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독일 총리 후보 3파전…기민당 장기 집권 끝나나

입력 2021.09.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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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이 9월 26일 치러집니다. 이번 총선이 주목받는 건 16년간 독일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이 결정되는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유력 후보는 세 사람입니다.

집권 기민당(CDU)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 기민-기사(CSU)당 연합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대표(지금 재무장관이기도 합니다), 녹색당 안나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가 3파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각책임제인 독일은 다수당에서 총리를 배출합니다. 올해 초만 해도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해 라셰트가 메르켈 총리의 후임이 될 것으로 유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녹색당이 치고 올라오며 41세의 베어보크가 연속 여성 총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사민당의 지지율이 높아져 어느덧 두 당을 밀어냈고, 이제는 숄츠의 총리실 입성 가능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최근 3년간 주요 정당 지지율 그래프. 검정색이 기민-기사당 연합, 빨간색이 사민당, 녹색이 녹색당이다. (출처=ntv 웹페이지 갈무리)최근 3년간 주요 정당 지지율 그래프. 검정색이 기민-기사당 연합, 빨간색이 사민당, 녹색이 녹색당이다. (출처=ntv 웹페이지 갈무리)

■ 수해 현장 '파안대소' 악재로 지지율 계속 하락 CDU-라셰트

한 번의 실수가 지지율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동안 라셰트에 대한 지지도는 메르켈의 후광 효과로 설명됐습니다. 유럽 내에서 손꼽히는 방역으로 코로나 사태를 잘 방어했던 지난해 중순 CDU의 지지율은 40%에 달했습니다. 올해 2월에도 37%로 9월 총선에서 제1당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녹색당의 약진으로 주춤했지만, 다시 지지율을 높이며 7월엔 30%를 회복했지만, 그때부터 지지율이 급전직하했습니다.

독일 서부 지역에 폭우로 수백 명이 죽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난 현장에서 라셰트가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보도된 직후부터였습니다.

당시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수재민들을 위로하는 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아르민 라셰트 CDU 총리 후보자. 지난 7월 독일 서부 지역 집중 호우 현장에서 파안대소하는 모습.아르민 라셰트 CDU 총리 후보자. 지난 7월 독일 서부 지역 집중 호우 현장에서 파안대소하는 모습.

이 때문에 독일 RTL/ntv 방송이 실시한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최근 3년간 최저인 21%로 떨어졌습니다. 한때 30%까지 올랐던 라셰트 개인에 후보 선호도도 11%로 떨어졌습니다. 빅3 가운데 꼴찌입니다.

■ 연속 여성 총리 가능할까…잦아드는 돌풍 녹색당-베어보크

맨 위 그래프에서 보듯 올해 초까지 녹색당은 20% 안팎의 지지율로 기민-기사당 연합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뒤 갑자기 지지율이 높아지며 한때 지지율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는데요, 당 공동대표인 만 41세 여성 안나레나 베어보크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는 시점입니다.

총리 후보자 발표 다음 날 녹색당의 지지율은 28%로 정점을 찍고, 지지율 1위로 올라섰습니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참신함, 그리고 녹색당의 기후 정책에 공감하는 독일 시민들이 보낸 지지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녹색당의 지지율은 그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보수적 유권자들이 결집했다는 분석과 함께 '후보자 리스크'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독일 녹색당의 총리 후보자 안나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독일 녹색당의 총리 후보자 안나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

베어보크는 당에서 보너스 25,000유로(약 3,420만 원 )를 받고도 이를 의회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표절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자신의 총리 후보 출사표 격인 <지금: 우리는 어떻게 우리 나라를 새롭게 할 수 있나>라는 책을 냈는데, 29곳에서 요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과 위르겐 트리틴 전 환경장관 등을 비롯해 모두 16명의 공개 발언이나 글을 인용 출처 없이 사용했다는 겁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은 최고 지지율일 때보다 10%나 빠진 18%의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베어보크 본인도 한때 후보 선호도 1위였다 최근 조사에선 12%로 2위에 머물렀습니다.

■ 3등에서 1등으로 상대방 실책에 어부지리 SPD-숄츠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은 통일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빌리 브란트 총리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끝(2005년)으로 기민-기사당 연합에 정권을 내줬고, 이때부터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7년 선거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에 이어 제2당이 됐고, 대연정에 참여했습니다. 사민당의 총리 후보자 숄츠는 현 독일 정부의 재무장관입니다.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

숄츠는 지난해 8월 일찌감치 후보로 지명됐지만 라셰트와 베어보크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습니다.

당의 지지율도 10% 중반에서 맴돌고 있어, 사민당이 제1당이 돼 숄츠가 총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 달 전 여론조사에서 15%에 불과했던 지지율은 23%로 8%나 뛰어올랐습니다. 10% 초반이던 후보 선호도에서도 숄츠는 29%로 압도적 1위입니다.

숄츠는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에서도 기업 친화적이고 중도적 성향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무장관으로서 엄격한 균형재정 지지자이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과감하게 돈줄을 풀어 대중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사민당과 숄츠의 지지율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상대 당과 후보들의 '헛발질'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8월 29일 세 유력 후보는 3자 TV 토론을 벌였습니다.
기후 문제와 조세 정책 등에 대해 공방이 오고 갔는데요, 토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총리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숄츠가 47%, 라셰트 24%, 베어보크 20%의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아직 총선이 한 달 가까이 남은 상황이어서 현재의 여론조사만 가지고 섣불리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추세로 본다면 기민-기사당 연합이 다시 제1당이 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여전히 70%가 넘는 국정 수행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당과 총리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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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독일 총리 후보 3파전…기민당 장기 집권 끝나나
    • 입력 2021-09-01 10:55:05
    특파원 리포트

독일 총선이 9월 26일 치러집니다. 이번 총선이 주목받는 건 16년간 독일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이 결정되는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유력 후보는 세 사람입니다.

