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식구들은 어쩌라고…가족 승계 안되는 ‘공유형모기지’ 왜?

입력 2021.09.04 (07:00) 수정 2021.09.0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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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심장 발작으로 한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는 11월 2차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상당히 위험한 수술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남성에게는 아내와 고등학생 자녀 2명이 있습니다. 만에 하나 세상을 떠나게 될 경우 남은 가족들의 생계가 걱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집'이 있다는 것. 7년 전 생애 처음으로 장만한 집이 가족들에게는 유일한 울타리가 돼 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무너졌습니다. 집 명의를 아내 이름으로 바꾸려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집을 살 때 받은 주택담보대출 때문이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서민 지원 주택담보대출인 '공유형 모기지' 인데, 이 상품은 상속과 증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망 시 상속·증여 불가…부양 가족은 집 나가야

심지어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도 상속과 증여를 할 수 없어 집은 정부가 임의로 처분하고, 남은 가족들은 집을 나가야 합니다.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집이 상속자에게 상속되고, 채무 역시 상속자에게 넘어가게 돼 가족들이 집을 떠날 필요가 없는 일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다른 것이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 수익과 손익 공유하기로 한 '공유 모기지'의 복잡한 셈법

공유형 모기지의 대출금 환수 구조 때문입니다. 공유형 모기지는 정부가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1~2% 저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향후 집값이 오르거나 떨어졌을 때 그 손익을 정부와 가입자가 나눠 떠안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4억 짜리 집을 '공유형 모기지'로 40% 대출을 받아 샀다면, 대출 원금은 1억 6천 만 원입니다. 매달 이자를 내면서 7년 동안 거주하다 집값이 11억으로 뛰었습니다. 7억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죠.

이 경우 시세차익 7억에 대출 비율 40%인 2억 8천만 원이 가입자가 갚아야 할 대출 원금에 추가됩니다. 다시 말해, 가입자가 갚아야할 원금은 최초의 1억 6천만 원이었지만, 집 값이 상승한 금액 중 대출이 차지했던 비율인 40%였던 만큼 2억 8천만 원이 더해져서, 결국 갚아야할 금액이 4억 4천만 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 돈을 상환해야 그 집을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집은 처분되고 자신이 최초 부담했던 비율인 60%만 받고 나와야 합니다.

집 값이 오르면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대출금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빌린 돈만 갚는 방식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떨어진 손실의 대출 비율 만큼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입니다. 결국 대출 상환 시점에 형성된 집값에 따라 대출 정산금은 수시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공유모기지를 이용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집 값 하락기에는 이익을 상승기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회수 어려울까봐 가족 상속도 못하게

문제는 공유형 모기지로 산 집이 상속이나 증여가 가능해지면 대출금 환수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속자가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일 경우 이들로부터 대출 원금을 돌려받는 시점이 제각각이 될 수 있습니다. 환수되는 시세에 따라 상환금을 그때 그때 계산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 상속의 재상속, 증여의 재증여가 반복되면 원금 환수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대출금 환수 불투명, 기금 안정성 위협"

'공유형 모기지'는 도시주택기금으로 운영됩니다. 대출금 환수가 불투명해질 경우 기금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는 게 '상속·증여 불가 조항'을 담은 이유라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부양가족의 주거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도외시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특히나 그 시점이 지금처럼 집값이 폭등해 버린 시기와 공교롭게 맞물린다면 불어나버린 상환금을 치르고 난 뒤 다른 집을 구하기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또, 주택을 한 차례 소유했다는 기록 탓에 당분간 무주택자 혜택에서도 배제되는 것이죠.

앞서 언급된 남성은 만일의 경우 가족이 있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만약 가족이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 집값이 오른 만큼 불어난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계속 머무를 수 있습니다.

