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7일 시행…반대 시위·비판 잇따라

입력 2021.09.02 (11:28) 수정 2021.09.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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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안 돼" "비트코인 반대"

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의 의사당 앞에 3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였습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피켓을 들거나 옷을 입고 법안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시위대가 막고자 하는 건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법안입니다. 오는 7일부터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은 법률상 통용력과 지불 능력이 주어진 화폐가 될 예정입니다.

엘살바도르에 설치된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엘살바도르에 설치된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

■ 엘살바도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법정통화로 인정

미국 달러가 공용 통화인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달러와 더불어 비트코인도 법정통화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주도 아래 속전속결로 법안이 처리됐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미국 등 해외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훨씬 저렴하고 편리해지며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70%가 기존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할 정도로 송금 의존도가 높습니다.

정부는 비트코인 법정통화 정착을 위해 전국 곳곳에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자동입출금기(ATM) 200대와 유인 지점 50곳을 설치했습니다. 고객들은 ATM과 지점을 통해 수수료 없이 전자지갑에 있는 비트코인을 엘살바도르의 또 다른 법정통화 미국 달러로 인출하거나, 달러를 전자지갑 내 비트코인으로 입금할 수 있습니다.

달러 변환 편이를 위해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739억 원)의 기금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 '치보'(chivo)를 처음 사용하는 이들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기로 하며 비트코인 사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반대하는 시위대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반대하는 시위대

■ 상인들 "비트코인 사용 의사 없어…뭔지도 몰라"

지난 6월 관련 법안 통과 이후부터 정식 도입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 법정통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가능성, 일반 시민의 정보 부족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을 실제 사용하게 될 시민들의 반응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과 행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이 일단은 비트코인 사용 의사가 없었다고 1일 보도했습니다. EFE통신도 상점 주인들이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했으며, 주요 도시의 상점들에선 비트코인 결제 허용 여부 표시를 볼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상인들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고 있었으며 당국으로부터 관련 교육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쓰지 않으면 "고객을 놓치며, 사업도 성장할 수 없고, 송금 수수료도 내야 한다"고 말하며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 국민은 송금 수수료로 매년 4억 달러(한화 약 4,670억 원)를 지불하고 있어서 이것만 아껴도 국민에게 엄청난 이익"이라며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더 안전하고 실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산살바도르의 한 이발소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산살바도르의 한 이발소

이민자들의 송금 의존도가 높은 주변 국가들은 엘살바도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단테 모시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총재는 지난달 24일 로이터통신에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통용이 잘 진행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며 "송금 비용이 상당히 줄어든다면 다른 나라들도 (비트코인을)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모시 총재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채택이 송금 비용을 낮출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나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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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7일 시행…반대 시위·비판 잇따라
    • 입력 2021-09-02 11:28:08
    • 수정2021-09-02 11:35:17
    취재K

"비트코인 안 돼" "비트코인 반대"

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의 의사당 앞에 3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였습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피켓을 들거나 옷을 입고 법안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시위대가 막고자 하는 건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법안입니다. 오는 7일부터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은 법률상 통용력과 지불 능력이 주어진 화폐가 될 예정입니다.

엘살바도르에 설치된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
■ 엘살바도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법정통화로 인정

미국 달러가 공용 통화인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달러와 더불어 비트코인도 법정통화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주도 아래 속전속결로 법안이 처리됐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미국 등 해외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이 훨씬 저렴하고 편리해지며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70%가 기존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할 정도로 송금 의존도가 높습니다.

정부는 비트코인 법정통화 정착을 위해 전국 곳곳에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자동입출금기(ATM) 200대와 유인 지점 50곳을 설치했습니다. 고객들은 ATM과 지점을 통해 수수료 없이 전자지갑에 있는 비트코인을 엘살바도르의 또 다른 법정통화 미국 달러로 인출하거나, 달러를 전자지갑 내 비트코인으로 입금할 수 있습니다.

달러 변환 편이를 위해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739억 원)의 기금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 '치보'(chivo)를 처음 사용하는 이들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기로 하며 비트코인 사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반대하는 시위대
■ 상인들 "비트코인 사용 의사 없어…뭔지도 몰라"

지난 6월 관련 법안 통과 이후부터 정식 도입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 법정통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가능성, 일반 시민의 정보 부족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을 실제 사용하게 될 시민들의 반응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과 행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이 일단은 비트코인 사용 의사가 없었다고 1일 보도했습니다. EFE통신도 상점 주인들이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했으며, 주요 도시의 상점들에선 비트코인 결제 허용 여부 표시를 볼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상인들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고 있었으며 당국으로부터 관련 교육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쓰지 않으면 "고객을 놓치며, 사업도 성장할 수 없고, 송금 수수료도 내야 한다"고 말하며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 국민은 송금 수수료로 매년 4억 달러(한화 약 4,670억 원)를 지불하고 있어서 이것만 아껴도 국민에게 엄청난 이익"이라며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더 안전하고 실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산살바도르의 한 이발소
이민자들의 송금 의존도가 높은 주변 국가들은 엘살바도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단테 모시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총재는 지난달 24일 로이터통신에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통용이 잘 진행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며 "송금 비용이 상당히 줄어든다면 다른 나라들도 (비트코인을)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모시 총재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채택이 송금 비용을 낮출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나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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