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에 다시 등장한 ‘부동산거래분석원’…빅브라더 우려 잠재울까

입력 2021.09.01 (15:39) 수정 2021.09.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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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LH 사태 이후 필요성 대두…정부여당 재추진
개인 거래 정보수집 '빅브라더' 우려도
상임위 상정…"국회 보고절차로 남용 방지"


지난 2월 4일, 정부는 대도시권에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2·4대책', 다른 말로 '3080+' 라고 명명된 이 대책은 서울에 30만 가구·전국에 80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26만 호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주목받았습니다. 후속조치로 같은 달 택지 일부가 공개됐는데, 이때 나온 곳이 6번째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이었습니다.

그런데 발표 이후,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한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부동산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됐습니다.

■ 'LH 직원 투기'에 다시 힘 받은 '부동산거래분석원'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은 말 그대로 부동산 거래 전반을 상시 감독하는 정부 기구입니다. 설치 논의 자체는 지난해 중순부터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고, 정부는 즉각 설치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같은 해 9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발언입니다.

"시장 교란행위 대응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시스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의 불법행위 대응반 인력으로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불법행위 등에 대응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2020년 9월 2일,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발언 중)

지난해 9월 부동산시장 점검회의 주재하는 홍남기 부총리 (출처: 연합뉴스)지난해 9월 부동산시장 점검회의 주재하는 홍남기 부총리 (출처: 연합뉴스)

국토부와 국세청·검찰·경찰·금감원 등 7개 기관의 13명으로 구성된 임시조직(TF)인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 개편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일단 국회 논의를 거쳐야 정부 기구로 탄생할 수 있는데, 당연히 설치에 필요한 '법적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여당에서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구성과 기능을 담은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 산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야당을 중심으로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정부가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른바 '빅브라더' 우려와 함께 지나친 간섭으로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논의는 한동안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국회 상임위 상정…여야 국회 논의 '첫발'

결국, 앞서 소개했던 LH 투기 사태는 이렇게 잠잠했던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은 셈입니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근거를 담은 법률 개정안(조응천 의원 대표 발의)이 오늘(1일) 국회 상임위에 상정됐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자금조달 과정에서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행정기관에 요청할 수 있고 행정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합니다. 신고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 진실성이 의심돼 확인이 필요하다면 금융회사에 제공을 요청할 수도 있고 금융회사들도 역시 응해야 합니다.

형사사건 수사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분석원은 경찰청이나 국세청·금감원 등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투기목적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토지에 대해선 금융회사 등이 담보대출에 대해 부동산거래분석원에 통보해야 합니다.

만약, 미공개 개발 정보를 누설하거나 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행위, 시세 조작 목적으로 공모를 통해 계약을 하는 행위 등이 조사를 통해 밝혀진다면 몰수나 추징도 가능합니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출석한 노형욱 국토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출석한 노형욱 국토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

■ 빅브라더 우려에…국토부 "국회 보고로 남용 방지"

정부는 불필요한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 체계를 감안했을 때 투명한 시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방지 장치를 법안에 명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38조 (자료 제공의 요청)
⑨ 부동산거래분석원장은 제2항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및 신용정보의 제공요청 및 제공 현황을 매년 정기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수집한 정보와 제공한 정보를 정기국회에 보고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제도를 남용할 수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국회 국토위 내 소위에서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데, 의견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개정안 도입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집은 투기 대상이나 자산 증식 수단이 아닌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단지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 공간일 뿐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생활의 안식처인 것입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부동산 불패'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합니다. '빅브라더' 우려를 잠재우고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온전한 '감독기구'가 세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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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투기에 다시 등장한 ‘부동산거래분석원’…빅브라더 우려 잠재울까
    • 입력 2021-09-01 15:39:40
    • 수정2021-09-01 16:17:52
    취재K
LH 사태 이후 필요성 대두…정부여당 재추진<br />개인 거래 정보수집 '빅브라더' 우려도<br />상임위 상정…"국회 보고절차로 남용 방지"

지난 2월 4일, 정부는 대도시권에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2·4대책', 다른 말로 '3080+' 라고 명명된 이 대책은 서울에 30만 가구·전국에 80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26만 호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주목받았습니다. 후속조치로 같은 달 택지 일부가 공개됐는데, 이때 나온 곳이 6번째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이었습니다.

그런데 발표 이후,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한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부동산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됐습니다.

■ 'LH 직원 투기'에 다시 힘 받은 '부동산거래분석원'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은 말 그대로 부동산 거래 전반을 상시 감독하는 정부 기구입니다. 설치 논의 자체는 지난해 중순부터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고, 정부는 즉각 설치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같은 해 9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발언입니다.

"시장 교란행위 대응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시스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의 불법행위 대응반 인력으로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불법행위 등에 대응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2020년 9월 2일,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발언 중)

지난해 9월 부동산시장 점검회의 주재하는 홍남기 부총리 (출처: 연합뉴스)
국토부와 국세청·검찰·경찰·금감원 등 7개 기관의 13명으로 구성된 임시조직(TF)인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 개편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일단 국회 논의를 거쳐야 정부 기구로 탄생할 수 있는데, 당연히 설치에 필요한 '법적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여당에서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구성과 기능을 담은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 산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야당을 중심으로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정부가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른바 '빅브라더' 우려와 함께 지나친 간섭으로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논의는 한동안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국회 상임위 상정…여야 국회 논의 '첫발'

결국, 앞서 소개했던 LH 투기 사태는 이렇게 잠잠했던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은 셈입니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근거를 담은 법률 개정안(조응천 의원 대표 발의)이 오늘(1일) 국회 상임위에 상정됐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자금조달 과정에서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행정기관에 요청할 수 있고 행정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합니다. 신고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 진실성이 의심돼 확인이 필요하다면 금융회사에 제공을 요청할 수도 있고 금융회사들도 역시 응해야 합니다.

형사사건 수사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분석원은 경찰청이나 국세청·금감원 등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투기목적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토지에 대해선 금융회사 등이 담보대출에 대해 부동산거래분석원에 통보해야 합니다.

만약, 미공개 개발 정보를 누설하거나 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행위, 시세 조작 목적으로 공모를 통해 계약을 하는 행위 등이 조사를 통해 밝혀진다면 몰수나 추징도 가능합니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출석한 노형욱 국토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
■ 빅브라더 우려에…국토부 "국회 보고로 남용 방지"

정부는 불필요한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 체계를 감안했을 때 투명한 시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방지 장치를 법안에 명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38조 (자료 제공의 요청)
⑨ 부동산거래분석원장은 제2항에 따른 금융거래정보 및 신용정보의 제공요청 및 제공 현황을 매년 정기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수집한 정보와 제공한 정보를 정기국회에 보고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제도를 남용할 수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국회 국토위 내 소위에서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데, 의견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개정안 도입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집은 투기 대상이나 자산 증식 수단이 아닌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단지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 공간일 뿐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생활의 안식처인 것입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부동산 불패'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합니다. '빅브라더' 우려를 잠재우고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온전한 '감독기구'가 세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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