■ 공공재원의 안정성과 시민의 주거권이 충돌

올해 5월 기준 도시주택보증공사에 등록된 공유형 모기지 가입자는 4,700여 명입니다. 이들 가입자에 부양가족을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토교통부는 기금 안정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거주자들의 주거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상속·증여 불가'와 관련된 조항을 이번 달 안으로 수정·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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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식구들은 어쩌라고…가족 승계 안되는 ‘공유형모기지’ 왜?
    • 입력 2021-09-04 07:00:36
    • 수정2021-09-04 20:03:51
    취재K

이 남성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심장 발작으로 한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는 11월 2차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상당히 위험한 수술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남성에게는 아내와 고등학생 자녀 2명이 있습니다. 만에 하나 세상을 떠나게 될 경우 남은 가족들의 생계가 걱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집'이 있다는 것. 7년 전 생애 처음으로 장만한 집이 가족들에게는 유일한 울타리가 돼 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무너졌습니다. 집 명의를 아내 이름으로 바꾸려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집을 살 때 받은 주택담보대출 때문이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서민 지원 주택담보대출인 '공유형 모기지' 인데, 이 상품은 상속과 증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망 시 상속·증여 불가…부양 가족은 집 나가야

심지어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도 상속과 증여를 할 수 없어 집은 정부가 임의로 처분하고, 남은 가족들은 집을 나가야 합니다.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집이 상속자에게 상속되고, 채무 역시 상속자에게 넘어가게 돼 가족들이 집을 떠날 필요가 없는 일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다른 것이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 수익과 손익 공유하기로 한 '공유 모기지'의 복잡한 셈법

공유형 모기지의 대출금 환수 구조 때문입니다. 공유형 모기지는 정부가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1~2% 저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향후 집값이 오르거나 떨어졌을 때 그 손익을 정부와 가입자가 나눠 떠안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4억 짜리 집을 '공유형 모기지'로 40% 대출을 받아 샀다면, 대출 원금은 1억 6천 만 원입니다. 매달 이자를 내면서 7년 동안 거주하다 집값이 11억으로 뛰었습니다. 7억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죠.

이 경우 시세차익 7억에 대출 비율 40%인 2억 8천만 원이 가입자가 갚아야 할 대출 원금에 추가됩니다. 다시 말해, 가입자가 갚아야할 원금은 최초의 1억 6천만 원이었지만, 집 값이 상승한 금액 중 대출이 차지했던 비율인 40%였던 만큼 2억 8천만 원이 더해져서, 결국 갚아야할 금액이 4억 4천만 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 돈을 상환해야 그 집을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집은 처분되고 자신이 최초 부담했던 비율인 60%만 받고 나와야 합니다.

집 값이 오르면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대출금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빌린 돈만 갚는 방식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떨어진 손실의 대출 비율 만큼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입니다. 결국 대출 상환 시점에 형성된 집값에 따라 대출 정산금은 수시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공유모기지를 이용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집 값 하락기에는 이익을 상승기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회수 어려울까봐 가족 상속도 못하게

문제는 공유형 모기지로 산 집이 상속이나 증여가 가능해지면 대출금 환수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속자가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일 경우 이들로부터 대출 원금을 돌려받는 시점이 제각각이 될 수 있습니다. 환수되는 시세에 따라 상환금을 그때 그때 계산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 상속의 재상속, 증여의 재증여가 반복되면 원금 환수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대출금 환수 불투명, 기금 안정성 위협"

'공유형 모기지'는 도시주택기금으로 운영됩니다. 대출금 환수가 불투명해질 경우 기금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는 게 '상속·증여 불가 조항'을 담은 이유라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부양가족의 주거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도외시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특히나 그 시점이 지금처럼 집값이 폭등해 버린 시기와 공교롭게 맞물린다면 불어나버린 상환금을 치르고 난 뒤 다른 집을 구하기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또, 주택을 한 차례 소유했다는 기록 탓에 당분간 무주택자 혜택에서도 배제되는 것이죠.

앞서 언급된 남성은 만일의 경우 가족이 있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만약 가족이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 집값이 오른 만큼 불어난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계속 머무를 수 있습니다.

■ 공공재원의 안정성과 시민의 주거권이 충돌

올해 5월 기준 도시주택보증공사에 등록된 공유형 모기지 가입자는 4,700여 명입니다. 이들 가입자에 부양가족을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토교통부는 기금 안정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거주자들의 주거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상속·증여 불가'와 관련된 조항을 이번 달 안으로 수정·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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