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실내정원에 모기 유충이?

입력 2021.09.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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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고여있는 통 안에 벌레가 꿈틀거립니다. 들여다보니 한 두 마리가 아닌데요. 확인해보니 이 벌레의 정체는 모기와 깔따구 유충. 지하 실내정원 식물에 주고 남은 물이 모이는 물받이 통인데 별다른 소독 조치가 없다 보니 알을 낳은 겁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숲에 서면’부산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숲에 서면’

■ 모기 유충에 화초는 고사…조성 두 달 만에 “관리 부실”

이 물받이가 있는 실내정원은 어디일까요? 바로 부산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입니다. 특히 습하고 밀폐된 실내인 데다, 물이 고이기까지 하다 보니 유충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 돼 버린 건데요.

유동 인구가 많고, 환기도 잘 안되는 곳에 모기와 깔따구 유충이 자란다면 어떻게 될까요? 깔따구는 물지는 않지만 개체 수가 늘어나면 벽면에 붙어있거나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합니다. 모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조성 두 달 만에 시들어서 떨어져버린 잎사귀조성 두 달 만에 시들어서 떨어져버린 잎사귀

이 밖에도 취재진이 현장을 살펴보니 시들거나 노랗게 변한 잎사귀들이 보였는데요. 일부는 이미 죽어서 떨어지는 등 생육 상태가 고르지 못했습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잎을 뜯어버리거나, 장난을 쳐서 찢어놓기도 했습니다. 심할 때는 아예 뽑아가 버려서 그 자리가 휑하게 비어버린 곳도 있었습니다.

담당 부서에 확인해보니 홍콩야자의 경우 이미 조성 한 달 만에 20본이 한꺼번에 죽어 교체되기도 했는데요.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유충 발생도 몰라…교통공사는 “책임 없다”

이 실내정원은 지난 6월 부산시가 예산 8억 원을 들여 환승 통로 내부 2만 7천여 제곱미터의 벽면에 화초를 심은 곳입니다. 축구장 4배 정도 규모로, 부산 최대 실내정원입니다. 10종의 화초와 이끼류 등을 코르크판에 심었는데요. 위에서 물을 흘려 수분을 공급하고, 밑에 모인 물은 필터를 거쳐 다시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부산시는 이번 실내정원 조성으로 공기 질 정화와 휴식공간을 마련한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장 도시철도 역을 관리하는 부산교통공사는 현재 관리는 부산시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며, 장소를 대여해준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건데요. 이미 일부 시민들이 화초 상태가 좋지 않다며 민원도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 또한 현재 설치 업체가 관리를 맡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매주 현장에 담당 공무원이 동행하고 있고, 하자보수 기간이 2년인 만큼 추가 비용은 현재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화초의 경우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생육 환경이 고르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두 기관 모두 유충이 발생한 점은 몰랐다는 겁니다. 취재에 들어가고 나서야 뒤늦게 소독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물받이를 열어보니 모기와 깔따구 유충들이 가득한 모습물받이를 열어보니 모기와 깔따구 유충들이 가득한 모습

■ 고사율 더 높아질 수도 있어…비용은 시민 몫

전문가들은 실내정원의 특성상 식물 고사율이 1년에 5~10%가량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실내의 생육환경이 바깥과 완전히 다른 만큼 식물 관리가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지금 부산 서면역에 조성된 방식은 코르크판을 벽면에 붙이고, 식물을 옆으로 꽂아 자라게 하는 방식인데, 더군다나 밀폐된 지하에서 키워야 하다 보니 고사율이 평균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고사율이 늘어나면 비용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 설치 업체가 2년 간 관리를 마치고 나면 이후에는 부산시에서 자체 관리를 맡기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식물이 죽는 만큼 그 비용도 고스란히 세금으로 다시 메워야 하는 거죠.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앞으로 모니터링 작업을 더 강화하고, 기관별로 협의 사항도 늘리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설치한 정원인만큼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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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도시철도 실내정원에 모기 유충이?
    • 입력 2021-09-02 15:49:29
    취재K

