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심폐소생술’로 생명 살린 한전 직원에 시민 ‘칭찬 댓글’

입력 2021.09.02 (17:26) 수정 2021.09.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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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가장동의 한 주택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던 80대 할아버지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대전 관제센터 CCTV 캡쳐대전시 가장동의 한 주택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던 80대 할아버지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대전 관제센터 CCTV 캡쳐

■ “살려달라”는 외침 외면하지 않은 진짜 영웅 ‘이상구’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30분쯤, 한 다세대 주택에서 전기 검침작업을 하고 있던 ‘이상구’씨에게 “살려주세요. 우리 OO아빠 좀 도와주세요.”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로 옆 주택. 열린 문으로 쓰러진 80대 할아버지와 울부짖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이 씨는 곧바로 하던 작업을 멈추고, 경찰과 구급대 등에 신고를 한 뒤 집 안으로 뛰쳐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당황한 할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교육 받아온 ‘심폐소생술’을 기억하고, 할아버지에게 망설임없이 시행했습니다.

1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80대 할아버지의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습니다. 그사이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구급대에게 할아버지의 초기 상태와 경과 등을 알린 이 씨는 다음 작업을 위해 조용히 현장을 떠났습니다.


■ 할아버지 부인, “이 씨 아니었으면 돌아가셨을 것”

할아버지의 부인인 권영석 할머니는 ‘심폐소생술’을 하고 떠난 이름 모를 의인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다보니, 감사 인사는커녕 통성명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병원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권 할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생명의 은인’을 찾을 길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이 씨가 신고를 직접 했던만큼 경찰과 소방본부 등에 연락을 해보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집에 들른 권 할머니는 집앞에서 쭈뼛거리는 남성을 보고, 그이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떠난 이 씨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이 씨는 할아버지 건강이 괜찮으신지 궁금해 되찾은 터였습니다.

권 할머니는 어떻게든 사례를 하고자 했지만, 이 씨는 극구 사양했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실랑이 끝에 주고 받은 건 ‘한전MCS, 대리’ 라고 적힌 이 씨의 명함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권 할머니는 “이 씨가 아니었으면 할아버지가 틀림없이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습니다.

할아버지 부인 권영석 할머니와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살린 이상구 씨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할아버지 부인 권영석 할머니와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살린 이상구 씨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미담 사례가 있는 것 같은데...” 제보로 시작된 ‘한전 직원’ 찾기

그들만의 미담으로 남을 뻔 했던 이 사연은 인근에서 장면을 지켜본 목격자의 제보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KBS대전 보도국으로 전화를 건 박용만씨는 기사거리가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하며, 의인이 한전 조끼를 입고 있었고 명찰에 ‘이상부’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선행이 묻혀서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은 신고를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소방본부와 한국전력 대전본부 등에 문의했고, 이 씨의 이름이 ‘이상부’가 아니라 ‘이상구’라는 사실, 그리고 해당 사연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씨는 그때까지도 회사에 선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보상을 바란 것이 아닌, 진심어린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이상구 씨 모습.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이상구 씨 모습.

■ “이상구 씨 ‘혼쭐’ 내야” 기사에 넘친 칭찬 댓글

이 씨의 ‘심폐소생술’ 기사가 나가자, 누리꾼들은 오랜만에 기분좋은 뉴스를 봤다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이 씨에게 승진이나 포상금 등의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요즘 말로 ‘혼쭐’을 내준다는 글이 많았습니다.
(‘혼쭐나다’는 말은 ‘매우 훌륭하여 정신이 흐릴 정도가 되다’는 의미로, 요즘 긍정어로도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기사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누리꾼들의 기대처럼 이 씨에게는 긍정적 의미의 ‘혼쭐’이 어느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대전소방본부는 이 씨에게 허태정 대전시장 명의의 소방 현장활동 유공 표창을 계획 중입니다.

