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휴대폰 21개 개통했다고?…장애인 상대 사기 첫 규모 파악

입력 2021.09.03 (06:51) 수정 2021.09.03 (13: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장애인을 꾀어 휴대전화 여러 대를 줄줄이 개통시키는 수법,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죠.

그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 지를 짐작할 수 있는 수치를 처음 확인해 봤는데,

세 개 회선 넘게 개통한 장애인이 6천 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정신 연령 열 살의 지적 장애인 23살 한동찬 씨.

3년 전 친구 소개로 휴대전화를 개통했습니다.

"개통하면 돈을 주겠다, 요금은 대신 내준다"는 말에, 20만 원 가량을 받고 개통한 휴대전화는 모두 5대.

[한동찬/휴대폰 개통사기 피해자 : "돈을 내 준다고 일단은 그렇게 얘기를 했었어요. 그땐 안 보여주고 (휴대폰을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걔네가 가져 갔어요, 다섯 대 다."]

6달 뒤, 통신비 미납금에 소액결제 대금까지 3백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고서야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 씨 아버지는 장애 여부가 적힌 복지 카드를 신분증 대신 확인해 놓고도 무작정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시켰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한동찬 씨 아버지 : "복지 카드를 내밀었으면 그 가게에서 한 달 동안 5대면 의심하고 해주질 말아야 하는데, 그냥 증명서도 아니고 복지 카드에 지적 장애라고 적혀 있는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휴대전화 개통 사기는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통신 3사에서 세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장애인 수를 살펴봤습니다.

모두 6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 한 명이 21개 회선을 개통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차별 행위라는 지적에, 지적 장애인의 독자적인 휴대전화 가입을 막는 규정은 없어졌는데, 이를 악용한 범죄가 이어지는 실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대책은 없는 겁니다.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민주당 :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휴대전화를 3대 이상 개통하는 경우는 누가 봐도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다회선 가입이 인지될 경우에는 재확인 절차를 마련할 수가 있겠죠."]

지난 6월에 시행에 들어간 법에 따라, 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는 '학대'로 규정된 상태입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 최연송/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한종헌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명이 휴대폰 21개 개통했다고?…장애인 상대 사기 첫 규모 파악
    • 입력 2021-09-03 06:51:11
    • 수정2021-09-03 13:40:50
    뉴스광장 1부
[앵커]

장애인을 꾀어 휴대전화 여러 대를 줄줄이 개통시키는 수법,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죠.

그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 지를 짐작할 수 있는 수치를 처음 확인해 봤는데,

세 개 회선 넘게 개통한 장애인이 6천 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정신 연령 열 살의 지적 장애인 23살 한동찬 씨.

3년 전 친구 소개로 휴대전화를 개통했습니다.

"개통하면 돈을 주겠다, 요금은 대신 내준다"는 말에, 20만 원 가량을 받고 개통한 휴대전화는 모두 5대.

[한동찬/휴대폰 개통사기 피해자 : "돈을 내 준다고 일단은 그렇게 얘기를 했었어요. 그땐 안 보여주고 (휴대폰을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걔네가 가져 갔어요, 다섯 대 다."]

6달 뒤, 통신비 미납금에 소액결제 대금까지 3백만 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고서야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 씨 아버지는 장애 여부가 적힌 복지 카드를 신분증 대신 확인해 놓고도 무작정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시켰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한동찬 씨 아버지 : "복지 카드를 내밀었으면 그 가게에서 한 달 동안 5대면 의심하고 해주질 말아야 하는데, 그냥 증명서도 아니고 복지 카드에 지적 장애라고 적혀 있는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휴대전화 개통 사기는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를 추정하기 위해 통신 3사에서 세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장애인 수를 살펴봤습니다.

모두 6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 한 명이 21개 회선을 개통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차별 행위라는 지적에, 지적 장애인의 독자적인 휴대전화 가입을 막는 규정은 없어졌는데, 이를 악용한 범죄가 이어지는 실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대책은 없는 겁니다.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민주당 :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휴대전화를 3대 이상 개통하는 경우는 누가 봐도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다회선 가입이 인지될 경우에는 재확인 절차를 마련할 수가 있겠죠."]

지난 6월에 시행에 들어간 법에 따라, 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는 '학대'로 규정된 상태입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 최연송/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한종헌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