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금이 새고 있다]③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한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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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세금 1조 원이 검증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막대한 세금이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지, KBS가 연속해서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세 번째 시간입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1/09/02/kn103541630460436288.jpg)
■ 공무원들의 수상한 토지 매입
공무원이 맹지를 샀다.→ 1년 뒤, 땅에 도로가 생겼다. → 땅 호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이건 우연한 일일까요? 계획된 일일까요?
청도군 범곡리의 한 야산. 지난 2016년, 청도군 공무원 네 명이 이곳의 땅 4천여 제곱미터를 매입했습니다. 토지 가격은 제곱미터당 약 40만 원, 총 4억 원 정도였습니다.
매입 당시 이 토지는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맹지였습니다. 그런데 1년 뒤, 이곳에 갑자기 도로가 건설됩니다. 알고 보니 이들 공무원이 해당 마을의 주민인 척, 농산물 수송도로가 필요하다며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한 겁니다.
![마을 야산을 가로지르며 난 도로, 공무원 네 명이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해 건설됐다.](/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448786.jpg)
청도군은 사업 예산을 집행하면서, 토지 주인이 공무원인지 아닌지, 또 실제 농사를 지으려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말씀드렸듯이 주민숙원사업은 대부분 검증을 안 합니다.
청도군 관계자 "공무원들이 맹지를 먼저 사고 나서,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했죠. 주민숙원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저희는 무조건 해드리거든요." |
맹지에 도로가 나면서 이 땅의 호가는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정말 농사지으려고 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땅을 팔려다 경찰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습니다.
공무원들이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했다는얘기가 됩니다. 마을 주민을 위해 써야 할 주민숙원사업 예산이 공무원들의 땅값을 올려주는 데 이용된 겁니다.
■ LH 투기보다 돈 벌기 더 쉽다!
이번 투기 수법으로 어떤 공무원들은 LH 투기보다 더 간단히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LH 사례 등 일반적인 투기 수법은 신도시 개발, 철도 계획 등 '미공개 토지 개발계획'을 소수의 인원이 미리 입수해 개발계획에 편승한 겁니다. 일단 미공개 토지 개발계획을 알아야 하는데, 쉽지 않죠.
![소수의 관계자가 미공개 개발 정보를 취득해 토지를 매입하는 투기 방식.](/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676567.jpg)
그런데 주민숙원사업 투기는 그냥 아무 땅이나 사도 됩니다. 아무 땅이나 산 뒤, 그 마을 주민인 척 '농사짓게 도로를 내주세요', '경운기 지나가게 도로 좀 넓혀주세요.' 하고 주민숙원사업 신청하면 되거든요.
![공무원이 아무 땅이나 산 뒤 ‘주민숙원사업’을 이용하는 투기 방식](/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746632.jpg)
공무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의 허점을 악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건데, 이러한 적발이 공개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주민숙원사업은 수십 년 전부터 이뤄졌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기를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주민숙원사업 예산은 지방의원 쌈짓돈?
최근 구미시 A 의원과 경북도의회 B 의원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지자 땅'에 하천 정비공사를 해달라며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A 의원, B 의원이 이 예산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거죠. 계획대로 하천 정비 공사가 진행됐다면, 이번에도 지가 상승이 이뤄졌을 겁니다.
구미시 C의원 역시, 최근 지지자 땅 주변 도로를 3미터에서 6미터로 확장시키려다 발각됐습니다. 3 미터 도로에선 주택만 지을 수 있는데, 6미터로 확장하면 전원주택 단지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두 사례 모두 별도의 검증 과정이 없었던 탓에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북 구미시의 공터. 지방의원들이 세금으로 지지자 소유 땅에 하천 정비 공사 해주려다 경찰에 적발](/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854641.jpg)
현재 지방의원들은 주민숙원사업 명목으로 매년 일정규모 이상의 재량사업비를 받고 있는데, 이 예산은 거의 의원 맘대로 쓰여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예산이 지급되는지, 이 돈이 어디에 쓰여졌는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감시가 안된다는 뜻입니다.
조근래/ 구미 경실련 사무국장 "시의원 선거 운동을 도와준 사람들의 개별 민원입니다. 지지자들의 민원을 위해서 예산을 쓴다는 건 도둑질을 한 거죠" |
■ 당신 세금이 공무원 투기 자금으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예산 감시 전문가들에게 문의해봤습니다.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LH 투기보다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 "LH 직원들은 이미 만들어진 개발 계획이 있고, 그 계획 위에 편승을 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 공무원들은 자기들이 계획을 만들었잖아요. LH는 편승한 거고, 이거는 자기들이 계획했기 때문에 죄질이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LH 투기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며 전수 조사를 제안했다.](/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997668.jpg)
범죄에 가담한 정도가 아니라 범죄를 기획했기 때문에 더 죄질이 나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이 소수의 사익을 위한 부동산 투기에 활용됐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공적인 예산을 동원해서 공무원들 지가를 상승시킨 거지 않습니까. 자치단체 예산이 공직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거죠." |
■ '세금 도둑 잡아라!'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례가 청도군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면서, 전국 지자체의 주민숙원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주민숙원사업이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감사원이나 공무원과 관련한 주민숙원사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조사를 해야 합니다." |
4편에서는 그동안 주민숙원사업이 '왜'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분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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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세금이 새고 있다]③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한 공무원들
-
- 입력 2021-09-02 07:00:09
- 수정2021-09-02 09:31:15
![](/data/fckeditor/new/image/2021/09/02/kn103541630460436288.jpg)
■ 공무원들의 수상한 토지 매입
공무원이 맹지를 샀다.→ 1년 뒤, 땅에 도로가 생겼다. → 땅 호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이건 우연한 일일까요? 계획된 일일까요?