이 씨의 소속사이자,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MCS는 사장 특별 포상과 함께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모회사인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은 “모두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행 사례”라며 치하했다고 합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치하 뒤에 무언가(?)가 뒤따르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은 참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구 씨에게 주어질 보상들은 결코 행운이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볼줄 아는 넉넉한 성품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성실함에 대한 대가가 이제 주어졌을 뿐입니다. 당신의 용기에 모두를 대신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연관기사] “살려주세요” 외침에 ‘심폐소생’하고 떠난 한전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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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심폐소생술’로 생명 살린 한전 직원에 시민 ‘칭찬 댓글’
    • 입력 2021-09-02 17:26:19
    • 수정2021-09-02 17:26:34
    취재후·사건후
대전시 가장동의 한 주택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던 80대 할아버지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대전 관제센터 CCTV 캡쳐
■ “살려달라”는 외침 외면하지 않은 진짜 영웅 ‘이상구’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30분쯤, 한 다세대 주택에서 전기 검침작업을 하고 있던 ‘이상구’씨에게 “살려주세요. 우리 OO아빠 좀 도와주세요.”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로 옆 주택. 열린 문으로 쓰러진 80대 할아버지와 울부짖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이 씨는 곧바로 하던 작업을 멈추고, 경찰과 구급대 등에 신고를 한 뒤 집 안으로 뛰쳐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당황한 할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교육 받아온 ‘심폐소생술’을 기억하고, 할아버지에게 망설임없이 시행했습니다.

1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80대 할아버지의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습니다. 그사이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구급대에게 할아버지의 초기 상태와 경과 등을 알린 이 씨는 다음 작업을 위해 조용히 현장을 떠났습니다.


■ 할아버지 부인, “이 씨 아니었으면 돌아가셨을 것”

할아버지의 부인인 권영석 할머니는 ‘심폐소생술’을 하고 떠난 이름 모를 의인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다보니, 감사 인사는커녕 통성명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병원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권 할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생명의 은인’을 찾을 길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이 씨가 신고를 직접 했던만큼 경찰과 소방본부 등에 연락을 해보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집에 들른 권 할머니는 집앞에서 쭈뼛거리는 남성을 보고, 그이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떠난 이 씨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이 씨는 할아버지 건강이 괜찮으신지 궁금해 되찾은 터였습니다.

권 할머니는 어떻게든 사례를 하고자 했지만, 이 씨는 극구 사양했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실랑이 끝에 주고 받은 건 ‘한전MCS, 대리’ 라고 적힌 이 씨의 명함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권 할머니는 “이 씨가 아니었으면 할아버지가 틀림없이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습니다.

할아버지 부인 권영석 할머니와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살린 이상구 씨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미담 사례가 있는 것 같은데...” 제보로 시작된 ‘한전 직원’ 찾기

그들만의 미담으로 남을 뻔 했던 이 사연은 인근에서 장면을 지켜본 목격자의 제보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KBS대전 보도국으로 전화를 건 박용만씨는 기사거리가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하며, 의인이 한전 조끼를 입고 있었고 명찰에 ‘이상부’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선행이 묻혀서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은 신고를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소방본부와 한국전력 대전본부 등에 문의했고, 이 씨의 이름이 ‘이상부’가 아니라 ‘이상구’라는 사실, 그리고 해당 사연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씨는 그때까지도 회사에 선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보상을 바란 것이 아닌, 진심어린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이상구 씨 모습.
■ “이상구 씨 ‘혼쭐’ 내야” 기사에 넘친 칭찬 댓글

이 씨의 ‘심폐소생술’ 기사가 나가자, 누리꾼들은 오랜만에 기분좋은 뉴스를 봤다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이 씨에게 승진이나 포상금 등의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요즘 말로 ‘혼쭐’을 내준다는 글이 많았습니다.
(‘혼쭐나다’는 말은 ‘매우 훌륭하여 정신이 흐릴 정도가 되다’는 의미로, 요즘 긍정어로도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기사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누리꾼들의 기대처럼 이 씨에게는 긍정적 의미의 ‘혼쭐’이 어느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대전소방본부는 이 씨에게 허태정 대전시장 명의의 소방 현장활동 유공 표창을 계획 중입니다.

이 씨의 소속사이자,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MCS는 사장 특별 포상과 함께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모회사인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은 “모두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행 사례”라며 치하했다고 합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치하 뒤에 무언가(?)가 뒤따르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은 참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구 씨에게 주어질 보상들은 결코 행운이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볼줄 아는 넉넉한 성품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성실함에 대한 대가가 이제 주어졌을 뿐입니다. 당신의 용기에 모두를 대신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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