물이 고여있는 통 안에 벌레가 꿈틀거립니다. 들여다보니 한 두 마리가 아닌데요. 확인해보니 이 벌레의 정체는 모기와 깔따구 유충. 지하 실내정원 식물에 주고 남은 물이 모이는 물받이 통인데 별다른 소독 조치가 없다 보니 알을 낳은 겁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숲에 서면’
■ 모기 유충에 화초는 고사…조성 두 달 만에 “관리 부실”

이 물받이가 있는 실내정원은 어디일까요? 바로 부산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철도 2호선 서면역입니다. 특히 습하고 밀폐된 실내인 데다, 물이 고이기까지 하다 보니 유충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 돼 버린 건데요.

유동 인구가 많고, 환기도 잘 안되는 곳에 모기와 깔따구 유충이 자란다면 어떻게 될까요? 깔따구는 물지는 않지만 개체 수가 늘어나면 벽면에 붙어있거나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합니다. 모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조성 두 달 만에 시들어서 떨어져버린 잎사귀
이 밖에도 취재진이 현장을 살펴보니 시들거나 노랗게 변한 잎사귀들이 보였는데요. 일부는 이미 죽어서 떨어지는 등 생육 상태가 고르지 못했습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잎을 뜯어버리거나, 장난을 쳐서 찢어놓기도 했습니다. 심할 때는 아예 뽑아가 버려서 그 자리가 휑하게 비어버린 곳도 있었습니다.

담당 부서에 확인해보니 홍콩야자의 경우 이미 조성 한 달 만에 20본이 한꺼번에 죽어 교체되기도 했는데요.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 유충 발생도 몰라…교통공사는 “책임 없다”

이 실내정원은 지난 6월 부산시가 예산 8억 원을 들여 환승 통로 내부 2만 7천여 제곱미터의 벽면에 화초를 심은 곳입니다. 축구장 4배 정도 규모로, 부산 최대 실내정원입니다. 10종의 화초와 이끼류 등을 코르크판에 심었는데요. 위에서 물을 흘려 수분을 공급하고, 밑에 모인 물은 필터를 거쳐 다시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부산시는 이번 실내정원 조성으로 공기 질 정화와 휴식공간을 마련한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장 도시철도 역을 관리하는 부산교통공사는 현재 관리는 부산시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며, 장소를 대여해준 것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건데요. 이미 일부 시민들이 화초 상태가 좋지 않다며 민원도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 또한 현재 설치 업체가 관리를 맡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매주 현장에 담당 공무원이 동행하고 있고, 하자보수 기간이 2년인 만큼 추가 비용은 현재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화초의 경우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생육 환경이 고르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두 기관 모두 유충이 발생한 점은 몰랐다는 겁니다. 취재에 들어가고 나서야 뒤늦게 소독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물받이를 열어보니 모기와 깔따구 유충들이 가득한 모습
■ 고사율 더 높아질 수도 있어…비용은 시민 몫

전문가들은 실내정원의 특성상 식물 고사율이 1년에 5~10%가량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실내의 생육환경이 바깥과 완전히 다른 만큼 식물 관리가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지금 부산 서면역에 조성된 방식은 코르크판을 벽면에 붙이고, 식물을 옆으로 꽂아 자라게 하는 방식인데, 더군다나 밀폐된 지하에서 키워야 하다 보니 고사율이 평균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고사율이 늘어나면 비용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 설치 업체가 2년 간 관리를 마치고 나면 이후에는 부산시에서 자체 관리를 맡기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식물이 죽는 만큼 그 비용도 고스란히 세금으로 다시 메워야 하는 거죠.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앞으로 모니터링 작업을 더 강화하고, 기관별로 협의 사항도 늘리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설치한 정원인만큼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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