청도군 범곡리의 한 야산. 지난 2016년, 청도군 공무원 네 명이 이곳의 땅 4천여 제곱미터를 매입했습니다. 토지 가격은 제곱미터당 약 40만 원, 총 4억 원 정도였습니다.
매입 당시 이 토지는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맹지였습니다. 그런데 1년 뒤, 이곳에 갑자기 도로가 건설됩니다. 알고 보니 이들 공무원이 해당 마을의 주민인 척, 농산물 수송도로가 필요하다며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한 겁니다.
![마을 야산을 가로지르며 난 도로, 공무원 네 명이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해 건설됐다.](/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448786.jpg)
청도군은 사업 예산을 집행하면서, 토지 주인이 공무원인지 아닌지, 또 실제 농사를 지으려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앞선 기사에서 말씀드렸듯이 주민숙원사업은 대부분 검증을 안 합니다.
청도군 관계자 "공무원들이 맹지를 먼저 사고 나서,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했죠. 주민숙원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저희는 무조건 해드리거든요." |
맹지에 도로가 나면서 이 땅의 호가는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정말 농사지으려고 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땅을 팔려다 경찰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습니다.
공무원들이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했다는얘기가 됩니다. 마을 주민을 위해 써야 할 주민숙원사업 예산이 공무원들의 땅값을 올려주는 데 이용된 겁니다.
■ LH 투기보다 돈 벌기 더 쉽다!
이번 투기 수법으로 어떤 공무원들은 LH 투기보다 더 간단히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LH 사례 등 일반적인 투기 수법은 신도시 개발, 철도 계획 등 '미공개 토지 개발계획'을 소수의 인원이 미리 입수해 개발계획에 편승한 겁니다. 일단 미공개 토지 개발계획을 알아야 하는데, 쉽지 않죠.
![소수의 관계자가 미공개 개발 정보를 취득해 토지를 매입하는 투기 방식.](/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676567.jpg)
그런데 주민숙원사업 투기는 그냥 아무 땅이나 사도 됩니다. 아무 땅이나 산 뒤, 그 마을 주민인 척 '농사짓게 도로를 내주세요', '경운기 지나가게 도로 좀 넓혀주세요.' 하고 주민숙원사업 신청하면 되거든요.
![공무원이 아무 땅이나 산 뒤 ‘주민숙원사업’을 이용하는 투기 방식](/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746632.jpg)
공무원들이 주민숙원사업의 허점을 악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건데, 이러한 적발이 공개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주민숙원사업은 수십 년 전부터 이뤄졌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기를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주민숙원사업 예산은 지방의원 쌈짓돈?
최근 구미시 A 의원과 경북도의회 B 의원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지자 땅'에 하천 정비공사를 해달라며 주민숙원사업을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A 의원, B 의원이 이 예산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거죠. 계획대로 하천 정비 공사가 진행됐다면, 이번에도 지가 상승이 이뤄졌을 겁니다.
구미시 C의원 역시, 최근 지지자 땅 주변 도로를 3미터에서 6미터로 확장시키려다 발각됐습니다. 3 미터 도로에선 주택만 지을 수 있는데, 6미터로 확장하면 전원주택 단지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두 사례 모두 별도의 검증 과정이 없었던 탓에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북 구미시의 공터. 지방의원들이 세금으로 지지자 소유 땅에 하천 정비 공사 해주려다 경찰에 적발](/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854641.jpg)
현재 지방의원들은 주민숙원사업 명목으로 매년 일정규모 이상의 재량사업비를 받고 있는데, 이 예산은 거의 의원 맘대로 쓰여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예산이 지급되는지, 이 돈이 어디에 쓰여졌는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감시가 안된다는 뜻입니다.
조근래/ 구미 경실련 사무국장 "시의원 선거 운동을 도와준 사람들의 개별 민원입니다. 지지자들의 민원을 위해서 예산을 쓴다는 건 도둑질을 한 거죠" |
■ 당신 세금이 공무원 투기 자금으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예산 감시 전문가들에게 문의해봤습니다.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LH 투기보다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 "LH 직원들은 이미 만들어진 개발 계획이 있고, 그 계획 위에 편승을 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 공무원들은 자기들이 계획을 만들었잖아요. LH는 편승한 거고, 이거는 자기들이 계획했기 때문에 죄질이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LH 투기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며 전수 조사를 제안했다.](/data/fckeditor/new/image/2021/09/02/320201630458997668.jpg)
범죄에 가담한 정도가 아니라 범죄를 기획했기 때문에 더 죄질이 나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이 소수의 사익을 위한 부동산 투기에 활용됐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공적인 예산을 동원해서 공무원들 지가를 상승시킨 거지 않습니까. 자치단체 예산이 공직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거죠." |
■ '세금 도둑 잡아라!'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례가 청도군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면서, 전국 지자체의 주민숙원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주민숙원사업이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나 감사원이나 공무원과 관련한 주민숙원사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조사를 해야 합니다." |
4편에서는 그동안 주민숙원사업이 '왜'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분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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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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