집권 기민당(CDU)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 기민-기사(CSU)당 연합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대표(지금 재무장관이기도 합니다), 녹색당 안나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가 3파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각책임제인 독일은 다수당에서 총리를 배출합니다. 올해 초만 해도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해 라셰트가 메르켈 총리의 후임이 될 것으로 유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녹색당이 치고 올라오며 41세의 베어보크가 연속 여성 총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사민당의 지지율이 높아져 어느덧 두 당을 밀어냈고, 이제는 숄츠의 총리실 입성 가능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최근 3년간 주요 정당 지지율 그래프. 검정색이 기민-기사당 연합, 빨간색이 사민당, 녹색이 녹색당이다. (출처=ntv 웹페이지 갈무리)
■ 수해 현장 '파안대소' 악재로 지지율 계속 하락 CDU-라셰트

한 번의 실수가 지지율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동안 라셰트에 대한 지지도는 메르켈의 후광 효과로 설명됐습니다. 유럽 내에서 손꼽히는 방역으로 코로나 사태를 잘 방어했던 지난해 중순 CDU의 지지율은 40%에 달했습니다. 올해 2월에도 37%로 9월 총선에서 제1당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녹색당의 약진으로 주춤했지만, 다시 지지율을 높이며 7월엔 30%를 회복했지만, 그때부터 지지율이 급전직하했습니다.

독일 서부 지역에 폭우로 수백 명이 죽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난 현장에서 라셰트가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보도된 직후부터였습니다.

당시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수재민들을 위로하는 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아르민 라셰트 CDU 총리 후보자. 지난 7월 독일 서부 지역 집중 호우 현장에서 파안대소하는 모습.
이 때문에 독일 RTL/ntv 방송이 실시한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최근 3년간 최저인 21%로 떨어졌습니다. 한때 30%까지 올랐던 라셰트 개인에 후보 선호도도 11%로 떨어졌습니다. 빅3 가운데 꼴찌입니다.

■ 연속 여성 총리 가능할까…잦아드는 돌풍 녹색당-베어보크

맨 위 그래프에서 보듯 올해 초까지 녹색당은 20% 안팎의 지지율로 기민-기사당 연합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뒤 갑자기 지지율이 높아지며 한때 지지율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는데요, 당 공동대표인 만 41세 여성 안나레나 베어보크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는 시점입니다.

총리 후보자 발표 다음 날 녹색당의 지지율은 28%로 정점을 찍고, 지지율 1위로 올라섰습니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참신함, 그리고 녹색당의 기후 정책에 공감하는 독일 시민들이 보낸 지지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녹색당의 지지율은 그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보수적 유권자들이 결집했다는 분석과 함께 '후보자 리스크'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독일 녹색당의 총리 후보자 안나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
베어보크는 당에서 보너스 25,000유로(약 3,420만 원 )를 받고도 이를 의회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표절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자신의 총리 후보 출사표 격인 <지금: 우리는 어떻게 우리 나라를 새롭게 할 수 있나>라는 책을 냈는데, 29곳에서 요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과 위르겐 트리틴 전 환경장관 등을 비롯해 모두 16명의 공개 발언이나 글을 인용 출처 없이 사용했다는 겁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은 최고 지지율일 때보다 10%나 빠진 18%의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베어보크 본인도 한때 후보 선호도 1위였다 최근 조사에선 12%로 2위에 머물렀습니다.

■ 3등에서 1등으로 상대방 실책에 어부지리 SPD-숄츠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은 통일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빌리 브란트 총리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끝(2005년)으로 기민-기사당 연합에 정권을 내줬고, 이때부터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7년 선거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에 이어 제2당이 됐고, 대연정에 참여했습니다. 사민당의 총리 후보자 숄츠는 현 독일 정부의 재무장관입니다.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
숄츠는 지난해 8월 일찌감치 후보로 지명됐지만 라셰트와 베어보크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습니다.

당의 지지율도 10% 중반에서 맴돌고 있어, 사민당이 제1당이 돼 숄츠가 총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 달 전 여론조사에서 15%에 불과했던 지지율은 23%로 8%나 뛰어올랐습니다. 10% 초반이던 후보 선호도에서도 숄츠는 29%로 압도적 1위입니다.

숄츠는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에서도 기업 친화적이고 중도적 성향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무장관으로서 엄격한 균형재정 지지자이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과감하게 돈줄을 풀어 대중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사민당과 숄츠의 지지율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상대 당과 후보들의 '헛발질'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8월 29일 세 유력 후보는 3자 TV 토론을 벌였습니다.
기후 문제와 조세 정책 등에 대해 공방이 오고 갔는데요, 토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총리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숄츠가 47%, 라셰트 24%, 베어보크 20%의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아직 총선이 한 달 가까이 남은 상황이어서 현재의 여론조사만 가지고 섣불리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추세로 본다면 기민-기사당 연합이 다시 제1당이 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여전히 70%가 넘는 국정 수행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당과 총리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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