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에 화재까지…‘낙뢰’ 대피는 ‘낮은 곳’·‘차 안’으로

입력 2021.09.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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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예상하지 못한 일을 당했을 때 '날벼락'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만큼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2019년 전국 낙뢰 횟수는 6만 5천 차례, 2013년에는 22만 6천 차례가 감지됐습니다. 정체전선과 대기 불안정, 한랭전선에 따라 낙뢰의 횟수가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날씨에 따라 낙뢰에 맞을 확률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 낙뢰 맞아 숨지고, 불 나고…잇단 '날벼락'

지난달 25일, 경남 통영시 해상에서 낙뢰를 맞고 쓰러진 30대 남성에게 해경이 응급처치하는 모습./통영해경/지난달 25일, 경남 통영시 해상에서 낙뢰를 맞고 쓰러진 30대 남성에게 해경이 응급처치하는 모습./통영해경/

경남에서는 최근 날벼락 같은 일이 잇따랐습니다. 지난달 25일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30대 선원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이 남성은 갈고리가 달린 긴 막대기로 어장 부이를 잡으려던 순간, 낙뢰를 맞아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시 바다에는 태풍이 물러간 뒤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선장의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은 이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습니다.치료를 받던 이 남성은 결국 숨졌다고 통영해경은 밝혔습니다.

지난달 24일 새벽, 낙뢰로 추정되는 불이 난 경남 김해시의 한 농막.지난달 24일 새벽, 낙뢰로 추정되는 불이 난 경남 김해시의 한 농막.

낙뢰로 추정되는 불도 났습니다. 태풍 '오마이스'가 경남을 관통한 지난달 24일 새벽 경남 김해에서는 낙뢰로 추정되는 불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과수원 농막 99㎡가 탔습니다.

다행히 주인이 농막을 비워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당시 김해지역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많은 낙뢰가 떨어졌습니다. 마을 주민 허경회씨는 "농막이 탁 트인 높은 지대에 있는 데다, 철제로 이뤄진 건물 구조가 낙뢰가 떨어진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태풍 '오마이스'가 북상한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경남에서는 낙뢰로 인해 변압기 8대가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 태풍 오마이스 북상한 날, 한 달 치 낙뢰 쏟아져…"특보는 어려워"

지난달 24일 새벽, 태풍 ‘오마이스’ 당시 경남지역 낙뢰 상황.지난달 24일 새벽, 태풍 ‘오마이스’ 당시 경남지역 낙뢰 상황.

태풍 '오마이스'가 내륙을 지나는 1시간 동안 대기 불안정으로 전국에는 3천600여 차례가 넘는 낙뢰가 감지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의 낙뢰 횟수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한 달 치 낙뢰가 단 한 시간 만에 내리친 겁니다.

지난해 전국 낙뢰 횟수는 8만 2천여 차례로 여름철에 73.4%가 집중됐습니다. 특히 8월에는 3만 5천 차례의 낙뢰가 떨어져 지난해 전체 낙뢰횟수의 43%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전국 월별 낙뢰 횟수(낙뢰연보)지난해 전국 월별 낙뢰 횟수(낙뢰연보)

기상청은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주의보와 경보 같은 '특보'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낙뢰주의보'나 '낙뢰경보'는 없습니다.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기상청에서는 낙뢰 특보를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점이라든가, 발생이라든가 순간 순간적으로 예측성이 어려워서 특보까지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예보되면 행동 요령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낙뢰 맞으면 80%는 숨져…빨리 대피해야!"

한국전기연구원이 내놓은 낙뢰안전가이드북을 보면 낙뢰 전압은 가정에서 쓰는 220V의 약 50만 배인 1억 볼트가 넘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낙뢰를 맞으면 80% 정도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중상자의 일부는 수면장애와 정신적 기능장애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낙뢰가 떨어질 경우 빨리 대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물 안이 비교적 안전하지만, 피뢰설비가 없는 경우에는 배관과 욕실 설비에 전기가 흐를 수 있어 샤워나 목욕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 안도 낙뢰의 안전한 대피소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차 안으로 대피하더라도 금속으로 된 부품을 만져서는 안 됩니다.

