕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희수: 감사합니다.

◇주진우: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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