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숙원사업]②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한 공무원들

입력 2021.09.01 (08:10) 수정 2021.09.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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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민 민원을 해결해 주는 주민숙원사업의 예산이 아무런 검증 없이 집행되면서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소식 어제 보도해드렸는데요.

일부 공무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의 허점을 악용해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청도군청과 인접한 범곡리의 한 야산입니다.

지난 2016년 청도군 공무원 네 명이 이 일대 토지 4천여 제곱미터를 매입했습니다.

매입 당시에는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맹지였는데, 1년 뒤 이곳에 도로가 건설됩니다.

알고 보니 이들 공무원이 해당 마을의 주민인 척 농산물 수송로가 필요하다며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한 겁니다.

[청도군 관계자/음성변조 : "(공무원들이) 맹지를 먼저 사고 나서, 주민숙원사업으로 (도로개설) 사업을 한거죠."]

맹지에 도로가 나면서 해당 공무원들 땅의 호가는 두 배 가량 올랐습니다.

주민을 위해 써야 할 주민숙원사업 예산이 공무원들의 땅값을 올려주는 데 이용된 겁니다.

올해 초 불거진 LH발 땅 투기 수법보다 더 쉽게 차익을 올릴 수 있는 방식입니다.

LH 사례 등 일반적인 투기 수법은 토지 개발계획을 미리 입수한 소수의 인원이 개발계획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노린다면, 이 방식은 아무 땅이나 매입한 뒤 주민숙원사업을 악용하면 지가상승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 : "LH 사건은 (공공개발) 계획이 있고, 그 계획에서 자기들의 이익을 쟁취한 거잖아요. 근데 이 공무원들 사례는 자기들이 계획을 만들고 이익을 쟁취한 것이기 때문에 훨씬 죄질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세금이 소수의 부동산 투기에 활용된 점은 큰 문제입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부동산을 취득한 다음에 공적인 자금을 동원해서 지가상승을 하는 거지 않습니까. 지자체 예산이 공직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주민숙원사업에 대해서 전면적인 조사 같은 게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검찰은 해당 공무원 4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 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을 악용해 땅 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주민숙원사업에 대한 당국의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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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숙원사업]②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한 공무원들
    • 입력 2021-09-01 08:10:07
    • 수정2021-09-01 09: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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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민 민원을 해결해 주는 주민숙원사업의 예산이 아무런 검증 없이 집행되면서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소식 어제 보도해드렸는데요.

일부 공무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의 허점을 악용해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청도군청과 인접한 범곡리의 한 야산입니다.

지난 2016년 청도군 공무원 네 명이 이 일대 토지 4천여 제곱미터를 매입했습니다.

매입 당시에는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맹지였는데, 1년 뒤 이곳에 도로가 건설됩니다.

알고 보니 이들 공무원이 해당 마을의 주민인 척 농산물 수송로가 필요하다며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한 겁니다.

[청도군 관계자/음성변조 : "(공무원들이) 맹지를 먼저 사고 나서, 주민숙원사업으로 (도로개설) 사업을 한거죠."]

맹지에 도로가 나면서 해당 공무원들 땅의 호가는 두 배 가량 올랐습니다.

주민을 위해 써야 할 주민숙원사업 예산이 공무원들의 땅값을 올려주는 데 이용된 겁니다.

올해 초 불거진 LH발 땅 투기 수법보다 더 쉽게 차익을 올릴 수 있는 방식입니다.

LH 사례 등 일반적인 투기 수법은 토지 개발계획을 미리 입수한 소수의 인원이 개발계획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노린다면, 이 방식은 아무 땅이나 매입한 뒤 주민숙원사업을 악용하면 지가상승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 : "LH 사건은 (공공개발) 계획이 있고, 그 계획에서 자기들의 이익을 쟁취한 거잖아요. 근데 이 공무원들 사례는 자기들이 계획을 만들고 이익을 쟁취한 것이기 때문에 훨씬 죄질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세금이 소수의 부동산 투기에 활용된 점은 큰 문제입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부동산을 취득한 다음에 공적인 자금을 동원해서 지가상승을 하는 거지 않습니까. 지자체 예산이 공직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주민숙원사업에 대해서 전면적인 조사 같은 게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검찰은 해당 공무원 4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 했습니다.

공무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을 악용해 땅 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주민숙원사업에 대한 당국의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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