출처:한국전기연구원출처:한국전기연구원

낙뢰를 피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 낮은 장소를 찾은 뒤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낙뢰는 가장 빠른 경로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어, 낮은 곳보다 높은 곳에서 낙뢰를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낙뢰가 떨어질 때 우산이나 등산용 지팡이 같은 길고 뾰족한 물건을 들고 있으면 매우 위험합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낙뢰로 인한 사상자는 46명에 이릅니다. 갑자기 내리친 낙뢰 상황에서 예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벼락을 맞을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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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에 화재까지…‘낙뢰’ 대피는 ‘낮은 곳’·‘차 안’으로
    • 입력 2021-09-01 15:04:28
    취재K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예상하지 못한 일을 당했을 때 '날벼락'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만큼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2019년 전국 낙뢰 횟수는 6만 5천 차례, 2013년에는 22만 6천 차례가 감지됐습니다. 정체전선과 대기 불안정, 한랭전선에 따라 낙뢰의 횟수가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날씨에 따라 낙뢰에 맞을 확률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 낙뢰 맞아 숨지고, 불 나고…잇단 '날벼락'

지난달 25일, 경남 통영시 해상에서 낙뢰를 맞고 쓰러진 30대 남성에게 해경이 응급처치하는 모습./통영해경/
경남에서는 최근 날벼락 같은 일이 잇따랐습니다. 지난달 25일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30대 선원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이 남성은 갈고리가 달린 긴 막대기로 어장 부이를 잡으려던 순간, 낙뢰를 맞아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시 바다에는 태풍이 물러간 뒤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선장의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은 이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습니다.치료를 받던 이 남성은 결국 숨졌다고 통영해경은 밝혔습니다.

지난달 24일 새벽, 낙뢰로 추정되는 불이 난 경남 김해시의 한 농막.
낙뢰로 추정되는 불도 났습니다. 태풍 '오마이스'가 경남을 관통한 지난달 24일 새벽 경남 김해에서는 낙뢰로 추정되는 불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과수원 농막 99㎡가 탔습니다.

다행히 주인이 농막을 비워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당시 김해지역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많은 낙뢰가 떨어졌습니다. 마을 주민 허경회씨는 "농막이 탁 트인 높은 지대에 있는 데다, 철제로 이뤄진 건물 구조가 낙뢰가 떨어진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태풍 '오마이스'가 북상한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경남에서는 낙뢰로 인해 변압기 8대가 파손되기도 했습니다.

■ 태풍 오마이스 북상한 날, 한 달 치 낙뢰 쏟아져…"특보는 어려워"

지난달 24일 새벽, 태풍 ‘오마이스’ 당시 경남지역 낙뢰 상황.
태풍 '오마이스'가 내륙을 지나는 1시간 동안 대기 불안정으로 전국에는 3천600여 차례가 넘는 낙뢰가 감지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의 낙뢰 횟수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한 달 치 낙뢰가 단 한 시간 만에 내리친 겁니다.

지난해 전국 낙뢰 횟수는 8만 2천여 차례로 여름철에 73.4%가 집중됐습니다. 특히 8월에는 3만 5천 차례의 낙뢰가 떨어져 지난해 전체 낙뢰횟수의 43%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전국 월별 낙뢰 횟수(낙뢰연보)
기상청은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주의보와 경보 같은 '특보'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낙뢰주의보'나 '낙뢰경보'는 없습니다.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기상청에서는 낙뢰 특보를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점이라든가, 발생이라든가 순간 순간적으로 예측성이 어려워서 특보까지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예보되면 행동 요령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낙뢰 맞으면 80%는 숨져…빨리 대피해야!"

한국전기연구원이 내놓은 낙뢰안전가이드북을 보면 낙뢰 전압은 가정에서 쓰는 220V의 약 50만 배인 1억 볼트가 넘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낙뢰를 맞으면 80% 정도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중상자의 일부는 수면장애와 정신적 기능장애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낙뢰가 떨어질 경우 빨리 대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물 안이 비교적 안전하지만, 피뢰설비가 없는 경우에는 배관과 욕실 설비에 전기가 흐를 수 있어 샤워나 목욕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 안도 낙뢰의 안전한 대피소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차 안으로 대피하더라도 금속으로 된 부품을 만져서는 안 됩니다.

출처:한국전기연구원
낙뢰를 피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 낮은 장소를 찾은 뒤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낙뢰는 가장 빠른 경로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어, 낮은 곳보다 높은 곳에서 낙뢰를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낙뢰가 떨어질 때 우산이나 등산용 지팡이 같은 길고 뾰족한 물건을 들고 있으면 매우 위험합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낙뢰로 인한 사상자는 46명에 이릅니다. 갑자기 내리친 낙뢰 상황에서 예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벼락을 맞을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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